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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특집 | 격전지를 가다] 서울 구로을, 靑·野 대리전 

‘文 복심(윤건영)’의 여의도 입성인가
‘3선 자객(김용태)’의 사지(死地) 생환인가 

2004년부터 16년간 민주당 깃발… 통합당 정권심판론 이변 연출할까
“7년의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 vs “12년의 지역 현안 해결 능력”


▎청와대와 야당의 대리전 무대가 된 서울 구로을에 출마한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과 김용태 미래통합당 의원. /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 중앙포토
40 vs 7. 2008년 치러진 18대 총선 서울 지역구 결과다. 당시 한나라당은 취임 2개월 차 MB(이명박 전 대통령) 후광 효과에다 서울 전역을 들썩이게 했던 뉴타운 기대 심리를 더해 서울 전체 지역구 48석 가운데 40석을 싹쓸이했다. 반면 당시 통합민주당은 손학규·정동영·김근태 등 당 지도부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낙선하며 7석 획득에 그쳤다. 역대 민주당계 정당의 선거 가운데 최악의 대참패로 지금까지 기록되고 있다.

당시 서울 구로을은 당시 박영선 통합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 올 1월, 21대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총선을 보름여 남겨두고 구로에 갔던 18대 총선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얼마 되지 않아 치러져 민주당에게는 시베리아 한파와 같은 총선이었고, 저도 그 당시 5100여 표 차이로 매우 힘겹게 당선됐다”고 회고했다.

뉴타운 바람 속에서도 당시 박영선 후보가 당선됐을 만큼 구로을은 진보 세가 강한 지역이다. 박 장관은 19·20대 구로을 총선에 각각 61.9%, 54.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4선까지 올라섰다. 최근 두 번의 선거(대선, 지방선거)에서도 구로구는 문재인 후보에게 43.5%, 박원순 후보에게 54.5%의 득표율을 안겨줬다. 모두 서울시 평균 득표율을 웃도는 수치다.

현역 의원이 떠나 무주공산이 된 구로을이 21대 총선 격전지로 떠올랐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의 면면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전략 공천했다. 윤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에게 부여된 촛불 개혁을 완수하는 밀알이 되고 싶다”면서 “문 대통령의 참모로, 청와대 국정상황 실장으로, 대전환의 시기를 열어왔던 국정 경험을 이제 구로를 위해 쏟아붓고자 한다”며 포부를 밝혔다.

미래통합당에서는 3선의 김용태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인지도 높은 인사를 전략 배치해 진보 아성에 보수의 깃발을 나부끼게 한다는 야심이다. 김 의원 또한 내리 3선을 했던 지역구(서울 양천을)를 떠나는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 김 의원은 “구로을은 종로와 더불어 서울 총선 승부의 시금석”이라며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문재인 정부의 대표라면 구로을에 출마하는 윤 전 실장은 문재인 청와대의 대표”라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 캐치프레이즈를 ‘복심 아닌 민심이 이깁니다’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21대 총선 구도는 ‘정권심판론’ 대 ‘야당심판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의 매치업이 성사되면서 구로을은 ‘청와대’와 ‘야당’의 대리전 양상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때문에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구로을의 흐름과 결과는 전체 총선 선거판에서 시사하는 의미가 매우 클 것”이라고 말한다.

‘믿는다, 윤건영’ vs ‘복심 아닌 민심이 이깁니다’


▎서울 구로을에서 선거운동 중인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 사진:윤건영 전 실장 페이스북 캡처
‘정치인 윤건영’이 선거에 뛰어든 것은 1998년 서울 성북구 의원 선거 출마 이후 22년 만이다. 4년 전인 20대 총선 출마도 고려했다. 그러나 당시 당내 비주류들의 ‘친문 패권’ 반대 여론에 당시 문재인 대표는 윤 전 실장을 포함한 측근 6명의 불출마를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오랜만의 출마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윤 전 실장은 “청와대 밖에서 할 일이 많다는 생각에 출마했다”며 “정치는 잘 듣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려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는 경청하는 태도로 주민들에게 신뢰를 주겠다는 의미에서 ‘믿는다, 윤건영’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對面) 선거 활동이 사실상 힘들어지면서 두 후보는 발만 동동 구른다. 특히 지역 내 콜센터에서 집단감염까지 일어났다. 윤 전 실장은 “주민들의 불안감이 상당한 상황이라 현재 방역 활동과 전화 드리는 것 외에 다른 선거운동은 안 하고 있다”며 “직접 주민들을 뵐 기회가 너무 적어 어려움이 있고, 온라인과 문자, 전화로 주민들과 소통하려 하고 있다”고 말한다. 유선 통화로 지역구 주민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있다는 김 의원은 “주민들은 후보 얼굴 좀 보자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현장 활동에 제약이 걸리면서 두 후보는 미디어 등을 통한 메시지 발산 쪽으로 선거운동의 방향을 틀고 있다. ‘은둔형 참모’로 불렸던 윤 전 실장은 최근 들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노출을 늘리고 있다. 그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처 상황은 물론 재난기본소득,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방위로 밝히고 있다.

