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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CEO in KOREA(14)] ‘문화강국’ 꿈꾸는 CJ 이재현 회장 

“한국 영화와 음악과 음식을 세계인의 일상으로 만들자”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은 CJ 엔터테인먼트산업 25년 축적의 성과
초격차 역량 기반 ‘K라이프스타일’ 글로벌 전파 앞장… ‘K푸드’와 물류에서도 진격


▎이재현 CJ 회장은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할아버지 이병철 창업주의 뜻을 이어받아 ‘K라이프스타일’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 사진:CJ그룹
영화 [기생충]이 2020년 2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 최초로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 [기생충]의 성공에 투자와 국내·외 배급에 나섰던 CJ의 문화사업과 이를 진두지휘해 온 이재현(60) 회장에게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월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계 주요 인사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코로나19 사태 대응 차원에서 마련된 이 간담회는 주요 경제단체 및 5대 그룹으로 범위를 한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그리고 5대 그룹 이외에 유일하게 초청받은 대기업 CEO가 한 명 있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CJ그룹이 투자한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영예를 차지한 것은 한류 문화의 우수성을 또 한 번 세계에 보여준 쾌거”라고 말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기생충]의 후광으로 CJ가 초대됐다는 분석이 흘러나왔다. 이 회장은 “천재적인 봉준호 감독과 영화인, CJ의 지원이 조합된 결과”라며 “대통령께서도 문화 콘텐트를 산업으로 인식해주시고, 많은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화답했다. 이 회장이 청와대 주최 재계 행사에 참여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었다. ‘은둔의 경영자’로 각인된 이 회장이 9년 만의 ‘외출’에 나선 것이다. CJ 문화산업 25년의 결실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2018년 이재현 회장은 ONLYONE 컨퍼런스에서 임직원들을 향해 “글로벌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하며 “초격차 역량을 확보해 세계가 인정하는 글로벌 생활문화 기업이 되자”고 말했다.

이를 전후해 CJ는 활발히 글로벌 M&A에 나섰다. 미국 대형 식품기업 슈완스를 약 2조원에 인수(2019)한 것을 비롯해 베트남 민닷푸드(2017), 독일 마인프로스트(2018), 미국 카히키(2018) 등을 잇달아 사들였다. K푸드 글로벌 확산을 위한 플랫폼 확보에 나선 것이다.

또 CJ대한통운을 앞세워 미국 DSC(2018), 베트남 제마뎁(2017), 중국 로킨(2015)과 스피덱스(2016) 등을 사들이며 글로벌 물류기업 도약을 위한 규모 갖추기에 나섰다.

혁신성장으로 저성장 파고 넘겠다


▎이미경 CJ 부회장(왼쪽 두 번째)은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직후 동생인 이재현 CJ 회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CJ는 동시에 그룹의 제약사업부문인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1조3100억원에 매각(2018년)하고, 케이블업계 1위 CJ헬로를 LG유플러스에 넘겼다. 또 CJ푸드빌의 카페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의 지분 45%를 매각하고(2018년), CJ제일제당이 보유한 1조원 이상 가치의 가양동 부지를 팔았다.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과 함께 대형 M&A로 일시적으로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을 이룬 것이다.

본격적인 글로벌 도약을 예고했지만, 대내외 경영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해지면서 이 회장의 고민도 깊어졌다.

이 회장은 글로벌 기업 수준의 수익성과 초격차 역량 기반의 미래성장 동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혁신성장을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한해 꾸준한 재무구조 개혁 및 수익성 위주 경영을 통한 미래재원 확보와 함께 미래시장을 선점할 초격차 역량 확보 차원의 전략적 투자를 병행하며 저성장의 파고를 넘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 회장은 제일제당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대다수 대기업 오너 경영자들과 달리 해외 유학을 가지 않았다. 그의 할아버지는 이병철(1987년 별세) 삼성그룹 창업주이고, 아버지는 이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2015년 별세) CJ 명예회장이다. 이미경(62) CJ그룹 부회장이 누나다. 1993년 6월 제일제당이 삼성그룹에서 분리됐을 때부터 경영에 본격 참여했다. 1998년부터 제일제당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았다.

유망 업종과 잠재 기업을 먼저 감지하는 이 회장의 안목과 M&A 추진력은 매출 2조원대 식품회사였던 제일제당을 엔터테인먼트·홈쇼핑·물류 등을 아우르는 종합생활문화그룹 CJ로 확장했다. 그가 CEO를 맡은 이래 CJ는 15배 이상 성장했다. 1998년 CGV를 출범시켜 극장 멀티플렉스 시대를 선점했다. 이어 CJ엔터테인먼트(현 CJ ENM)를 설립했다. 현재 CJ ENM(문화)은 CJ제일제당(식품)과 더불어 CJ그룹의 양대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CJ홈쇼핑(현 CJ오쇼핑)도 이 무렵 본격화했다. 그룹의 뿌리인 CJ제일제당 산하 식품 분야에서는 해찬들, 하선정, 비비고 등의 라인업이 있다. 물류 분야에서는 2011년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승리했다.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섰고, CJ대한통운이 탄생할 수 있었다.

