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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특집 | 격전지를 가다] 부산 부산진갑, ‘김영춘·서병수’ 빅매치 

여권 잠룡 발돋움이냐 보수 맹주 자리매김이냐 

PK 국정 부정평가, 긍정평가의 2배
미래통합당서 무소속 출마 가능성 ‘정근’ 변수


▎2017년 6월 원양어업 60주년 기념식에서 만난 당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오른쪽 두번째)과 서병수 부산시장 (왼쪽 두번째).
부산 부산진갑이 PK(부산·울산·경남) 총선 최대 격전지로 급부상됐다. 미래통합당이 선거 결과에 따라 보수 진영의 지역 맹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서병수 전 부산시장을 전략공천하면서 민주당 부산선거대책본부장인 김영춘 의원과의 ‘빅매치’가 성사됐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부산 선거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두 사람이 맞붙게 되면서 부산진갑의 선거 분위기는 부산 전체 지역 판세를 이끌어가는 선행지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 전 시장이나 김 의원 두 사람 개인적으로 볼 때도 총선에서 ‘생환(生還)’하는 사람은 소위 말하는 ‘거물’로 성장할 수 있는 만큼 명운을 건 한판 대결이 예상된다.

누구든 승리하면 정치적 입지 업그레이드


▎2018년 4월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이 부산시의 한 행사에 참석해 시민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두 사람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정치적인 뿌리가 같다. 김영춘 의원은 김영삼(YS) 전 대통령 휘하에서 정계에 입문했다. ‘상도동계’의 막내다. 서병수 전 시장은 YS가 3당 통합으로 만든 민자당의 후신인 한나라당에서 해운대 구청장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김 의원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서울 광진갑에서 당선됐으나, 2003년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광진갑에서 재선 고지에 올랐다. 이후 2007년 대선 당시 민주당을 탈당,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에게 갔다가 2010년 민주당으로 복귀한 이후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부산진갑으로 지역구를 옮겼지만 19대 총선에서 패배한다. 20대 총선을 통해 3선 고지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도 역임했다. 앞서 2014년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됐지만,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오거돈 후보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당시 김 의원이 완주했다면 서병수 전 시장과의 대결은 그때 성사될 수 있었다.

서병수 전 시장은 해운대 구청장 재임 도중 2002년 보궐선거를 통해 원내에 입성했다. 김 의원과는 16대 국회 동기다. 김 의원이 탈당하기 전까지 두 사람은 불과 1년 남짓 한나라당 소속으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서 전 시장은 그 후 내리 4선을 하는 동안 여의도연구소장과 당 정책위의장 및 사무총장 등을 거쳐 2014년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2018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리턴매치에 나선 오거돈 현 시장에게 패배했다. 서 전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경남고등학교 동기동창이기도 하다.

김 의원, 서 전 시장 두 사람이 총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비슷하다. 김 의원은 민주당 중앙당 공동선대위원장 겸 부산 선대위원장을 맡아 여당의 부산 선거를 총지휘해야 하는 입장이다. 서 전 시장 역시 통합당에서 전략적으로 부산 선거를 끌고 나갈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무리수를 둬가면서 공천을 강행했다. 통합당 부산 중진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구심점 역할을 할 중량감 있는 후보가 필요했고,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의 공관위가 서 전 시장을 선택한 것이다.

김 의원과 서 전 시장 개인적으로 볼 때도 이번 선거가 가지는 의미는 막대하다. 김 의원은 이번 부산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PK를 발판으로 여권 내 ‘잠룡’으로 도약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4월 해양수산부 장관을 그만두고 국회로 돌아올 때와 연말, 두 차례에 걸쳐 ‘통일 대통령’의 꿈을 피력했다. 일종의 ‘몸값 부풀리기’였던 셈이었다. 그러나 전국적인 인지도에서 밀리다 보니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선전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4선 고지는 물론이고 부산 전체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올릴 경우 ‘잠룡’ 이미지를 단번에 부각시킬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 서 전 시장 공천의 최대 수혜자가 김 의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말 민주당 유튜브 TV 채널에 출연해 “내년 총선에서 부산에서 10석 또는 부·울·경에서 15석 이상을 달성할 경우 부산역 앞에서 파란 가발을 착용하고 막춤을 추겠다”라고 공약하기도 했다.

