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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인터뷰] ‘마지막 임무’ 완수한 원혜영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의 直說 

“범(汎)진보 진영 과반 의석 확보가 가장 중요” 

“능력 있더라도 전체 선거판에 부정적 영향 끼칠 인사들 배제”
“수도권은 다소 낙관, PK는 4년 전과 비교해 다소 후퇴 우려돼”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미래통합당 공천에 대해 “어쨌든 보수 통합을 이뤄 유권자의 표를 받아낼 그릇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공천 과정은 늘 시끄럽다. 불복과 재심이 난무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민주당의 21대 총선 공천도 예외는 아니었다. 민주당에서는 그나마 합리적이면서도 부드러운 리더십을 지닌 원혜영(69) 공천관리위원장(5선 의원)이 조정자 역할을 한 덕에 볼썽사나운 집안 싸움은 피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1988년 정계 입문한 그는 이번 20대 국회를 끝으로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공천관리위원장은 정치인 원혜영에게 맡겨진 마지막 중책이었다.

원 위원장은 민주당 공천에 대해 “대한민국 정당사(史)에서 최초로 시행된, 원칙과 기준이 확립된 시스템 공천”이었다고 주장한다.

32년 정치 베테랑인 원 위원장이지만 4·15 총선과 관련해 구체적인 숫자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그러면서도 “범보수 진영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 모든 게 끝난다”며 “범개혁·범여권 정치세력의 과반 의석 확보가 이번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얼마 뒤면 정치권을 떠나는 원 위원장은 제3의 인생의 방향도 이미 정했다. 그는 “연명치료·장기기증·유언장 등 자기결정권을 가진 노년층이 많은 사회가 품격과 에너지가 넘칠 것”이라며 “1000만 노인 시대를 대비해 웰다잉(Well-Dying) 사회운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간중앙은 3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원 위원장과 만나 민주당의 공천 과정과 21대 총선 전망 등에 대해 깊은 얘기를 나눴다.

“친문 대거 단수 공천? 재공모해도 후보 없더라”


▎원혜영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가운데)이 올해 1월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관리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공천 결과를 자평한다면?

“지금까지 주요 정당의 공천에서 원칙과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된 적이 거의 없었다.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공천이 이뤄졌다. 인재 영입부터 후보 심사, 공천까지 한 사람(공천관리위원장)이 칼자루를 쥐고 막강한 힘을 행사했다. 이번 민주당 공천은 국내 정당사(史)에서도 최초로 진행된, 원칙과 기준이 확립된 시스템 공천이었다. 인재 영입, 후보자 자격 심사 검증, 전략공천, 공천 관리, 재심 처리 등 각각의 역할을 가진 위원회가 시스템을 통해 공천을 진행했다. 예측 가능한 공천의 원칙과 시스템을 가지고 진행했다는 점은 정치 발전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밖에서보는 시선은 좀 다른 것 같다. 2월만 해도 민주당은 “현역들이 서운할 정도로 경선으로 몰아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역 의원 물갈이 비율이 30%가 채 되지 않는다.

“이전에는 현역 의원과 도전자의 지지율 격차가 20%p 이상이면 경선에 붙이지 않고 바로 단수 공천을 했다. 이번에는 여성 할당 지역구 등 2~3군데 빼고는 모두 다 경선을 했다. 하늘과 땅 차이의 지지율이라 하더라도 모두 경선을 붙였다. 그래서 떨어진 사람들도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떨어진 현역들 가운데 ‘지지율 격차가 꽤 나는데 왜 무차별적인 경선을 하냐’ ‘표적 경선 아니냐’는 불만도 있었다. 하지만 절대 그런 게 아니었다. 원칙과 기준을 통해 경선을 진행했고 대다수가 수용하는 분위기다.”

친문(親文) 현역 의원들이 대거 단수 공천받았다는 지적이 많다.

“소위 친문이라는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의 경우 공모에 재공모까지 받았다. 그런데 신청하는 사람이 없었다. 경선하려야 할 수가 없어 단수 공천을 한 것뿐이다.”

물갈이 비율이 국민의 눈높이에 많이 못 미친다는 여론이 높다.

“구소련이 외부 침략으로 붕괴했나? 체제 경쟁에서 진 것이다. 혁신은 기본적으로 경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우리도 경쟁 방식인 경선을 최대한 진행하려고 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공천했다. 다만 경쟁을 통한 혁신보다 인위적인 물갈이가 국민에게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으로 더 좋게 비치는 게 참 안타깝다. 선거 때마다 평균 50% 안팎의 물갈이가 이뤄졌지만, 국회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초선 의원들에게는) 축적된 지혜나 경험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다.”

