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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쇼크 | 평양 리포트] 코로나바이러스에 떨고 있는 북한 

아무리 퍼져도 공식 확진 환자는 0명 

확진 판정 내릴 장비 부족… 주체의학으론 역부족임에도 외부지원 요청 없어
잇단 국경폐쇄와 이례적 상세 보도로 예방에 치중, 남북관계 회복은 더 지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북한은 1월 30일부터 개성 남북연락사무소의 남측 인력 출입을 불허했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 병원에서는 일반 세균과 변종 바이러스를 분리하는 진단 장비와 시약이 없어 일반 독감인지 신종 바이러스인지 구분하지 못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했어도 실제로 확진 판정을 내릴 수 없을 것입니다.”

지난 2015년 청진 병원에서 일하다 남한으로 내려온 의사 출신 탈북자 최정훈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확인할 검사 키트가 북한에는 없어서 전염병이 사라질 때까지 환자 발생이 없다고 발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2003년 사스 발생 당시에도 북한 보건당국은 “북한에서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단지 심한 감기 독감 환자가 발생했을 뿐이다. 북한으로 유입된 전염병을 확진하지 못하는 부실 의료시스템인 가칭 ‘주체의학’이 빚어낸 아이러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북한에도 확진자가 발생했는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대북 정보소식통들은 북한에도 환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월 10일 현재까지 북한 매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진자 발생 여부에 대해서 언급이 없다. 아마도 북한은 앞으로도 발생 환자 0이라는 통계를 유지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 지역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발생해도 북한 당국이 이를 숨길 수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의성을 가지고 은폐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감염 의심 환자로부터 바이러스를 채취해도 어떤 균인지 판단할 수 없고 통제사회의 특성상 감염자 발생은 무조건 비공개다. 국내에서 발생한 16번 환자가 전남 광주 지역병원에서 3차례 이상 방문해 치료를 받았어도 검사 키트가 없어 확진 판정을 내리지 않고 전남대병원으로 보낸 경우와 유사하다. 한국에서도 사실상 대학병원격인 상급 종합병원 수준에서만 확진 판정이 가능하다.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판정하기 위한 적절한 장비와 진단 시약이 있는지가 북한 환자 발생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이나 현재로선 미지수다. 2월 들어 중국에서 검사 키트를 수입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현재 국내 코로나바이러스 진단은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출검사(RTPCR)’로 이뤄지고 있다. RT-PCR은 장비 수준에 따라 가격 편차가 크다. 국내 상급종합병원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대당 2000만∼5000만원 수준이다. 시약은 1회 검사에 1만원이 소요된다. 북한에서 현재 이 장비를 사용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탈북 의사들은 “북한 병원의 예산 부족으로 이 장비를 보유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육·해·공에서 바이러스 봉쇄”


