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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새 요금체계 10일 만에 포기한 배민의 ‘굴욕’ 

여론의 압력인가, 잘못된 설계인가 

반복되는 수수료 논란에 소상공인들 반감 증폭... 국내 배달앱 독점 가능성에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나서

코로나19 사태는 온라인 주문 등 비대면(非對面) 소비 확대를 불러왔다. 시장에서는 이른바 ‘대한민국 1등 배달앱’을 표방하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최상의 사업환경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수수료 인상 논란에 휩싸인 요금체계 개편을 백지화하고 회사 대표가 사과문을 내기에 이르렀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의장과 김범준 대표는 4월 10일 공동 사과문을 내고 “4월 1일 도입한 오픈 서비스 체계를 전면 백지화하고 이전 체제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새 광고 서비스를 시행하고 나서 10일 만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배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4월 8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본사 전경. / 사진:연합뉴스
4월 초 서울 강북구에서 닭발집을 운영하는 유모(53)씨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유모씨는 “걱정했던 대로 배민의 갑질이 시작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도봉구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최경원(53)씨도 “작년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배달통을 운영)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한다고 할 때부터 걱정했던 대로 (사실상) 수수료 인상이 시작된 것”이라고 혀를 찼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홈족(집에서 음식·문화 등 힐링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자연스레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수요가 온라인상거래 매출로 넘어갔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게 매출 상승을 이룬 곳은 배달앱 플랫폼 기업들이다. 배달앱은 대표적인 O2O(Online to Offline)서비스다. 오프라인 사업자와 온라인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대표 O2O서비스인 ‘배민’의 2월 24일부터 3월 8일까지 주문 건수는 2주 전(2월 10~23일)보다 8.4%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소비 경향이 확대되면서 배달앱 업계가 때아닌 특수를 맞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4월 1일 수수료 중심의 새 요금체제인 ‘오픈서비스’를 시행했다. 오픈서비스는 배달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대해서 5.8% 수수료(부가세 별도)를 부과하는 광고 요금체계다. 오픈서비스를 가입하면 모든 음식점의 가게명이 배민앱 목록 상단에 노출된다. 배민은 기존 6.8%였던 수수료를 1% 인하했기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소상공인들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새로운 광고 요금체계가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의 허리를 더 휘게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기존 광고 과열 문제로 수수료 체계 도입?


▎가게 3곳만 무작위 노출되던 오픈리스트(왼쪽), 요금체계 변경 후(오른쪽)인 오픈서비스는 가입 가게가 모두 노출된다. / 사진:우아한형제들
결국 열흘만에 백기를 든 배민은 왜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오픈서비스를 시행했을까. 배민은 기존 광고 서비스가 소상공인들간 형평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새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당초 배민의 기존 광고 서비스는 주문 건당 수수료를 받는 ‘오픈리스트’와 월8만8000원 정액제 형태의 ‘울트라콜’로 구성돼 있었다. 오픈리스트는 상단에 매장을 노출해주는 대가로 건당 6.8%의 광고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다. 울트라콜 가입자는 배민을 통해 몇 건의 주문을 받건 8만8000원만 내면 된다. 오픈리스트는 배민앱 가게 목록 상단에, 울트라콜은 가게 목록 하단부에 노출된다.

그런데 울트라콜은 한 가게가 무제한으로 가입할 수 있다. 은행 계좌를 만들 듯 10개든, 100개든 가입이 가능하다. 울트라콜을 구입한 갯수 만큼 이른바 ‘깃발’을 부여받아 서울 중구에 여러 개를 꽂을 수도 있고 종로나 서대문구 등 다른 권역에까지 꽂을 수 있다. 깃발을 많이 사면 살수록 더 많은 소비자를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수량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과열이 일어났다. 배민 측에 따르면 한 업체에서 깃발을 2,000개 넘게 사는 경우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특정 가게가 울트라콜을 통해 지역 내 주문을 독차지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울트라콜은 과열 논란, 형평성 논란을 불러왔다는 게 배민측의 설명이다.

