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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특집 | 핫 코너] 21대 국회 이끌어갈 기대주 

‘수퍼여당’ 책임감 짊어질 文 복심, 보수 제2의 ‘남·원·정’ 후보는? 

고졸 신화 양향자, ‘삼성 광주 유치’ 여부 초미의 관심사
언론인 출신 김은혜·배현진, 통합당 ‘얼굴’로 보수 재건?


▎4·15 총선을 이틀 앞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무처가 제21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될 배지를 공개했다.
21대 국회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새 얼굴이 많이 등장할 예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집계에 따르면, 21대 총선 당선인 중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정치 신인’은 총 152명이다. 지역구 109명, 비례대표 43명이다. 역대 국회 초선은 ▷17대 188명 ▷18대 134명 ▷19대 148명 ▷20대 132명이었다. 초선이 과반을 차지한 국회는 17대 이후 16년 만이다.

여의도에서는 이제 막 의원 배지를 단 초선들은 경제, 사회적 병폐에 저돌적으로 파고들고 법안을 정력적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정부와 기업 등 국정감사를 받거나 의정활동의 주시 대상이 되는 기관들은 새로 등원할 선량들과 ‘케미’를 맞춰야 하는 입장에 서 있다. 이미 한 번 국회를 경험한 재선 의원들은 지난 4년간의 의정 경험을 토대로 롱런을 향한 실속을 쌓는 데 주력하게 된다. 국회에서 가장 물오른 선수가 재선그룹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이처럼 초·재선 의원들이 국회를 이끌어가고 분위기를 잡아가는 허리 역할을 하게 된다.

21대 총선에서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생환 여부였다. 개표 결과, 민주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청와대 출신 28명 가운데 60%가 넘는 18명이 원내 진입하게 됐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서울 구로을)의 당락 여부는 전국적 관심사였다. 개표 결과, 윤 전 실장은 득표율 57.0%를 기록하며 통합당 사무총장을 지낸 3선의 김용태 의원을 20%p에 가까운 차이로 따돌렸다. “당에서 다른 청와대 출신 후보들 지원 유세에는 많이 나섰지만 우리 지역구는 별로 찾지 않았다”는 윤건영 후보 캠프 관계자의 말처럼 구로을은 민주당에서 믿고 맡기는 선거구였다. 2000년 이후 치러진 5차례 총선에서 모두 민주당이 승리할 정도로 진보 지지세가 강고한 곳이기 때문이다. 윤 전 실장을 구로을에 전략공천했다는 것은 민주당에서 반드시 국회로 입성시켜야 할 인물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흐름 읽는 안목 가진 尹, 방향타 역할”


▎서울 구로을에 출마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월 15일 구로동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취재진에게 소감을 말하고 있다(왼쪽).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광주 서구을 후보가 4월 15일 오후 광주 서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 당선인은 1998년 서울 성북구의회 의원으로 정치 생활을 시작,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 5년,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2년 7개월 등 7년여 시간을 청와대에서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19대 국회의원 시절에는 보좌관을 맡기도 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으로 이해될 소지가 다분해 그의 행보가 주는 파급력이 여느 중진 못지않으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21대 총선의 기류를 바꾼 인물 중 한 명으로 윤 당선인을 꼽았다. 선거를 앞두고 통합당이 비례 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하면서 민주당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민주당은 정의당 등 범여 정당과 손잡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합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 처리했다. 군소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많이 차지해 다당제를 구현한다는 취지였다. 통합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우회하는 비례 정당을 창당하자 민주당은 ‘꼼수 정당’, ‘쓰레기 정당’이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통합당의 비례 정당을 방치하다가는 원내 1당을 내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증폭됐다.