▎북한은 2월 3일부터 고려항공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운항을 중지했다. / 사진: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홈페이지 캡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월 하순 들어 처음으로 “평양의학대학병원, 김만유병원, 함경남도 인민병원을 비롯한 보건 부문의 일꾼들은 위생 선전 사업과 검역병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열이 있거나 기침을 하는 환자들을 제때에 찾아 확진하는 것과 함께 철저히 입원, 격리하기 위한 사업에 힘을 넣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의심환자의 격리 여부를 확실하게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각 지역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위한 검진 조치가 시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의 전염병 대책은 예방의학을 기초로 한 철저한 사전 차단과 통제다. 북한은 치료 시설과 약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 기준으로 전염병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북한은 1월 28일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국가 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감염을 막는 제일 좋은 방도는 이 비루스가 우리나라 경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그 경로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라며 “국경과 지상,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코로나비루스가 들어올 수 있는 통로를 선제적으로 완전히 차단 봉쇄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경·항만·공항 등 국경 통과 지점의 검역과 외국 출장자에 대한 의학적 감시, 해외 방문 제한, 외국인 접촉 금지, 국제운송 수단 및 관광업 근절, 입국자 격리 시설 마련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국경 전면봉쇄 방침에 따라 1단계로 외국과의 문을 완전히 잠갔다. 특히 외교관, 국제기구 관계자, 사업가 등도 입국 시 지정된 장소에서 한 달간 격리하는 조치를 시행 중이다. 북한은 2003년 사스 발생 당시에도 사실상 ‘셀프 밀봉’ 수준의 차단을 했다. 2014년 10월부터 6개월간 외국과의 통행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아프리카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대책이었다. 북한에 부임하는 외교관조차 2주간 격리한 후 증상이 없어야 업무 복귀를 허용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북한 접경 중국 도시에서도 잇달아 발생하면서 북한은 1월 31일부터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기와 열차 운항을 중단했다. 평양~단둥~베이징, 평양~만포~집안 열차 운영이 중단됐다. 중국 당국에 탈북민 송환 중단도 요청했다. 2월 들어서 평양~베이징, 평양~심양의 중국 노선 이외에 평양~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행 고려항공의 운항을 정지시켰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북한이 육·해·공 국경을 모두 폐쇄했다”고 보도했다.

평소 탈북민 송환과 중국 내 북한 파견 노동자들과 물품 이동으로 활발하던 북·중 두만강 간 접경 지역의 투먼(圖們)대교 역시 사실상 폐쇄됐다. 북·중 접경 도시이자 무역 최대 거점지역인 단둥(丹東)과 옌볜(延邊) 등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했다. 세관 등 공식 통로가 차단됐어도 밀무역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가 북한으로 유입될 위험성도 제기됐다. 아마도 단둥, 옌볜 지역과 인접한 평안북도 신의주와 함경북도 회령이나 남양 등에서 환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설 기간 중국 단둥으로 넘어간 조교(朝僑, 북한 국적 화교)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신의주에 (우한 폐렴) 의심 환자 2명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신의주에 남아 있는 가족과 전화 연계(통화)에서 알게 됐다”며 “환자 한 명은 신의주 ‘관문려관’에 격리돼 있던 사람이고 또 다른 한 명은 ‘백운동’에 사는 주민”이라고 주장했다. 2월 9일 현재 신의주와 통행이 빈번한 단둥의 랴오닝(遼寧)성, 북한의 무산, 회령과 연결된 옌볜, 도문이 위치한 지린(吉林)성의 우한 폐렴 확진자는 각각 106명, 78명이다. 우한 폐렴이 랴오닝과 지린성에서도 발생했기 때문에 인접한 북한 국경 도시에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가능성은 농후하다.

