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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 총력진단] 서울대 비교경제연구센터, (사)경제추격연구소 학자 25인에게 묻다 

“팬데믹 공포엔 글로벌 경기부양책 약발 떨어져” 

■ 전염병으로 촉발된 경제위기 국면에서 금융위기 때 썼던 돈 풀기로 대응
■ 코로나19로 文 정부 경제정책 전환할 가능성 낮아… 1%대 성장률 현실화
■ 중국은 어떻게든 상황 통제하겠지만 정치적 내상… 미·중 무역전쟁은 잠복
■ 한국은행 금리 인하해도 효과 미지수, 규제로는 부동산 가격 떨어지지 않을 것


▎3월 12일 코스피는 장중 5% 이상 폭락하면서 매도를 일시 중단시키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전 세계 증시에서 급락과 급등이 반복되는 혼돈의 장세가 이어졌다. / 사진: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년간 이어온 (미국의)주가 상승기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은 세계 경기 침체로 가는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이란·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팬데믹(pandemic,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 공포가 월스트리트를 집어삼켰다”며 “산유국 ‘빅2(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의 충돌로 인해 세계 금융시장이 굉장히 위험한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증시는 3월 9일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이날 코스피 2000선이 깨졌다. 85.45p(4.19%) 하락한 1954.77로 장을 마감했다. 2018년 10월 11일(-98.94p, -4.44%)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후 코스피는 3월 13일 일시적으로 1700선마저 내줬다. 주식은 경제를 선(先)반영한다. 한국 경제의 내수와 수출이 극도의 불확실성속으로 빨려드는 셈이다.

[중앙일보]는 ‘지금 상황은 어떤 면에선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경계했다. 한국 국민은 자산과 일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지를 염려하기 시작했다. 환경이 불안할수록 담담하게 상황을 들여다봐야 돈을 잃지 않는다.

월간중앙은 창간 52주년 기획으로 서울대 비교경제연구센터 및 사단법인 경제추격연구소와 공동으로 코로나19의 후유증과 한국 경제의 생존 전략을 탐색해봤다. 관련 학자들 가운데 25명에게 7가지 사안에 걸쳐 설문을 받았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0년 2월 27일부터 3월 9일까지 진행된 설문은 복수응답과 무응답을 포함해 집계했다.

1. 글로벌 주요국의 금리인하나 통화완화 등 부양책은 효험을 볼 수 있을까?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미 Fed 의장은 3월 16일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결행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단은 경제위기와 금융위기의 차이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경제위기에 가깝지, 금융위기라고 볼 순 없다. 그러나 미국,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처방은 돈을 푸는 데 치중해 있다. 이는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처방으로 경제위기 국면을 타개하려는 식이다.

각국 정부가 몰라서 이러는 것이 아니라 이 방법밖에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를 하루빨리 종식하려면 백신을 개발하고, 소비 심리가 회복돼야 한다. 그러나 당장은 답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설문에 응한 학자들 상당수가 코로나19의 회복 시점을 전제로 삼으면서도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나 각국 정부의 부양책에 보수적 견해를 피력한 배경이다.

학자들 중 15명은 ‘시점을 특정할 순 없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국면이 지속할 것’으로 봤다. 6명은 ‘(경제적 측면에서의) 위기는 절정이 아니라 시작 단계’라고 더 비관적으로 예측했다. 각국의 경기 부양책에 관해서도 20명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권혁욱 일본 니혼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수요쇼크였다면, 코로나19는 공급쇼크다. (금융위기 땐) 금리인하 정책이 완충적 역할을 했지만, 공급 충격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오철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도 “코로나19 확산은 생산설비를 포함한 공급망을 무너뜨리는데 통화정책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봤다.

