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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 서울대 폴랩-폴메트릭스 공동기획] 20대 국회 의정 활동 성적표 

일도 협치도 ‘나 몰라라’… 최다 언급 키워드는 ‘대통령’ 

법안 처리 비율, 18·19대보다 낮아… 대선 이후 정당 간 공동발의 반토막
비례대표, 지역구 의원보다 본회의·상임위 발언 많고 표결 성향 더 양극화


▎2016년 6월, 20대 국회 개원식에서 의원들이 선서하고 있다.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세상사가 그렇듯 앞만 보고 달려갈 순 없다. 과거의 일을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월간중앙은 서울대 폴랩(한규섭 교수 연구팀), 입법 빅데이터 분석업체 폴메트릭스와 함께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과 의원별 표결 성향, 본회의 및 상임위 발언 등을 분석했다. 20대 국회가 개원한 2016년 5월 30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 발의해 표결 처리한 법안 7725건과 85만여 건의 표결 및 같은 기간 국회 회의록이 분석 대상이었다.

20대 국회는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라는 굵직한 이슈의 한가운데 있었다. 후반기에는 선거제 개혁과 검찰개혁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싸고 ‘국회선진화법’이 유명무실해진 ‘동물 국회’였다. 여야 대립이 격해지자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이 거셌던 것이 사실이다.

분석 결과 법안 처리 비율은 19대 국회(42%)보다 낮은 32%에 그쳤다. 정치권의 오래된 수사인 ‘협치’ 역시 19대 대선 이후 더욱 요원해졌다. 정당 간의 공동발의 비중을 분석한 결과였다.

법안 표결로 본 의원들의 이념 성향은 19대 국회보다 전반적으로 진보적인 색채를 띤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비례대표 의원일수록 더욱 진보·보수 양극단으로 갈라지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내실은 물음표… ‘재탕 법안’ ‘쪼개기 법안’ 쏟아져


국회의 주된 임무는 입법이다. 입법을 위해서 법안을 발의해야 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과 서울대 폴랩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2만3827건(정부·대통령 발의안 제외). 19대(1만7822건)에 견줘 약 34% 증가한 수치다. 의원 1명당 발의 건수로 보면 평균 약 74.8건을 발의했고 이는 19대(약 59.4건)에 비해 약 1.5배 증가했다. 그러나 폐기·철회 법안을 제외하고 실제 처리한 법안은 전체 발의 법안의 32%에 그쳤다. 약 1만5000여 건에 달하는 66%의 법안은 국회에 잠들어 있다. 18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이 44%, 19대 국회는 42%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19대에 비해 약 41% 증가했다(1만5444건→2만1875건). 얼핏 보면 의원들의 입법 활동이 활발해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분석이다. 공천심사를 위한 의정활동 평가 지표 중 하나는 발의 법안 수다. 정량지표를 채우기 위해 입법 남발을 했다는 비판이 따른다. 실제로 법률안의 단어를 수정하거나 이미 나온 바 있는 ‘재탕’ 법안, 하나에 담아도 될 내용을 나눠 발의하는 ‘쪼개기’ 법안 행태는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바 있다.

월간중앙이 서울대 폴랩(한규섭 교수 연구팀), 입법 빅데이터 분석업체 폴메트릭스와 함께 20대 국회 대표발의 건수를 분석한 결과, 1월 3일 기준 가장 많은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황주홍(민생당, 696건) 의원이었다. 이어 박광온(더불어민주당, 387건)·이찬열(미래통합당, 323건)·김도읍(미래통합당, 237건)·박정(더불어민주당, 229건) 의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황주홍 의원의 대표발의 건수는 2·3위 의원들의 두 배 안팎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거의 매일 1~2개의 법안을 발의해야 가능한 숫자다. 발의 건수 10위 내의 다른 의원들도 2~3일마다 한 개씩 법안을 대표 발의한 셈이 된다. 대표와 공동발의를 합치면 이찬열(미래통합당) 의원이 4544건으로 가장 많은 발의에 참여했다. 이어 황주홍(4012건), 신창현(더불어민주당, 3703건), 박정(더불어민주당, 3060건) 의원 등이 뒤따랐다.

상대적으로 법안 발의에 ‘초연한(?)’ 의원들도 있었다. 장관 차출이나 사퇴 혹은 비례대표 후순위·재보궐 선거로 늦깎이 등원을 한 의원을 제외하면 김무성(미래통합당, 3건)·홍문종(친박신당, 6건)·여상규(미래통합당, 7건)·정양석(미래통합당, 11건) 등이 최소 대표발의 상위권에 올랐다. 대표발의 1위 황주홍 의원과는 무려 100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자신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 가장 많은 동료 의원의 참여를 끌어낸 ‘마당발’은 이동섭(미래통합당) 의원이었다. 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 총 239명의 의원이 공동발의로 참여했다. 이어 정운천(미래한국당) 의원은 221명, 주승용(민생당) 의원 217명, 우상호(더불어민주당) 의원 214명, 이명수(미래통합당) 의원 211명, 정세균(더불어민주당) 의원 207명 등이 뒤를 이었다.