내부적으로 북한은 내각의 상(相, 장관 격)들로 ‘비상방역대책지휘부’를 구성하고 매일 보건 인력 3만 명을 동원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매일 “내각 사무국과 보건성, 농업성, 상업성을 비롯한 해당 성, 중앙기관의 책임 있는 일꾼들로 해당 분과들을 더욱 강력하게 꾸려 이 사업(방역)을 다른 사업보다 우선시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도(道) 간은 물론이고 군(郡) 간 이동도 차단 중이다. 평소에도 통행증이 없으면 거주지 군(郡) 경계를 넘기가 어려운 만큼 비상상황에서는 더욱 불가하다. 특히 비평양 거주자가 공화국의 수뇌부가 거주하는 평양에 접근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2월 들어 중국 칭다오를 방문한 평양 거주 여성이 바이러스 진단을 받았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김정은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보도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 사진:조선중앙TV 캡처
김일성, 김정일 등 역대 북한 지도자들은 전염병이 발생하면 현지지도를 중단하고 잠적했다. 지난 1월 설 기념 공연에 장성택 처형 이후 6년 만에 등장한 고모 김경희와 공연을 관람한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 활동 및 현지지도 소식은 없다. 과거 선대 지도자들은 철 지난 현지지도 사실을 최근 상황으로 각색 보도하곤 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 행보는 당분간 보기 힘들 것 같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월 1일부터 평양시에는 비상방역지휘부 지시에 따라 평양 시민들의 지방 출입을 금지하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며 “귀국한 해외 공관원들과 중국과 무역 사업으로 신의주 국경에 갔다 온 간부들도 평양 시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외곽의 격리 병동에 수용돼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에서 이동을 차단했는데도 불구하고 유사 전염병 환자가 발생할 경우, 격리 이외의 치료는 속수무책이다. 확진 장비는 물론 음압병실, 치료주사나 항생제, 해열제 등 환자 치료에 필요한 의료시설이 극소수 평양 권력층이 이용하는 1호 특수병원을 제외하곤 사실상 없다는 것이 탈북 의사들의 증언이다. 평양조차 우리의 국립중앙의료원과 같은 전문 격리병원이 없어 환자치료가 어렵다는 것이 또 다른 탈북 의사 이도향씨의 증언이다. 탈북 한의사 김지은씨는 북한의 전염병 환자 1차 대책은 자가 격리이지만 지방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국가가 관리하는 제대로 된 의료시설도 없으며 1차로 집에서 격리를 지시하지만, 주민들은 일주일도 안 돼 먹고살기 위해 장마당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주민들의 이동을 철저히 통제하지만 거주지 지역에서 장사하는 것까지 막지는 못한다. 다만 평소보다 강화된 거주 이동의 제한으로 자기 거주 지역을 벗어날 수는 없다. 감염자가 면역력을 회복하면 다행이지만 회복이 안 되면 전염병 사망이 아닌 과로사로 분류된다. 도(道) 간 이동이 가능한 기차는 철저히 통제 대상이다. 최정훈씨는 과거 2006년 양강도에서 성홍열이 발생했을 때 북한의 4개 철도 노선에 탑승해 열차에 감염자가 승차하지 못하도록 탑승객들의 열을 계속 체크했다. 하지만 통제에도 불구하고 성홍열은 평양까지 퍼졌다.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중국에서 장비와 기자재를 도입해 바이러스를 확인하자 최종적으로 홍역으로 밝혀졌다. 북한 보건당국의 초기 진단이 잘못됐다는 것이 드러났다. 바이러스 분리 검사 장비가 없어서 발생한 혼란 사례다.

조선중앙TV의 이례적 상세 보도


▎북한의 우웡 항비루스 물약. 북한이 홍보하는 감염 예방약이다. / 사진:연합뉴스
2003년 사스 당시 남의 일처럼 객관적인 보도에 그치던 상황과 달리 2020년에는 북한 역시 긴급 비상경고등을 켜고 바짝 긴장 상태다. [노동신문]은 ‘신형코로나비루스 감염증을 막기 위한 사업을 강도 높이 전개하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주민들에게 예방에 대한 당국의 비상조치에 절대복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은 위생방역체계를 국가 비상방역 체계로 전환하고 중앙과 도·시·군에서 비상방역지휘부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신문]이 사설로 전파 방지를 강조한 건 이례적으로, 그만큼 북한 당국도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북한이 다른 이슈와 달리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국제적인 소식을 신속하게 보도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평소 국제뉴스 보도에 인색한 북한이지만, 이번 사태에 관한 한 실시간 보도에 나서고 있다. [노동신문]은 ‘신형코로나비루스 계속 전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발표한 확진자와 사망자, 의심환자 수를 자세히 소개하며 국제사회에서 세계적인 보건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캐나다와 러시아의 의심 환자 발생 소식과 함께 한국의 추가 발병 상황을 보도했고, 중국에서 공항과 기차역 등에 긴급 방역 대책과 발병 지역들에 대한 봉쇄 조치들이 강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폐쇄 사회의 관행을 깨고 국제사회의 실태를 상세히 보도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국경폐쇄’라는 초강수를 둔 북한이 주민들에게 철저한 예방을 당부하기 위한 차원이다. 상·하수도 체계가 부실해 항상 콜레라·장티푸스·이질 등 수인성 전염병과 영양 부족으로 결핵과 홍역 등 호흡기 질환의 만연 가능성이 높다. 개인위생에 취약한 주민들의 경각심을 높여 확산을 막으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영·유아 사망률이 높고 특히 영양 부실로 면역력이 취약한 고령자들이 전염병에 걸릴 경우 특별한 치료대책이 없다는 것이 탈북 의사들의 판단이다. 북한 당국은 “전염 경로도 명확하지 않으며 백신도 개발되지 않아 특별한 치료 대책이 없다”며 “가급적 이 병이 발생한 지역을 여행하는 것을 금해야 하며 외국 출장자들에 대한 의학적 감시를 철저히 해 필요하면 이들을 격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러한 대책은 구호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우선 확진이 적기에 이뤄지지 못하고 병원 폐기물의 검역과 소각 처리 등이 어렵다. 결국 환자 스스로 회복하거나 사망하거나 개인의 운명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국가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와 피해는 북한 당국에 대한 불만으로 퍼질 수밖에 없다. 결국 당국에선 전염병 피해가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으로 인민들이 속수무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실시간 보도의 이유다.

