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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쇼크 | 이슈분석] 코로나바이러스, 중국 공산당을 뒤흔든다 

“하루 수십 명씩 죽어 나가는데 시진핑 주석은 뭐 하나” 

최초 발견자 의사 리원량 죽음에 분노 여론 들끓어
中 정부 은폐·통제 계속될수록 요원해지는 중국몽


▎2월 10일, 시진핑 주석이 베이징의 한 주민센터를 찾아 신종코로나 상황을 점검하기에 앞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 사진:중국 인민망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하 신종코로나)이 좀처럼 통제되지 않고 있다. 한국 등 다른 국가도 문제지만, 병의 발원지인 중국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2월 10일 기준, 중국 내 확진자가 4만 명으로 확대됐고, 사망자는 900명을 넘어섰다.

의료체계 차원의 문제로만 치부되던 것이 점차 중국의 국가 체제에 대한 도전 요인이 되고 있다. 전염병이 국민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자국민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존재 이유를 찾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중국 사회에는 ‘근대 시민혁명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근대 시민혁명의 핵심은 시민의 권리를 어떻게 지킬지에 대한 문제였다. 미국 독립선언서는 국가가 지켜야 할 신이 내린 시민의 권리를 생명권, 자유권 그리고 행복추구권이라고 못 박았다. 이러한 권리가 지켜지기 위해서는 시민이 선택한 대리인 혹은 집단의 권한이 분할돼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삼권분립을 통해서만 가능한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 원리가 도입된 배경이다. 선각자들은 물질적으로도 잘 살아야 행복 추구가 가능하다고 봤고, 그 결과 자유시장 체제가 보장됐다.

선각자들의 면밀함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돈과 권력에 관한 모든 움직임을 시민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언론의 기능은 강화됐다. 언론의 자유에 절대 가치가 부여된 배경이다.

중국에 언론의 자유가 없다는 사실은 리원량에 의해 증명됐다. 리원량은 전염병의 존재를 가장 처음 알린 우한 중심병원의 젊고 총명한 의사다. 그는 작년 12월 병원을 찾은 환자 7명이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관찰한 후, 이들 모두가 우한의 화난 수산물 시장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2월 말에는 동료 의사들에게 환자 수가 증가했다는 사실과 전염의 위험성 등을 처음 알렸다.

하지만 당국은 그의 발언을 유언비어로 몰아세웠다. 리원량으로부터 중국식 반성문인 훈계서를 받아내며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2월 7일, 그는 신종코로나에 걸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중국 국민들이 그를 애도하는 가운데, 리원량의 진언을 무시한 당국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직된 정치사회 시스템, 고통은 시민 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최초로 알린 의사 리원량. 그는 환자를 돌보던 중 본인이 감염돼 2월 7일 숨졌다. / 사진:연합뉴스
이와 같은 이유로 서방 전문가들도 중국의 통계를 믿지 않는다. 언론을 은폐하고, 통계를 조작하는 데 익숙한 중국 당국에 대한 불신이 큰 탓이다. 농촌 지역 현황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통계 집계상의 한계도 불신의 이유 중 하나다.

전염병에 대한 의사의 경고가 분명히 나왔는데도 당국은 이를 막아버렸다. 확인 결과, 첫 환자가 발생한 날은 작년 12월 8일이었다. 올해 1월 8일에야 당국이 환자의 존재를 처음 확인했으니 한 달 동안 진실이 은폐된 셈이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이 시장을 드나들며 병원균을 옮겼다. 춘절(春節)을 전후해 약 500만 명의 우한 시민이 중국 전역과 해외 등지로 이동했다. 지금은 역학 조사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 당국이 시민의 복리가 아닌 체제 안정에 모든 관심을 쏟은 결과였다. 체제를 흔드는 어떤 행위도 용납될 수 없기 때문에 체제에 대한 위협 요인인 전염병은 유언비어여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의료예방 체계는 참담한 수준으로 붕괴했다. 신종코로나가 심각한 사회 이슈가 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민주국가에서 신종코로나와 같은 전염병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을까? 어림없는 이야기다. 언론이 살아 있고, 시민의식이 작동함으로써 권력이 끊임없이 견제받는 한국·미국·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따라서 비판의 화살이 중국 공산주의 정치 체제로 쏠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중국 내 시민의 자유가 제한된 점, 경제적 자유에 한계가 있는 현실, 그리고 언론의 자유가 부재한 상황 등이 상황을 이렇게까지 악화시켰다. 1978년 덩샤오핑이 시작한 개혁개방 덕분에 중국은 경제적으로 급성장했다. 정치 및 사회 분야도 비대해진 경제 규모만큼 성숙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1949년 중국에 공산주의 정권이 수립된 후 현재까지 변하지 않는 원칙이 하나 있다. 권력은 공산당에 속하며, 공산당만이 중국을 정치적으로 대변하고 통치한다는 사실이다. 이 원칙은 소련에 의해 탄생했다. 하지만 공산주의를 러시아에 처음 도입할 때, 블라디미르 레닌을 포함한 당시 볼셰비키 혁명의 주역들은 공유 경제 질서에 맞는 정치 체제에 대해 알지 못했다. 공산주의의 바이블인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도 정치 체제에 대한 지침은 없었다. 대안으로 ‘민주 집중제’라는 그럴듯한 용어로 포장된 소련식 정치 체제가 대두했다.

