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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해가 지지 않는 대한민국 예능 ‘3대 천왕’ 

장기 집권해도 싫증 나지 않는 매력이 공통점 

시대가 변해도 통하는 유재석의 ‘노력’, 힘 빼고 웃기는 강호동의 ‘육감’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예능 대부’ 이경규… 신동엽·백종원·이영자·박나래가 추격


▎MBC예능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유재석(왼쪽)이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했다. / 사진:예술의 전당
현재 예능 3대 천왕을 꼽자면 누구일까. 그 답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을 듯하다. 2010년 방송 3사 연예대상을 받은 개그맨 유재석(48), 강호동(50), 이경규(60)가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MBC [무한도전](2006~2018), SBS [스타킹](2007~2016), KBS2 [남자의 자격](2009~2013) 등 당시 이들에게 대상 트로피를 안겼던 프로그램은 종영했지만, 이들의 위세는 꺾이지 않았다. 장수 프로그램이 종영할 때마다 위기론이 불거져 나와도 끄떡없었다. 지상파 3사 대상을 석권한 3대 천왕답게 위기를 발판 삼아 쑥쑥 도약해나간 덕분이다. 하루아침에 뜨고 지는 많은 스타와 달리 이들은 ‘믿고 보는’ 예능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유산슬부터 닭터유까지 활짝 열린 유(YOO)니버스

가장 돋보이는 건 유재석의 행보다. 지난 연말 SBS [런닝맨]으로 15번째 연예대상을 추가한 그는 MBC [놀면 뭐 하니?]의 뽕포유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데뷔 28년 만에 신인상을 받았다. 1991년 KBS 대학 개그제로 데뷔 이후 오랜 무명 생활로 신인상 무관에 그쳤던 아쉬움을 달랜 것이다. 이뿐 아니다. 평소 “놀면 뭐 하니?”라는 말을 달고 사는 유재석에게 영감을 받아 김태호 PD가 만든 이 프로그램은 [무한도전] 시즌 2라 해도 무방할 만큼 다양한 도전에 나선다. 달라진 게 있다면 대한민국 평균 이하 남자 6명이 아닌, 어느덧 상위 1%가 된 유재석 홀로 고군분투를 이어간다는 점이다.

13년간 [무한도전]을 함께한 김태호 PD는 유재석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연출자로 이 같은 장점을 십분 활용한다. 시청자를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는 유재석의 도전의식을 수시로 자극한다. 단독 콘서트를 여는 송가인을 부러워하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유산슬씨도 나중에 디너쇼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이고, 유산슬 만들기에 실패한 그가 “라면은 정말 잘 끓인다”고 자부심을 보이면 곧바로 [인생라면] 운영을 맡기는 식이다. 2011년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이적과 ‘처진 달팽이’를 결성해 선보인 ‘말하는 대로’ 가사처럼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매회 체험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육성 게임과도 비슷하다. 김태호 PD가 유재석에게 새로운 퀘스트(임무)를 부여하면,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 ‘부캐(부가적 캐릭터)’가 형성되고, ‘본캐(본래 캐릭터)’ 유재석은 정체성 갈등을 겪지만 이내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드럼을 배우는 ‘유플래쉬’가 됐든, 치킨을 튀기는 ‘닭터유’가 됐든 종목은 중요하지 않다. ‘드럼 신동’으로 시작해 ‘유고스타’가 되고, ‘트로트 영재’를 넘어 ‘하프 영재’로 거듭난 그가 ‘유산슬’과 ‘유르페우스’로 활약한 것처럼 유재석이라면 무엇이든 거뜬히 소화해내리라는 믿음이 생겨난 덕분이다.

그렇게 열린 유재석의 새로운 세계, ‘유(YOO)니버스’에서 그는 다양한 임무를 완수한다. 칠 줄 아는 비트라고는 8비트 하나뿐인 드러머지만 성공리에 드럼 독주회를 마치고, 일반 가수들도 서기 힘든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에서 하프 연주와 트로트 공연까지 진행한다. 여기에는 오랜 시간 그가 지켜온 기본기도 큰 몫을 했다. 무대 위에서 긴장될 법도 한데 빨라지거나 느려지지 않고 제 속도를 지킨 덕분에 절대 흐트러지지 않은 것. 전직 치킨집 사장인 박명수와 치킨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마찬가지다. 대충 감에 의존해 요리하는 박명수와 달리 유재석은 레시피대로 정량을 고집했다. 고지식할지언정 정도를 걷는다.

