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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미국 대선] 아이오와·뉴햄프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파장 

부티지지·샌더스 불안한 양강 슈퍼 화요일(3월 3일)까지 혼전 계속될 듯 

바이든 대세론 맥 못 춰 중도층 분열… 블룸버그 뒤늦은 등판도 변수
부티지지 돌풍 이어질지는 부동층 흡수, 성소수자 편견 극복에 달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는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지난 2월 11일 열렸다. 뉴햄프셔주의 디어필드에 마련된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 사진:EPA=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전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지난 2월 3일 아이오와주 코커스(Caucus·당원대회)를 시작으로 11일에는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Primary·예비선거)를 치렀다. 오는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공화·민주 양당이 당내 경선을 거쳐 대선 후보를 뽑는 과정이다.

공화당 경선은 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독무대다. 압도적인 지지로 대선 후보로 뽑힐 것이 확실시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맞설 민주당 대선 후보는 안갯속이다. 당초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경쟁하는 ‘3강 구도’가 예상됐었다. 하지만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의 초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정치 신예인 부티지지는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선 샌더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초반 판세는 38세의 부티지지와 79세의 샌더스가 각축을 벌이는 양강 구도다. 민주당은 오는 7월 13~16일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 후보를 선출하고, 공화당은 8월 24~27일 전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이오와주 코커스와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는 ‘미국 대선의 풍향계’라고 불린다. 미국 대선 프로세스가 시작되는 곳으로서 이 두 곳의 경선이 향후 판세를 전망하는 잣대가 된다.

9개월간의 대장정을 이제 막 시작한 미국 대선에서 현재 가장 관심이 쏠리는 포인트는 민주당 경선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부티지지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까지 각 후보들이 확보한 대의원 수는 부티지지가 23명, 샌더스가 21명, 워런이 8명,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7명, 바이든 6명 순이었다. 민주당의 전체 대의원 수 4700여 명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향후 ‘바람’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현재 민주당 후보들은 크게 정치 성향상 중도와 진보라는 두 그룹으로 나뉜다. 진보그룹에선 샌더스가 워런을 앞서가는 모양새다. 중도그룹에선 부티지지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바이든이 예상 밖의 고전을 면치 못하자 부티지지가 그 자리를 채우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어 클로버샤가 부티지지를 추격하는 형국이다. 오는 3월 3일 ‘슈퍼 화요일’부터 같은 중도 이미지를 앞세운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경선에 합류할 예정이어서 중도그룹 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바이든의 부진이 계속될 경우 부티지지, 클로버샤, 블룸버그 간 경쟁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정가에선 슈퍼 화요일이 지나봐야 전체적인 판세의 윤곽이 잡힐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슈퍼 화요일에는 14개 주에서 1400명에 가까운 대의원이 선출될 예정이어서 민주당 경선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경선 초반에 중도 또는 진보 그룹의 후보 중 한 명이 독주할 경우엔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중도 후보가 독주할 경우엔 진보 유권자들이, 진보 후보가 독주할 땐 중도 유권자들이 투표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38세의 동성애자 부티지지 돌풍


▎1. 민주당 대선 후보인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이 지난 2월 11일 뉴햄프셔주 내슈아 대학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 2.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난 2월 11일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부티지지는 중앙무대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우선 젊은 나이와 동성애자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는 하버드대학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한 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는 정치와 철학을 공부했다. 2007년 ‘맥킨지 앤 컴퍼니’에 들어가 3년간 일했고, 해군 장교로 군 복무를 하기도 했다. 이후 사우스벤드시에서 시장을 지냈다. AP통신 등은 “가장 큰 관심사는 부티지지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다”라면서 “부동표 흡수 등을 통해 당내 중도파 내 패권을 유지하면서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라고 분석했다.

샌더스는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한 직후 “이번 승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끝내기 위한 시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샌더스는 역대 뉴햄프셔주 경선 중 가장 낮은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부티지지가 만만찮은 경쟁자였다는 의미다. 주요 후보들의 득표율은 샌더스의 25.8%를 비롯해 부티지지(24.5%), 클로버샤(19.9%), 워런(9.2%), 바이든(8.4%) 순이었다. 샌더스와 부티지지와의 차이는 불과 1.3%포인트에 불과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들은 “샌더스가 박빙의 승부 끝에 승리를 따내 아이오와주 코커스의 패배를 만회했다. 하지만 부티지지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3위에 오른 클로버샤는 미네소타주를 지역구로 둔 중도 성향의 여성 상원의원이다. 고학력 백인 여성들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다. 뉴햄프셔주에서 도약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지역의 백인 비율이 92%나 되기 때문이다. 앞선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선 5위에 그쳤다.