당초 민주당은 청년·여성 후보 우대를 천명했지만, 결과적으로 공천 비율은 극히 미미하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목표만 높게 잡은 것이 얼마나 허황한 것인가를 공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느꼈다. 가령 현역 의원의 지지율이 40%이고, 청년 도전자가 10%라고 치자. 현역 의원에게는 20% 감점을, 청년 도전자에게 20% 가산점을 줘도 현역 32% 대 청년 12%다. 턱도 없는 싸움이다. 그래서 청년·여성 후보에게 절대 점수를 보장한다든지, 보다 강력한 디딤돌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근본적으로 청년·여성이 정치지도자로 평가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2010년 1월부터 지역구 지방의회 의원선거에서 여성후보자 1인 이상을 의무적으로 공천하는 제도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지방의회 여성할당제’ 도입 이후 여성 의원의 지방의회 진출 비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청년 의무할당제’가 필요한 이유다. 물론 기득권을 가진 현역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을 하지도 않으면서 목표만 허황하게 잡는 건 국민을 실망하게 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김형오, 잘 쳐냈지만 지역 민심 제대로 못 살핀 듯”


▎2008년 12월 예산안 직권상정에 항의하기 위해 의장실을 방문한 원혜영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김형오 국회의장과 인사하고 있다.
공천 심사 과정에서 고심을 거듭한 부분은 무엇이었나?

“자질이 있다고 평가받고 기대를 모은 사람들 가운데, 전체 선거판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경쟁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본인들 입장에서는 매우 아쉬울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법적인 문제가 해결됐고 상식적인 기준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선거에서는 상대가 그 부분을 공격하고 과장할 우려가 있다. 그러다 보니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생각에서 기회를 주지 못했다.”

원 위원장이 언급한 ‘아쉬운’ 인물로는 정봉주 전 의원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공관위는 과거 성추행 의혹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한 바 있었던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해 “정 전 의원이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바 있어 다각적인 논의를 진행해왔지만, 국민 눈높이와 기대를 우선하는 공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부적격 판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에서는 청와대 대변인 시절 ‘부동산 투기’ 논란이 가라앉지 않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해서도 불출마를 권유했다.

미래통합당 공천은 어떻게 평가하나?

“민주당이 1년 전 원칙과 기준을 확립하고 시스템 공천의 기반을 구축한 것과 비교하면 미래통합당은 권한이 큰 공관위 안에서 이뤄지는 현장성이 강한 공천이라 본다. 민주당과는 성격이 다르다. 어쨌든 보수 통합을 이뤄 유권자의 표를 받아낼 그릇을 만들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동의하진 않지만, 공천 물갈이를 통해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면서 유권자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명분이나 환경을 만든 것 같다. 세간의 이목을 끌어냈다는 점에서도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미래통합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앞장서서 찬성 혹은 강하게 반대했던 주요 인물들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균형을 갖춘다는 점에서 정치공학적으로는 평가받을 수 있겠지만, 정치는 결국 시대의 가치를 구현해가는 과정이다. 기계적으로 양쪽 다 쳐내는 게 사회적 가치, 시대의 요구를 정당이 제대로 부응하는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김형오 전 미래통합당 공관위원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정치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대체로 잘했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 그런데 지방에 지역구를 둔 중진 의원을 수도권에 배치하는 등 나름대로 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역 민심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자칫하면 유권자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비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전 대표 영입 시도를 어떻게 봤나?

“워낙 김 전 대표가 독특한 위상을 갖고 계신 분이기는 하나 참신성과는 거리가 멀다. 미래통합당은 합리적 개혁론자로서 김 전 대표의 이미지를 최대한 끌어안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탄핵 찬성에 앞장섰던 인물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면서 개혁을 얘기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개인의 이미지만 차용하려는 시도가 국민에게 주는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이라 본다.”

2012년 당시 새누리당, 2016년 민주당의 총선을 지휘해 각각 원내 1당 등극에 기여했던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이 유력해 보였으나 끝내 불발에 그쳤다.

