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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분석] 검찰 공소장에 나타난 ‘2018년 울산-청와대 커넥션’ 

‘송철호 울산시장 만들기’는 국가 권력의 합작품이었나 

청와대 핵심 참모 등 13명 기소… 공소장에 대통령 39번 언급
야당 후보 표적 수사, 당내 경선 포기 거래, 공적 자료 무단 유출 의혹

검찰이 칼끝을 ‘살아 있는 권력’의 정점을 직접 겨눴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을 통해서다. 공소장 첫머리에 대통령과 청와대 권력의 정치 중립 의무를 강조한 것은 검찰이 심중에 두고 있는 수사의 종착점, 사건의 본질을 직접 암시한다.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청와대와 울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서 맞붙었던 송철호 시장(왼쪽)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
언론을 통해 공개된 2018년 울산시장 선거 관련 청와대 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은 충격적이다. 그 내용에 따르면 대통령의 오랜 친구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청와대와 경찰, 국가 권력이 나서 공작을 펼친 의혹이 무성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시절에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만든 공소장 공개 제도를 ‘잘못된 관행’이라며 공개 거부한 것은 내용의 진실 여부를 떠나 그 파장을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A4 용지 70여 쪽 분량의 공소장 첫머리는 ‘선거에 있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환기한다. ‘국가기관이나 공무원이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의 편에서 선거에 유리하거나 불리하도록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면서 ‘특히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에게는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욱 특별히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울산 사건에서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의 개입을 의심하는 검찰의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낸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송철호 울산시장의 인연은 3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반평생을 호형호제해온 벗이다. 송 시장은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 낙선한 이래 2016년 20대 총선까지 7번의 국회의원 선거와 한 번의 울산시장 선거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문 대통령은 송 시장의 당선을 ‘평생소원’이라고 할 정도로 애정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문재인의 오랜 벗, ‘송철호 당선 작전’


▎2018년 울산시장 선거 당시 송철호 캠프에서 선거 전략 기획과 공약 개발을 맡았던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 검찰은 송 전 부시장을 청와대 선거 개입의 키맨으로 지목했다. / 사진:연합뉴스
검찰의 공소장은 문 대통령이 설령 직접 개입하진 않았다 해도, 두 사람의 오랜 인연을 잘 아는 청와대 참모진이 송 시장의 당선을 도왔을 것이란 의심을 깔고 있다.

검찰이 두고 있는 혐의는 크게 세 줄기로 나뉜다.

우선 청와대 등 여권이 유력 야당 후보였던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과 주변 인물들의 비리 수사로 여론을 돌리려 했다는 것이다. ‘토착 적폐’ 프레임 속에서 선거가 치러지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개입된 걸로 지목된 인물은 울산경찰청장으로 부임한 황운하 치안감과 백원우 민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다.

둘째 줄기는 송 시장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확정되도록 당내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최고위원에게 경선 포기의 대가로 공직을 거래하려 했다는 혐의다. 검찰은 청와대가 임 전 최고위원에게 경선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오사카 총영사나 주요 공공기관장 등의 자리를 제안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과정에 임종석 전 비서실장, 한병도 전 정무수석이 재임 시 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셋째 줄기는 송 시장 선거캠프의 공약 개발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혐의다. 김 전 시장의 핵심 사업인 산재 모(母) 병원 사업을 좌초시키고, 송 시장의 공약 개발을 위해 청와대와 울산시 내부 자료를 활용했다는 게 핵심이다. 장환석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비롯해 청와대 참모들이 가담했다고 나와 있다.

세 가지 혐의를 관통하는 키맨은 송병기 전 부시장이다. 울산시 건설교통국장(3급)이었던 그는 송 시장이 당선한 뒤 1급인 경제부시장으로 발탁됐다. 송 시장 캠프에서 공약 개발과 선거운동 전략 수립을 맡았다. 검찰에 기소된 상태에서 총선(울산 남구갑) 출마를 선언해 당내 경선을 앞두고 있다.