워런은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4위로 주저앉았다.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의 3위에서 한 계단 내려왔다. 워런은 현재 같은 진보그룹의 샌더스에게 크게 밀리는 모습이다. 현지 언론들은 “유권자들이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의 대표로 샌더스를 꼽고 있어 워런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중도파인 부티지지 바람이 거세게 불수록 이에 맞서는 샌더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워런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클린턴처럼 슈퍼 화요일 반전 노리는 바이든


▎1. 2020 미국 대선에서 유력한 주자로 예상됐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뜻밖의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11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콜롬비아에서의 연설 모습. / 2.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오는 3월 3일 ‘슈퍼 화요일’부터 본격으로 민주당 대선 경쟁에 뛰어든다. 사진은 지난 2월 12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연설하는 장면.
당초 유력 대선 주자로 평가받았던 바이든의 추락은 의외다. ‘대세론’을 앞세웠지만 아이오와주에선 4위, 뉴햄프셔주에선 5위로 떨어졌다. 그는 델라웨어주 6선 상원의원 출신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선 부통령을 지내는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이를 기반으로 본선 경쟁력을 갖췄다고 주장하지만 현재까진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적지 않은 나이(78세)와 함께 구시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은 1988년과 2008년에도 대선 경선에 도전한 적이 있다. 워싱턴 정가에선 이번 대권 도전이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의 공동선대위원장인 세드릭 리치먼드 하원의원은 “바이든이 빌 클린턴 모델을 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1992년 민주당 경선에서 초반 열세를 만회하고 역전에 성공한 사례를 빗댄 것이다. 당시 빌 클린턴은 초반 11개 주 경선 중 조지아주에서만 승리한 뒤 슈퍼 화요일에 대승을 거둬 승기를 잡았다. 외신들은 “바이든의 득표가 아직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그는 인지도가 높은, 공인된 대권주자”라며 “당장은 민주당 내에서 신선감이 있는 부티지지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경선이 진행됨에 따라 바이든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설 인물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그 고비는 슈퍼 화요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아직 경선 무대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민주당 중도파의 대표 선수가 될 가능성 때문이다. 당내에선 현재 부티지지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아직 트럼프와 맞설 수 있는 본선용 후보로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있다. 특히 본선용으로 기대됐던 바이든이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블룸버그의 역할론은 점점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민주당 지도부 중 아웃사이더인 샌더스와 아직 정치 신인인 부티지지로는 트럼프를 이기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블룸버그가 결국 구원투수로 나서 트럼프와 맞서는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2월까지 경선 과정을 지켜본 뒤 3월 슈퍼 화요일에 본격적으로 경선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한편 지난 2월 3일 실시된 첫 경선인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는 미국 대선 역사상 대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투표 결과를 제때 발표하지 못해 큰 혼란을 겪었다. 결국 대선주자들이 제각기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거금을 들인 이벤트로 민주당 후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장이 돼야 할 코커스가 오히려 자중지란을 보여주는 무대가 됐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트로이 프라이스 아이오와 민주당 의장이 사임했다.

[뉴욕타임스]는 “개표 참사가 벌이진 주된 원인은 투표 결과 집계를 위한 스마트폰 앱의 이상 때문”이라고 전했다. 코커스는 1차 투표에서 득표율 15% 미만 후보를 찍은 당원은 2차 투표에 참여해 다른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따라서 1·2차 투표 유권자 수가 일치해야 하는데 70여 곳의 선거구에서 2차 투표자 수가 더 많이 나왔다. 2차 투표 결과가 최종 집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경우도 10건이 넘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선두 경쟁을 벌인 부티지지와 샌더스는 서로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는 상황까지 연출했다. 결국 톰 페레즈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의 요구로 투표 과정과 집계 결과에 대한 재확인이 실시됐다. 이런 가운데 부티지지는 득표율 26.2%로 샌더스(26.1%)를 간발의 차로 앞섰다. 3위는 워런(18.1%)이었고, 바이든(15.8%)은 4위로 처졌다.

탄핵 위기 넘긴 트럼프, 공화당 지지층 결집


▎사진:연합뉴스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한 탄핵 위기를 모면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고 있다.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트럼프의 득표율은 97.6%였다.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도 85.7%의 지지를 받아 2위인 빌 웰드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9.1%)를 크게 따돌렸다. 자신감을 얻은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경선 후보들을 조롱하면서 여유를 보이기까지 했다. 그는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 민주당 개표 상황을 지켜보면서 트위터를 통해 “부티지지가 크레이지(crazy) 버니와 접전을 벌이고 있네. 재미있군” “부티지지가 대선 오늘 밤 꽤 잘하고 있네” “엘리자베스 워런은 가끔 포카혼타스라고 불리는데 정말 나쁜 밤을 보내고 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백악관 기자들에게는 1위를 차지한 샌더스에 대해 “버니가 매우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그의 메시지를 좋아한다”고 덕담을 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들은 “일각에선 샌더스의 본선 경쟁력이 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가 상대를 얕잡아 보고 한 말”이라고 풀이했다.

