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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토로] ‘대구·경북 특별자치도’ 깃발 내건 이철우 경북지사의 절규 

TK서 매년 고령군 인구 소멸… 행정혁명으로 판 바꾼다 

■ 경북 23개 시·군 중 19개 소멸 위험, 대구도 2만 명(2019년) 줄어
■ 대구~포항 30분 안에 연결… ‘메가시티 대구’로 국제 경쟁력 갖춰야
■ 정부 모델 ‘광역연합제’로는 지자체 간 갈등 관리 어려워
■ 2022년 6월 통합 도지사 선출, 7월 특별자치도 출범 목표


▎이철우 경북지사는 2월 5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해외 강소국들과 협력·경쟁하는 데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8년 10월 2일, 이철우 경북지사는 일일 대구시장 직을 수행하고자 대구시청을 찾을 적이 있다. 그해 8월 권영진 대구시장과 분기별 1회 교환 근무를 약속한 뒤 처음으로 실천하는 날이었다. 이 지사는 근무에 앞서 시청 방명록에 의미심장한 글을 남긴다. ‘대구·경북한 나라처럼’. 당시 수행한 경북도청의 한 관계자는 “그때만 해도 의례적인 말이라고 흘려 넘겼다”고 돌이켰다.

1년여가 지난 지난해 12월 26일, 이철우 지사는 ‘한 나라 같은 대구·경북’의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다. 이날 경북도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도정 성과 보고회에서 이철우 지사는 “대구·경북이 합쳐서 새로운 길로 가야 한다”고 행정통합 의제를 던진 것이다. 아울러 “장단점과 손실을 따져 내년 상반기 중에는 결론을 내야 한다”고 구체적 시한까지 못 박기도 했다.

대구·경북 통합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제협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의 통합, 즉 경제통합 논의에 머물렀다. 간혹 지역에서 행정통합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격론 끝에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선에서 절충했다. 경북지사와 대구시장이 공동위원장 참여하는 ‘한뿌리상생위원회’ 같은 기구가 그 산물이다. 2000년대 초 전남·광주 등 타 지역에서도 행정통합 논의가 일었지만 지자체 간 갈등과 논란을 남긴 채 유야무야되곤 했다.

12월 16일 이 지사가 주관한 보고회에선 지역 현안이 여럿 언급됐다. 지역 숙원사업이었던 ‘신라왕경특별법’ ‘포항지진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5000억원 규모의 LG화학 부품공장 구미 유치도 성공했다. 예산도 2018년 대비 21% 늘어나 진보성향 정부 하에서의 ‘대구·경북 패싱’ 우려도 씻어냈다. 이런 업적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언론을 장식한 주제는 단 하나 ‘대구·경북 행정통합’으로 압축됐다.

지역민들에게는 그만큼 행정통합이 절실한 과제라는 의미다. 실제로 이철우 지사는 보고회에서 “농촌이 소멸되지 않도록 아무리 노력해도 자연 감소 등으로 경북 인구가 줄고 있고, 이는 대구도 마찬가지”라고 절박한 심경을 피력했다.

“지난 한 해 동안만 대구·경북에서 고령군(3만2373명) 하나보다 많은 인구가 빠져나갔다. 경북은 23개 시·군 가운데 19개가 소멸 위험에 놓여 있다. 대구도 인구가 줄기는 마찬가지다. 2만3700여 명이 줄었다.”

이런 인구 감소 추세는 저출산·고령화보다 수도권 이주가 더 치명적인 사유로 등장해있다.

“경북에서 대구로 이사 간 사람이 3만8000명이고, 반대로 대구에서 경북으로 온 사람이 1만1000명이다. 그러면 대구에 2만7000명이 더해졌어야 한다. 그런데도 대구 인구가 2만4000명 가까이 줄었다는 건, 결국 상당수가 수도권 등 외지로 빠져나갔다는 이야기가 된다.”

매달 1만㎞ 달렸지만… 인구 감소 못 막아


이철우 지사의 말에서 일말의 절망감마저 묻어나는 듯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2시가 넘어서야 귀가하는 날이 허다했다. 나라예산 따오는 일은 그렇게 몸으로 일하면 되더라. 지난해 나라 전체 예산이 9.2% 오를 때 경북은 21.1% 올랐다. 그런데도 인구는 계속 줄었다. 도지사가 어떻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와락 들었다.”

