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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세계화 20년과 장벽의 세계화 

 


세계사를 통틀어 가장 두터웠던 방벽은 터키 이스탄불에 있다. 무려 1100년 동안 동로마를 지킨 테오도시우스 성벽이다. 세 겹의 성벽으로 도시를 둘렀다. 성벽 사이엔 폭 20m에 깊이 10m에 이르는 운하도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3중 성벽은 1453년 오스만 제국의 대포에 의해 뚫린다.

가장 길었던 방벽은 잘 알려져 있듯 진시황의 만리장성이다. 명나라 대까지 확장하고 보수해 길이가 5000㎞에 이른다. 만주에서 들어오는 기마 부대는 매번 만리장성 동쪽 끝 관문에서 발이 묶이곤 했다. 그러나 1644년 이곳을 지키던 장군 오삼계가 청나라에 투항하면서 역시 돌파당한다.

이렇게 장벽의 시대는 저물어갔다. 결정적으로 1989년 동·서독을 가로막던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시대의 마지막을 전 세계에 알리는 듯했다.

그러나 오늘날 장벽은 죽지 않았다.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이다. 국제문제 전문기자인 저자에 따르면, 21세기 들어 적어도 65개 나라가 국경선을 따라 장애물을 설치했다. 또 2차 세계대전 이후 세워진 장벽 가운데 절반은 2000년 이후에 생겨났다고 전한다.

물리적인 장벽만 세워진 것이 아니다. 중국은 디지털 세계에 ‘만리 방화벽(Great Firewall)’을 세웠고, 영국은 난민 행렬을 막으려 브렉시트를 단행했다. 한국어판 제목처럼 ‘장벽의 시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세계화가 진척될수록 장벽은 늘어났다. 서로 충돌할 듯한 두 현상이 어떻게 동시에 일어난 것일까? 저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부터 미국-멕시코 국경까지 두루 살피며 장벽의 역사와 현재를 추적해 간다.

- 문상덕 기자

202004호 (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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