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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 자동차산업의 미래] 테슬라와 다른 길 걷는 현대자동차 

“수소차는 고용 창출과 친환경에 유리” 

세계 자동차산업 판도는 완성차 판매에서 우버 등 교통 서비스 기업으로 이동
현대車의 미래 경쟁자는 소프트뱅크·구글·애플·소니 등 AI로 무장한 기업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오른쪽)은 2020년 2월 마크 메네체스 미국 에너지부 차관을 만나 수소차의 글로벌 저변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자동차산업은 최근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의 우버, 중국의 디디추싱, 동남아시아의 그랩 등 교통서비스 기업이 속속 출현해 자동차산업 가치사슬 구조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부품을 조립 및 완성해 판매하는 기업이 가장 큰 이윤을 획득하는 기존 자동차산업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택시가 현대자동차로부터 대량으로 소나타를 구매해 해당 차량을 10년간 서비스에 사용한다면, 카카오택시가 교통산업에서 가장 큰 이윤을 획득할 수 있게 되는 구조를 일컫는다.

또한 유럽과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필두로 강력한 연비 규제가 시행 중이다. 유럽 기준으로 2020년부터는 2015~2019년에 비해 자동차 연비를 약 27% 향상해야 한다. 이러한 연비 규제 등을 배경으로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자동차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배터리 전기자동차는 기존의 내연 엔진 자동차보다 산업 진입장벽이 낮아 구글·애플·소니 등 타 업종 기업에서 신규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자율주행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전자, 통신 기업들이 자동차산업에 뛰어든다면 기존 경쟁 구도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외에도 GM, 르노 등 글로벌 자동차기업 한국 공장의 고용안정 문제, 한국 자동차산업 대표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의 지배구조 문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다시 뽑아 들 가능성이 있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등 한국 자동차산업이 넘어야 할 높고 거친 장벽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중에서도 혁신, 고용 창출, 환경문제 대응 등을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교통 서비스 환경과 수소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전망한다.

'사람들이 차를 사지 않을 것’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교통 서비스 플랫폼 사업의 최강자를 꿈꾸고 있다.
영국의 신기술 전문 연구소인 리싱크X는 [교통을 다시 생각하기 2020~2030(Rethinking Transportation 2020~2030)] 보고서를 통해 ‘2030년에는 미국 자가용 판매량의 80%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2030년경에는 이동의 95%가 수요자 주문(on demand) 방식으로 이뤄져, 휴대폰 앱을 통해 자율주행 자동차를 불러 이동이 가능한 상황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앱을 통해 교통 서비스를 주문하고 그것에 대응해 자율주행 교통수단이 찾아오는 형태의 교통 환경을 ‘타스TaaS(Transport as a Service)’라고 부른다.

리싱크X는 ‘이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비용과 편의성 측면에서 차량을 보유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더 이상 차량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또한 운행이 완료된 자동차는 다음 서비스 제공을 위해 바로 이동하기 때문에 대도시 자동차 운전자를 크게 괴롭히는 요인 중 하나인 주차장 확보 문제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보고서는 타스TaaS 시장 형성 초기에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사용하는 서비스 제공업체가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인 자율주행 전기자동차를 활용하는 기업이 경쟁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 이유는 (수소 또는 배터리)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수명이 길고, 유지보수 및 에너지·금융 등 제반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자동차를 보유하는 것보다 타스TaaS를 활용할 때 이동에 드는 비용이 4~10배가량 저렴하다. 서비스 공급 기업의 입장에서는 운전자가 있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자율주행 전기자동차가 관리 비용 측면에서 크게 유리하므로 교통의 미래상은 수요자 주문 서비스와 자율주행 전기자동차가 결합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와 같은 예측이 현실화하거나, 혹은 예측치의 20~30% 수준이라도 실제 자동차 구매가 줄어든다면,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 자동차업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관련된 보험, 할부 등의 금융상품과 부품산업, A/S 등 자동차산업의 모든 가치사슬은 일대 변혁의 시기를 맞게 될 것이다.