상황이 절박하면 길이 열린다. 어느 노(老) 학자는 “막다른 골목에 서면 시공이 압축되고 모든 질료가 섬광처럼 분해된다”고 했다. 벼랑 끝에 서면 고정관념은 무너지고 안 보이던 길이 보인다는 말이다. 이철우 지사도 더 이상은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한 심경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2월 5일 오후 경북 안동시 풍천면에 자리한 경북도청 집무실에서 월간중앙과 만난 이 지사는 “취임 이후 1년 반 동안 공무용 차량으로 매달 1만㎞를 달렸다”며 남한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광역자치단체 경북도의 야심적 프로젝트에 대해 운을 떼었다.

1981년 대구가 직할시로 승격하면서 경북에서 떨어져나갔다. 40년 만에 다시 통합하자는 논의가 본궤도에 오른다. 일종의 ‘정반합’ 과정일까? 분리의 1981년과 통합의 2020년 시대 상황이 어떻게 다른가?

“1981년 당시엔 사람들이 직할시 승격을 분리라고 보지 않았다. 경북의 대표도시가 제대로 인정을 받은 거라고 여겼다. 그리고 당시 대구는 대한민국 3대 도시라는 자부심도 강했다. 지난 40년 간 수도권 비대화로 인해 지방은 계속 오그라든다.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50%, 100대 기업의 90%, 좋은 일자리의 80%가 몰려 있다. 달라진 환경에는 새로운 해법이 요구된다. 이제 다시 대구와 경북이 만나야하는 것이다.”

행정통합에 대한 공감대는 흐르고 있나?

“지금처럼 각자도생으로 가서는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저 바닥에서부터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 합치면 강소국과 경쟁 가능”


경제 통합도 있고 행정 연합도 있다. 꼭 대구·경북 행정통합이어야할 이유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광역경제권의 핵인 대구가 경북도에서 빠지니까 먼저 자원 낭비부터 심각하다. 문화회관을 하나 지으려고 해도 경북에 하나, 대구에 하나 따로따로 만든다. 전철도 그랬다. 대구 수성구 바로 옆에 영남대가 있다. 그런데 영남대의 행정 주소는 경북 경산시다. 그러다 보니 2005년 대구지하철 2호선을 개통할 때 대구시 경계인 사월역까지만 뚫었다. 2012년 영남대역 구간을 추가할 때까지 7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반대로 대구는 생산기반이 약하다. 이 문제를 대구시역 내에서 해결하려니 자꾸 비싼 땅 위에 공단을 세우더라. 자연 임대료가 비싸니까 기업 유치가 잘 안 된다. 행정을 통합해서 관리감독 체계를 일원화하면 굳이 대구에 공장을 지을 필요가 없다. 30분 거리에 있는 경북 성주시에 지으면 반값에 부지를 구할 수 있다. 이처럼 생산 기반이 탄탄한 경북과 문화교육 기반이 견고한 대구가 따로 가다보니 양쪽이 다 손해를 본다. 그 사이에 사람들은 하나둘 지역을 떠나고 있다.”

실제로 대구·경북의 산업 연계성은 갈수록 멀어지는 상황이다. 2016년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2005년과 2013년을 비교해 볼 때 대구의 지식집약사업 서비스 부문이 대구·경북권 제조업과 괴리돼 지역제조업 고도화에 기여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언제부터 대구와 경북은 한뿌리였나?

“앞서도 나왔지만 대구·경북이 나눠진 지는 4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우리는 수백 년을 한 울타리에서 살았다. 고종 33년(1896) 13도제를 시행하면서 경상북도로 함께한 지는 85년, 고려 충숙왕 원년(1314) 8도제를 시행하면서 경상도로 함께한 지는 667년이다. 그만큼 역사·문화적으로 뿌리 깊은 동질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출생지 기준으로 봐도 여전히 대구시민 83%가 대구·경북 출신(대구 54%, 경북 29%)이다.”

행정통합의 필요성을 언제부터 절감했나?

