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심층취재

Home>월간중앙>특종.심층취재

[코로나19 쇼크 | 심층진단] 출렁이는 한·중 경제의 진로 

중국이 아픈 만큼 한국도 아프다 

사스 때보다 더 큰 후폭풍… 중국 6% 성장률 어려울 전망
메르스 트라우마 경험한 한국, 장기화할수록 내수와 관광업 타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학교마다 졸업식을 취소한 탓에 꽃 매출은 70% 이상 폭락했다. 부산의 한 꽃도매상가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끊겼다.
중국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로 등장했다. 문제는 그 확산 속도가 2003년 사스 때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빨랐다는 데 있다. 특히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에도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국민의 불안 심리가 퍼졌다.

더 큰 문제는 그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경제 충격이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면 자의든 타의든 사람의 이동이 제한되기 때문에, 사람이 모여야 그 기능이 작동하는 시장이 마비된다. 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경제적 손실은 불가피하다.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시간이 해결해주지만 경제적 충격이라는 후폭풍은 상당 기간 지속할 수 있다. 이에 과거 바이러스 감염 전염병이 유행했을 때의 사례들을 살펴보고,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분석해봤다. 나아가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봤다.

중국 내 신종 바이러스 감염 확산의 대표적인 사례는 2003년의 SARS(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이하 사스)다. 또 다른 사례로는 2013년의 AI(Avian influenza A(H7N9) virus,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이하 조류독감)를 들 수 있으나, 그 전염 정도와 경제적 피해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돼 분석 사례에서는 제외했다. 참고로, 조류독감의 첫 발병 시점은 2013년 3월이며 지속 기간은 1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당시 중국 내 조류독감 확진자 수는 415명이며, 사망자 수는 45명이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国家卫生健康委员会)와 WHO(World Health Organization,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사스의 첫 발병 시점은 2002년 11월이며 지속 기간은 7개월 이상으로 추정된다. 당시 중국 내 확진자 수는 5329명이며 사망자 수는 343명으로 집계됐다.

당시 중국 경제 상황이 아주 심각했던 것은 아니다. 경제적 손실이 가장 컸던 2003년 2분기를 놓고 볼 때, 투자와 수출에 의미 있는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소비 부문에서는 직접적 충격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2003년 2분기 소비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0.4%로, 직전과 직후인 1분기 및 3분기의 14%대보다 낮은 수준이다. 2003년 2분기에 특별한 경제적 이벤트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4%포인트 내외의 소비 위축이 발생했다고 본다. 이에 따라 2003년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9.1%로 1분기의 11.1%보다도 2%포인트 하락했고, 3분기(10.0%)와 비교해봐도 약 1%포인트가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를 연간 경제성장률의 손실로 추정해보면 사스 충격으로 2003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0.4%포인트 이상의 하락 효과를 가져왔던 것으로 분석된다.

中, 소비 부문 충격이 가장 커


▎2003년 사스 확산 당시 베이징의 공안들까지 마스크를 써야만 했다. / 사진:뉴시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경우도 가장 큰 충격은 소비 부문에서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사스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빠른 확산속도로 중국 내 많은 도시가 폐쇄됐다. 따라서 이번 소비 부문의 타격은 사스 때를 훨씬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비 심리 냉각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는 시기인 2020년 1분기에 그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지난 사스 때와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중국 내 생산 활동의 차질이다. 중국의 구정 연휴인 춘절 기간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다수의 생산 시설들이 가동을 멈추고 있다. 이는 수출과 투자의 기업 활동 영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사스 당시의 수요 위축 정도를 현재 여건을 고려해서 추정해보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이 1분기 내로 진정되고 중국 정책 당국의 효과적 대응이 있을 경우 2020년 1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기존 예측치 6.0%보다 0.4%포인트 하락한 5.6% 내외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2020년 경제성장률을 최소 0.1%포인트 이상 떨어뜨리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것은 가장 긍정적 시나리오를 따랐을 경우다. 주요 해외 기관들은 더 부정적인 입장들을 견지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중국의 2020년 연간 경제성장률은 최소 0.2%포인트에서 최대 1.5%포인트의 성장률 하락 효과를 예상하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사스의 경험과 더불어 MERS(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중동호흡기증후군, 이하 메르스)의 사례를 같이 검토해야 한다. 그 이유는 사스가 그 경제적 충격이 중국에 집중된 경우라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한국 내 소비 심리에도 작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내수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대표적인 전염병 사례인 메르스도 함께 고려해봤다. 메르스는 2012년 4월부터 중동 지역에서 퍼진 급성 호흡기 감염병이다. 한국에서는 2015년 5월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총 186명의 확진자가 확인됐고 사망자는 38명에 달한 바 있다.

특이한 점은 아시아권 내에서는 한국이 독보적으로 많은 확진자를 냈으며, 특히 한국을 제외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전염병의 확산이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다. 즉, 메르스 사태는 한국 내에만 그 영향이 국한됐기 때문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확산이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 피해를 가늠하는 데 적합한 사례가 될 수 있다.