과연 북한의 전염병 예방 및 치료대책은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인가? 북한은 1월 하순 보건성의 박명수 국가위생검열원장의 명의로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평양의 보건성 간부들이 각 지역에 파견됐고 치료 예방기관에 관련 강연 자료를 시급히 작성해 내려보내고 있다. 각 지역의 담당 의사가 열이 있거나 폐렴 치료가 잘되지 않는 주민들을 찾아 의심 환자가 나오면 철저히 격리하고 있다는 것이 조선중앙TV에서 보도한 내용이다.

문제는 치료 약의 생산 부족이다. 북한 매체들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보도하고 있다. 약물생산 기업소에서 북한에 흔한 약재를 가지고 만든 ‘우웡 항비루스(항바이러스) 물약’을 비롯해 항바이러스약들을 많이 생산하기 위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월 28일 [노동신문]을 통해 자체 개발한 ‘우웡 항바이러스 물약’을 비롯한 항바이러스제들을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우웡 항바이러스 물약은 지난 2016년 개발한 것으로 신종 코로나에 대응하는 데 적절한 약품은 아니다. 대외 선전 매체인 [메아리]도 2월 들어 신종 코로나 관련 보도에서 “국가품질감독위원회에서는 세계적인 의학 기술 자료들을 수집하고 검사 및 진단 시약들을 확보해 단위들에 보내주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맞춤형 치료 약품 공급이 여의치 않다는 증거다.

북한의 열악한 의료 시설


▎평양시 피복 공업관리국 근로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일을 하고 있다. / 사진:노동신문 캡쳐
6차례나 핵실험을 단행하고 지구재진입(re-entry) 기술의 두 차례 성공으로 미국 서부지역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는 군사 과학기술 강국인 북한이 왜 의료 체계는 최빈국 수준인가? 사회주의 체제의 부실한 무상의료시스템과 북한의 의학과 인명 경시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화학약품 원료로 생산되는 치료 약과 장비가 필수적인 치료의학보다는 사전에 감염을 막는 예방의학 중시도 원인 중 하나다. 자연산 약제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한의학 중시 경향도 감염병 치료가 어려운 이유다. 선군정치 기조로 국방예산에 비하여 의료시설에 투자하는 예산은 조족지혈 수준이다. 재일교포 의사 김만유가 22억 엔을 투자해서 지난 1986년 평양시 문수거리 대동강 변에 건설해준 김만유병원, 일부 상류층 여성들이 아이를 출산하는 평양산원, 조선암센터, 평양의과대학병원 등 평양의 몇 개 시범적인 대형병원을 제외하면 지방 도립병원조차도 1970년대 남한의 동네보건소 수준이다.