“2005년 12월부터 3년여간 경상북도 정무부지사로 근무했다. 이때 투자를 유치하고자 세계 각지를 나가보니 ‘결국 도시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란 걸 체감하게 되더라. 그래서 국회의원(경북 김천, 18·19·20대) 시절엔 기초단체 중심의 통합을 주장했다. 경북에 2개의 100만 도시(구미·김천·상주, 포항·경주·영천)를 만들어 광역 교통망으로 연결하면 경쟁력을 배가할 수 있다고 봤다. 잘 되진 않았지만 경북의 미래는 그런 통합에 있다고 하겠다.”

행정통합은 어떤 변화를 안겨줄까?

“말하자면 규모의 경제다. 대구·경북이 뭉치면 공항과 항만을 갖춘 도시로 재탄생한다. 또 인구 510만 명에 지역내총생산(GRDP) 165조원에 달하는 경제권이 이뤄진다. 경기(1324만 명, 473조원)와 서울(973만 명, 422조원) 다음으로 큰 규모다. 이 정도 규모면 도시에 자족 기능을 갖추면서 세계무대에서 직접 경쟁할 체급이 갖춘다. 노르웨이(542만 명)나 핀란드(554만 명), 뉴질랜드(482만 명) 같은 소형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500만 명을 기준점으로 잡고 있는 듯하다.

“지역경제권이 자족하면서 국제적 경쟁력을 함께 갖추려면 ‘임계 규모’를 넘어서야 한다. 개방경제 사회에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만한 내부 소비시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임계점을 500만 명으로 보고 있다.”

‘500만 광역경제권’ 개념은 일본의 유명 경영컨설턴트이자 경제평론가인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가 경험 연구를 바탕으로 처음 내놓은 아이디어다. 김원배 전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이런 주장에 대해 “500만 명이 절대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집적 이익과 규모 경제를 고려했을 때 부정할 만한 근거는 없다”고 평가했다.

2011년 책 [도시의 승리]를 쓴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하버드 경제학)는 도시인구와 생산성 간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책에서 “도시 인구의 비중이 10% 늘어날 때마다 그 나라의 1인당 생산성은 30% 올라간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경제통합 14년, 다음 단계 밟을 때”


▎이철우 경북지사는 “안동은 경북 북부의 중핵도시”라며 “행정통합을 한다고 해서 도청을 다시 옮길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실제로 광역 행정통합을 하는 곳이 있나?

“프랑스가 2016년 22개 레지옹(Région)을 13개로 줄였다. 한국으로 치면 광역시·도를 대거 통합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레지옹당 평균 인구수를 300만 명에서 500만 명으로 높였다. 일본 오사카는 우리 상황과 더 닮았다. 오사카시·부를 하나의 오사카부로 통합해 도쿄도와 함께 일본의 양극 체제로 가자는 움직임이 있다. 찬반이 팽팽(0.8% 차이)한 상황인데, 올해 말 주민투표로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오사카와 비교할 때 대구·경북 주민들의 여론은 호의적인 편이다. 지난 1월 2일 [영남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0.9%에 달했다. 반대는 24.3%에 그쳤다. 여론조사 업체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6일부터 2일간 대구·경북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101명에게 설문한 결과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0%포인트, 응답률은 3.9%).

여론이 호응하는 분위기다.

“대구·경북 통합 노력은 상당 기간 진행형이었다. 2001년 대구·경북통합준비위원회 발족을 시작으로 2006년에는 대구·경북경제통합포럼이 출범했다. 2009년에는 상설기구인 광역경제발전위원회를 만들어 시너지 효과가 큰 사업을 함께 추진해왔다. 2008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이듬해엔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2015년 개최한 제7차 세계 물포럼은 대구·경북이 물 산업을 중심으로 도약하는 발판으로 기능했다. 이런 협력의 수준을 행정통합으로 한 단계 끌어올리자는 데 많은 주민이 공감한 것으로 생각한다.”

행정통합이 되면 달라지는 것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금은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를 따로 뽑지만 통합되면 대구·경북특별자치도(가칭)의 수장 한 사람만 뽑으면 된다. 지휘 라인을 하나로 만드는 거다. 인구 250만 명 대구시는 특례시로 전환하게 된다. 자치구는 자치 행정을 그대로 하면 된다. 시·도의회도 그대로 간다. 회의만 같이 할 뿐이다. 회의장소도 돌아가면서 할 수 있다.”

