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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특집 | 미래진단(1)] 진보 진영 승리 시 대한민국 변화상 

부동산 매매 허가제 등 반(反)시장 정책 논란 

북한 개별 관광, 남북관계 급진전이 주한미군 감축 부를 수도
노조 등 정권 창출 세력의 이권 배분 우선시… 정치적 무책임 확산 가능성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 여권 정치인들이 1월 23일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선거는 역동적이다. 이때 역동적이라는 건 선거 결과가 대부분의 예상이나 기존 설명에 따른 예측에서 벗어난다는 말이다. 4월 15일 치러질 21대 총선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여당에 불리한 ‘대통령 중간평가의 총선’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총선은 정권 임기 반환점을 막 지나 치러지는 까닭에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선거라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기본적으로 집권여당이 불리한 선거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지금은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 팽팽하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거나, ‘4+1 협의체’와 같이 민주당 중심의 범여 진보연합이 의회 과반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민주당 단독 과반 또는 범여 진보연합 과반 의석은 ‘촛불정신을 담은 국회’의 정치적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총선 승리의 정치적 위임(mandate)은 민주당 또는 범진보연합의 정책 의제 실현을 위한 입법화의 시작을 의미한다.

국회 입법은 중요하다. 어떤 정책이든 어떤 정치적 선택이든 법률 제정이나 개정의 입법을 통해 완결된다.

예를 들어보자. 작년 12·16 부동산 종합대책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 직후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등 세제 개편과 규제지역 재당첨 금지 기간 확대 등 청약제도 개선,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 등 12·16 대책의 주요 내용을 담은 법률 개정안이 거의 모두 발의됐다.

법안은 여당의원을 통해 국회에 제출됐다. 김정우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23일 12·16 대책의 세제 관련 내용을 담은 종부세법·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종부세법 개정안은 종부세율을 다주택자에 대해 0.2~0.8%p, 1주택자에 대해서도 0.1~0.3%p 인상하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종부세 부담 상한을 200%에서 300%로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소득세법 개정안의 경우 9억원 초과 주택을 거래한 1세대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에 거주 기간 요건을 추가하고, 1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율을 40%에서 50%로 인상하는 내용이다.

부동산 매매 허가제?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월 8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단지에서 재건축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 사진:뉴시스
청약제도 개선과 관련한 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윤관석 민주당 의원은 1월 27일 불법전매 적발 시 최대 10년간 주택청약을 제한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12월 30일 미성년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수 없게 하고, 문제를 일으켜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된 사업자는 2년간 등록을 제한하는 내용의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모든 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의원 입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31일 분양가 상한제 주택과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 당첨자는 10년간, 조정대상지역 주택 당첨자는 7년간 재당첨을 제한하고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와 대규모 택지개발지구 1순위 대상자 선정 기준이 되는 최소 거주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주택 구입자가 지자체에 내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안 등도 국토부는 조만간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별도의 입법 없이 행정지도 감독규정 등을 개정하면 되는 건 대책 발표와 동시에 시행 중이지만 부동산 대책이 완결되려면 입법이 완료돼야 한다. 그런데 이게 확실치 않다. 종부세 강화 등 세제 관련 법안에 대해선 야당이 반대 입법도 추진하고 있어 12·16 대책의 후속 입법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정부여당이 지금 할 수 있는 건 “국회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주택시장 안정화를 통해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12·16 대책 입법이 원활하게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언급이 전부다. 민주당이 국회의 단독 과반수 또는 범진보 과반수 의석을 장악하려는 이유 중 하나다. 만약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거나 범진보연합이 국회 다수의석을 차지했는데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 정부여당은 2017년 대통령 취임 초를 부동산 가격 원상회복의 기점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대충 보면 최근까지 서울의 아파트 실거래가는 35%가 올랐다고 한다. 민주당이 공직자 또는 총선 출마자들이 다가구 주택, 특히 수도권의 주택 소유자들에게 제한을 두는 등의 공천 제한조치를 하는 건 정부여당이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부동산 매매 허가제 논란이다. 청와대 정무수석은 “부동산 매매가 단순히 살 집을 만드는 게 아니라 거의 투기이기 때문에 투기적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이런 주장에 우리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우회적 표현이지만 최악의 경우 부동산 거래 허가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정부는 부동산 거래 허가제를 공식적으로 부인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제든 부동산 대책을 또 내놓을 수 있다고 공언했지만, 청와대 정무수석이 언급한 주택매매 허가제를 국토부 차관은 검토한 적이 없다며 관련 논란을 일축했다. 여론을 떠보기 위한 일종의 치고 빠지기가 아닌가 한다.