“전통적 관점에서 보면 중간평가 그러나…”


▎2008년 당시 통합민주당 원혜영 의원(왼쪽)과 김부겸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 후보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개정된 선거법으로 치러지는 21대 총선은 고려해야 할 변수가 한둘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깜깜이 선거 탓에 정당들과 후보들의 정책·공약이 유권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원 위원장은 5선 국회의원에 부천시장도 두 번 지냈다. 가히 ‘선거의 달인’이라 부를 수 있다. ‘정치 베테랑’ 원혜영은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예상할까.

21대 총선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나?

“집권 중·후반기에 치러지는 총선은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다는 말이 있지 않나. 그런데 대안으로서 야당의 존재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전통적 관점에서 보면 정권심판론이 먹힐 가능성이 있겠지만 이번에는 잘 모르겠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 이후 ‘촛불혁명 대 적폐세력’이라는 전선이 명확하게 부각되는 효과가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촛불혁명의 완수라는 시대적 사명을 인정하느냐 반대하느냐로 구도가 짜일 수 있다. 정권심판 프레임만으로 이번 선거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총선 목표치가 범여권 정당의 과반 달성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가능할 것이라 보는가?

“우리가 다수를 차지하는 것보다, ‘4+1’로 일컬어지는 범여권 세력이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제1당을 차지한다 하더라도 범보수 진영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 모든 게 끝나는 것이다. 국회의장 자리도 불확실해진다. 우리가 제1당이 되는 것보다 범개혁·범여권 정치세력의 과반 의석 확보가 더 중요한 가치라 본다.”

미래통합당이 비례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을 창당할 때 민주당은 거세게 비난했다. 그런데 결국 민주당도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결국 내로남불 아닌가?

“미래통합당처럼 위성정당·괴뢰정당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치적 가치를 추구하는 연합정당에 민주당이 참가한다는 명분과 실체를 확보해야 국민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총선까지 한 달 남았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뭐라고 보나?

“역시 코로나 변수가 가장 크다. 마스크 수급 등에 대한 불만은 있지만, 정부와 여당이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 같다. 그러나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발생한 경제심리 위축과 실업, 자영업자 위기, 주가 폭락 등 민생경제 후유증이 오래가면 (범여권에) 부담이 클 것이다.”

지난해 8월 불거진 ‘조국 사태’ 이후 친문 세력의 독단적인 국정 운영, 폐쇄적인 진영논리 등 이미 민주당 하락세가 시작됐다는 지적도 있다.

“집권 여당은 오만하고 편협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 공천에서 오해를 살 수 있는 김남국 변호사의 강서갑 공천 신청을 철회하는 등의 노력을 했다. 남은 한 달이라도 독단적이고 오만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게끔 노력하고 관리해야 한다.”

“오만하고 편협하게 보이지 않는 게 중요”


▎2014년 12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진과 시선, 국회선진화법이 바꾸어놓은 것들’ 사진전 개막식에 참가한 당시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장(오른쪽)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총선 최대 승부처는 어디일까?

“여야의 대표 차기 대선주자들이 격돌하는 종로 아니겠는가.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지우지 못하고 지켜볼 곳이 김부겸 의원이 출마한 대구 수성갑이다.”

이유가 뭔가?

“지난 총선에서 김부겸 의원의 당선은 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벽이었던 지역주의를 허물었다는 의미가 있다. 김 의원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가장 어려운 곳에 출마해 낙선하고 또 낙선한 끝에 지역 주민의 마음을 샀다. 수성갑은 민주당에 단순한 1석 이상의 의미다. 이번 선거에서 노무현·김부겸이 허물었던 지역주의의 높은 벽 앞에서 다시 절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부겸 의원과는 개인적 친분이 깊은데.

“1995년 DJ(김대중 전 대통령) 주도로 새정치국민회의가 만들어졌지만, (나는) 지역주의 극복을 목표로 한 통합민주당에 남았다. 남은 사람들 가운데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좌장으로 노무현·유인태·제정구 등이 모여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를 결성했다. 당시 김부겸 의원이 막내였다. 지역주의 극복을 가장 중요한 정치적 목표로 세우고 함께 정치를 해왔던 사람으로서 김 의원이 처한 상황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늘 그랬듯 수도권과 PK(부산·울산·경남)가 총선 승패의 분수령으로 예상되는데.

“지금의 민주당 지지율은 우리가 잘해서 얻은 결과라기보다는 더 잘하라는 응원의 의미로 생각해야 한다. 또한 민생 경제의 어려움 등 문제가 있지만 끝나지 않은 촛불혁명을 완수해야 한다는 주문도 담겨 있는 것 같다. 특히 수도권에서 그런 여론이 가장 강한 것으로 판단되기에 조심스럽게나마 낙관하고 있다. PK에서는 4년 전 지역 대결 구도가 허물어지는 희망적인 흐름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다소 후퇴하지 않았을까 걱정된다.”