중국의 정치 체제는 이렇다. 인민의 대의원으로 구성되는 인민대표대회에서 정치국 위원을 뽑고, 여기서 다시 정치국 상무위원을 선출한다. 마지막으로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이 공산당 서기장이 된다. 당국의 주장은 이게 바로 인민의 민주적 의견이 자연스럽게 위로 수렴되는 시스템, 즉 ‘민주집중제’라는 것이다.

결과는 어떨까? 공산당 서기장에 대한 과도한 권력 집중, 공산당의 절대 권력, 그리고 공산당 관료 조직의 권력화 등은 불가피하다. 사회의 유연성 또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바로 이것이 구소련의 비극이었는데, 그런 모순이 지금까지 중국에 남아 있다는 것은 놀라움 그 자체다.

구소련에서와 같이 중국에서도 공산당과 최고 권력자가 설정한 지고의 가치는 공산당 관료 조직에 의해 실행됐다. 당이 원칙을 정하면 다양한 사회 기제들은 그것에 맞게 작동해야만 하는 그런 제도였다. 당 관료들은 모든 상황을 당에 유리하도록 해석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위해 언론을 통제하거나 통계를 조작하는 행위는 일상사가 됐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관할 지역의 경제발전 수준이 관료의 능력 평가 기준에 포함된 것 정도가 변화라면 변화였다. 성장지상주의가 정착된 셈인데, 그렇게 되자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어떤 요인도 통제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중국 관료들에게는 신종코로나와 관련된 모든 사안을 일단 부인하는 것이 상책이었을 것이다.

경제에서 외교까지,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어


▎‘유령 도시’처럼 변해버린 우한시 거리의 모습. / 사진:AFP연합뉴스
중국 내 폐렴 확산이 경제적 피해를 유발하는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중국 경제는 기본적으로 제조업에 기초하고 있다. 값이 저렴한 소비재 생산, 고가 제품의 최종 조립, 그리고 저가의 부품·소재 생산 등이 핵심이다. 하지만 전염병 때문에 많은 노동자가 한데 모여 오랜 시간 일해야 하는 노동집약적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공장 가동이 원활치 않으면, 전체적으로 경제가 위축되면서 국민 총생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국이 목을 매고 있는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피해는 불가피하지만,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중국의 경제적 약진은 임금 등 생산요소 비용에 기초하여 정교하게 형성된 국제 분업에 의존함으로써 가능했다. 이것을 글로벌 공급 사슬(global supply chain), 혹은 국제생산 분업체계(global value chain)라고 부른다. 여기서 중국의 공급력에 차질이 빚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재까지 글로벌 공급체계에서 중국의 위상은 자신의 경제력과 정확히 일치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공급 차질이 있을 경우, 현재의 위상이 유지되기는 힘들어진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경제 전쟁에서도 이 문제가 불거졌다.

작년 미국이 대중(對中) 관세율을 올리자 고관세를 피하기 위해 외국 기업들의 중국 내 공장들이 다른 국가로 탈출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중국의 대미(對美) 공산품 수출의 70% 이상을 중국 진출 외국 기업이 담당한다는 통계는 그렇게 되는 이유를 알려준다. 중국이 세계 공급체계에서 서서히 배제되는 이러한 흐름에 신종코로나가 불을 붙였다.