이러한 타스TaaS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기업으로 일본의 소프트뱅크를 들 수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우버·디디추싱·리프트 등의 교통 서비스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통해 전 세계적 교통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동시에 그의 목표는 2030년까지 1조 개의 ARM(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칩을 휴대폰, 자동차 등의 센서에 포함하는 것이다. ARM 칩은 저전력 고효율의 성능을 가진 모바일 앱 중앙연산처리장치의 대명사 격인 제품으로 스마트폰을 비롯한 고성능 모바일 기기의 핵심부품이다. 손 회장은 기존 제품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AI의 기능을 진화시켜, 교통 분야에서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타스TaaS 환경을 실현하려고 한다. 만약 그의 구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교통 분야에서 발생하는 핵심 부가가치의 수혜자는 수요자 주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와 같은 플랫폼 기업과 핵심 부품을 제공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소프트뱅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인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2050년까지 수소산업에서 약 2조5000억 달러의 시장가치가 창출되고 3000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050년까지는 세계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18%를 수소에너지가 담당해 그 효과로 연간 60억t의 이산화탄소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이는 (2018년 기준) 한국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보다 10배 이상 많은 양이다. 보고서는 또한 승용차 4억 대, 버스 500만 대, 트럭 200만 대 등 전체 운행 자동차의 20~25%를 수소자동차가 점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2025년까지 전체 자동차 판매의 25%를 신에너지 차로 구성하는 정책을 제시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특정 단일 시스템을 산업 전체에 적용하는 것을 경계해 두 가지 이상의 시스템이 경쟁하는 방식을 채택해오고 있다. 연간 약 2000만 대의 자동차 판매 대수를 고려해볼 때, 중국 시장에서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자동차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돼 수소자동차의 신에너지 자동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30% 정도로 가정하더라도 연간 150만 대의 수소자동차 시장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글로벌 자동차산업에서 미국은 테슬라(Tesla)를 중심으로, 중국은 비와이디(BYD)를 중심으로 배터리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기에, 국내 자동차업계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배터리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배터리 전기차를 지지하는 견해에서는 현재 배터리 전기차가 수소자동차보다 비용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는 점 역시 강조한다. 이렇게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전략 투자의 대상으로 수소자동차를 선정한 배경으로는 한국 기업의 높은 수준의 기술력, 새로운 고용 창출, 환경정책의 일관성 유지, 그리고 글로벌 가치사슬의 상류 선점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수소자동차 개발 도전은 1992년 실행된 G7 프로젝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G7 프로젝트는 10년 안에 세계 7대 과학 선진국 수준의 기술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계획된 것으로 한국 수소자동차 개발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정부의 지원 및 기술개발 과정에서 굴곡은 있었으나 현재 한국 자동차산업이 보유한 수소자동차 생산 능력은 일본과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수소자동차 품질과 관련해 독일의 유명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모토&슈포트]는 2019년 15호에서 현대차의 넥쏘(95점)가 메르세데스-벤츠의 수소자동차 GLC F셀(66점)보다 월등하게 높은 품질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또한 수소자동차의 핵심부품인 연료전지 스택(stack: 수소와 산소를 결합하여 전기를 생성하는 부품) 개발에는 높은 기술개발 장벽이 존재해 후발 기업의 추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와 현대차는 왜 수소 시스템을 선택했나?


▎현대자동차는 수소차 ‘넥쏘’를 통해 이 분야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입증했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다음으로 배터리 전기차는 부품 개수가 약 8000~1만 개로 내연기관차의 30~40% 수준이지만, 수소자동차는 약 1만5000~2만 개로 알려져 산업 연관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수소자동차의 보급은 자동차산업 외에도 수소의 생산·운송·저장·이용에 이르는 수소산업, 수전해 기술과 재생에너지의 융합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산업 생태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을 통해 수소 경제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심각한 청년 실업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 불안정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는 탈원전 사회 실현이다. 한국 사회의 에너지원 구성에서 만약의 사고 시 궤멸적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폐기물 처리가 어려운 원자력을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배터리 전기자동차는 어떤 경로를 거치든 생성된 기존 전기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원자력이라는 선택지가 제외된 한국의 전력공급 상황에서 배터리 충전 과정이 친환경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수소에너지는 장기적으로 원자력의 단점을 극복하면서 친환경성을 유지하는 대체 에너지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최근 심각한 대기 오염의 주범으로 미세먼지가 지목되며, 이 문제의 해결은 한국 사회에서 시급한 과제라는 인식이 형성되어 있다. 수소자동차는 대기를 흡입해 산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공기 중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수소자동차 판매기업의 설명에 따르면 수소자동차 10만 대가 하루 평균 2시간 운행하면 서울시 인구 86%가 한 시간 동안 호흡하는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대기오염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수소자동차 보급은 정부의 환경정책 일관성 유지에도 적합하며 국민의 바람에 부응하는 방향성 설정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트럭·선박·기관차 등 고출력이 필요한 교통수단에 있어 수소전지가 적합하며,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성된 전기의 보관 및 운송에서도 수소가 가지는 비교우위는 현저하게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상류 선점하기

2019년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 기업의 반도체 생산에 있어 필수적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그리고 에칭가스(고순도 불화가스)의 3개 품목에 수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세 개 품목에 대한 수출 제재 조치에 불과하지만, 이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 중 하나인 반도체 생산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한국 기업의 해당 소재 재고가 소진되면 반도체 생산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와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부심했으며 한국 산업계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한국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글로벌 가치사슬 상류에서 발생한 불확실성이 가져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히든챔피언과 일본의 교토식 기업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들의 탄생 배경과 경쟁력을 분석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지만, 자동차, 석유화학, 전자·전기 등의 주요 산업의 세계시장이 형성되는 초기에 글로벌 가치사슬에 연결된 점은 성공 요인 분석에서 빼놓을 수 없다.

수소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 자동차라는 새로운 산업이 형성되고 발전하는 과정의 초기부터 한국 기업은 완성차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협력업체도 적극적으로 기술개발에 참여해왔다. 한국 중소기업에 축적되어온 소재 및 부품 분야의 높은 기술력은 글로벌 가치사슬 상류를 선점해 한국의 수소경제시스템 안착 및 안정적 운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기업가 정신이 혁신을 통해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바라본 경제학자 슘페터(J. A. Schumpeter)는 ‘자본주의에 불황은 적당한 단비와 같다’고 했다. 또한 수소에너지라는 새로운 기술경제 패러다임이 출현했고, 머지않아 거대한 글로벌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황에 대한 과도한 공포는 1인당 GDP 3만 달러 시대를 통과한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의 체계적인 정책과 기업의 혁신 노력, 그리고 수소자동차에 대한 국내 수요의 반응이 조화를 이뤄 한국의 산업과 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기를 희망한다.

- 우경봉 한국방송통신대 무역학과 교수 wkb@mail.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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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호 (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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