김 의원은 언론이 찾는 단골 정치인이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서울에서 지역감염이 시작됐다고 분명히 선언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재난기본소득 규모를 뛰어넘는 감세를 해야 한다”는 등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두 후보가 갖는 상징성으로 인해 구로을에 쏠리는 관심이 비상하지만 총선은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이기도 하다. 두 후보 모두 구로의 발전의 적임자임을 내세운다.

윤 전 실장은 ‘새로운 모멘텀’과 ‘균형 발전’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는 “1970년대 구로공단은 우리 경제의 수출 기지 역할을 했고, 2000년대 구로디지털밸리는 IT기지 역할을 담당하는 등 대한민국 경제사회의 축소판”이라며 “이제 구로는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이제 구로을이 서울 서남권의 혁신 기지로 탈바꿈하는 도약이 필요하다. 동시에 지역의 균형적인 개발이 절실하다”고 진단한다. 여권의 파워맨인 윤 전 실장은 구로 주민 모두의 삶이 나아지는 도약의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반면 김 의원은 구로을을 ‘핀테크(FinTech)’ 메카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김 의원은 “현재 구로을은 현재 미래 비전에 대한 혼선으로 발전이 정체된 상태”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금융 산업을 총괄하는 국회 정무위 11년 내공을 바탕으로 “구로을을 4차 산업혁명의 전진 기지이자 핀테크 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끌고 나왔다. 김 의원은 “산업발전 추이를 보면 향후 5~10년 사이 전통적인 IT 기업들이 핀테크 기업으로 전환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며 “금융의 중심인 여의도와의 지리적 인접성을 활용해 현재 스타트업 수준인 핀테크 기업들을 구로을로 대거 유치해 성장시키는 것이 발전 비전”이라고 말한다.

두 후보 모두 자신들의 강점으로 ‘경험’을 내세운다. 윤 전 실장은 “노무현 정부 5년, 문재인 정부 2년 7개월 동안 직접 국정운영을 지켜본 경험이 큰 자산”이라며 “특히 일본 수출 규제 TF, 남북정상회담 등 굵직한 주요 과제를 맡아 이슈를 해결하고 관리했다”고 말한다.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 후반기 당·정·청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진보 텃밭은 정권 or 야당, 누굴 심판할까


▎김용태 미래통합당 의원의 구로을 선거사무실 전경. / 사진:김용태 의원 공식 사이트 캡처
김 의원은 3선 경험을 토대로 지역 현안 해결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그는 “서울 양천을은 구로을 이상의 낙후지역이자 보수 험지였다”며 “그런 곳에서 지역 문제와 주민 민원을 적시 적기에 해결한 점을 인정받아 3선에 성공한 것 아니겠나”고 검증된 정치인임을 앞세운다. “상대 후보는 문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앞세워 지역 문제 해결을 약속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지역 사업은 지역구 국회의원의 노련한 경험과 끈질긴 집념·노력이 어우러질 때 해결할 수 있다. 국회는 청와대와 다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구로을은 민주당의 텃밭이다. 2000년 이후 치러진 5차례 총선에서 민주당은 5연승을 거뒀다(16대 총선에서 장영신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무효처리돼 1년 뒤 재선거에서 이승철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 야권에서 “험지(險地)를 넘어선 사지”라 부르는 이유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윤 전 실장은 “어느 지역이든 어떤 선거든 모든 선거는 쉽지 않다. 그저 한 분이라도 더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자세를 낮춘다.

사지를 누비고 있는 김 의원은 현재 판세를 “박빙 열세”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민주당 세가 강한 지역이면서 중도 표심이 워낙 강력하다”면서 “체감하기로는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것은 분명하지만, 미래통합당에 대한 기대나 신뢰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고 소개했다. 김 의원의 총선 전략 포인트는 중도층이다. 그는 “중도 표심을 향해 문재인 정권 심판의 핵심 대상인 윤 전 실장을 평가해주실 것을 요청드리고있다”며 “미래통합당의 보수 통합과 혁신에 대한 노력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같이 평가하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청와대’와 ‘야당’의 대리전 무대가 된 구로을의 선거 결과는 지역구 253석 가운데 1석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윤 전 실장이 승리한다면 문재인 정부 중간 평가 성격의 선거에서 진보층의 지지를 확인하는 한편, 중량감 있는 초선으로 여의도를 누빌 가능성이 높다. 반면 김 의원이 승리할 경우, 총선 이후 21대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권심판론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사지에서 성공을 거둔 김 의원의 정치적 위상 역시 껑충 올라갈 전망이다.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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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호 (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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