발의 횟수가 ‘양’이라면 ‘질’은 어땠을까. 분석 결과, 20대 국회의 정당 간 공동발의 움직임은 활발하지 못했다. 특히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두 거대 정당의 타 정당과의 공동발의는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의 경우 당내 공동발의가 차지하는 비율이 89.5%, 미래통합당은 92.2%였다. 같은 당내 의원들 간의 공동발의가 대부분이었다는 의미다.

2017년 5월 이후 정당 간 공동발의 절반 수준으로


두 당 간의 공동발의는 손꼽을 정도였다. 민주당 의원이 미래통합당 의원과 공동발의한 경우는 민주당 전체 공동발의 가운데 2.3%, 반대의 경우 4.5%였다. 이념 간의 간극만큼 국회 내 입법 교류 역시 소원했다고 볼 수 있다.

거대 양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의 경우 타 정당과의 교류가 활발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당내 공동발의 비율은 각각 42.3%, 42.0%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두 정당은 국회 내 중간자적 입지로 인해 정당 내 공동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타 정당 소속 의원들과의 공동발의가 보다 빈번했다. 특히 두 정당 소속 의원들 상호 간 공동발의 빈도(바른미래당 24.8%, 민주평화당 31.9%)가 상당히 높았던 것이 특징이다. 두 거대 정당 간의 협치는 미미했으나 다당제 구도에서 중도 성향 정당들의 협치 노력은 존재했다고 볼 수 있다.

두 정당 모두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5.0%, 민주평화당 5.6%)보다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바른미래당 26.7%, 민주평화당 19.1%)과의 공동발의 빈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이는 20대 국회의 상당기간 동안 민주당이 국정을 주도하고 자유한국당이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는 것을 수치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 한규섭 연구팀의 분석이다.

눈에 띄는 점은 정의당의 민주당과의 공동발의 비율이다. 정의당의 경우 당내 공동발의(40.5%)보다 민주당 의원들과의 공동발의(44.0%)가 더 많았다. 20대 국회 내내 두 정당 간의 공조가 매우 긴밀하게 이루어졌음을 시사한다. 반면 민주당 입장에서 바른미래당(4.5%)과 민주평화당(2.5%) 소속 의원들과의 공동발의 빈도가 정의당 소속 의원들과의 공동발의(1.3%)의 2~4배에 달했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다당제 구조 아래서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해 정의당의 민주당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현재 진보 진영 내 여론이 엇갈리고는 있지만, 민주당 비례연합정당 논의가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분석한다.

‘공동발의’라는 작은 의미의 협치 흐름은 대선 이후 변하기 시작했다. 2017년 5월 대선 이전에는 전체 공동발의 중 약 43%가 정당 간 공동발의였다. 그러나 대선 이후에는 이 비율이 26%로 급격하게 낮아졌다. 한 교수는 “대선 이후 집권 여당이 높은 대통령 지지율에 기대어 ‘협치’보다는 ‘개혁’ 드라이브에 치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경우, 대선 이전에는 전체 공동발의의 약 29.8%가 타 정당 소속 의원들과의 공동발의였다. 대선 이후에는 이 비율이 14.4%,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마찬가지로 자유한국당은 대선 이전 타정당 소속 의원들과의 공동발의 비율이 약 26.0%이었던 것이 대선 이후에는 10.0%로 하락했다. 두 거대 정당 모두 대선 이후 극단의 대립 정국이 계속되면서 타당과의 협치에 대한 의지가 점점 약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대선 이전에는 전체 공동발의의 약 80.3%가 타당 소속 의원들과의 공동발의였으나 대선 이후에는 이 비율이 69.2%로 낮아졌다. 특히 민주당과의 ‘협치’가 대선 이전 43.4%에서 대선 이후 28.5%로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 두드러진 현상으로 볼 수 있다.

