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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서울시-자동차학원의 힘겨루기 내막 

“규정대로 할 뿐” vs “사유재산 보호받아야” 

市 동북선 도시철도 차량기지 부지로 학원 땅 일부만 수용 방침
노원자동차학원 “큰길 인접한 알짜배기 떼 가면 나머지는 어찌하나”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 여섯째)이 지난해 9월 28일 서울 노원구 공영주차장에서 열린 동북선 도시철도 기공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 사진:서울시
지난해 9월 28일 오후 3시 30분 서울 노원구 서라벌고 정문 앞 노원구 공영주차장에서는 서울 동북선 도시철도 기공식이 열렸다. 1시간 30분 뒤인 오후 5시에는 성북구 숭례초교에서도 같은 행사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박원순 시장을 비롯해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정원오 성동구청장, 이승로 성북구청장, 박겸수 강북구청장, 오승록 노원구청장, 우원식·고용진·김성환·안규백·유승희·기동민·박용진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등 유력인사들이 주민 2000여 명과 자리를 함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동북선 도시철도가 개통되면 서울 동북부의 교통난이 해소되는 것은 물론 노원구 중계동 일대의 교통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대감을 피력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에 포함된 양천구 목동에서 동대문구 청량리까지 동서로 25.72㎞를 횡단하는 강북 횡단선 도시철도가 건설되면 동북선 도시철도와 함께 서울시 강남·북 균형발전에 또 하나의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강조했던 ‘교통난 해소’와 ‘강남·북 균형발전’이 그 시기를 기약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서울시는 2018년 7월 사업시행자(동북선도시철도주식회사)와 실시(實施)계약을 한 데 이어 9월 28일에는 구청장들과 지역구 국회의원 등을 불러 기공식 행사까지 열었다. 하지만 차량기지 부지와 관련해 수용(收用) 대상 토지 소유주인 ㈜두양주택과 ㈜두양엔지니어링이 크게 반발하면서 현재로서는 착공 시기조차 가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두양주택과 ㈜두양엔지니어링은 “노원구 중계동 368번지 노원자동차운전전문학원 부지인 1만9448㎡ 가운데 대로(大路)와 인접한 부분의 7182㎡만 수용하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만일 그렇게 된다면 남은 토지는 현저한 가치 하락을 피할 길이 없는 만큼 전체 토지를 수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확대 수용을 요구했다.

5년, 1조4300억원 들어가는 대역사(大役事)


▎왕십리~상계 서울 동북선 도시철도 노선도. /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보(市報) 제3565호에 따르면 이 사업 소요(所要) 토지 확보와 관련해 ‘보상 관련 업무는 민간사업자의 위탁에 따라 서울특별시에서 시행하며, 보상비는 서울시가 부담한다’고 명시돼 있다. 전체 토지 1만9448㎡의 감정평가액은 약 1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요 토지 이용에 대해서는 ‘서울특별시는 실시 협약에 의거,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공사 및 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사업부지에 대한 필요한 권리 행사 인정(무상 사용)’이라고 서울시보는 밝혔다.

동북선 도시철도 사업은 2007년 6월 ‘서울시 10개년 도시철도 기본계획’에 담겨 최초로 공개됐다. 기본계획 발표 후 서울 동북부 교통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사업은 10년 넘게 지지부진하다. 그러는 사이 2007년 1월 기준 9895억원이던 사업비도 2020년 현재 1조4361억원으로 50%가량 뛰었다.

장기 표류하던 사업은 2018년 12월 서울시의 차량기지 실시계획 승인이 고시되면서 속도를 내는 듯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동북선 도시철도는 왕십리역~미아사거리~중계동 은행사거리~상계역을 잇는다. 규모는 연장 13.4㎞, 정거장 16개소, 차량기지 1개소이며, 2020년 착공해서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사업비로 1조4361억원이 투입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주관사로 코오롱글로벌·금호산업·호반산업·대명건설 등과 동북선 도시철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비의 50.1%를 부담한다. 나머지는 시비(38%)와 국비(11.9%)로 충당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해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8년 12월 ‘동북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 금융 약정 협약도 맺었다. 이 협약을 통해 현대엔지니어링은 7800여억원을 조달했다. 여기에는 KB국민은행·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이 참여했다.