더 큰 걱정은 돈을 푸는 정책이 남길 후유증이다. 어느 학자는 ‘모르핀’에 비유했다. 당장은 힘이 날지 몰라도, 여기에 중독되면 나중엔 경제 체력이 망가질 것이란 걱정이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과잉 공급된 화폐를 환수해야 하는 시점이나 경기 여건상 이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금리인하·통화완화 정책은 근본적 대책이 되지 못하며 언젠가 더 많이 환수해야 되는 문제에 부딪힐 것”이라고 밝혔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최준용 성신여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지난 10년간 각국의 금융 및 재정 확장 기조로 금리가 이미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 향후 통화정책의 여력이 많이 소진된 상태”라는 견해를 보였다.

실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는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소집해 금리를 0.5%p 낮추는 ‘빅컷’을 전격 단행했다. 연준이 긴급회의에서 금리를 내린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이었다. 그만큼 사태를 중대하게 봤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날 다우지수(-2.94%)와 나스닥지수(-2.99%)는 폭락했다.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비상벨을 울린 셈”이라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처럼 역효과가 난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연준이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어졌다”고 부작용을 지적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코로나19 전까지 미국은 사상 최장인 128개월 경기확장 국면에, 중국은 순환주기상, 경기저점 탈출 국면에 있었다”면서 “그러나 코로나19 충격으로 글로벌 경제의 펀더멘털이 훼손됐다”고 봤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코로나19가 2분기 중 수습되는 시나리오에서도 세계경제 성장률이 0.5% 떨어질 것이다. 1년 이상 계속되면 0%대 성장을 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미 연준이나 트럼프 행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것은 폭락의 전조로 해석할 수도 있다. 반면 거품이 관리가 된다면, 현금이 너무 흔해져 가치가 떨어지는 데 비해 금이나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가치가 상승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정무섭 동아대 국제무역학과 교수는 “금리인하가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증가와 투자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 문재인 정부는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3월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금융 상황 특별 점검 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 마스크 쓴 이)의 보고를 듣고 있다. /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한국은행이 2월 25일 발표한 ‘2020년 2월 소비자동향지수 결과’에 따르면,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 달(104.2)보다 7.3p 내린 96.9를 기록했다. 2008년 10월 금융위기(-12.7p)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11.1p) 이후 최대 하락이었다. CCSI는 코로나19가 본격화한 3월엔 더 나빠질 것이다. 또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2월 수치는 78.9로 나타났다. 이는 132개월 만의 최저치다. 이 밖에 2월 소비자 물가 중 서비스 분야 물가는 0.4% 증가했는데, 이는 1999년 12월(0.1%) 이후 최저치다.

이런 흐름을 돌려놓을 방편으로 학자들의 가중치는 저마다 달랐다. 정책전환을 통한 구조개혁(9표), 핀셋지원(11표), 재정·통화정책(9표) 등으로 큰 틀에서 분류됐다. 권혁욱 교수와 정무섭 교수는 “정부 부문의 지출로 경제를 유지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기존의 소득주도 성장, 주52시간 근무제, 부동산 정책 등을 과감히 수정하고 노동시장 개혁 등 구조개혁을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근본적 문제 제기를 꺼냈다. 최준용 교수도 “노동 유연성을 해치는 정책은 유예 및 수정이 불가피하다. 법인세와 상속세 인하를 통해 기업의 미래 투자를 유도하고, 생산 공장의 해외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철 교수는 “법인세 인하는 일시적 감면이 아닌 반영구적 조치라는 신호를 정부가 시장에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한발 더 나아갔다.

김주형 서울대 경제학부 객원교수는 “지금은 거시경제정책보다 일자리 축소와 수요 부진으로 큰 충격을 받게 될 개인·가계·기업에 대한 미시적이고 직접적 지원 정책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봤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소비 급감의 충격이 집중되는 서비스 분야 자영업자, 노동자의 소득과 고용을 보완하고 유지하는 피해 치유형 추경을 통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과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갑작스러운 생산 위축, 소비절벽 지속은 흑자도산 같은 유동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금리정책보다 선별적 신용공급이 통화 정책상 더 중요”)도 유사한 견해였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인하 같은 통화정책보다 법인세 감세를 포함한 재정정책이 단기적으로 더 효과가 있다. 일부에서 재정건전성 저하를 우려하지만, 경제가 망가지면 이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는 쉽지 않다”고 봤다.