도청 위치가 다시 논란이 될 수도 있겠다.

“미국도 행정수도와 경제 중심지가 다르다. 주별로 봐도 그렇다. 50개 주 가운데 35개 주가 청사 소재지와 대표 도시가 다르다. 소재지 인구가 20만 명 이하인 곳을 기준으로 해도 33개 주에 이른다. 우리도 안동·예천에 도청이 있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대구와 경북 남부는 메가시티로 가고, 경북 북부는 안동을 중심으로 행정과 자연생태문화 중심으로 가게 된다.”

인터뷰 도중 이철우 지사는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대구가 내륙도시입니까, 해안도시입니까?”

현재 행정구역상으로 대구는 당연히 내륙도시다. 남과 북으로는 해발고도 300m 이상의 산지로 둘러싸이고, 동과 서로는 150m 안팎의 구릉지로 둘러싸여 있다. 그러나 이철우 지사의 자답(自答)은 달랐다.

“대구는 해안도시다. 시속 200㎞로 달리는 직통선을 놓으면 포항까지 30분도 안 걸린다. 내륙도시는 모스크바처럼 해안까지 가는 데 기차 타고 7박 8일씩 걸릴 때나 붙이는 말이다. 교통으로 촘촘하게 연결하면 대구와 포항이 하나의 해안도시가 될 수 있다. 30분마다 대구~포항을 오가는 시내버스나 전철이 있으면 해산물 찾아서 많은 이들이 바다로 갈 거다. 거꾸로 포항에서 퇴근하고 대구오페라하우스로 놀러 오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기존 대구시에서 50㎞ 이내는 모두 대구가 된다. ‘메가시티 대구’가 되는 것이다.”

두 가지 변화를 ‘집중과 연결’로 요약할 수 있을까?

“그렇다. 동해안권인 포항 외에도 북부권(안동·예천)과 남부권(대구·경산·영천), 서부권(구미·김천)까지 4개 권역별로 중핵도시를 선정해 맞춤형 발전계획을 수립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북부는 ‘백두대간 네이처 생명산업’, 동해안은 ‘메가 사이언스 밸리’, 남부권은 ‘금호강 지식산업벨트’, 그리고 서부권은 ‘낙동강 ICT 융합산업벨트’로 구상하고 있다.”

“지방소멸에는 진영 논리 안 통해”


통합 대구·경북의 미래를 그려본다면.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이 ‘나 용인에 삽니다, 분당에 삽니다’ 이렇게 지역을 말하지 않더라. 그냥 서울, 수도권에 산다고 통칭한다. 생활권이 서울이라서 그런 거다. 수도권에 왜 사람이 모이나. 수도권 어디에 살아도 ‘나는 서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서울에 편히 갈 수 있어서 그렇다. 그런 도시를 만들어야 발전한다.”

현 정부도 광역자치단체 간 협력을 장려하고 있다. 다만 행정통합이 아니라 자치단체끼리 별도의 법인체(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립하도록 하는 안을 내놨다. 정부가 이런 제안을 할 가능성은 없을까?

“우선 아직까지 구체적인 법령이 나오지 않았다. 지방자치법 2조 3항에 ‘지방자치단체 외에 특정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립할 수 있다’고 나온다. 그리고 다음 항에서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설치·운영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한다. 이 대통령령이 아직 나오지 않은 단계이기 때문에 언급하기 어렵다.

다만 행정 경험에 비춰보면 그렇게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존 자치단체 간에 이해가 충돌할 경우엔 갈등을 키우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단적으로 영남권 시·도지사협의회도 공항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했다. 광역연합과 유사한 수도권교통본부(서울·인천·경기)도 사당역 광역버스 정류장에 비가림막을 설치하는 데만 의견이 갈려 5년을 소모했다. 결국 독립된 자치단체 간의 광역연합제는 효용에 한계가 있다.”

통합이 성공하면 조선시대 때부터 이어져 온 행정체계를 대전환하게 된다. 대구·경북을 넘어 중앙정부 의제, 전국 지자체 의제가 될 수도 있겠다.