비단 경제적 문제뿐만이 아니다. 신종코로나는 중국의 국가 이미지를 더욱 실추시키고 있다. 국제정치적 위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전염병 하나 규명 및 통제 못 하는 나라, 전 세계에 병을 수출하면서도 뚜렷한 대책이 없는 나라, 아직도 당국의 통계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얻지 못하는 나라, 이러한 인식이 퍼지고 있다. 중국이 국제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입지는 당연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걷잡을 수 없이 쇠락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홍콩 사태를 통해 중국 정부가 오래전부터 보장한다고 했던 일국양제(一國兩制)는 허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만에서는 이를 꼬집은 차이잉원 총통이 올해 1월 치러진 선거에서 역대 최고 득표라는 기록을 세우며 재선에 성공했다. 일대일로에 관련된 국가들을 초대했지만, 중국은 그런 거대 프로젝트를 어떻게 성공시킬 수 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이런 모든 상황에 대해 중국 정부는 설득력 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 그토록 원하는 세계적인 리더십을 쟁취하고, 중국몽을 현실화하려면 말이다.

中, 은폐 멈추고 아집 버려야


▎1월 31일,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질병통제센터를 찾아 의료 당국자들에게 보고 누락이나 은폐에 대해 경고했다. / 사진:연합뉴스
중국 당국은 현재까지 신종코로나에 대한 제대로 된 통제 및 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중국 내에서도 당국에 대한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시진핑 주석 책임론이 등장할 정도로 상황은 악화했다. 권력투쟁의 빌미가 제공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중국 당국이 언론을 통제한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어졌다.

칭화대학교 쉬장룬 교수와 같은 지식인조차 “신종코로나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은 중국에서 시민사회의 언론 자유가 말살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의사 리원량의 죽음 이후 현 중국 체제에 대한 비판이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들이 공통으로 요구하는 것은 바로 ‘언론 자유의 보장’이다.

구소련은 사회적 모순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생생히 보여준 적이 있다. 바로 1986년 4월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다. 당시 소련 당국은 이를 숨겼다. 심각한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소련의 원자력 기술 수준이 미흡하다는 의미였다. 그 실력으로 사고를 수습하는 게 가능했을까? 소련은 사고를 수습할 수 있는 과학 및 공학적 능력이 없었고, 결과적으로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가 확산했다.

그런 현실을 알아챈 서방 국가들이 기술 지원을 제안했지만, 소련은 이를 거부했다. 너무 피해가 커지자 나중에야 서방 전문가들의 관찰과 의견 개진을 허용했다.

지금 중국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최근 미국이 중국 당국에 의료 지원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중국의 능력이 그 정도밖에 안 되면 미국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미국 외에도 한국·일본·호주 등 의료 선진국 모두는 중국에 대한 지원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불행히도 절대적인 위엄으로 버티고 있는 중국 공산당은 외부 도움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 바로 이것이 중국의 비극이다.

국내에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위험하다는 주장은 과거 많은 공감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줄곧 강하게 개진했다. 중국이 사드 배치를 빌미로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에 나서자 과도한 의존의 위험성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일방적으로 밀리는 모습에서 중국의 실력이 드러났다. 신종코로나 사태를 보며 중국의 사회 및 의료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그것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한국인의 눈에 포착됐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여야 하는 이유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는 셈이다.

신종코로나 문제로 드러난 중국 사회의 본질을 보며 지속적인 번영의 조건을 다시 곱씹어본다. 국가의 모든 조직은 시민의 생명, 자유 그리고 행복추구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목적을 위해 조직이 정확히 작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은 그래도 현대 사회를 기획한 선각자들의 말씀을 아시아에서는 가장 잘 실천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인의 성취가 세계적으로 추앙받는 이유다.

중국에는 처절한 실패의 경험이 필요하다. 의료를 포함한 사회복지를 등한시한 성장은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부실하게 작동하는 의료 체계는 중국 사회의 수준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경직된 관료주의, 성장지상주의가 맞물려 성장률 수치에만 집착한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생각지도 못한 전염병에 의해 성장률이 흔들리고 있다.

- 김기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ws38@naver.com

202003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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