서 전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서 전 시장의 장점은 부드러운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임팩트가 없다’는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부산시장 재선 도전 실패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대권 잠룡을 노리는 김 의원을 꺾는다면 2018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실추한 명예를 회복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김 의원을 상대로 ‘정권심판론’을 내세워 부산 총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부산의 보수 진영 맹주로 거듭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대표 급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통합당서 공천 배제된 정근 후보, 변수로 떠오르나


▎2월 20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김영춘 의원(맨 왼쪽).
이번 부산진갑 총선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보수 분열’이다.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이 총선 전체를 관통하는 프레임이라면, ‘보수 분열’은 그에 못지않은 파괴력을 가진, 부산진갑의 지역 이슈다. 통합당의 서 전 시장 전략공천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정근 온 병원장이 얼마나 득표를 할 것인지, 또 어느 진영의 표를 잠식할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정근 변수’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정 원장이 통합당 공천을 신청한 이력에서 보여지듯 일정 수준의 보수 지지기반 잠식은 충분히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그가 지역밀착형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부산의 토박이 유권자들에게도 나름의 소구력을 행사하리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하지만 정 원장은 2017년 대선 당시 민주당에 입당해 문재인 후보를 도왔다. 또 2018년 지방선거 때는 오거돈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등 민주당 활동도 해왔던 만큼 정 원장의 무소속 출마가 반드시 통합당에 불리한 소재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정 원장의 과거 친(親)민주당 행보가 부각된다면 보수 진영 표 단속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3자 구도’를 둘러싼 유불리 계산도 엇갈린다. 19대 총선은 새누리당 나성린, 민주통합당 김영춘, 무소속 정근의 3자 구도로 치러졌다. 당시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으나 낙천됐던 정 원장은 결국 무소속 출마를 강행, 2만3658표(24.71%)를 얻어 낙선했다. 당시 나성린 후보가 3만7836표(39.52%)를 얻어 당선됐고, 김영춘 후보는 3만4238표(35.76%)를 얻어 낙선했다. 당시 보수 성향의 정근 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면서 김영춘 후보가 유리해지지 않겠느냐는 평가도 없지 않았지만, 결과는 보수 후보의 승리로 귀결됐다.

‘실패한 부산시장’ vs ‘정권심판론’… 프레임 싸움 격화

총선 후 나성린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던 정 원장의 복당을 허용했고, 20대 총선에서는 나성린·정근, 두 사람이 경선을 통해 나성린 의원이 새누리당 후보로 선출됐다. 경선에서 패배한 정 원장은 출마할 수 없었고, 나성린 새누리당,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오승철 무소속 후보 간의 3자 대결이 성사됐다. 총선 결과 김영춘 후보가 4만5706표를 얻어 4만2853표를 얻은 나성린 후보를 2853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보수 성향의 무소속 오승철 후보는 3613표를 얻었다.

정근 원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3자 구도에 패했던 김영춘 후보가 정 원장이 출마하지 않았던 3자 구도에서는 오히려 승리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정 원장의 출마가 반드시 서 전 시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부산에서 통합당 공천에 탈락한 무소속 후보들의 연대 여부도 주목된다. 일부 격전지에서는 보수 성향의 무소속 인사들이 출마해 연대할 경우 나름의 파괴력을 가질 수도 있다. 과거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한 후보들이 친박 무소속 연대를 결성, 부산에서 6명이 당선됐던 사실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할 현역의원이 없는 데다, 과거처럼 ‘박근혜’라는 구심점도 없는 만큼 그 정도 파워로 연결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어쨌거나 서 전 시장은 공천 확정과 동시에 당내 반발에 발목이 잡혀 초반 기세를 올릴 기회를 상실한 것은 분명하다. 대신 김병호·허원제·나성린 등 부산진갑 전직 의원들의 지지를 얻어내면서 ‘정근 변수’를 상쇄시켜나간다는 계획이다.

‘정권심판론’도 민심을 가를 핵심 변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3월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507명을 상대로 조사한 ‘3월 둘째 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표본오차 ±2.5%p)’에 따르면 PK 지역에서는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가 64.3%로, ‘잘하고 있다(33.4%)’는 긍정평가를 압도했다. 전국 긍정평가는 44.8%, 부정평가는 51.3%였다. PK 지역의 여론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서 전 시장은 김 의원의 문재인 정부 초대 해수부 장관 경력을 부각시키며 ‘정권심판론’을 더욱 부각시켜나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 의원은 ‘실패한 부산시장’ 프레임으로 정권심판론을 뛰어넘는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김 의원이 “서 전 시장이 부산의 과거 20년을 상징한다면 나는 부산의 미래 20년을 상징하는 후보”라면서 일찌감치 ‘김영춘=미래, 서병수=과거’라는 프레임을 걸고 나선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영춘 대 서병수, 서병수 대 김영춘의 대결 결과는 보수 분열 여부와 함께 ‘문재인 심판론’에 부산시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김경국 국제신문 서울본부장 thrkk@hanmail.net

202004호 (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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