제주 출신으로 1936년 도일한 김만유는 일본 니시아라이병원의 설립자이자 병원장으로 북한에서 가장 현대적인 종합병원 건설에 참여했다. 북한 당국으로부터 ‘김만유병원’이라는 명칭을 받았고 최고 등급의 ‘인민의사’ 칭호를 받았다. 필자는 2005년 서울대학병원에서 사용하던 중고 MRI 등 첨단의료장비를 조선암센터에 전달하는 서울대 성상철 병원장 일행과 평양을 방문했다. 조선암센터는 남한의 의료진들을 암 환자들이 입원한 병동으로 안내했다. 수술실 갓 등에는 ‘made in Czech, 1974’로 표기돼 있었다. 수술실 진열장에 있는 가위 등 장비는 남한의 고물장수들도 가져갈지 의심스러웠다. 성 원장은 중고지만 첨단 MRI 장비를 전달했다. 1년이 지나면 소모품이 부족해지고 전압이 불안정해 장비를 제대로 사용할지 걱정이 많았지만 장비를 전달한 이후는 평양의 당국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북한은 1998년 9월 5일 개정된 헌법 제56조에서 “국가는 전체적 무상치료제를 더욱 공고히 발전시키고 예방의학적 방침을 관철하여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며 로동자들의 건강을 증진시킨다”고 밝히고 있다. 그밖에 동의학(전통의학)과 신의학(서양의학)의 병행 발전, 보건사업의 대중 참여 등이 북한 보건의료의 기본적 성격이다. 북한은 1947년 사회보험법에 의한 무상치료제를 시작해 1953년 전반적 무상치료제를 거쳐 1960년에는 완전하고 전반적인 무상치료제를 선언했다.

예방의학의 발전을 위한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964년 실시된 의사담당구역제는 의사가 일정한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완전히 책임지면서 외래로 찾아오는 환자를 진료할 뿐만 아니라 직접 담당구역에 나가 위생보건·예방접종·건강검진 등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시 구역 병원과 그 하위의 종합진료소가 기본단위이며 대체로 주민 4000명이 기준으로 돼 있다. 농촌은 리(里)인민병원(진료소)이 기본단위로 인구 1500~5000명 기준이며 이를 의사 2~10명이 담당하고 있다. 내과·소아과·산부인과 등 기본전문과 의사가 주축이다. 북한은 의사담당구역 사업으로 보건기관의 책임의식 강화, 고정적인 의료진에 의한 계속적 관찰, 예방사업과 위생선전 교양사업 전개상의 이점 등을 선전하고 있다.

북한의 외형적인 의료 제도는 완벽해 보인다. 문제는 국가 경제의 붕괴로 병원에 의료장비와 치료 약이 없다는 것이다. 환자들은 병원에 가도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 평양의 1~2개 특급병원을 제외하곤 예산부족으로 진단장비와 치료제를 제대로 확보할 수 없다. 탈북 의사 최정훈씨는 “급한 연락을 받고 중환자가 있는 가정이나 직장에 가도 사실상 모르핀 주사 이외에는 해줄 수 있는 처방이 없었다”고 말하며 한숨 쉬었다. 기초적인 보건 체제가 확립돼 있다곤 하나 식량난이 심각해진 1990년대부터는 영양 상태와 밀접하게 관련 있는 결핵 환자 등이 급증했다. 경제난 여파로 진단 시약을 포함한 각종 의약품이 부족해 환자 치료는 최빈국 수준이다.