부동산 매매 허가제는 이후 반(反)자본주의적 성향의 정책 또는 사회주의적 개헌 시도라는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총선 후 개헌을 위해 토지공개념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경자유전’ 원칙 등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 원내대표는 “총선 결과를 통해 만들어진 정치지형 속에서 개헌 논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토지공개념에 대해 헌법정신에 있느냐는 논쟁이 있는데 저는 있다고 본다. (개헌 논의를 통해) 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소유와 처분을 공익을 위해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여권에서 토지공개념을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9월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토지공개념의 실체를 만들지 않아 토지 공급이 제한됐다”고 했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민주당 대표 시절 토지공개념을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논란은 있었지만 구체적 진전은 없었다.

경기 침체와 ‘소주성’ 포기?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 사령관, 최병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브룩스 여사,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 사령관, 박한기 합참의장(왼쪽부터)이 지난해 10월 17일 열린 한·미동맹의 밤 행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이인영 원내대표의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있다” “노동의 사회권, 시민권, 경제적 주권 등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 봐야 한다”는 등의 언급도 반자본주의적 사회주의 개헌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한 계기다. 민주당 단독 과반 또는 범진보 과반 의석 확보는 이런 논란을 돌파할 충분한 정치적 모멘텀이자 위임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현실이다. 총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따로 놀 가능성이 있다. 실제 전망도 어두운 편이다. 한국갤럽이 2020년 1월 28~30일 전국 성인 1000명에게 향후 1년 우리나라 경기 전망을 물은 결과 19%가 ‘좋아질 것’, 44%는 ‘나빠질 것’, 31%는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다. 5%는 의견을 유보했다. 낙관 전망은 지난달보다 1%p 줄었고, 비관 전망도 2%p 줄었다. 20개월 연속 비관이 낙관을 앞서지만, 격차가 다섯 달 연속 점진적으로 감소한 건 그나마 여권에 다행이다.

살림살이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19%가 ‘좋아질 것’, 27%가 ‘나빠질 것’, 51%는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등 살림살이 전망 순지수(낙관-비관 격차: -8)도 20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살림살이 전망은 생활수준이 하층일수록 더 비관적이며(상/중상층 8, 중층 2, 중하층 -14, 하층 -35), 그 차이는 경기 전망에서보다 큰 편이다(경기 전망 순지수 상/중상층 -20, 중층 -13, 중하층 -34, 하층 -39). 연령별로는 50대 이하(-3~8)보다 60대 이상(-27)에서 더 비관적이다. 현 정부 출범 후 경기·살림살이 전망이 가장 긍정적이었던 시기는 4·27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5월이었다.

경제 성과에 대한 부담은 정부여당으로 하여금 성과 창출을 위한 현실적 모색을 불가피하게 하는 모습이다. ‘혁신성장’의 강조가 그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경제를 살리는 힘은 기업으로부터 나온다”면서 “기업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먼저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신산업에 대한 사후규제 도입과 같은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는 데 정부의 사활을 걸겠다”는 말이다.

정 총리가 “정부는 혁신성장에 전력투구해 경제 활력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해서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공식 폐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총리의 “경제가 통계상으로 호전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이 피부로 체감하실 수 있도록 민생경제를 살려나가겠다”는 말은 성과 창출과 체감의 정치적 부담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실질적 성과와 연동되는 경제 영역은 총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과정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실과 타협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민주당 또는 범진보연합의 총선 승리의 경우에도 여권 내 강경론 또는 원리주의적 접근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현실론을 우선하는 사람들의 충돌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하겠다.

국민적 실질 체감이 필요한 경제 분야와 달리 정치·사회적 의제는 진보의 색채를 더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다음 날 바로 취임해야 했다. 그래서 선거 때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지만 이를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향후 국정운영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5대 국정목표, 20대 국정전략, 100대 국정과제 그리고 487개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이 중 “국민이 주인인 정부”를 위한 첫째 과제로 “국민주권의 촛불 민주주의 실현”을 제시했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단독 과반을 확보하거나 범진보연합이 과반을 차지하면 ‘촛불정신을 담은 국회’에서 정치·사회 분야 진보적 의제를 구현하려 들 것이다.

