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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다이사쿠 칼럼] 핵 보유 5개국에서 핵 군축조약을! 

“국가 안전보장 확보 위한 유용한 수단”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등 핵 군축 검증체제 대화 착수할 때
냉전 종결의 길 여는 데 도움 준 ‘공통의 안전보장’ 정신 돌이켜봐야


▎지난해 4월부터 5월에 걸쳐 뉴욕 유엔본부에서 NPT 재검토회의 제3차 준비위원회가 열렸다. SGI 대표가 참석해 군축 교육의 중요성 등을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 사진:창가학회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의 뼈아픈 반성을 바탕으로 창설된 유엔이 올해로 75주년을 맞습니다. 유엔은 지금까지 분쟁 해결과 평화 구축을 비롯해 빈곤·인권·환경 등 많은 국제적인 과제에 힘썼는데 그중에서도 창설한 이래 핵무기 폐기를 가장 중요과제로 삼았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핵무기 완전 폐기는 ‘유엔의 DNA’라고 강조했듯이 1946년에 처음 개최한 유엔총회 결의안 1호에 핵무기 폐기를 내건 이후 핵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몇 번이나 나왔습니다.

그러한 핵무기를 둘러싼 상황이 지금 다시금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핵 군축 초석이 된 중거리핵전력(INF)폐기조약이 지난해 8월에 효력을 잃는 등 핵 군비 확산 경쟁이 다시 격화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핵 군축을 성실하게 이행하기로 정한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회의가 4월부터 5월에 걸쳐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됩니다.

레나타드완 유엔 군축연구소 소장이 ‘핵무기 사용 위험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다’고 경고하는 상황에 맞닥뜨렸기에 지금, 저는 이 사태를 타개하는 방책으로서 NPT 재검토회의에서 ‘다국간 핵 군축 교섭의 개시’에 대한 합의를 최종문서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의 연장을 확보한 다음, 다국간 핵 군축 교섭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New START는 양국의 전략 핵탄두를 1550발까지 감축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배치 수를 700기까지 감축하는 방안인데 내년 2월이 기한입니다. 5년간 연장할 수 있는데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어 INF 폐기조약에 이어 New START까지 잃는다면 대략 반세기 만에 양국이 핵전력 운용에서 ‘상호 제약을 일절 받지 않는 상태’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이 공백 상태 때문에 발생할 우려는 핵 군비 확산 경쟁의 재연만이 아닙니다. 앞으로 소형 핵탄두나 초음속무기 개발이 가속하면 국지적 공격에 핵무기 사용을 검토하는 일이 현실감을 띨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먼저 New START를 5년 연장해야 하고 NPT 재검토회의에서 논의해 핵무기 근대화를 자발적으로 정지하는 흐름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다음에 ‘2025년 재검토회의까지 다국간 핵 군축 교섭을 시작한다’는 합의를 도모해야 합니다.

다국간 핵 군축 추진 방법은 여러 접근법이 있지만 저는 여기서 한가지 시안을 제시하겠습니다. 그것은 ‘New START의 5년 연장’을 토대로 미국·러시아·중국·프랑스·중국 등 5개국이 새로운 핵 군축 조약을 목표로, 먼저 핵 군축 검증체제에 관한 대화에 착수하자는 안입니다.

지금까지 미국과 러시아가 실제로 실시해 검증한 경험이나 5년 전부터 많은 나라가 참여해 지속해서 실시한 ‘핵 군축 검증 국제파트너십(IPNDV)’에서 논의한 내용도 근거로 삼아 5개국이 핵 군축 실행 과제를 논의하기 바랍니다.

그다음에 대화로 얻은 신뢰를 바탕 삼아 핵무기 감축 수에 관한 교섭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국간 핵 군축 기운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열쇠는 냉전 종결의 길을 여는 데 도움을 준 ‘공통의 안전보장’ 정신을 돌이켜보는 일입니다.