3. 코로나19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을 선회할 여지는 있을까?

지금은 거의 쓰지 않지만, 현 정부 초기에 ‘J노믹스’란 용어가 곧잘 등장했다.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아우르는 문 정부 경제정책의 브랜드였다. J노믹스는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실험적 시도였다. 특히 소득주도 성장은 ‘경제적 약자들의 소득을 늘려줘 내수를 키우고, 양극화를 해소해 사회통합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었다. 한국은행이 3월 3일 발표한 2019년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1%를 기록했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의 최저치다. 달러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2047달러로 메르스 사태를 겪었던 2015년 이후 처음으로 꺾였다. 감소 폭은 금융위기 와중이었던 2009년 이후 가장 컸다. 재정·통화정책으로 추세를 반전시키는 것은 무리수에 가깝다. 우리 경제의 체력이 고갈된 상황에서 세계 경제의 곡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의견을 표명한 10명의 학자는 문 정부의 경제정책 선회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바뀔 것이란 견해는 3명에 그쳤다. 이미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본 학자는 3명이었다. 또 ‘감세와 규제완화, 노동개혁 등이 필요하다’(16명)는 안이 ‘신중히 해야 한다’(4명)는 쪽보다 많았다.

경제정책 기조가 변하지 않으리라고 보는 주된 근거는 정치적 요인에서 찾았다. 익명을 요청한 학자는 “증세, 규제강화, 노동에의 종속 등은 문 정부가 핵심적 기반으로 보기 때문에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호원 경제추격연구소 이사장은 “4월 총선에서 낭패를 보지 않는다면, 현 정부가 경제정책을 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제대로 된 정부라면 3년간의 이념주도형 정책 실패 이후 선회해야 하지만, 문 정부가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감세와 규제 혁파가 필요하나 문 정부의 정책이 워낙 경직적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는 이번 사태를 지난 3년간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 분배를 개선하겠다는 것 말곤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한 중장기 경제개혁 과제를 방치해왔던 것에 대한 처절한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왕윤종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는 “감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하면 보수적 정책이라고 비판하는데 경제정책을 너무 진영 논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변화를 기대하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익명의 응답자는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이상 의석을 확보한다면, 한국식 그린 뉴딜 정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익명 응답자는 “문 정부는 이미 소득주도 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봤다. 지만수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차라리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기업의 전략적 판단을 도울 수 있다”고 밝혔다.