공수처 후속 입법작업 본격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월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해 김동명 신임 한국노총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를 들여다보면 개헌과 정치 개혁, 그리고 권력기관 개혁이 우선 순위에 올라와 있다. 문재인 정치 개혁의 핵심은 ‘국민이 주인인 정부’로 압축된다. 이런 국정 목표를 향해 ‘국민주권적 개헌’과 ‘국민참여 정치 개혁’, ‘권력기관의 민주적 개혁’ 등에 박차를 가하려 들 것이다.

‘권력기관의 민주적 개혁’은 권력기관을 개혁하는 게 핵심이다. 국정과제를 보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찰인사에서 중립성과 독립성 강화, 자치경찰제 도입, 감사원 독립성 강화 그리고 국정원의 해외안보정보원으로의 개편”이 실천과제로 지정돼 있다. 여권이 승리할 경우 21대 국회에서 후속입법이 진행될 가능성이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권력기관 개혁 후속 조치 추진 계획’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정 총리는 ‘권력기관 개편안’으로 ①올 7월 공수처 설치를 위한 총리 소속 ‘공수처 설립 준비단’ 설치 ②‘검·경 수사권 조정 후속 추진단’ 설치 ③자치경찰제 도입과 국가수사본부 설치 ④국정원 대공 수사 기능 폐지를 비롯한 국정원 개혁 등을 언급했다.

정 총리가 “우리는 이제 검찰·경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간 견제·균형을 통해 권한 오·남용을 원천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며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권력기관 민주화를 통해 특권 없는 공정 사회로 나아가는 새로운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에 대한 여권 인식의 전형을 보여준다. ‘경찰·국정원 개혁안’도 “20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국민이 지지·협조해 달라”고 했다. 선거를 앞둔 국회나 임기 종료를 앞둔 국회가 처리하지 못하면 당연히 21대 국회에서 계속 추진하겠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한 대통령의 인식도 다르지 않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편과 관련해선 “형사 사법 체계가 해방 이후 처음 바뀌는 것”이라며 특히 ‘검찰’을 콕 집어 지목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과거 검찰이 잘못을 스스로 고쳐내지 못했기 때문에 공수처는 매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법무장관은 한 걸음 더 나간다. 추미애 장관은 검찰을 향해 “권위주의 정부 아래에선 ‘검찰 파쇼’가 우려될 정도로 검찰에 많은 권한이 집중됐다”며 “인권 보호 업무는 뒷전이고 오히려 인권을 침해하고, 권력과 유착해 국민 우려를 굉장히 가중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는 검·경 수사권 조정 후속 조처와 관련해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일반적 수사준칙,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 등 하위 법령들을 정비할 것”이라는 다짐으로 연결된다. 법령 정비는 국회의 몫이다. 그다음엔 검찰과 경찰의 조직·인력 개편 등이 이어질 것이다. 법무장관은 “검·경 간에 사안을 놓고 핑퐁 하지 않도록 법령 준비를 치밀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개혁 관련 입법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가수사본부 신설, 자치경찰제, 정보경찰 개혁 등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진 장관은 이어 “법안 통과가 가장 중요하다. (국가수사본부 설치 등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6개월 뒤에 시행하게 돼 있다. 2월 중에 통합경찰법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고, 그렇게 통과된다는 전제 아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대 국회에서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21대 민주당 과반 또는 범진보연합의 과반 국회에서 추진될 사안이다.

대학총장 직선제와 기득권 헤게모니의 해체


▎윤종원 신임 IBK 기업은행장(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1월 3일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점에서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 이날 윤 행장은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 사진:뉴시스
국가정보원 개혁을 위한 국정원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정 총리는 국가정보원 개혁과 관련해 “국정원은 이미 국내 정보 부서를 전면 폐지하는 등 자체 개혁을 단행했다”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국정원법 개정안을 20대 국회가 남은 임기 안에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당연히 민주당 단독 과반 또는 범진보연합의 과반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단독 과반 또는 범진보연합의 과반 의석 확보는 남북관계의 독자적 행보를 입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특히 북한 개별 관광과 남북철도 연결사업 등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미 간 현안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맞물리면서 정부의 남북관계 독자행보는 한·미동맹을 위협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주한미군 감축이나 한·미동맹 격하로 이어지는 계기로 변할 수 있다.

진보 의제의 입법화와 관련하여 주목되는 분야 중 하나가 교육 관련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는 교육자치와 분권은 ‘교육 민주주의와 교육자치’라는 과제를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문 정부는 “교과서 국정화 금지, 국립대 총장 선임 방식과 재정지원 사업 신청 연계 폐지, 사학법 개정을 통한 교육민주주의 회복,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그리고 단위학교 자치 강화”를 실천과제로 설정했다.