“이런 행정통합을 중앙정부가 주도하면 반발하는 지역이 나온다. 원하는 데부터 시작하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완전히 처음 가보는 길도 아니다. 2006년 참여정부에서 먼저 구상을 던지고 주민투표를 거친 끝에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했다. 그리고 현 정부는 참여정부 균형발전 정책을 이어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방분권을 하려면 현재 17개 시·도 체제로는 안 된다. 통합해서 자치역량을 키우는 게 우선이다. 우리가 먼저 광역 행정통합을 해보겠다고 나섰을 때 중앙정부에서 반대하진 않을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먼저 제안”


▎이철우 경북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왼쪽)이 1월 22일 대구시청 접견실에서 만나 통합신공항 이전지 결과에 관해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사진:뉴시스
중앙정부의 반응은 어떻든가?

“이낙연 전 총리가 지난 12월 31일에 경북 문경시를 방문했다. 그때 대구·경북 행정통합 이야기를 했더니 ‘이야, 그게 되면 굉장히 획기적이겠다’고 말하더라. 전남지사로서 도정(道政)을 경험해보신 분 아닌가. 김경수 경남지사도 먼저 연락해서 ‘부산·울산·경남도 대구·경북이랑 만나자’고 제안했다. 지방이 수도권 집중에서 벗어나 어떻게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할 일이다.”

행정통합은 지자체 수장의 의지도 중요하다. 권영진 대구시장과는 교감을 하고 있나?

“권영진 시장이 먼저 광역 행정통합을 제안했다. 내가 도지사 되니까 ‘형 이렇게 가서는 안 됩니다’ 하고 연락이 오더라. 통합에서 중요한 관건이 단체장의 기득권 포기인데, 권영진 시장이 먼저 손을 내민 셈이다. 시장과 도지사로 만나기 전에는 18대 국회의원으로 함께 의정활동을 하기도 했다. 서로 잔 계산 하지 않아 믿음이 있다.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등 지역현안이 있을 때 같이 대응해서 성과도 냈다.”

이철우 지사와 권영진 시장은 2018년 8월 ‘시장·도지사 분기별 1회 교환 근무’에 합의했다. 지난해 11월까지 다섯 차례 집무실을 바꿔 일했다. 또 대구·경북 간 경제 협력기구인 ‘한뿌리상생위원회’ 공동위원장의 급을 부지사·부시장에서 도지사·시장으로 높이기도 했다.

경북도와 대구시의 협업 로드맵을 설명한다면.

“현재 대구경북연구원에서 연구단(16명)을 꾸려 통합 기본 계획을 작성하고 있다. 3월 중에 나올 최종 보고서에 기본방향과 사례, 특례 분석, 기대효과와 특별법안까지 담을 예정이다. 보고서가 나오면 시·도 의회에서 주민 의견을 수렴해 2021년 4월까지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싶다. 그러면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 통합 도지사를 선출하고, 2022년 7월 대구·경북특별자치도(가칭) 출범식을 치를 수 있을 것이다.”

“하늘길 안 열리면 통합 무용지물”


▎집무실을 찾는 방문객에게 직접 우려낸 전통차를 대접하며 환담을 나누는 이철우 경북지사.
경북지사 후보 시절 2022년까지 국내 관광객 2000만 명,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경북 방문 비율 10%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복안이 있나?

“올 한 해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 사업이 진행된다. 이런 계기를 발판으로 올해를 대구와 함께 관광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는 해로 만들려고 한다. 패션·뮤지컬·오페라의 대구 도시문화와 경북의 전통역사문화자원과 아름다운 자연생태를 연계해 매력적인 관광 상품을 선보일 것이다. 특히 경북은 국내 소재 세계문화유산 14점 가운데 5점을 보유하는 등 문화관광 잠재력이 큰 지역이다. 이를 경쟁력으로 살리기 위해 지난 한 해 동안 식당 등의 수용태세를 개선하고 체험 콘텐트를 개발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표한 2018년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중 대구·경북을 방문한 외국인은 채 6%에 못 미쳤다. 대구는 3.1%, 경북은 2.8%가 고작이다. 반면 여행한 외국인 관광객의 만족도는 높았다. 경북은 94.6%, 대구는 93.2%의 여행 만족도를 보여 전국 평균(93.1%)보다 다소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철우 지사는 “국제선이 오가는 통합신공항이 대구·경북 경제권에 절실한 이유”라며 “하늘길과 바닷길이 열리지 않으면 행정통합은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신공항 부지를 놓고 경북 군위와 의성 두 곳을 저울질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최종 부지가 확정되면 2022년 공사를 시작해 2026년 완공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행정통합은 도시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하지만 농촌의 현실을 빼놓고 경북의 미래를 논하기 어렵다. 경북은 ‘농도(農道)’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경작지 면적과 농업인 수에서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농촌 위주인 시·군 다수가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될 만큼 시름도 깊다. 컬링·마늘로 뜬 경북 의성은 2018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2만567명으로 전체 군 인구의 38.7%를 차지했다. 고령화 지수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의 하나다.