이는 유재석이 그동안 프로그램을 선택해온 기준과도 일맥상통한다. 2010년대 들어 종편과 케이블이 활성화되면서 많은 예능인이 활동 영역을 빠르게 확장해나갔지만, 유재석은 달랐다. 2015년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으로 첫 종편 예능에 도전하고, 2018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으로 케이블 나들이에 나설 정도로 신중을 기했다. 평소 “집에서 온종일 TV만 보는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들을 정도로 모니터링을 열심히 하지만,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널 정도로 안전제일주의 성향이 강한 탓이다.

강호동은 보다 일찍이 야생에 던져졌다. 2011년 탈세 문제가 불거지면서 잠정 은퇴를 선언하는 등 큰 부침이 있었던 탓이다. 씨름 천하장사 출신으로 1993년 MBC 특채로 데뷔한 그의 최고 전성기는 2007~2010년이었다. 2007년 SBS [스타킹]과 [야심만만]으로 첫 대상을 받은 이후 2008년 MBC [무릎팍도사], 2008~2009년 KBS2 [1박 2일] 등으로 방송 3사 대상을 휩쓸면서 통산 6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방송사를 통합해서 이뤄지는 시상식인 백상예술대상에서 예능인이 대상을 받은 것은 단 두 명, 강호동(2008년)과 유재석(2013년)뿐이다.

그렇다고 세기의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의 대결이 15관왕인 유재석의 압승이라고 말할 순 없다. 강호동은 2015년 tvN [신서유기]와 JTBC [아는 형님]을 기점으로 새로운 플랫폼에 맞는 새로운 방식을 개척해나갔기 때문이다. 네이버TV에서 웹 예능으로 먼저 선보인 뒤 TV 문법에 맞게 재편집하는 방식을 택한 [신서유기]는 웹과 TV 예능 프로그램의 경계를 허무는 데 앞장섰다. [신서유기]에서 구축한 캐릭터를 모태로 다양한 서브 플롯이 생겨나면서 [신서유기 외전-강식당] [라끼남] 등 세계관은 확장을 거듭했다.

[무한도전]과 [1박 2일]이라는 양대 국민 예능을 책임져온 두 사람의 노선이 달라진 것도 이때부터다.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무한도전] 안에서 도전을 계속하는 동안, KBS에서 CJ ENM으로 이적한 나영석 PD와 강호동은 프로그램 안팎을 오가며 실험을 계속했다. 리얼 막장 모험 활극을 표방한 [신서유기]가 [1박 2일]처럼 남녀노소를 아우를 수 있는 포맷은 아니지만, 이승기·이수근·은지원 등 원년 멤버로 시작해 안재현·규현·송민호·피오 등 새로운 예능 블루칩을 발굴해나갔다. 신구 세대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장이 형성된 셈이다.

“옛날 사람”이라 구박받다 야생에서 피어난 ‘라끼남’


▎[라끼남]의 강호동. TV CF로도 변주됐다. / 사진:tvN
나영석 사단 내 후배 PD들이 차례로 등판하면서 자연스럽게 ‘요즘 예능’의 맛도 더해졌다. 여행이 나영석 PD의 장기라면, 신효정 PD는 게임에 특화돼 있다. [신서유기]가 시즌을 거듭할수록 분장쇼를 방불케 하는 웃음 보장 예능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웃자고 한 말을 죽자고 덤벼 [강식당]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 같은 번외편을 만들어낸 것도 모두 그의 몫이다. [알쓸신잡]을 만든 양정우 PD가 [라끼남]을 선보이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2010년 [1박 2일] 촬영 당시 앉은 자리에서 라면 여섯 봉지를 해치워 ‘육봉’ 강호동 선생에 등극한 캐릭터를 살려 예능인 듯 다큐 같은 [라면 끼리는(끓이는) 남자]를 선보였다.