김기현 비리 의혹에 민정, 경찰 동원 정황


공소장에 기재된 최초의 공모는 2017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소장에 따르면 송철호 시장의 공식 선거 캠프가 꾸려지기 전, 선거를 준비할 참모들이 모임을 결성했다. 울산 남구 신정동에 있는 공업탑 부근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열고 ‘공업탑 기획위원회’라고 이름 붙였다.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비롯해 당내·외 인사 5명이 참여했다.

선거에서 맞서야 할 상대는 김기현 시장. 김 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선거 전략의 뼈대는 송철호 후보의 전략공천 추진, 문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힘 있는 후보’, 김기현 당시 시장을 적폐로 규정 등이다.

검찰이 파악한 바로는 첫째 플랜은 김 시장에 대한 네거티브 실행이었다. 울산시 내부 사정에 밝은 송 전 부시장이 김 시장 관련 비위 정보 수집을 맡았다. 김 시장이 아파트 건설 사업에 특정 레미콘 업체가 납품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시장 비서실장과 김 시장 측근의 인사 청탁 비리 의혹, 김 시장의 형제들에 대한 고소사건 등의 정보를 수집해 정리했다.

때마침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공소장은 2017년 8월에 부임한 황 청장이 취임하자마자 지역 유지와 공무원 등 토착 비리 정보를 수집하라고 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9월 20일 공업탑 기획위원회 사무실 근처에서 황 청장과 만난 송 후보는 김 시장 관련 수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송 전 부시장은 친분이 있던 민정비서관실 소속 파견 공무원 문모씨에게 자신이 수집해 정리한 김 시장 관련 비위 정보를 건넸다. 민정수석실에서 경찰에 수사를 독려하면 효과가 크리라는 계산을 염두에 둔 것이다. 송 부시장으로부터 ‘울산시장 비리개요’ 문건을 이메일로 받은 문 씨는 이를 토대로 범죄첩보서를 만들었다.

민정비서관실이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범죄첩보를 수집하거나 범죄첩보서를 작성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었다. 선출직 공무원은 민정수석실의 감찰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범죄첩보서 작성은 문씨의 업무 영역도 아니었다.

그러나 문씨는 송 부시장이 건넨 비리 정보를 일부 고쳐 새롭게 가공했다. ‘비서실장이 OOO과 골프를 쳤다’는 것을 ‘골프접대를 받고 금품을 수수하였다’로, ‘가급적 지역 건설업체를 이용할 것을 권유·요청’은 ‘건설사에 압력을 행사’로, ‘비서실장과 회계과 중심 비리’는 ‘비서실장으로 주도적으로 개입하여 전횡’으로 고쳐졌다. 불리한 사실을 삭제하고, 확인되지 않은 풍문을 단정적으로 기정사실화해 신빙성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문씨는 자신이 작성한 문서를 직속 상관인 이광철 선임행정관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에게 차례로 보고했다. 백 비서관은 이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건네며 “경찰에서 이미 수사가 진행 중인데 미적거리는 것 같다. 엄정하게 수사 좀 받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검찰 출신인 박 비서관은 이를 수사기관에 하달하는 것이 위법이란 사실을 감지했다. 하지만 재선 의원 출신에 정권 실세인 백 비서관의 요구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반부패비서관실에 파견된 경찰 연락관에게 백 비서관으로부터 받은 것이라며 경찰청에 하달하도록 했다. 연락관은 직접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을 찾아가 이를 전달했고, 경찰청은 2017년 12월 28일경 이를 울산경찰청에 하달했다.

한편 송 후보를 만난 뒤 황 청장은 지능수사대장을 불러 김 시장 관련 비리 의혹을 확인해보라고 지시했다고 공소장은 밝히고 있다. 김 시장의 형과 동생이 건설업자로부터 특혜의 대가로 3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의혹을 파헤쳐보라는 지시였다는 것. 이는 건설업자 김모씨가 수차례 울산시청 공무원들을 고소·고발해 모두 무혐의로 끝난 사안이었다.