CJ는 2019년 12월 30일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2020년은 그룹의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해로 사업별 초격차 역량 확보 및 혁신성장 기반을 다질 중요한 시기”라며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인사를 실시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재현 회장은 계열사 중 CJ제일제당과 CJ올리브네트웍스의 CEO만 교체했다. 그동안 그룹의 DNA와 같았던 확장성을 잠시 유예하고, 안정·내실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35살 CEO의 3억 달러 베팅


▎2019년 8월 미국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KCON 공연. / 사진:2019년 8월 미국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KCON 공연.
이렇게 전환시대의 한복판에 서 있던 CJ에 턴어라운드 호재가 생겼다. CJ ENM이 투자·배급을 맡은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 각본상을 휩쓴 것이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란 개념을 창출했다. 이는 군사력이나 경제력 같은 하드 파워(hard power)가 아니라 민주주의나 문화 같은 매력으로 세계를 감화시키는 힘을 일컫는다. 한국 자본주의에 이를 적용하면 삼성이 하드 파워, CJ가 소프트 파워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대표선수라고 칭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묘하게도 두 그룹의 뿌리는 이병철 창업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실제, 이재현 회장의 경영 멘토는 할아버지 이병철 창업주였다. CJ 글로벌 문화산업의 기원은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이 창업주의 가르침에 있었다. 이 회장은 2019년 7월 CJ ENM 업무보고에서 “선대 회장님의 철학에 따라 국격을 높이기 위해 20여 년간 어려움 속에서도 문화산업에 투자했다”며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끼와 열정을 믿고 선택했던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CJ 문화산업의 출발은 영화였다. 한국 영화와의 인연의 시작은 1997년의 첫 투자 영화 [인샬라]였다. 이에 앞서 CJ는 1995년 미국 영화 제작사 드림웍스 설립에 3억 달러를 베팅했다. 1995년은 CJ 문화산업의 원년으로 기억된다. 당시 이 회장의 나이는 35살이었다. 젊은 경영자는 갓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CJ를 더 크게 키우고 싶어 했다. 수성이 아니라 확장이 그의 목표였다. 그 타깃은 문화산업이었다. 식품 회사가 영화사에 투자한다고 하니, 임원진의 반대가 극심했다. 3억 달러는 당시 제일제당 연간 매출의 20%가 넘는 규모였다. 그러나 이 회장은 결행했고, 지금까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만 7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IMF 외환위기 때 여타 대기업이 영화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CJ는 끝까지 남았다.

[인샬라]부터 [기생충]까지 300편 이상의 영화에 투자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한 편에만 4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배급사로서도 CJ는 1998년 한국 최초로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를 개관했다. 1999년 3000억원 정도였던 한국 영화 시장은 2019년 세계 5위 수준인 16억 달러(약 1조9000억원)까지 성장했다. 한국 영화 점유율은 8년 연속 50% 이상을 찍고 있다. 특히 2014년 출시한 [명량]은 총 관객수 1760만 명을 동원해 한국 영화 역대 흥행 랭킹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이 영화 산업에 들인 축적의 시간만 25년이다. [기생충]은 CJ 소프트 파워의 정점이었다. [기생충]은 2019년 프랑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그랑프리) 수상 이후 미국 아카데미까지 정복했다. 이재현 회장이 전략을 수립하고 투자를 책임졌다. 이미경 부회장이 글로벌 문화산업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실행하는 ‘투 트랙’으로 움직였다.

이 회장은 “CJ의 궁극적 지향점은 글로벌 넘버원 생활문화기업”이라며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달 1~2번씩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1~2곡의 한국 음악을 들으며 일상에서 한국 문화를 즐기게 하는 것이 CJ의 목표”라고 선언했다. ‘K무비’를 넘어 ‘K라이프스타일’로 비전을 확장하겠다는 꿈이 담겨 있다.

CJ는 2011년 엔터테인먼트 사업 부문을 CJ ENM으로 통합했다. 문화 콘텐트 사업은 과거 20년 이상 적자를 이어 왔다. 그러나 이 사이 [응답하라 1988] [도깨비] [삼시세끼] 등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대히트를 치며 CJ의 이미지를 끌어올렸다. CJ ENM은 최근 3년 연속 흑자 기조로 반전을 이뤘다.