기획력 뛰어난 제작진 옆에는 소화력 뛰어난 방송인이 있는 법. 강호동은 [라끼남]으로 그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신서유기]나 [아는 형님]에서 그는 동생들에게 신문물에 적응하지 못하는 옛날 사람이라며 구박받기 일쑤였지만, [강식당]에서 그는 그간 야생 버라이어티에서 갈고닦은 기량을 십분 발휘한다. 혼자 지리산에 던져놓거나 영덕 앞바다에 떨어트려 놔도 오디오가 비지 않게 하는 노련한 토크와 음식 앞에 타협하지 않는 진정성 있는 먹방으로 시청자들을 홀린다. 이것이 광고인지 예능인지 헷갈리지만 TV가 아닌 유튜브를 주 플랫폼으로 활용하면서 간접광고(PPL)의 진수를 보여준다.

호랑이같이 군림하던 기백을 내려놓으니 누구와 있어도 한결 편안해졌다. SBS [강심장](2009~2013)을 함께한 박상혁 PD는 올리브 [섬총사](2017), [호동과 바다](2020) 등을 통해 힘을 뺀 강호동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고, 2018년 정종연 PD와 처음 손잡은 tvN [대탈출]도 현재 시즌 3를 방영하는 등 순항 중이다. 방 탈출 게임에서 모티브를 얻은 어드벤처 버라이어티에서는 동생들을 챙기는 리더십은 물론 동물적인 육감이 빛난다. 자칫 잘못하면 ‘라떼는 말이야~’를 달고 사는 꼰대에 그칠 수도 있었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춰 자신을 낮춤으로써 더 많은 것을 얻게 된 것이다.

이경규는 김태호 PD나 나영석 PD 같은 러닝메이트가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영화 [복수혈전](1992)으로 감독 데뷔를 하고, [복면 달호](2007), [전국노래자랑](2013)을 만드는 등 제작에 애착이 많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도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이다. 강호동 역시 이경규가 발굴한 것으로 유명하다. 1981년 MBC 개그 콘테스트에서 은상을 받으며 데뷔한 이경규는 1994년 [오늘은 좋은 날]의 ‘소나기’ 코너에 출연한 강호동이 유행어 “행님아”를 시작으로 연예계에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하는 JTBC 예능 [한끼 줍쇼]에서 20년 넘게 쌓아온 티격태격 앙숙 케미를 선보인다.

‘도시어부’부터 ‘편스토랑’까지 안 되는 게 없는 예능 대부


▎이경규는 트렌드를 추종하지 않고, 선도한다. / 사진:KBS
현재 출연 중인 프로그램도 제작자로서 면모가 돋보인다.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2: 대항해 시대]는 낚시광 이경규와 이덕화가 없었다면 애당초 제작이 어려웠을 터다. 전문 낚시 채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방송은 두 사람 덕분에 다큐에 머무르지 않고 예능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평소 긴 녹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이경규가 “내가 낚시를 하는데 방송국 놈들이 와서 찍고 출연료를 준다”고 농담할 정도로 엄청난 애착을 보이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마이크로닷이 부모의 ‘빚투’ 논란으로 하차하면서 시청률은 시즌 1(최고 5.3%)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마니아가 많은 편이다.