청와대가 수사 지시하고 진행 상황 직접 챙겨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주요 인물들. 왼쪽부터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 전 정무수석.
참모들의 수차례 보고에도 불구하고 황 청장은 “수사 의지가 없다”고 질책하며 재조사를 지시했고, 급기야 자신에게 허위 보고를 했다며 기존 수사 관계자들을 일선 경찰서로 보내는 좌천 인사를 단행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이후 새로 구성된 수사팀은 기존 사건과 다른 것으로 내용을 꾸민다.

2018년 1월 5일 사건 담당자 성모 경위는 김모씨에게 고발 내용과 적용 죄명을 알려주고 고발장을 작성해오도록 해 새롭게 수사에 착수했다. 김 시장 선거캠프 관계자를 실명과 가명으로 각각 조사한 뒤 두 사람에게 받은 것처럼 조서를 꾸몄다. 이어서 2018년 2~4월 사이에 네 차례에 걸쳐 체포 및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는 등 선거 전까지 대대적인 수사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사건을 경찰에 내려보낸 청와대는 꾸준히 수사 진행 상황을 직접 챙겼다. 백 비서관은 2018년 2~3월 사이 박 비서관에게 “울산지역 경찰들이 검찰에서 영장을 무리하게 기각해 수사를 진행하는 데 불만이 많다”며 경찰 수사를 도우라는 뜻을 울산지검에 전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나온다.

민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총경)이 직접 울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2018년 1월 11일경 A총경은 울산 경찰 수뇌부를 만나 수사 상황을 확인한 데 이어 2월 초에는 반부패비서관실에 파견된 경찰 연락관이 경찰청 특수수사과 관리반장에게 울산 사건 수사 상황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대목이 그렇다. 울산경찰청이 경찰청을 거쳐 청와대에 올린 수사 상황 보고는 모두 18차례에 달했다. 보고서에는 압수수색영장 집행 예정일 등 수사상 기밀까지 들어 있었다.

경찰 수사 상황은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 등 수사 과정이 연일 선거 국면을 장식했다. 송철호 캠프와 민주당은 논평과 기자회견, 선거운동용 문자메시지를 통해 김 시장을 적폐로 몰아세웠다.

하지만 사건의 결말은 요란했던 과정에 비해 초라했다. 수차례 반복된 검찰의 재수사 지휘와 경찰의 반발 끝에 무혐의로 종결됐다. 하지만 이미 선거에서 김 시장이 패한 뒤였다. 울산지역의 한 언론인은 “당시 수사를 둘러싸고 검경 사이에 갈등이 있었지만, 수사권 조정이나 고래고기 환부사건의 여파로 받아들여졌을 뿐, 청와대가 개입된 공작이란 생각은 누구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확보한 송 전 부시장의 업무 수첩에는 이런 메모가 적혀 있다.

‘중앙당과 BH, B 제거→송 장관 체제로 정리’.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급인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지낸 송 시장은 당선 전까지 ‘장관’으로 불렸다. 민주당과 청와대(BH)가 유력 경쟁자인 B씨, 즉 임동호 전 최고위원을 제거하고 송 시장을 후보로 내세운다는 시나리오로 해석될 수 있다. 수차례 당적을 바꾼 적 있는 송 후보는 당내에서 입지가 탄탄했던 임 전 최고위원에 비해 경선에서 열세였다.