이때 윤 전 실장이 비례 정당 창당의 물꼬를 터는 발언은 내놓았다. 2월 20일 윤 전 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진보는 가만히 앉아서 당할 건가.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범진보 진영이 정당 형태든, 연대 형태든 간에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생각해야 한다”며 비례위성정당 논의에 불을 지핀 바 있다. 이 교수는 “21대 국회에서도 중요 사안이 부각될 때 목소리를 내면서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주 서구을에서 6선의 천정배 후보(19.5%)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른 양향자(53) 민주당 당선인(75.8%)도 의정활동이 기대되는 초선이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영입된 양 당선인은 대표적인 ‘문재인 키즈’다. 고졸 출신 첫 여성 삼성 임원이라는 이력을 앞세워 당시 5선 중진인 천정배 국민의당 후보와 광주 서구을에서 맞붙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후 민주당 전당대회 여성 최고위원 선거에서 현역 재선인 유은혜 의원(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꺾는 뚝심을 발휘했다. 2017년 대선에서는 광주선대위 상임본부장을 맡았고, 2018년에는 광주시장에 도전했으나 경선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7월까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을 지내다 총선 재수 끝에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4년간의 와신상담 끝에 국회에 입성한 양 당선인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는 그의 이력 때문이다. 그는 고졸 출신의 삼성전자 연구원 보조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입사 후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며 전문 연구원들도 애를 먹는 일본어 반도체 기술 논문을 혼자 힘으로 독파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46세에 임원(상무) 반열에 올랐다. 학벌·여성·출신의 불리를 딛고 유리천장을 깬 그가 정치에서도 새바람을 일으키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 당선인의 핵심 공약은 ‘삼성전자 전장사업의 광주 유치’다. 양 당선인은 당선 소감에서 “광주는 미래 자동차 전진기지로 꼭 가야 한다. 연구와 개발부터 완성차 제조까지 광주에서 이뤄지게 하는 미래 자동차 원스톱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4년 전 “구체적인 추진방안과 투자계획은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은 삼성전자를 움직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주민 필두로 이수진·이탄희 등 법조인 그룹 전면에


▎4월 15일 미래통합당- 미래한국당 개표상황실에서 참패의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한국당 원유철 대표, 염동열 사무총장과 비례대표 후보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46) 의원(서울 은평갑)의 행보도 관심사다. 초선으로 민주당 최고위원 자리까지 올랐던 만큼 21대 국회에서 활동반경을 더욱 키워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5월 30일, 21대 국회 개원 후 최대 현안으로 7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꼽고 있다. ‘수퍼여당’은 밀어붙인다는 입장이지만 통합당이 ‘공수처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어 진통이 불가피한 사안이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 법안 협상 과정에 깊숙이 참여했던 박주민 의원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검찰·사법 개혁 작업의 최일선에 나선 바 있다. 그와 함께 서울 최대 격전지였던 동작을에서 나경원 후보를 꺾은 판사 출신 이수진(50) 당선인과 현역 판사 시절 법원 내 블랙리스트 존재를 폭로했던 경기 용인정의 이탄희(41) 당선인도 전문성을 살려 박 의원과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간신히 개헌저지선(100석)을 넘긴 통합당은 수도권 참패로 “당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진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가장 뼈아프게 와닿는다. 당선자 103명 중 초선이 60%에 가까운 59명을 차지하는 가운데 역량과 인지도를 갖춘 재선 의원 그룹은 상대적으로 왜소한 상황으로 내몰렸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의석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전략가 부재는 통합당 입장에서 이중고를 안길 것”이라며 “그나마 극우적인 성향을 보였던 당 주류가 몰락하면서 상대적으로 합리적 보수를 표방하는 인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졌다”고 평한다.

이런 이유로 부산 해운대갑의 하태경 당선인(51)이나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의 조해진(56) 당선인 등 당내 온건 개혁 성향 인사들의 약진이 예상된다. 두 인물 모두 이번 총선 승리로 3선 고지에 올랐다.

참혹했던 폐허에도 꽃은 피고 봄풀이 돋듯이 21대 국회에 새로 입성할 인물들 중에는 당에 새로운 기풍을 불어넣으리라는 기대를 모으는 인재들도 적지 않다. 그중 한 명이 성남분당갑의 김은혜(49) 당선인이다. 김 당선인은 재선에 도전한 ‘국회의원 재산 1위’ 김병관 민주당 후보를 1128표 차로 누르고 승리를 일궜다. 통합당에게 ‘천당 아래 분당’으로 불리는 보수 강세 지역을 되찾아준 낭보였다.

초선인 김 당선인은 1993년 MBC에 입사해 기자 생활을 했고, 뉴스데스크 앵커도 맡았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했고, 이후 KT 전무로도 일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보수대통합 실무기구인 혁신통합추진위원회 대변인직을 맡아 정계에 복귀해 성남분당갑에 전략공천됐다.