북한에서 의사는 의사·부의사·준의사 등 3단계로 구분된다. 전국 11개 의과대학 의학부에서 양성되는 의사는 예과 1년 및 본과 6년(기초의학 3년 및 임상의학 3년)의 7년제 과정을 거친다. 부의사는 4년제의 11개 고등의학전문학교에서, 준의사는 3년제의 11개 고등의학교에서 양성된다. 각종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은 보건부와 각급 인민위원회의 지휘 감독을 받고 있다. 사회주의 의사의 처우는 영화 [닥터 지바고]의 주인공 생활에서 잘 알 수 있다. 의사 지바고는 1차 대전 이후 모스크바로 돌아왔지만 궁핍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사회주의 무상의료 원칙으로 소련에서 의사의 처우는 열악했다. 북한 의사들도 대학에서 엘리트로 육성되지만, 졸업 후 생활은 남한 의사와 비교해 참담한 수준이다.

전염병에 가로막힌 남북관계


▎북한의 의료 시설은 노후화된 상태다. 사진은 2007년 건립 당시의 평양 심장전문병원.
북한에서도 의과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이른바 엘리트에 속한다. 북한의 경우 대학입학 비율이 11년제 의무교육 기간을 거친 중학교 졸업생 가운데 10~15% 수준인데, 입학시 출신 성분과 입시 전 시험성적·정치조직생활과 도덕 생활 평정 결과·체력조건 등을 꼼꼼히 따진다. 특히 평양의학대학의 경우, 출신 성분이 핵심계층이거나 노동자·농민·근로인텔리로 구성되는 기본계층에서도 최상위층만 입학이 가능하다. 하지만 의과대학 실험 실습 시설이 노후화돼 제대로 된 임상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 졸업 후에는 의사의 보수가 워낙 낮아 의사가 한국의 진료의뢰서와 유사한 ‘교환 병력서’ 발급을 빌미로 뇌물을 수수하거나, 시장에서 약을 판매하는 상인과 결탁해 소개비를 취득하는 등의 비리 행위도 만연해 있다. 1990년대 경제난 이후, 의사도 예외 없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 개인은 병이 나면 우선 민간요법에 의존한다. 탈북 의사들은 북한은 ‘주체의학’이라는 명분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서양의학보다는 전통적인 민간요법을 강조한다고 고백한다. 병원에 가도 치료 약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자연요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약품 지원을 요청하면 즉각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나 북한의 공식 요청은 없다. 남북은 1월 30일에 유일한 대면 소통 채널인 개성 남북 연락 사무소의 운영도 잠정 중단해 우리 측 인력은 모두 개성에서 일시적으로 철수했다. 방역체계가 취약한 북한이 코로나바이러스가 북한 내로 확산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북한은 전염병이 발생하면 남측과의 접촉을 차단했다. 북한이 먼저 사무소 잠정 중단을 요청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부 당국자는 구체적 답변을 피하면서도 “북측에서 1월 28일 국가 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하면서 검역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해 사실상 북한의 필요에 의한 것임을 시사했다.

어떤 경우에도 북측은 남측의 지원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남한과 체제경쟁을 하고 있고 주체의학을 강조하는 북한 입장에서 남한 치료 약품을 받았다는 소문이 날 경우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권력층에 치명적인 타격일 것이다.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평안북도 돼지가 초토화됐지만, 북한은 남한에 방역 약제를 요청하지 않았다. 바이러스 진단 장비인 RT-PCR 장비 역시 유엔 안보리가 지정한 대북 금수물자로, 현실적으로 북한이 수용한다고 해도 미국이 용인하지 않는 이상 지원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진단이라는 인도적 차원이라면 미국의 양해가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2020년 상반기 남북관계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종료됐다. 당초 금강산 개별관광 등을 정부가 구상했지만 예상치 못한 복병으로 추진 불가다. 남북관계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동·서독의 경우 1973년 재난 공동대응협정을 체결했다. 사회재난에 포괄적으로 공동 대응하도록 동·서독이 협력을 제도화했다. 유사하게 코로나바이러스에 남북이 공동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논리가 우세한 한반도 남북관계에서는 요원한 기대다. 하루빨리 봄눈 녹듯이 신종 바이러스가 한반도에서 사라지기를 기다릴 뿐이다.

-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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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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