당내 경쟁자를 제거하라


▎2018년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송철호 후보를 단수 공천하자 경쟁자였던 심규명, 임동호(오른쪽) 후보가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17년 10월 24일 송 후보의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임모씨는 울산 남구 문수로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임 전 최고위원의 측근을 만나 경선 포기를 종용했다. 임씨는 “송 장관이 시장이 되면 임 전 최고위원을 챙길 거다”라며 “공기업 사장이나 차관 등 자리를 충분히 챙겨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임 전 최고위원도 공사직 등에 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쳐온 터였다. 그는 2017년 6월 초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민주당 내 86학번 모임에서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에게 “최고위원 끝나면 오사카 총영사 자리로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 실장과 그는 막역한 사이였다. 2011년 울산 중구청장 재선거에 출마했을 때에는 전직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임 전 실장이 그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임동호 전 최고위원은 한병도 전 정무수석에게도 오사카 총영사 외에 10대 공공기관장이나 과학기술부 차관 등 구체적인 자리에 대한 뜻을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임종석 실장과 한병도 수석은 확답을 미루기만 할 뿐이었다. 임 전 최고위원이 당내 경선에 출마할 뜻을 내비치자, 2018년 1월 말쯤 청와대를 방문한 그에게 한 수석은 오사카 총영사 대신 고베 총영사나 공공기관장을 역제안했다. 하지만 임 전 최고위원은 출마를 강행했다. 임 전 최고위원의 출마선언 기자회견 전날인 2018년 2월 12일, 한 수석은 전화를 걸어 “공기업 사장 등 네 자리 중 하나를 선택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거래’는 임 전 최고위원이 출마를 강행하면서 무위에 그쳤다. 그는 공천에 탈락한 뒤 오랫동안 맡았던 지역위원장(울산 중구) 자리에도 복귀하지 못했다. 송 전 부시장의 수첩에는 당시 상황을 암시하는 메모가 있다. ‘C국회의원이 B씨를 움직일 카드가 있다고 조국 수석이 얘기함’이 그 대목이다. 검찰은 송 시장 측에서 임 전 최고위원의 당내 입지를 약화하기 위해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측근 비리 혐의 등을 수사기관에 제보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당과 BH, B 제거→송 장관 체제로 정리’란 메모는 그 연장선인 셈이다.

이에 대해 한병도 전 수석 측 변호인은 지난 2월 11일에 낸 입장문을 통해 공직 거래 의혹을 부인했다. 장윤미 변호사는 “한 전 수석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송철호 후보와 캠프 관계자 누구도 전혀 알지 못했고, 접촉한 사실도 없다”면서 “지방선거 이전부터 임 후보로부터 공사의 직과 관련한 여러 요청을 먼저 받았다”고 주장했다.

송철호 캠프 공약 개발에 청와대 관여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 공개를 반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즉시 반대 의견을 냈다.
당내 경쟁자를 제거하고, 네거티브로 상대 후보를 제압했다면, 남은 것은 정책의 차별화다. 유권자에게 어필하려면 실현 가능성 높고 구체적인 공약 개발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선 공약 개발 단계에서 청와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대표적인 게 울산지역의 숙원인 공공병원 건립사업이었다. 마침 박근혜 정부의 공약으로 시작된 산재 모(母) 병원 건립사업이 추진되고 있었고, 김 시장은 예비타당성검토(예타)가 통과되도록 노력하는 중이었다. 송 후보 측은 산재 모 병원을 대체할 공공병원 건립을 공약으로 정했다.

송 전 부시장 등은 2017년 10월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식당에서 장환석 당시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장 행정관은 산재 모 병원이 예타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공공병원을 추진하는 게 더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송 전 부시장은 공약이 구체화할 때까지 예타 결과 발표를 늦춰 달라고 부탁했다. 송 후보도 청와대를 찾아가 임 실장과 사회정책비서관 등에게 같은 취지로 부탁했다.