배민은 과열이 일었던 울트라콜 정액제 서비스(월 8만8000원)를 줄이고자 무제한이었던 깃발꽂기를 3개로 제한했다. 또한 정률제였던 오픈리스트의 수수료를 1% 줄이면서 ‘오픈서비스’를 시행했다. 오픈서비스 가입 비중을 늘리게 하고 울트라콜 가입을 줄이게 하는 전략인 셈이다. 올해 2월 기준 배민에 등록한 사업주는 14만 명이다. 그중 기존 체계였던 오픈리스트에 4만9천여 명(35%)이 가입했었다. 새 서비스인 오픈서비스가 도입된 후 가입률은 58%로 올랐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전 세계 주요 플랫폼 업체들이 수수료를 요금체계의 근간으로 삼는 것은 주문이 성사됐을 때 플랫폼 매출이 일어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기 때문”이라며 체계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김 대표는 기존 체계의 ‘깃발꽂기’ 문제를 해소할 방안이라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이러한 변화로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 업소들은 52.8%에 달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은 왜 배민의 새 광고 요금체계(오픈서비스)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일까. 배민 측 주장과 달리 기존 광고 서비스에 내던 비용보다 훨씬 더 많은 수수료가 부과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홀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배달 매출에 더 의존해야 하는 소상공인들로선 배민의 바뀐 제도가 새로운 부담으로 다가선다. 서울 관악구에서 떡볶이집을 운영하는 이모(35)씨도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수료까지 내야 하니 부담이 가중됐다”고 푸념했다. 김종백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대외협력실 팀장은 월간중앙과 전화를 통해 “배민에서 주장대로 52.8% 부담이 줄어든 것을 반대로 생각하면 47.2%가 피해를 보는 것이다”라며 “매출 규모가 작은 가게는 좀 유리할 수 있지만 상당수 소상공인은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고 전했다.

과거 수수료 개편 과정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직원이 배달원에게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소상공들도 고충을 토로한다.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구현수(32)씨는 “배민의 수수료는 5.8%라고 하는데 여기에다 부가세(0.58%)와 카드수수료(3.3%)를 보태면 매출의 대략 10%가 수수료 명목으로 나간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46)씨는 배민을 통해 월 매출 400만 원의 수익은 낸다고 말했다. 김씨는 “울트라콜 3개를 이용해 한 달에 26만 원 정도의 광고비를 냈지만, 수수료 체계로 계산해보면 5.8%에 부가세와 카드수수료까지 생각해보면 40만 원 정도가 나온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배민과 소상공인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린다. 지금 당장 손익을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오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학 교수는 “일방적으로 한 업체를 대상으로 손익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업체 두고 손익을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양측의 주장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사실에 근거했는지는 더 정밀한 분석을 요한다는 말이다. 배민 측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이 주장하는 10%는 카드수수료와 부가세가 포함됐기 때문에 나중에 환급받을 수 있고 배민의 광고 수입과 별개의 사안”이라고 전했다.

배민의 수수료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배민이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수익 모델은 처음부터 논란을 불러왔다.

2014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바로결제(모바일 앱에서 결제하여 주문)를 이용하면 건당 14%의 수수료를 떼가는데 너무 비싸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배민의 수수료 요금체계를 비판한 글이다. 배달앱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은 시기에서 나온 글이었지만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 당시 배민의 수수료율은 13.8%[VAT포함]였다.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배민의 정책은 책자업체에 광고비를 내는 것보다 효율적이고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두둔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도한 수수료가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가중한다는 비판 여론이 이는 데다 경쟁 플랫폼인 배달통이 수수료 인하를 전격으로 발표하면서 배민도 결제 수수료를 9%로 내렸다.

배달앱 ‘빅3’라고 불리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이 더 많은 이용자를 유치하고자 치열한 기싸움에 뛰어들었다.

2015년 배달앱간 공방전에 변수가 생겼다.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통 지분 절반을 인수하면서 양강 구도로 접어들었다. 그해 8월 배민은 앱 결제 시스템 ‘바로결제’의 수수료 체계를 업계 최초로 폐지했다. 수익을 수수료가 아닌 광고 서비스로만 창출한다는 선포였다. 이전까지 ‘바로결제’의 수수료 체계는 배민 매출의 30%를 차지했기 때문에 상당히 획기적인 결정이었다. 수수료 부담이 사라진 배민에 소상공인들의 몰려들었다. 이에 배달앱 점유율 2위인 ‘요기요’도 '수수료 0%’를 선언하며 배달앱 간 경쟁을 확산시켰다.