농촌은 농촌대로의 생존·발전 전략이 필요할 텐데.

“도시청년을 어떻게 농촌으로 유입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경북 의성군에서 이웃사촌 청년시범마을 사업을 시작했다. 안계면 일원에 일자리·주거·복지 체계를 모두 갖춘 새로운 형태의 마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2월 출산통합지원센터 개소를 시작으로 3월 팜(farm) 문화 빌리지 착공, 청년예술캠프 운영 등으로 청년과 아이들을 위한 보육 보건·문화예술 시설을 갖춰나가고 있다.

이 밖에 청년 196명에게 1인당 연 3000만원씩 지원하는 도시청년시골파견제, 서울과 경북이 100만원씩 매칭해 서울 청년 70명을 지역에서 고용하는 도시청년지역상생 고용사업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면서 농촌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 충격을 완화할 방도로는 어떤 게 있나?

“농업을 시장경제에만 맡기려는 건은 위험한 발상이다. 국가안보 차원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개도국 특혜를 없애는 대신 선진국 수준의 공익형 직불금 예산 편성을 중앙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도시에선 직불금을 마치 밑 빠진 독처럼 여기지만, 세계적으로 비교하면 그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농업예산 대비 직불사업 예산은 미국(26%)·일본(31%)의 절반 수준(16.8%)에 그치는 것이 한국 농정의 현실이다.”

“일자리 나누기보다 키우기에 방점”


▎경북도청 앞에 설치된 공룡 조형물. 이철우 지사는 “변하지 않으면 공룡처럼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며 혁신을 강조한다.
경북도 차원의 대비책도 필요하지 않나?

“농외소득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 2018년 기준 경북의 농업소득은 1위를 기록했지만, 농외소득은 9위에 불과했다. 6차 산업화(가공·판매)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농촌 체험 관광도 활성화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당장 피해가 예상되는 농가에 대해선 피해규모가 큰 품목별 대책과 공익형 직불제 등 소득안정 장치를 마련하려고 한다.”

올해 첫발을 떼는 구미형 일자리도 눈에 띈다.

“올해부터 2024년까지 LG화학이 5000억원을 투자해 구미에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2차 전지 부품 공장을 짓는다. 직·간접 고용 인원이 1000여 명에 달하는 시설이다. 경북도에선 공장부지 6만여㎡를 장기 무상임대해주고 수백억원 규모의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다. 직원 주거와 복지는 물론, 노사상생 협력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공들여 성사시킨 만큼, 구미시와 함께 계획대로 연내 착공되도록 하겠다.”

구미형 일자리를 시작으로 포항형·경주형 등 경북형 일자리 모델도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광주형 일자리가 파이를 나누는 것이라면, 경북형 일자리는 기업투자 촉진을 통해 파이를 키우는 것에 견줄 수 있다. 앞서 구미형 일자리가 바로 경북형 일자리의 시작이다. 포항형 일자리는 지난해 7월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지정을 계기로 추진하는 이차전지 전후방산업 협력 모델이고, 경주형 일자리는 전기상용차 완성차 생산을 위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소기업 간 투자협력 형태의 상생협력 모델이다. 앞으로 다양한 지원방안과 관련 법적근거를 마련해 투자유치와 지역 중소기업이 경북에서 성공의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 대담 박성현 월간중앙 편집장 / 정리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202003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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