동북선 도시철도가 개통되면 기점인 왕십리역에서 종점인 상계역까지 13.4㎞를 환승(換乘) 없이 26분에 도달할 수 있는 만큼 지금보다 이동시간이 11분 단축된다. 현재는 지하철로 왕십리역(2호선)에서 상계역으로 이동하려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므로 총 37분 정도가 소요된다.

동북선 도시철도는 기점(왕십리) 역과 종점(상계) 역에서 모두 환승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철도가 거쳐 가는 지역의 생활환경과 주택 등 부동산 가치도 재평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기대는 사업이 큰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을 경우 실현 가능하다. 그러나 도시철도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차량기지 부지 문제가 해결되지 못할 경우 사업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두양주택과 ㈜두양엔지니어링은 지난해 3월 서울행정법원에 ‘동북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 실시계획(차량기지) 승인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서울시가 동북선 차량기지 실시계획 승인 처분 당시 이행했어야 하는 절차인 ‘자연재해대책법상 재해영향평가에 관한 협의’와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지하안전영향평가’를 누락했다”며 승인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적시했다.

또 법원은 동북선 차량기지 사업 착공은 전체 동북선 도시철도 사업에 대한 실시계획 승인 이후에 가능한 만큼 집행 정지 가처분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시는 사업의 신속 추진을 위해 2018년 12월 27일 동북선 전체가 아닌 ‘차량기지’ 부분에 대한 실시계획 승인을 먼저 고시했다. 실시계획에 따르면 노원자동차운전전문학원 대지 중 7182㎡ 및 그 지상 건물은 편입하고, 6042.2㎡는 공사 완료일까지 일시 사용하게 돼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토지 소유주가 잔여 토지에 대해 확대 보상을 요구할 경우 사업이 지연될 우려가 있었기에 신속한 추진을 위해 차량기지 부분만 사업을 분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양엔지니어링과 ㈜두양주택은 행정적·절차적 하자와 함께 영업 중인 자동차운전학원 폐업에 따른 연간 2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노원자동차전문운전학원은 지난해 9월 6일 폐업했다.

서울시의 자동차학원 부지 부분 수용 계획에 노원구 주민들도 대체로 마뜩잖아한다. 서울시가 토지 전체를 수용해서 일부는 차량기지로 사용하되 잔여 토지에는 지역 발전을 위해 문화시설, 어린이 돌봄센터, 청소년 시설 등을 지어야 한다는 게 주민 다수의 목소리다.

행정소송 패소한 서울시 이내 사업 재승인


▎동북선 도시철도 차량기지 편입 현황도.
이모씨 등 노원구 주민 252명은 2018년 12월 서울시에 낸 탄원서에서 “노원자동차운전전문학원 부지에 서울시가 공고한 계획대로 불암산 힐링 단지 입구를 막아 차량기지와 관리동·환풍구를 설치하고 잔여 토지는 자동차운전학원으로 남겨두면 인근 주민들은 경전철 환기구 배기가스와 운전학원 차량의 소음·매연 등에 시달리게 됨은 물론, 불암산 힐링 단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고 중계동 지역은 반영구적으로 낙후지역으로 남게 됩니다. 자동차운전학원 부지가 강남에 있다면 가능한 일이겠습니까”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에서 노원자동차운전전문학원 측 손을 들어주자 서울시는 누락된 절차 등을 서둘러 보완해서 사업을 재승인했다. 1월 30일 동북선 도시철도 실시계획(차량기지) 승인을 고시한 것이다.