세상 어디를 가도 CJ 콘텐트가 있다


▎CJ가 만든 콘텐트들. 왼쪽부터 [꽃보다 할배] [사랑의 불시착] 그리고 [보이스]. / 사진:CJ그룹
CJ는 영화, 드라마, 예능, K팝을 아우르는 ‘K컬처’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CJ ENM이 2016년 설립한 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의 제작과 편성, 유통 사업을 맡고 있다. 2019년 말 스튜디오드래곤은 글로벌 1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전 세계 190국 이상에 1억50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한 넷플릭스와 함께 향후 3년간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에 함께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미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비밀의 숲] [미스터 션샤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사랑의 불시착] 등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예능은 포맷 판매로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tvN의 [꽃보다 할배]는 미국 지상파 채널 NBC에서 리메이크됐다. 또 Mnet의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불가리아·루마니아·슬로바키아 등 전 세계 10개국에 포맷을 수출했다. 미국 지상파 채널 FOX TV에서도 파일럿 프로그램 제작이 완료된 상태다. 드라마에서도 포맷 판매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2018년 tvN 드라마 [라이브]는 미국 FOX TV에서 리메이크가 확정됐다. 이 밖에 [오 나의 귀신님]은 태국, [보이스]는 일본과 태국, [시그널]은 일본, [터널]은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리메이크됐다.

영화 역시 [숨바꼭질]이 미국에서 [No No No Yes]란 제목으로 촬영을 마친 상태다. [수상한 그녀]의 리메이크는 스페인어권과 영어권에서 동시에 기획 중이다. 영화관 CGV는 2006년 중국 상하이에 첫 해외 개관을 했다. 이어 미국(2010년), 베트남(2011년), 인도네시아(2013년), 미얀마(2014년), 터키(2016년), 러시아(2019년)에 진출했다. 2020년 3월 현재 CGV는 세계 8개국에 극장 582개, 스크린 4176개를 보유한 글로벌 톱5 극장으로 올라섰다. 2020년 전 세계 600호점 돌파가 예상된다.

음악에서는 ‘세계 최대 K컬처 컨벤션&페스티벌’인 KCON이 2012년 첫 개최 이래 누적 관객 수 110만 명을 돌파했다. KCON은 K팝 콘서트에 한국의 패션, 뷰티, 푸드 등 K라이프스타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컨벤션을 융합한 세계 최대의 K컬처 컨벤션이다. CJ ENM은 9년째 북미·중동·유럽·중남미·오세아니아·아시아 등지에서 KCON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8월에는 ‘KCON 2019 LA’ 개최를 통해 누적 관객 100만 시대를 열었다. KCON과 더불어 아시아 최대 음악축제인 MAMA(Mnet Asian Music Award)를 빼놓을 수 없다. CJ가 만든 글로벌 음악 시상식으로 2009년 시작해 12회째 진행 중이다.

이재현 회장 체제에서 CJ는 내수기업에서 글로벌기업으로 변모했다. 2018년 CJ 연결 재무제표 기준 전체 매출의 28.9%가 글로벌에서 나왔다.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은 글로벌 매출이 40%를 넘겼다. 특히 CJ제일제당의 식품 글로벌 매출은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CJ제일제당의 야심작은 미국의 대형 식품기업 슈완스 인수다. 슈완스 인수를 통해 CJ제일제당은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욕, 뉴저지, 오하이오 등 5곳에 보유했던 식품 생산기지가 22개로 확대됐다. 월마트, 크로거, 코스트코 등 미국 주요 유통채널 3만여 점포에 ‘비비고’ 브랜드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비비고 브랜드를 세계인의 식탁에

CJ제일제당 ‘K푸드’ 전략의 핵심은 한식의 전파다. 글로벌 전략 제품인 ‘비비고 만두’는 2019년 해외에서만 9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은 2020년 비비고 만두를 세계 시장 1등, 매출 1조원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2023년까지 매출 목표는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세계 만두 시장에서 점유율 30%에 해당한다. 비비고 만두를 냉동 피자처럼 세계적 식품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생각이다.