한국 증시, 단기적으로 변동성 장세


▎2015년 메르스 확산 탓에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관광버스들.
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사례를 이용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우선 두 케이스에서의 금융 시장을 살펴보면, 사스가 처음 발병한 직후에는 국내 시장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홍콩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하고 국내로 공포심리가 확산하면서 주가 및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사태에 대한 현황 파악이 가능해지면서 금융시장 가격 지표들은 발병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메르스의 경우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관찰됐다. 주가 및 원화 가치가 단기적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변동성이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사스 때와 마찬가지로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변동성도 약해지면서 시장이 안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당분간 국내 금융 시장의 오버슈팅(overshooting)이나 언더슈팅(undershooting)으로 단기적 변동성 확대가 우려되지만, 길게 보면 사태가 진정되고 사람들이 뉴스 충격에 적응하면서 점차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음으로 관광 수입 측면에서 살펴보면, 우선 사스 사태에서는 당시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감소했다. 2003년 상반기 무렵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9.7%가 줄었으며 이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 수는 전 년 동기 대비 약 15.6%나 오그라들었다. 국내에서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인 2015년 6~7월에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28.9%나 급감했다.

만약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사스 케이스와 같이 중국 내에서의 확산이 중심이 되고, 국내에서 크게 번지지 않는다는 전제라면 2020년 1~4월 외국인 관광객은 약 61만6000명, 관광 수입은 약 9000억 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질병 통제가 실패할 경우까지 고려한다면 관광객은 202만1000만 명, 관광 수입은 2조9000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과거의 예를 보면 질병 확산이 통제되고 사회적 혼란이 가라앉은 후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에는 상당 기간이 필요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광 수입 피해는 추정치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국내 소비시장에서 보면 우선 내국인 발병자가 제한적이었던 사스 사태에서도 소비증가율이 크게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질병의 확산보다는 당시 국내 요인인 카드채 사태의 영향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메르스가 유행하던 시점인 2015년 2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기대비 0.1%로 1분기의 0.7%에서 감소세로 반전됐다. 이는 질병의 확산과 국민의 경제 심리 위축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과거의 경험을 고려하고 최근 민간소비의 흐름을 떠올리면,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민간소비 증가율을 최소 0.1%포인트에서 최대 0.4%포인트 감소시키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사태가 과거와 다른 점은 중국 내 생산 시설 가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GVC(Global Value Chain), 즉 글로벌 가치 사슬의 중심이 중국에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 중간재 생산공정이나 완성재 조립공정에 문제가 생기면 세계 교역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매우 높다. 실제 전 세계 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사스 사태인 2003년에는 4.3%에 불과했으나, 2019년에는 16.3%에 달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중국의 생산 활동이 중단되면 세계 교역은 상상 이상의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과 한국의 경제적 연관성 및 한국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를 고려해보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우리 수출은 약 1.5억~2.5억 달러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더블딥이 오지 않도록…

결론적으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관광 수입, 국내 소비, 수출의 부정적 영향을 모두 고려할 때, 2020년 1분기 경제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을 최소 0.2%포인트에서 0.7%포인트 감소시키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2020년 경제성장률을 0.1~0.2%포인트 하락시키는 효과를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이러한 추정은 1분기 내 중국과 한국의 혼란이 진정되고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재개된다는 전제하의 결과다. 사태가 1분기를 넘어 장기화한다면 그만큼 경제성장률의 하락 압력은 더 높아질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가장 핵심적인 리스크는 바로 경제 심리의 악화다. 그래서 정부가 중점을 두어야 하는 점은 정부의 모습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치는지에 있다. 국민은 정부만 쳐다본다. 국민의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다는 자신감 피력과 어떠한 상황에서도 질병을 통제할 수 있는 유연한 대응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무엇보다도 당국과 국민 간의 긴밀한 상황 인식이 공유돼야 한다. 그리고 질병을 조기에 극복할 수 있다는 공감대도 형성돼야 한다. 나아가 혼란기에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갈등에 대해 원칙적이고 확고한 자세를 견지해 국민에게 믿음을 주어야 한다.

둘째, 실물 경제의 위축을 막기 위한 거시 정책적 수단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 한국 경제의 상황은 메르스가 유행하면서 더블딥(double-dip)에 빠졌던 2015년 상반기와 유사성을 가진다. 최근의 미약한 경기 회복세가 꺾일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상반기 중 재정 집행률을 높여야 할 것이다. 동시에 내수 경기 급랭 조짐이 나타날 경우 2015년 11조5000억원 규모의 ‘메르스 추경’과 같은 강력한 경기부양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셋째, 이번 충격으로 어려움이 집중되는 계층을 위해 영세 자영업자 지원, 저소득층 바우처 지급 등 미시정책들이 동원되어야 한다. 또 업종으로는 외식, 여행, 교양·오락·문화 등 경기 민감 산업을 중심으로 정책적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입장에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중국 경제가 예상된 성장 경로에서 벗어나는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특히, 동아시아 GVC의 변화나 글로벌 투기자금의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중국 정부의 경기 대응책들을 잘 살펴보면서 중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 가능성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juwon@hri.co.kr

202003호 (2020.02.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