19대 국회보다 진보적 표결 성향 ↑… 비례는 양극단으로


법안 표결로 본 각 정당과 의원들의 이념 성향은 19대 국회보다 전반적으로 왼쪽(진보)으로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W-NOMINATE’ 통계기법으로 의원 319명(사퇴, 승계 등 포함)의 표결 성향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이념 지수가 -1에 가까우면 진보 성향이 더 강하고, +1에 가까우면 보수 성향이 더 강했음을 의미한다. 표결로 본 각 당의 성향 지수는 정의당이 ‘-0.903’으로 가장 왼쪽에 위치했다. 이어 민중당(-0.746)·민주당 (-0.615)·민주평화당(-0.368)·바른미래당(-0.317)·새로운보수당(0.053)·자유한국당(0.238) 순으로 나타났다. (진보→보수 흐름순)

표결 경향으로 보면 각 정당의 이념 성향 위치는 세간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0.238)은 19대 국회 당시 새누리당(0.609)보다 약 0.371가량 왼쪽으로 이동했다. 민주당(-0.615)도 19대 국회 민주통합당·새정치민주연합 시절(-0.280)보다 더 진보적 표결 경향을 보였다. 한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보수 정당의 분화, 새로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도 그리고 광범위하게 진행된 적폐 수사 등으로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다소 ‘왼쪽’ 쪽으로 옮아간 것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다.

분석대상 319명 의원 가운데 가장 진보적 표결 성향을 보인 상위 3인은 홍익표(민주당)·여영국(정의당)·윤소하(정의당) 의원이었다. 이어 문미옥(민주당·사퇴)·한정애(민주당)·이정미(정의당)·추혜선(정의당)·김종훈(민중당) 등이 뒤를 이었다. 진보 표결 성향 지수 상위 10명 가운데 4명의 민주당 의원(홍익표·문미옥·한정애·이재정)이 포진한 것으로 보아 여당 내 강성 의원들과 진보정당 의원들 사이의 표결 경향은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보수적 표결 성향을 보인 이는 박성중(미래통합당)·홍문종(친박신당)·곽대훈(미래통합당) 순이었다. 보수 상위 10인 가운데 미래통합당 출신은 8명으로 압도적이었다. 조원진(자유공화당) 의원은 7위에 올랐다.

가장 중도적인 표결 성향을 보인 이는 김진표(민주당, -0.414) 의원이었다. 이 밖에 이동섭(미래통합당, -0.419), 정인화(민주평화당, -0.425), 최도자(민생당, -0.430), 백재현(더불어민주당, -0.431) 의원 등이 전체 이념 스펙트럼의 중간에 위치했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지역구 의원보다 비례대표 의원의 표결 성향이 더욱 극단으로 치우쳤다는 결과다. 우선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들의 표결 성향은 -0.689로 지역구 의원 평균(-0.605)보다 더 왼쪽으로 치우쳤다. 상대적으로 더 진보적 성향의 표결을 했다는 의미다.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의원들은 0.308로 당내 지역구 의원들의 평균(0.227)보다 더 오른쪽에 위치했다. 보수적 성향의 표결을 한 것으로 분석된 것. 이러한 결과는 20대 국회에서만 나타난 것은 아니라 17~19대 국회의 분석 결과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 서울대 폴랩 연구팀의 설명이다. 한 교수는 “비례 의원들이 소속 당 지역구 의원들보다 이념 지수가 더 강성임을 보여주는 분석 결과”라며 “비례대표제가 확대될 때 당 충성도가 높은 행동대원 역할을 하는 의원들이 늘어날 수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월간중앙과 서울대 폴랩 연구팀·입법 빅데이터 분석업체 폴메트릭스는 20대 국회 본회의 및 상임위에서 한 발언도 분석했다.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의 발언을 제외하면 20대 국회에서는 총 70만3454회의 발언이 이뤄졌다. 지난 4년 동안 의원 1명당 2300여회의 발언을 한 셈이다.

본회의에서는 총 1만8442회의 발언이 나왔다. 산술적으로 의원 1명당 61회가량 발언한 수치다. 그러나 전체 319명 분석대상 의원 가운데 한 번도 본회의장 연단에 서 보지 못한 의원도 38명이나 됐다. 본회의 발언 기록이 전무하다는 뜻이다. 한 교수는 “대정부 질의의 경우 당 지도부의 순서 결정이나 국회 파행 등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본회의 질의를 한 번도 못 했다는 것은 ‘기회의 균등’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20대 국회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대통령’ ‘문재인’


▎올 1월,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회동했다. 손은 맞잡았지만 협치는 없었다.
본회의장 연단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의원은 송영길(민주당) 의원으로 총 376회에 걸쳐 발언했다. 뒤이어 이언주(360회)·백승주(354회)·심재철(318회)·윤상현(295회)·전희경(289회) 의원 등 미래통합당 소속 의원들이 발언 횟수 상위권에 포진했다. 최다 발언 범위를 30명으로 넓혀도 여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은 5명(송영길·홍익표·윤후덕·박용진·김경협)에 불과하다. 본회의 발언이 주로 정부 비판적인 내용이 많다는 측면에서 야당 의원들의 발언 빈도가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전체 본회의 발언 횟수 가운데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발언 횟수는 총 8390회로 약 45%를 차지했다. 민주당은 약 35%(6464회)였다.