감세에 대해선 다소 의견이 엇갈렸다. 정무섭 교수는 “미국 트럼프 정부와 프랑스 마크롱 정부는 노동유연성 제고와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를 통해 고실업률과 저성장으로 가던 경제를 일으켰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혁신적 기업”이라고 봤다. 반면 김병연 교수는 “소득세나 법인세 감세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중소기업 대상 상속세 같은 특정 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은 고려할 수 있다”고 답했다. 김형우 미국 어번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에 대한 감세와 초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4. 세계 반도체 시장과 중국 경제는 회복 속도를 같이 하는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월 10일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을 찾았다. / 사진:중국 신화망 캡처
삼성전자 주가는 2020년 1월 20일 6만2800원을 찍었다. 반도체 사이클이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했다. 그러나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은 3월 13일 5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17.2%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그리고 중국은 한국 반도체 기업의 주요 시장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7.3%였다. 중국은 반도체 최대 소비시장이자 생산 공장이다. 중국이 코로나19에 묶일수록 반도체 업황에 악재라는 것이 정설이다.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외에도 지방 정부의 부채, 미·중 무역전쟁, 홍콩 민주화 시위 사태 등에 휩싸여 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코로나19가 빚더미 위에서 성장한 중국 경제 붕괴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을 꺼내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월 22일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5%대(5.4%)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중국 경제와 연동되는 한국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설문에 응답한 학자들 중 반도체 하락론을 편 사람은 없었다. 9명이 ‘결국엔 회복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중국 경제에 관해서도 ‘어떻게든 통제 가능할 것’(11명)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5명)보다 우세했다. 익명의 전문가는 “올해부터 주요국에 5G 통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데이터 처리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으므로 반도체 수요를 견인하는 데이터센터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도체 경기회복 시점이 조금 늦춰질 순 있어도, 큰 폭으로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왕윤종 교수도 “중국의 최대 목표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따라잡는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은 독립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전력투구를 할 것이다. 일시적으로 중국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국은 반도체산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처한 상황이 한국 반도체산업에 장기적으로는 호재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오철 교수는 “중국 경제가 활성화하면 일시적으로 우리의 반도체 수주량이 늘어 단기적으로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의 칭화유니, 푸젠진화 등은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려고 한다. 트럼프정부의 중국 규제정책과 중국 내수의 더딘 회복은 오히려 삼성전자 등 우리 반도체 업체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만수 선임연구위원 역시 “단기적으로 중국 및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반도체 경기둔화 지속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기지로서 중국의 매력 하락에 따른 중국 반도체산업의 성장 전망이 어두워진 것도 사실”이라며 “공급자로서 중국의 위협 강도가 약해지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봤다.

코로나19로 중국이 입은 내상은 정치적 측면에서도 심대하다고 응답자들은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재정·금융정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위기 해결에 나설 것”(김호원 이사장)이라고 보면서도 “공산당~정부~기업이 연계된 중국형 모델의 한계를 드러낸 것”(최병일 교수)이나 “경제적으로야 시차를 두고 회복의 길로 들어서겠지만, 정치 사회적 체제 경직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어떻게 불식할지가 중요하다”(최영기 교수)는 등 유보적 시각을 거두지 않았다.

5. 모건스탠리, 노무라 등은 2020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1%대로 낮췄다. 이 예측에 동의하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월 2일 코로나19를 반영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4%로 하향 조정했다. 기존 전망보다 0.5%p 낮춘 것이다. 한국의 성장률도 2.3%에서 2.0%로 내려갔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3월 5일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1.1%로 전망했다. S&P는 2월 19일 한국의 성장률을 0.5%p 떨어뜨린 바 있는데 불과 보름 만에 또 내린 것이다. 이 밖에 무디스(1.4%), 모건스탠리(0.4~1.3%), 노무라(1.8%), 캐피털이코노믹스(1.5%), ING그룹(1.7%) 등도 한국 경제의 1%대 성장률을 예상했다. 정부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3월 8일 발간한 ‘3월 경제동향’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함에 따라 경기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설문에 응한 학자들 중 18명(1% 이하 성장률 4명, 1%대 성장률 14명)이 이런 견해에 대체로 동의했다. 한국 경제의 마지노선처럼 여겨지는 2%대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란 예상은 5명이 고작이다. 권혁욱 교수는 “지난 3년간 정부 지출 주도로 겨우 2% 성장률을 유지했다”면서 “공급쇼크로 물가가 오르고 고용이 줄어들면, 정부 지출만으로 메우기 힘들고 수출도 줄어들 것이기에 경제성장의 동력이 완전히 상실된다”고 우려했다. 김형우 교수는 “1%대 성장률도 그리 나쁜 예측이 아니”라고 했다. 최영기 교수도 “KDI의 종전 2.2% 성장 전망이 약간 낙관적 수치였다”고 풀이했다. 오철 교수 역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 성적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익명의 한 답변자는 이렇게 주장했다. “국제투자은행의 이러한 전망 배후에는 중국의 생산 지체에 따른 국내기업의 중간재 수입 차질이 결정적 근거로 작용했다. 즉 중국 경기 침체에 따른 국내시장의 영향만을 고려한 것이다. 누적확진자 수가 8000명을 넘긴 시점에서는 한국에서의 생산과 소비둔화, 해외 직접투자의 감소 등 국내에서의 악재가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실제 성장률은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최병일 교수는 “중국의 회복세가 더디고, 일본과의 무역 분쟁이 재발하고, 노동시장과 디지털경제 분야에서 한국 스스로 과감한 개혁 조치를 하지 못하고, 경제 심리가 회복하지 못한다면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대 성장을 이제 추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병연 교수는 “구조개혁 없이 추경 등 단기 정책으로 추세 반전은 어려워 1%대 성장률이 추세가 될 것”이라고 봤다. 최준용 교수도 “한국 경제는 이미 확실한 저성장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답했다. 류덕현 교수, 이지평 위원, 하준경 교수 등은 코로나19가 빨리 잡힌다는 전제로 2% 성장 달성 가능성을 접지 않았다. 경기순환 흐름상 기저효과나 정부의 재정 지출, 반도체 가격 회복 등의 재료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뒀다.