원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총선 불출마와 동시에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5선 중진의 용퇴가 인적 쇄신을 추진해야 하는 당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을 덜게 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32년 정치인생의 마침표를 찍는 소감을 묻는 말에 원 위원장은 “‘시원’과 ‘섭섭’이 적절하게 균형으로 이루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웃었다.

정계 은퇴 결심의 결정적 계기가 궁금하다.

“삶의 흐름이랄까. 20대 총선을 준비하면서 ‘당선되면, 2020년에 칠순이 되겠구나. 그때쯤 그만두면 좋겠다. 나이 70이면 제3의 인생을 시작하기 좋은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된 생각이었다. 그때부터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20대 국회까지만 (정치를) 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다만 그걸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건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총선 개시 시점인 예비후보 등록 때 맞춰서 발표한 것이다.”

32년 정치인생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1988년 ‘새 정치, 새 세력’을 표방한 한겨레민주당으로 정치를 시작한 이래 ‘지역주의 극복’을 줄곧 내세웠다. 개인적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시대적 가치를 실현하는 대목에서는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인가?

“당과 국회의 혁신, 더 나아가 정치 혁신에 초점을 맞춰서 노력했던 게 가장 큰 보람이다. 대표적 성과물로 국회선진화법을 들 수 있고, 개인 정치사에서는 부천시장을 역임하면서 부천을 만화를 중심으로 하는 문화도시로 만든 게 자랑스럽다.”

“‘품격’ 있는 노인 문화 위해 사회운동 매진”


▎원혜영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정계 은퇴 후 1000만 노인 시대를 대비해 웰다잉 사회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 위원장은 2012년 5월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된 국회법 개정안, 일명 국회선진화법의 산파 역할을 했다. ‘동물국회’ 오명이 극에 달하자 2010년 12월부터 원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내 ‘민주적국회운영모임’과 당시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을 주축으로 한 ‘국회바로세우기모임’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결국 두 모임 의원들의 합의안이 토대가 돼 국회선진화법이 완성됐다.

또 원 위원장은 부천시장(1998~2003년) 시절 애니매이션과 만화를 특화한 뒤 5대 문화사업(부천필하모닉,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학생애니메이션축제, 부천만화축제, 복사골예술제)을 굳힌 데 이어 기초자치단체로는 선구자적으로 부천문화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문화도시 부천의 전직 시장답게 명함에는 그의 캐리커처가 새겨져 있다.

국회의원 원혜영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총선이 끝나고 마지막 20대 국회가 열리면 국회 의사일정이 자동으로 개시되는 법안 통과를 동료 의원들에게 호소해볼 생각이다. 소통과 협력을 취지로 만든 것이 ‘국회선진화법’인데 지금은 이게 변질해서 국회나 본회의 개회 여부가 여야 간 협상 대상이 돼버렸다. 개회조차 정쟁 대상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 회의는 국회의 의무이고, 국회의원 하나하나는 국민의 대표로서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 설령 싸우느라 협상이 잘 안 되더라도 국회의원은 국회에 모여야 한다. 이런 이유로 본회의 개의나 임시국회 개회 일정을 명확하게 하고 자동으로 국회가 열릴 수 있도록 규정 손질을 설득할 계획이다. 그렇지 않으면 21대 국회도 6월은 돼야 개원할지 모른다.”

정계 은퇴 후 계획이 궁금하다.

“몇 년 전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대한 하소연을 듣고 ‘웰다잉 문화 조성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만들어서 입법을 추진했고 3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걸 하다 보니 노년층의 ‘자기결정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나라는 5년 뒤에 노년층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노년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한다는 의미다. 자신의 삶에 대해 결정권을 갖고 고민하는 노인이 1000만 명인 사회와 시간의 흐름에 그저 떠밀려가는 노인들을 안고 가는 사회의 품격과 에너지는 천지 차이다. 그래서 앞으로 민간으로 돌아가 ‘준비되지 않은 채 닥쳐온 미래’에 대한 사회적 대비를 하자는 ‘웰다잉’ 생활문화 운동을 전개할 생각이다. 봉사하는 차원에서 보람찬 일을 찾아 기대된다.”

- 글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 녹취 정리 박지원 월간중앙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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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호 (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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