그렇다면 본회의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키워드는 무엇이었을까. 일상적인 회의 진행을 위해 사용하는 단어와 ‘국민’ 등 수사적 표현들을 제외하면 6209회 언급된 ‘대통령’이었다. 이 외에도 ‘문재인’은 2353회(10위), ‘청와대’는 1354회(23위)가 불렸다. ‘박근혜’도 1194회(31위) 언급됐다. 한 교수는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한국 정치의 속성상 당연한 이치로 볼 수 있다”며 “의원 입장에서는 대통령을 직접 언급함으로써 여론과 당내 지지를 얻고자 하는 동기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한다. 이 밖에 정책 이슈로는 ‘경제’(3위, 4001회), ‘기업’(16위, 1690회), ‘일자리’(26위, 1274회) 등이 순위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인 ‘검찰개혁’과 관련된 키워드도 다수 등장했다. ‘수사’는 3791회(4위) 언급됐고 ‘검찰’은 3317회(6위), ‘공수처’는 1954회(13위), ‘검사’는 1127회(36위) 등장했다. 지난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조국’(782회, 61위)도 순위에 올랐다. 한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검찰이라는 기관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정치화되고 갈등적인 주제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라 평가한다. 상임위에서는 이은재(6121회)·김도읍(5967회)·임이자(5669회) 미래통합당 의원과 김민기(5283회)·노웅래(5266회) 민주당 의원 등이 가장 활발하게 발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저격수는? 강효상… 총 498회 언급

선출 구분을 기준으로 나눠 분석할 경우, 비례대표 의원이 지역구 의원보다 본회의 및 상임위에서의 발언이 많았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본회의에서 평균 64.3회 발언한 반면 지역구 의원들은 56.8회에 그쳤다. 상임위에서도 비례대표 의원들은 평균 2340회 발언했지만, 지역구 의원들의 발언 횟수는 평균 2119회였다. 10%가량 낮은 발언 빈도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지역구 공천을 원하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눈에 띄는 의정활동을 통해 당 지도부의 눈에 들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당 지도부도 비례대표 의원들을 앞에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봤다.

선수(選手)로 따져보면 평균적으로 재선의원의 발언이 가장 많았고, 이후 초선, 다선 의원 순이었다. 재선의원들은 본회의에서 평균 73.1회 발언으로 다선의원보다 20회가량 많이 발언했다. 평균 2667회 발언한 상임위에서도 다선의원들보다 900회 정도 발언이 많았다. 재선의원들이 이미 앞선 4년간의 축적된 의정 경험으로 의정활동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초선의원의 경우 본회의와 상임위에서 각각 평균 59회, 2284회 발언했다. 이는 재선·다선 의원 발언 횟수의 중간 정도다. 활발한 의정활동으로 당내 입지를 굳혀야 하는 초선의원의 상황과 이 같은 처지를 활용하는 당 지도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발언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누가 당을 대표하는 ‘최전방 공격수’였는지 알 수 있다. 본회의·상임위 회의 석상에서 경쟁정당 또는 경쟁정당 소속의원을 거명한 빈도를 척도로 삼았다. 여당에서는 기동민·강병원 의원의 미래통합당을 향한 발언 빈도가 높았다. 횟수는 각각 277회, 259회였다. 박범계(90회)·백혜련(67회)·김종민(64회)·송영길(57회)·송기헌(50회) 의원 등이 뒤를 이었지만 기동민, 강병원 의원과는 큰 격차를 보였다.

미래통합당에서는 박맹우(131회)·전희경(125회)·박대출(103회) 의원이 100회 이상의 민주당 관련 발언을 쏟아내며 미래통합당 최고의 공격수 3인방으로 활약했다. 이어 임이자(97회)·강효상(94회)·권성동(82회)·심재철(82회)·주호영(68회)·지상욱(68회)·정점식(63회) 등이 상위 10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정미(192회)·여영국(80회)·윤소하(73회) 정의당 의원은 과거 자유한국당을 향한 날 선 언사 빈도가 높았다.

20대 국회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대통령’이었다. 그렇다면 야당인 미래통합당 의원 가운데 본회의 또는 상임위 회의에서 ‘대통령’ 또는 ‘문재인’을 가장 많이 언급한 의원들은 누구일까.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강효상 의원이었다. 강 의원은 총 498회에 걸쳐 ‘문재인’ 또는 ‘대통령’을 언급하며 ‘대통령 저격수’ 역할을 도맡았다. 주호영(406회)·주광덕(336회)·박대출(304회)·권성동(240회)·정점식(236회)·곽상도(228회) 의원 등도 저격수 대열에 섰다. 강성 발언으로 유명한 이언주(154회)·나경원(124회)·전희경(120회) 의원 등은 국회 공식 회의 석상에서는 ‘대통령’ ‘문재인’의 발언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004호 (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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