6. 미·중 무역전쟁은 향후 어떻게 전개될까?

코로나19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레이스에 빨간불이 켜졌다. 트럼프의 ‘최대 치적’인 경제가 대선(2020년 11월)이 임박한 시점에 휘청이고 있다. 트럼프는 3월 11일 근로소득세를 0으로 하는 파격 감세안을 들고 나왔다. 3000억 달러(약 360조원)의 재정 정책이다. 이어 3월 14일 트럼프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실질적인 양적완화(QE)에 돌입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허덕이는 중국이 1차 무역협상 타결 사항들을 이행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설문에 응한 응답자 전원은 미·중 무역분쟁을 장기전으로 바라봤다. 대다수 학자들은 이를 기본적으로 ‘패권전쟁’으로 보고 있었다. “지적재산권 문제와 4차 산업혁명의 패권을 두고 미국의 중국 압박은 계속될 것”(권혁욱 교수), “지난 1월 14일 미국·EU·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 내에서 산업보조금에 대한 규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3자 공동제안을 발표했다. 이는 중국의 국가주도형·국유기업 중심형 경제체제에 대한 근본적 반대를 담고 있다”(지만수 연구위원), “중국의 산업구조 전환이 미국의 경쟁력 있는 산업에 집중됨에 따라 분쟁의 무게 중심이 기존 관세에서 기술 및 금융 분야로 옮겨지면서 장기화할 것”(익명) 등의 답변이 이런 맥락이다.

또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양국 간 갈등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일시 휴전 상태이나 미국 대선이 끝나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보다 세계 경제에 더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김병연 교수), “중국을 불공정 무역국으로 보는 견해는 민주·공화 양당의 일치된 견해다. 표면상의 종결은 의미가 크지 않다”(오철 교수)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트럼프는 선거 국면에서 가급적 이 문제를 띄우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로 키(low key)로 갈 것”(류덕현), “지지율 하락 등 선거전이 어려워지면 대중 통상 공세를 강화할 수 있겠지만, 코로나19로 미국 경제의 하락세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제에 타격을 줄 미·중 마찰을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이지평) 등의 반응이 나왔다.

중국의 스탠스에 관해 최병일 교수는 “2020년 1월 1단계 합의는 중국이 미국산 물품의 대량구매에 합의한 대신, 미·중 갈등의 핵심 쟁점인 보조금, 국영기업, 사이버 안보 등에 관해선 전혀 합의가 없는 상태로 시간을 번 것”이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미국은 2단계 협상을 재촉할 것이고, 중국은 지연전술로 맞설 것이다. 미국 대선 과정에서 관세전쟁이 재발하면서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7. 금리인하에 따른 부동산 상승은 예정된 수순일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의 수장이지만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은 3월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5P 내렸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1.25%에서 0.75%가 됐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1% 미만 금리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금리를 내려봤자 기대효과는 적고 부동산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강행했다. 사실상 한국은행은 가지고 있는 실탄을 전부 소진한 셈이다. 설문에서도 학자 다수(18명)가 금리인하를 예상했는데 그렇게 흘러갔다.