핵전쟁에서 승자란 있을 수 없어


▎지난해 당시 팔메 스웨덴 총리가 이케다 SGI 회장에게 선물한 책. / 사진:창가학회
1982년 6월에 실시한 제2차 유엔 군축특별총회에 맞추어 팔메 스웨덴 총리가 속한 위원회가 ‘핵전쟁에 승자는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의식전환을 촉구했습니다. “어떤 국가도 타국의 희생으로 안전성을 추구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상호협력으로만 안전할 수 있습니다.”

저도 그때 제2차 군축특별총회에 보낸 제언에서 ‘방대한 핵전력이 대치하는 이상 아무리 군사력을 증강해도 도저히 진정한 평화는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한 만큼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 전해인 1981년, 미국과 소련의 관계가 더욱 심각해지면서 레이건 대통령은 대결 자세를 명확히 하고 유럽에 한정된 핵전쟁도 있을 수 있다고까지 발언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당시 심경을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의 정책은 힘과 현실주의를 토대로 한 정책이었다. 내가 바란 것은 힘을 이용한 평화이지 종이 쪼가리를 이용한 평화가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각국의 시민이 펼친 반핵운동이 거세져 핵무기 사용이 불러일으킬 파괴적인 피해에 대한 인식이 깊어지면서 레이건 대통령은 ‘핵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는 생각을 굳혔습니다.

또 핵무기로 대립하는 소련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 것일지 생각하다가 상대국이 느끼는 불안이 자국이 느끼는 불안처럼 그대로 거울에 비치었다고 실감한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과 대화를 모색하던 중 1985년 11월, 제네바에서 고르바초프 서기장과의 정상회담을 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핵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한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마음을 터놓고 계속 대화한 결과 두 정상이 공동성명으로 ‘핵전쟁에 승자는 없고 핵전쟁은 결코 벌이면 안 된다’는 유명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발신했습니다.

그 메시지에는 ‘공통의 안전보장’에 통하는 사고방식이 맥동하고, 그것이 1987년 12월 INF 폐기조약 체결로 이어져 냉전을 종결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세월이 지나 다시 세계에는 핵무기를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고 ‘신냉전’이라고까지 부르는 상황에 맞닥뜨린 지금이야말로 ‘공통의 안전보장’ 정신을 상기해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저는 NPT 발효 50주년을 맞아 ‘핵전쟁에 승자는 없고 핵전쟁은 결코 벌이면 안 된다’는 선언을 NPT 체약국의 공통된 의견으로 이번 재검토회의의 최종 문서에 명기하기를 제안합니다.

유엔이 2018년 5월에 발표한 군축어젠다에서도 ‘인류를 구하기 위한 군축’이라는 관점을 명확히 내세웠습니다. 작성에 참여한 나카미쓰 이즈미 유엔 군축 고위대표는 발표 이튿날 실시한 연설에서 군축과 안전보장의 관계에 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군축은 국제평화와 안전보장의 원동력이고 국가의 안전보장을 확보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입니다. 군축은 유토피아 같은 이상향이 아니라 분쟁을 예방하고 언제, 어느 때, 어느 장소라도 분쟁이 일어났을 때 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추구해야 할 수단입니다.”

자국의 안전보장을 확보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으로 핵군축 교섭을 추진해 다른 국가들이 느낀 위협이나 불안을 없앰으로써 자국이 타국에 느낀 위협이나 불안을 없앨 수 있습니다. NPT 제6조가 추구한 핵 군축의 성실한 이행을 이렇게 서로 승자가 되는 ‘윈-윈 관계’를 기반으로 지금이야말로 힘차게 추진해야 합니다.

※ 이케다 다이사쿠 - 1928년 1월 2일 도쿄 출생. 창가학회인터내셔널 회장. 소카대학·소카학원·민주음악협회·도쿄후지미술관·동양철학연구소 등 설립. 유엔평화상·한국화관문화훈장 등 24개국으로부터 29개 훈장, 세계계관시인 등 수상 다수. 전 세계 대학으로부터 396개의 명예박사·명예교수 칭호 수여. 토인비 박사와 대담집 [21세기를 여는 대화]를 비롯한 저서 다수.

202004호 (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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