그는 당선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정파도 기득권도 없는 정치 신인이며, 가진 것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신념과 주민들에 대한 믿음뿐”이라며 “보수 야당이 세계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혁신의 파도에 올라탈 수 있도록, 개혁 보수를 주도하는 정당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4선 중진 최재성 민주당 후보와의 2년 만의 재대결에서 승리한 배현진(36) 당선인의 행보도 주목된다. 앞선 2018년 6·13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는 최 후보 득표율(54.4%)의 절반(29.6%)에 그치는 저조한 득표율로 눈물을 삼켰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득표율 50.4%를 기록, 최 후보를 4.4%p 차이로 따돌렸다. 낙선 이후 송파을 당협위원장으로 2년간 지역 기반을 묵묵히 다진 끝에 설욕에 성공한 셈이다.

MBC 아나운서 출신인 배 당선인은 2018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영입한 인사다. 홍 전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 제작을 맡으며 ‘홍준표 키즈’로도 불렸다. 대구 수성을에서 무소속으로 생환한 홍준표 당선인과의 조우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정치권에서는 배 당선인을 보수우파 여전사의 계보를 이을 인물로 꼽고 있다. 자유한국당 입당 당시 “‘자유를 지키고자 한다’는 제 소신과 말이 중요한 것이었다고 훗날 평가받길 바란다”고 포부를 밝힌 것처럼 정치 입문 이후 강성 발언으로 보수 지지층에게 호응을 끌어왔기 때문이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보수 스피커 역할을 해왔던 나경원·이언주·전희경 의원 등이 모두 낙선한 탓에 배 당선인의 보폭이 커질 여지가 많다”고 말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우파 성향이 강한 배현진 당선인은 당 정체성 확립에, 합리적인 보수라 할 수 있는 김은혜 당선인은 높은 인지도와 호감도를 발판으로 당의 외연 확장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 목소리 낼 소장파들


▎제21대 총선 경기 성남 분당구갑에 출마한 김은혜 미래통합당 당선인이 4월 16일 선거사무소에서 활짝 웃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직 인지도는 낮지만 최승재·김미애 당선인도 통합당에 새로운 바람을 넣어줄 인물로 꼽힌다. 통합당 비례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14번 최승재(52) 당선인은 자영업자 출신으로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을 역임했다. 최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정책이 소상공인의 권익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역설하는 등 경제정책에서 정권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2018년에는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해 대규모 광화문 집회 등 대정부 강경투쟁도 주도했다. 그런가 하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소상공인기본법’ 제정에서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여권에 협력을 구하기도 했다. 소상공인기본법은 올 1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그는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에서 소외된 소상공인을 보호해야 한다”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국회 입성 후 ‘소상공인복지법’(가칭) 법안을 발의할 계획을 밝혔다.

부산 해운대을에서 현역 윤준호 민주당 후보를 꺾은 김미애(50) 당선인은 역경을 이겨낸 인생 스토리로 주목받고 있다. 김 당선인은 14세 때 어머니를 여의고 가난 때문에 17세에 여공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배움의 뜻을 두고 29세에 늦깎이 대학생(동아대 법대 야간대학)이 된 김 당선인은 매일 20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한 끝에 34세에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15년간 760건이 넘은 국선 변호를 담당했다.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언니 아들의 미성년 후견인과 입양한 딸 등 두 아이의 싱글맘이기도 하다. 김 당선인은 “무너진 공정의 가치를 바로 세워 꿈을 잃은 청년에게 희망의 사다리가 되겠다. 자유대한민국을 굳건히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동안 통합당은 서민과 괴리된, 관료·귀족·기득권 이미지가 사뭇 강했다. 선거 기간 터져나온 잇따른 막말도 공감능력과 감수성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의 통합당 이미지를 보완해줄 이력을 가진 두 당선인의 활약이 현재 보수의 상황에서는 더욱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최창렬 교수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트리오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도 거침없이 쓴소리를 토해냈다. 언제부턴가 그런 소장파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극우적인 목소리가 가득 찼고 결국 참패로 이어진 것”이라며 이렇게 지적한다.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소장파들이 통합당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 이는 보수는 물론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005호 (20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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