김형우 교수는 “한국의 기준금리가 인하돼도 미국 금리 역시 궤를 따를 가능성이 있기에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질 가능성은 적다”며 “이로 인한 환율 급등 가능성도 적다”고 말했다. 류덕현 교수도 “한국은행 금리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미국 Fed 금리와의 차이가 중요하다”고 봤다.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 오철 교수는 “1998년 외환위기 트라우마가 연상되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며 급등 가능성을 낮게 여겼다. 반면 하준경 교수는 “(금리 인하가) 실효 하한에 가깝다”는 대목을 지적했다.

경제위기 국면에서 부동산이 안전자산인지, 위험자산인지도 시험대에 올라왔다. 그럼에도 학자 절대다수는 부동산 폭락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공급이 한정된 부동산의 특수한 사정이 가격 지탱의 요인이다. 무엇보다 현 정부의 규제 정책하에서는 웬만해선 떨어지기 어려운 구조로 가고 있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정부 규제는 가격 억제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응답한 학자가 13명이었다. ‘정부 규제는 가격 억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 학자는 5명이었다. 2명의 학자는 4월 총선을 변곡점으로 꼽았다. 부동산은 실물자산이지만, 정치적 필요에 따라 가격이 요동칠 수 있다는 데 비중을 둔 시각이다.

김형우 교수는 “정부가 과도할 정도로 규제를 내놓으면 부동산 가격은 폭락할 것이나 이는 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기에 사용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답했다. 오철 교수도 “현 정부 들어서 쏟아낸 부동산 대책만 이미 19개다. 특정 지역을 특정 목표를 가지고 강력한 규제를 할수록 다른 지역의 가격 왜곡 현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익명의 전문가는 “풍부한 유동성과 실물경제로의 자금유입이 어렵다는 점, 주택가격 소득배율(PIR)이 과도한 편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서울 등 주요 지역은 장기하락세로 전환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하준경 교수도 “금리 인하는 자금이 흐를 곳이 마땅치 않은 한국에서 부동산시장을 크게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라며 “정부가 대출규제를 빈틈없이 하지 않으면 (집값 억제가) 충분히 먹히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홍석철 교수는 정부 규제가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릴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부동산 가격이 매우 많이 올랐기 때문에 당분간 보합을 유지하는 정도라는 것이다.

4월 총선 이후 오히려 규제의 강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송홍선 실장은 “총선 이후 보다 센 안정화 정책이 가능해지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봤다. 김호원 이사장은 “4월 총선에서 여당의 과반 승리 여부가 부동산 규제 정책의 동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 설문 응답자 명단

권혁욱 교수_일본 니혼대 경제학과
김대호 교수_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김병연 교수_서울대 경제학부
김양팽 전문연구원_한국산업연구원 신산업연구실
김주형 객원교수_서울대 경제학부
김형우 교수_미국 어번대 경제학과
김호원 이사장_경제추격연구소
류덕현 교수_중앙대 경제학부
송원진 기획조정실장_경제추격연구소
송홍선 펀드연금실장_자본시장연구원
오철 교수_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온기운 교수_숭실대 경제학과
왕윤종 교수_경희대 국제학부
우경봉 교수_한국방송통신대 무역학과
이근 교수_서울대 경제학부
이지평 상근자문위원_LG경제연구원
이치훈 신흥경제부장_국제금융센터 리스크분석본부
임지선 교수_육군사관학교 경제법학과
정무섭 교수_동아대 국제무역학과
지만수 선임연구위원_한국금융연구원
최병일 교수_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최영기 객원교수_한림대 경영학부
최준용 겸임교수_성신여대 경제학과
하준경 교수_한양대 경제학부
홍석철 교수_서울대 경제학부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자료 정리 박지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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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호 (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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