특히 대학총장 선임 방식이 쟁점이다. 지난해 여영국 정의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54개 사립대 중 직선제를 실시하는 대학은 4.5%에 불과하다고 한다. 현재 직선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대학을 포함해 전국 대학가에선 올해도 총장 직선제 바람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전국 30여 개 대학 총학생회의 연대체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총장 직선제와 학생 참여 비율을 명시하게끔 사립학교법과 교육공무원법 개정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민주당 단독 또는 범진보연합의 과반 국회에서 관련 입법으로 구체화될 가능성을 높인다.

민주당 단독 또는 범진보연합의 과반 의석 국회는 또한 기존 헤게모니 해체 또는 약화를 위한 입법을 시도할 모양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종교·시장·언론 등 분야에서 법으로 설명되지 않는 헤게모니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촛불혁명은 단순히 정권교체만이 아니라 언론·검찰·재벌 등의 개혁을 제기했던 것이며, 이번 총선을 통해 반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또는 범진보연합의 총선 승리는 우리 사회의 기존 기득권 헤게모니 해체와 약화, 그리고 새로운 주류세력 창출과 유지를 위한 입법노력으로 구체화될 것이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소는 누가 키우나?

마지막으로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권력과 이권 그리고 미래세대에의 부담전가다. 우리 경제는 어려운 상황이다. 제조업의 성장 잠재력을 뜻하는 생산능력은 지난해 1.2% 줄어 1971년 이 통계 작성 이후 48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외환위기 때도 증가세를 멈추지 않았다는데 제조업 생산 능력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8년 처음으로 마이너스 0.2%의 감소세로 돌아서더니 1년 만에 하락 폭이 급격히 커진 모양새다. 실제로 공장을 얼마나 돌렸는지를 나타낸다는 제조업 가동률도 72.9%로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에 최악이었다고 한다.

이때 제기되는 문제 중 하나가 정부의 친노조·반기업적 정책과 태도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기업들이 국내투자를 기피하고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말이다. 지난해 설비투자는 7.6% 줄어 10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보였고, 산업생산은 0.4% 증가에 그쳐 19년 만에 최악을 각각 기록했다고 한다. 제조업 일자리는 1년 새 8만 개나 사라졌고, 민간 지출은 6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단다.

이런 상황에서는 노조의 정치적 영향력을 줄이거나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대응은 반대로 가는 모습이다. 민주당 또는 범진보연합의 총선 승리는 이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걱정이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최근의 IBK기업은행 노조의 신임 행장 출근 저지 투쟁이다. 노조는 정부가 낙하산 행장을 보냈다며 반발했지만 대통령은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고 일축했다. 중소기업은행법에 “은행장은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한다”고 규정돼 있다. 아무리 2017년 문재인 대선캠프가 금융노조와 정책협약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지만 노조의 낙하산 행장 반대는 설득력이 약하다.

문제는 적폐청산 운동처럼 시작했다가 결국 노조의 제 몫 챙기기로 끝난 IBK기업은행 노조의 신임 행장 출근 저지투쟁을 마무리하는 데 권력이 함께했다는 점이다. 27일간의 출근 저지 투쟁에서 노조가 얻은 전리품은 윤 행장 임명 철회가 아니라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 등 6개 합의사항이었다.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339개 공공기관의 기관장·감사·상임이사 중 정계 출신 기관장은 2배 이상으로 늘었고, 감사는 33% 증가했다. 경제부총리가 임명·제청한 공공기관 임원 329명 중 절반 이상이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라는 주장도 있다. 총선 승리가 지금 당장의 이권 배분을 우선하는 정치적 무책임의 확산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되리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민주당 단독 또는 범진보연합의 총선 승리는 극단의 정치적 대립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주류 교체와 기존의 기득권 중심 헤게모니 해체 또는 약화 시도는 배제의 정치인데, 그들의 총선 승리는 여기에 정치적 탄력을 붙일 수 있다. 핵심 지지자 중심의 정치는 통합 실패의 정치다. 대한민국 공동체를 위한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그리고 결과의 정의’가 아닌 ‘그들에게만 평등한 기회이자 공정한 과정이며 정의로운 결과’를 추구하는 정치는 아니어야 한다.

-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 교수 mpark@dongguk.edu

202003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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