비비고 만두에 이은 CJ제일제당의 차세대 K푸드 전략상품은 김이다. 김은 웰빙·건강 식품으로 인식되며 폭발적으로 소비가 늘고 있다. 이에 맞춰 미 서부지역에 김 전문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미국식 식문화에 맞춰 반찬용보다는 ‘건강한 웰빙 간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과 더불어 베트남 시장은 CJ제일제당의 K푸드 전초 기지로 통한다. 베트남은 한류에 호의적인 대표적 국가다. 게다가 경제 성장에 따른 국민소득 증가로 고품질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6~2017년 베트남 현지 식품업체 3곳을 인수했다. 비비고 냉동식품을 비롯해 김치 등 K푸드를 동남아 시장에 전파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의 K푸드 전략에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한 중국도 빠지지 않는다. ‘비비고’와 ‘고메’ 브랜드를 앞세워 중국 냉동식품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주력상품인 비비고 만두에 이어 한식, 양식 반찬 등 조리냉동 제품을 새롭게 선보이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이 가운데 비비고 만두는 중국시장에서 4년 만에 매출이 7배 이상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의 또 하나의 역점 산업은 ‘그린 바이오’ 분야다. 2017년 최초로 연 매출 2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18년에는 2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CJ의 그린 바이오 사업은 매출의 95%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2020년에도 라이신·트립토판·발린·핵산·농축대두단백 등 5개 품목에 걸쳐 글로벌 매출 1위를 올리고 있다. 2020년에는 연 매출 3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CJ제일제당은 그린 바이오 사업 진출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췄다. 글로벌 1호 생산기지인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는 설립 초기, 1만t 수준에서 현재 약 25만t으로 늘었다. 2017년에는 누적 생산량 300만t을 돌파했다.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사료용 아미노산 생산기지로서 전체 생산량의 약 90%를 유럽과 아시아 등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이어 1997년 인도네시아 좀방에 식품첨가제 MSG 등을 생산하는 두 번째 해외공장을 세웠다. 이후에도 중국 랴오청(2000년), 브라질 피라시카바(2007년), 미국 아이오와(2013년) 등으로 라이신 생산기반을 확대했다. CJ제일제당은 미국과 남미, 중국과 동남아시아 전역에 생산기반을 확보한 유일한 글로벌 기업이다.

CJ대한통운은 전 세계 40개국 154개 도시를 누비는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회사다. 보통 택배 기업으로 인식되지만, 택배에서 창출되는 매출(2019년 2조6482억원)은 전체의 25% 정도다. 글로벌 사업에서 42.6%(4조4419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2015년 중국 종합물류기업 CJ로킨을 인수했고, 2016년에도 중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 등에서 M&A와 합작을 성사시켰다. 2017년에는 인도 수송 분야 1위 기업인 CJ다슬과 중동·중앙아시아 중량물 분야 1위 기업인 CJ ICM, 베트남 1위 물류기업 CJ제마뎁을 연달아 인수했다. 이로써 중국~동남아시아~인도~중앙아시아~중동을 잇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완성됐다. 그리고 2018년 미국 물류기업 DSC로지스틱스 인수로 미국 시장에도 발을 디뎠다.

CJ대한통운은 2019년까지 글로벌 거점 확충에 주력했다. 2020년부터는 수익성을 올리는 노선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미래의 물류사업도 IT 기반으로 이동할 것이 확실시된다. CJ대한통운은 물류업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과 중국에 R&D센터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첨단 물류 기술의 연구·개발과 현장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여대생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

2019년 6월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대학생들 대상으로 가장 취업하고 싶은 회사를 물었다. CJ ENM은 여대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 하는 기업 1위에 올랐다. 남학생을 합친 전체 조사에서도 네이버에 이어 CJ그룹이 2위였다. 2018년에는 CJ가 네이버에 앞선 1위였다. CJ는 사원 혜택이 다양한 것으로 평판이 자자하다. 이재현 회장은 근무환경 개선의 중요성에 일찍 눈뜬 경영자였다. 말단 직원부터 CEO까지 직급과 관계없이 이름에 ‘님’ 자만 붙여 부르는 호칭 파괴와 복장 자율화, 유연 출·퇴근제 등을 시행했다. 사내에선 이 회장도 ‘이재현 님’으로 통칭한다.

이 회장의 자택은 서울 장충동 소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다수 대기업 총수들이 한남동이나 평창동, 강남에 거주하는 것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다. 할아버지인 이병철 창업주가 거주했던 집 주변을 떠나지 않겠다는 효심이 담긴 것이라는 전언이다. 이 회장은 키나 체형이 이 창업주와 닮았다. 외모뿐 아니라 합리적 성격과 사업의 감(感), 과감성이나 뚝심 등 경영 스타일에서도 ‘리틀 이병철’의 아우라를 지니고 있다. 실제 이 회장의 좌우명은 ‘겸허’다. 이 창업주의 좌우명에서 따온 것이다. 이 회장은 동갑인 김희재씨와 연애 결혼했다. 김씨는 결혼 30주년이었던 2013년 8월, 만성 신부전증으로 고생하고 있던 남편 이 회장을 위해 신장을 이식해줬다. 이 회장은 1남 1녀를 두고 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004호 (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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