2016년, 배달앱을 사용하는 소상공인이 증가함에 따라 배민의 월정액 광고상품인 ‘울트라콜’의 가치도 덩달아 커졌다. 배민은 1월 ‘울트라콜’ 광고 서비스의 월정액 이용료를 5만원에서 8만원으로 인상했다. 7월에는 경매 입찰을 시켜 광고 가격을 결정하는 슈퍼리스트 도입했다. 슈퍼리스트는 한 달간 지역별·업종별로 경매를 통해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을 제시한 음식점이 상단에 노출되도록 하는 광고 방식이다. 이는 배민 매출의 30%를 차지하며 주 수익원으로 자리 잡게 됐다.

입찰방식의 광고는 소상공인들간 경쟁을 더욱 가속화 시켰다. 10만원에서 시작하는 광고비가 200만원으로 훌쩍 뛰어오르는 등 광고비는 날로 치솟았다.

배민은 그때만 해도 경쟁사였던 딜리버리히어로를 견제하고자 광고 서비스 전략을 수시로 바꿨다. 소상공인은 이러한 요금체계 변경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적응해야 했다.

2018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배달앱 규제를 정치권에 촉구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전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독과점 구조인 배달앱이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렇게 수수료 논란의 진원지로 지목된 배민은 2018년 결국 국정감사에서 표적이 되기도 했다.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상단노출 광고 낙찰가 공개와 일정 비율을 무료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배민은 5월 경매 입찰형 광고 서비스인 슈퍼리스트를 폐지하며 오픈리스트 정률제(주문건당 수수료 6.8%) 서비스를 시행했다. 입찰형 광고 서비스과 시장의 과열을 조장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커지면서 방향을 큰 것이다.

지난해 12월 배달앱 시장의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독일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기업에 대한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배달앱 ‘요기요’와 ‘배달통’을 거느린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민까지 흡수하는 초거대 기업으로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여론에서 독과점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배민은 이번에 문제가 된 정률제 서비스 확대 정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던 것이다. 2020년 4월 1일, 오픈리스트(수수료율 6.8%)를 폐지하면서 오픈서비스(수수료율 5.8%)를 도입했다. 사실상 딜리버리히어로의 수익모델 정책을 따라간 셈 아니냐는 소상공인들의 지적이 나왔다. 배달앱을 초창기부터 사용했다는 닭발집을 운영하는 유 모(53)씨는 “이번 사과도 예전에 논란이 있을 때마다 배민에서 발표하는 입장문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도 “더욱이 배민의 인수가 확정된다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글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배민은 10일 오픈서비스 수수료 체계를 전면 백지화한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머나먼 상생의 길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딜리버리히어로와의 인수합병과 이번 수수료 개편은 별도의 사안”이라며 “장기적으로 배민을 성장시키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배민은 오픈서비스가 4개월간의 시뮬레이션을 돌려 만든 이상적인 요금 체계라고 주장했었다. 일각에서는 여론의 반발 등 정치적 이유로 사업 모델을 접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한다.

배민이 이전 체계로 돌아가자면 기술적 준비에 대략 한 달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 오픈서비스에 가입했던 8만2000여 가입점주들은 그동안 오픈서비스를 해지하고 다시 서비스 계약을 해야 한다. 소상공인은 또다시 요금체계 변경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을 마주했다. 그리고 배민의 주장대로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 52.8%의 소상공인들은 다시 ‘깃발꽂기’라는 경쟁 체제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나아가 배민은 수수료 개편 철회와 무관하게 독과점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공정위의 심사 결과에 따라 배민은 뜻하지 않은 난관을 만날 수도 있다.

배민이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잠재우면서 배달앱 생태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심민규 월간중앙 인턴기자 smkyu4958@naver.com

202005호 (20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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