외신들은 이 같은 트럼프의 행보가 철저한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유권자들을 상대로 자신의 치적에 대한 홍보를 극대화하면서 경쟁자들을 비하시켜 자신에겐 적수가 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2월 4일 의회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 증시 활황, 중국과의 무역 합의 등 자신의 경제적 치적을 집중적으로 내세운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정국을 대선 캠페인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탄핵안이 상원에서 부결된 다음 날인 지난 2월 6일엔 “그동안 우리는 지옥을 겪었다.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민주당이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탄핵 정국으로 공화당 지지층이 더욱 결집하게 됐다. 탄핵 역풍으로 향후 대선 레이스에서 민주당의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다. 크게 두 단계로 나눠진다. 공화·민주 양당이 대선 후보를 뽑은 다음, 각 당의 후보가 경쟁해 최종 승자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언뜻 보면 다른 나라의 대선과 유사하지만 각 프로세스는 미국인들도 쉽게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독특하다. 일단 직선제가 아닌 간선제다. 국민이 직접 뽑는 대신 주별로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이 간접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한다. 미국 대선 제도를 일문일답으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코커스와 프라이머리는 어떻게 다른가.

“둘 다 당내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이다. 우선, 코커스는 정당의 당원대회다. 당원들이 모여 지지하는 후보들을 놓고 서로 토론을 한 뒤 각자 지지 후보를 결정해 투표를 한다. 18세 이상의 당원들만 참가할 수 있다. 지지 후보를 결정할 때는 손을 들거나 지지 후보 이름이 적힌 푯말 앞에 줄을 선다. 따라서 누구를 지지하는지가 자연스레 공개된다. 당원들만 참여하기 때문에 당의 성향에 충실하고 탄탄한 조직을 갖고 있는 후보가 유리하다.

프라이머리는 당원뿐 아니라 일반 유권자도 참여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투표소에서 비밀투표 형식으로 지지 후보를 찍는다. 정당 대신 주 정부의 선거관리기구가 행사를 맡는다. 코커스와 달리 일반인 참가가 가능해 민심을 더 잘 반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프라이머리를 도입하는 주가 늘고 있다. 전체 50개 주 중 아이오와주, 네바다주, 노스다코타주, 와이오밍주를 제외한 46개 주가 프라이머리를 채택하고 있다.”

코커스는 당원만, 프라이머리는 일반 유권자도 참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10일 뉴햄프셔주 경선을 앞두고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이어가고 있다. / 사진:UPI=연합뉴스
당내 경선에서 대선 후보를 뽑는 대의원은 어떻게 선정하나.

“공화·민주 양당 모두 기본적으로 주별 경선에서 각 후보가 얻는 지지율에 따라 대의원을 후보들에게 배분한다. 민주당의 경우 경선에서 15% 이상의 지지율을 얻지 못한 후보의 지지자들은 2차 투표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15% 이상을 얻은 다른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이후 최종 지지율을 근거로 각 후보별로 대의원을 배분하게 된다. 공화당의 경우 주별로 최저 지지율 기준이 다르다. 어떤 주는 최저 지지율 기준이 없다. 대의원 배분도 1위 후보가 독식하기도 하고, 지지율에 따라 나누기도 한다.”

본선에서 대통령 선거인단은 어떻게 구성되나.

“총 선거인단은 538명이다. 이 중 과반인 270명 이상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4년마다 11월 첫째 월요일 다음 날인 화요일에 일반 유권자들이 대통령 선거인단을 뽑는다. 이번 대선의 경우 11월 3일이다. 이들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투표는 실제 12월 14일 열린다. 따라서 대통령이 선출되는 날은 12월 14일이지만 선거인단에 지원한 사람들이 이미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를 미리 공개하기에 이들에 대한 선출이 확정되면 누가 대통령이 될지도 확정된다. 따라서 선거인단 선출일이 미국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뽑히는 날이 된다. 미국이 이처럼 선거인단을 통한 간선제를 채택한 것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과거 미국은 남북전쟁을 벌일 만큼 현재보다 각 지역별 특성이 매우 강했다. 따라서 연방정부로 대표되는 국가적 통일성보다는 지역별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했다. 주별로 선거인단을 뽑아 이들이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하면 지역의 민심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기에 이 같은 간선제를 선택했다.”

본선에서 유권자 지지를 더 많이 받고도 패배할 수 있는데.

“주별로 대통령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데 있어 승자독식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텍사스주의 선거인단은 38명인데 유권자의 지지율에 따라 후보들이 선거인단을 나눠 갖는 것이 아니라 한 표라도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선거인단 38표를 모두 차지하게 된다. 선거인단은 인구수에 따라 주별로 규모를 달리하는데, 캘리포니아주처럼 선거인단이 58명인 주에서 승리하게 되면 58표를 모두 차지하게 된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전체 6252만여 표를 얻어 도널드 트럼프 후보보다 132만여 표가 많았지만 선거에선 졌다. 그 이유는 백중세를 보였던 플로리다주(선거인단 29명), 펜실베이니아주(20명) 등 경합주에서 클린턴이 패배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트럼프는 과반 270명을 훨씬 넘는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따라서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하기 위해선 지지가 확실한 주보다는 경합주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 최익재 중앙SUNDAY 기자 ijchoi@joongang.co.kr

202003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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