결국 산재 모 병원 예타 심사는 2017년 11월에 끝났지만, 실제 발표는 선거일이 임박한 2018년 5월 24일에 이뤄졌다. 예타 통과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김 시장에겐 돌발악재였다. 예타를 통과하지 못할 거란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던 송 후보 측은 미리 준비한 전략에 따라 후보자 TV 토론회 등에서 ‘산재 모 병원 유치 실패’를 김 시장을 향한 공격 소재로 활용했다. 김 시장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표라면 당연히 선거일 이후로 미루는 게 상식”이라며 “선거일에 임박해 특정 후보에게 불리한 발표를 한 것은 백번 양보해도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울산시 내부 자료도 다수 송 후보 캠프로 유출된 정황이 뚜렷하다. 시청에서 오래 근무한 송 전 부시장을 통해서다. 송 전 부시장은 2017년 8월 중순 송 후보 캠프에 합류한 직후부터 시청에 근무하면서 알던 공무원들에게 각종 시정 운영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울산시의 주요 사업 현황과 중점 업무계획 등이 들어있는 주·월간 업무보고, 중앙정부의 부처별 핵심 정책이 들어 있는 2017년 부처별 대통령 업무보고, 울산시 도시철도 연구자료 등이 이메일로 전달됐다.

송 후보 측은 이 자료들을 토대로 재생에너지 확대, 조선해양플랜트 연구원 설립, 반부패 비리 청렴정책 등 공약 개발에 참고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김 시장 정책의 허점을 비판할 논리 개발을 위한 참고 자료로 활용한 것뿐만 아니라, 지인을 통해 김 시장의 산업단지 특혜 분양 및 환경파괴 의혹을 제기하도록 하는 등 부정적 여론 조성에 활용하기도 했다는 게 공소장의 취지다.

청와대의 선거 개입 논란은 역대 어느 정부나 피해 가지 못한 숙명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으로 탄핵의 문턱까지 갔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국정원 직원들이 잇따라 유죄 선고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청와대가 새누리당 공천·경선에 개입해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박근혜 청와대와 문재인 청와대의 데칼코마니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가장 유사한 사건은 박근혜 정부의 선거 개입 사건을 꼽을 수 있다. 2018년 7월 국정원 특수활동비 관련 재판을 통해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가 여당 경선에서 친박계 의원을 대거 당선시킬 목적으로 공천·경선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수사에서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경찰에 선거 정보 수집을 요구한 정황도 드러났지만, 청와대의 조직적 개입은 끝내 밝히지 못했다.

검찰은 이번 공소장을 작성하면서 박근혜 정부 사례를 상당 부분 참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통령은 결국 선거 개입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원이었던 권경애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장 내용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의 명백한 탄핵 사유이고 형사 처벌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간 이견은 거의 없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1대 국회가 구성된 뒤 곧바로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사실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청와대는 2월 중순까지도 침묵했다. 조국 사태가 한창 진행될 때 수시로 조 전 장관을 엄호했던 것과 다른 태도다.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던 문 대통령도 30년 지기가 엮인 이번 사건에 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앞장서서 공소장 비공개 등 검찰 개혁을 명분 삼아 공세를 막아내는 중이다.

추 장관은 공소장을 비공개하기로 한 이유로 피고의 방어권 보장과 인권 침해 가능성을 들었다. 하지만 국가 권력이 동원됐다는 의심을 받는 사건의 경중을 따져볼 때 관련된 공직자들의 인권을 내세운 것은 옹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 장관이 오히려 사건을 정치 쟁점화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월 13일 성명을 내 “논란이 되는 특정 정치적 사안과 관련된 공소장을 비공개하는 결정은 시기나 방법에 있어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많은 변호사 회원들이 비판에 공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보성향의 민변과 참여연대도 잇따라 논평을 내고 추 장관의 비공개 결정을 비판했다. 김호철 민변 회장은 논평에서 “특정 사안에 대한 정치적 대응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해당 사건 자체의 엄중함과 국민에 대한 깊은 책임감에 대해 가볍게 생각했다는 비판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법무부가 내놓은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 보호’라는 비공개 사유는 궁색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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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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