차량기지로 편입된 토지만 수용하겠다는 서울시 방침의 근거는 ‘국토교통부의 토지 수용 업무편람’에 있다. 이에 따르면 잔여 부지가 편입 면적의 25% 이하인 경우만 전체 토지를 수용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두양엔지니어링과 ㈜두양주택의 이의 신청에 대한 서울시의 회신에 따르면 ‘잔여지(地) 면적이 전체 토지 중 약 63% 이상으로 토지 수용 업무편람(국토교통부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서 제시하는 잔여지 면적 기준(25%)을 초과한 만큼 확대 보상이 어렵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시 토지 조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노원자동차운전전문학원 전체 부지 1만9448㎡ 가운데 약 37%에 해당하는 7182㎡만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노원자동차운전전문학원 측은 ‘토지보상법(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74조’를 근거로 전체 토지 매입을 요구하고 있다.

제74조에 1항에 따르면 ‘동일한 소유자에게 속하는 일단(一團)의 토지가 일부의 협의에 의해 매수되거나 수용됨으로 인해 잔여지를 종래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할 때는 해당 토지 소유자는 사업 시행자에게 잔여지를 매수해줄 것을 청구할 수 있으며, 사업 인정 이후에는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용의 청구는 매수에 관한 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한 경우에만 할 수 있으며, 그 사업의 공사 완료일까지 해야 한다’고 돼 있다.

㈜두양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업무편람이라는 건 정식 법령이 아닌 사실상의 업무지침이기 때문에 특정 기관이나 부처 대내적으로는 효력이 있겠지만, 대외적으로 강제력을 갖는 건 아니다”며 “공익을 내세워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려는 서울시의 처사를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서울시가 끝내 주민 요구를 묵살하고 사업 추진을 강행하려 한다면 우리도 토지보상법 등을 근거로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덧붙였다.

갈등 해결 안 되면 개통 요원할 수도


▎노원자동차운전전문학원 건물 벽에 내걸린 플래카드.
서울시와 ㈜두양주택·㈜두양엔지니어링의 공방전은 예상외로 길어질 수 있다. ㈜두양주택·㈜두양엔지니어링은 “사유재산권 침해를 절대 묵과할 수 없다”며 “2020년 4월 총선 전 착공은 꿈도 꾸지 말라”고 반발한다.

㈜두양주택 관계자는 “역지사지라는 말처럼 서울시도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기 바란다”며 “누군가 ‘나는 달걀노른자만 떼 갈 테니 나머지 흰자는 당신이 알아서 하라’고 한다면 그걸 받아들일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반문했다.

서울시 공무원 출신 주택 전문가는 “서울시와 ㈜두양주택·㈜두양엔지니어링의 갈등이 해결되지 못한다면 동북선 도시철도 개통은 요원해질 수 있다”며 “지난해 12월 착공 예정이던 프로젝트가 미뤄지면서 당초 2020~2024년이던 공사 기간도 2020~2025년으로 슬그머니 1년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두양주택·㈜두양엔지니어링의 갈등 증폭에 해당 구인 노원구도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낸다. 노원구 입장에서도 자동차학원 부지가 불암산 힐링 단지 입구와도 인접한 만큼, 서울시가 확대 수용 후 차량기지 이외의 잔여 부지에는 주민을 위한 공익시설을 개발하면 나쁠 게 없다.

이에 대해 서울시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다른 사업 부지와 마찬가지로 규정에 따라 필요한 만큼만 토지를 수용하려는 게 서울시도시기반시설본부의 방침”이라며 “(토지 소유주는 서울시도시기반시설본부가) 대로와 인접해 있는 부분만 수용하려 한다고 말하지만, (서울시도시기반시설본부에서는) 잔여 부지도 통행이 가능하도록 (임시)도로를 만들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는 “설령 실체적인 위법이 없다 하더라도 행정기관은 시민의 입장에서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행정을 집행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아울러 사업지(차량기지)가 속해 있는 지자체인 노원구의 의견도 수렴하는 등 행정기관 간 긴밀한 협조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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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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