지난해 시작한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이나 [개는 훌륭하다] 역시 사심이 듬뿍 담긴 방송이다. 2011년 [남자의 자격]에서 개최한 라면 요리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꼬꼬면을 출시해 대박을 맛본 이경규는 누구보다 열심히 편의점 상품 개발에 임한다. 우리 쌀을 주제로 펼쳐진 첫 대결에서 대만식 마장면으로 초대 우승을 차지한 이래 5대 꼬꼬밥(국산닭), 7대 앵규리크림쫄면(분식) 등 통산 3승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치킨 브랜드 돈치킨과 손잡고 신메뉴 허니마라치킨을 선보이는 등, 요식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새로운 메뉴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예능 대부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개는 훌륭하다]는 강아지 5마리를 키우는 애견인으로서 면모가 돋보인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되는 데 앞장서는 그의 모습은 ‘호통 경규’, ‘버럭 경규’ 등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터줏대감 반려견인 두치부터 [남자의 자격]에서 분양받은 유기견 남순이 등 반려견과 함께 있을 때는 세상 다정한 ‘개 아범’으로 변신한다. 이는 이경규가 40년 가까이 사랑받으면서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골프, 쿵푸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김으로써 방송에 매몰되지 않고 자기 페이스로 끌고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통산 8회에 달하는 대상 이력은 곧 한국 예능의 변천사이기도 하다. 1991~1992년 [일밤-몰래카메라]로 2년 연속 대상을 받은 그는 1995년 ‘양심냉장고’, 1997년 ‘이경규가 간다’ 등 [일요일 일요일 밤에] 코너로 MBC 코미디대상을 휩쓸었다. 2004~2005년 각각 [전파견문록]과 [느낌표]로 대상을 받았을 때도 [일밤]을 이끌어갔다. 이후 2014년 [힐링캠프]와 [글로벌 붕어빵]으로 SBS 대상까지 섭렵했다. 유재석이나 강호동처럼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트렌드를 주도한 것은 아니지만, 시대별 역사를 관통하는 굵직굵직한 프로그램을 통해 족적을 남긴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를 두지 않는 것도 장수비결 중 하나다. 지난 3월 종영한 JTBC [체험! 사람의 현장 막나가쇼]에서는 1950~60년대에 전국팔도를 돌아다니며 인기를 끌었던 유랑 악단을 부흥시키기 위해 ‘막나가는 규랑단’을 꾸리기도 하고, 2018년에는 [더 꼰대 라이브]로 10~20대가 주 타깃층인 Mnet에 진출하기도 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2015~2017)에서 보여줬듯 ‘눕방’을 하거나 본인을 ‘휴덩(휴머니즘 덩어리)’이라고 칭하는 자유분방함이 그를 역사 속에 갇히지 않고 현재진행형 예능인으로 살 수 있도록 도운 게 아닐까.

기록상으로 보면 세 사람의 뒤를 쫓는 것은 각각 3회씩 대상을 수상한 김용만(53)과 신동엽(49) 정도다. 1991년 KBS 공채와 SBS 특채로 나란히 데뷔한 두 사람은 MC로서 진행에 특화돼 있다. 김용만은 2000년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시작으로 2002~2003년에도 ‘대단한 도전’, ‘브레인 서바이버’, [느낌표-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등으로 MBC에서만 세 차례 대상을 받았다. 반면 신동엽은 2002년 [해피투게더]와 2012년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로 KBS에서 두 차례, 2016년 [미운 우리 새끼]로 SBS에서 한 차례씩 수상했다.

4대 천왕 오를 다음 타자는 누구?


▎여성 예능인 블루칩으로 꼽히는 박나래(왼쪽)와 이영자(오른쪽).
특히 신동엽은 현재 고정 출연 중인 예능만 9개에 달한다. 2001년부터 20년째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SBS [TV 동물농장]을 비롯해 2012년부터 진행 중인 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MBC [실화탐사대] [공부가 머니?] 등 예능과 교양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 JTBC [77억의 사랑],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TV조선 [끝까지 간다] 등 방송사도 다양하다. 섹드립에 정점을 찍은 JTBC [마녀사냥](2013~2015)이나 시즌 9까지 이어온 tvN [SNL 코리아](2011~2017) 등의 공로를 인정받았다면 최소 1~2개의 트로피는 더 추가됐을 터.

하지만 이들 같은 스타가 또다시 탄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980~90년대 데뷔한 이들은 매스미디어의 후광을 입고 시청률 39.3%([1박 2일] 2010년 3월 7일 방영분)의 대기록이 가능한 시대에 활동했지만, 유튜브 등 1인 미디어 시대가 대세로 떠오른 지금은 온 가족이 같이 보는 예능이라는 전제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역대 예능 시청률 2위 기록(35.7%)을 세우며 종영한 TV조선 [미스터트롯]처럼 예외도 있긴 하다. 하지만 오디션 예능 특성상 임영웅, 송가인 등 우승을 차지한 트로트 가수가 스타덤에 오르는 것이지 예능인이 주목받는 구조는 아니다.

더본코리아 백종원(53) 대표 역시 2015년 MBC [마이리틀 텔레비전]을 시작으로 tvN [집밥 백선생], SBS [백종원의 3대 천왕] [백종원의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까지 활발하게 방송 활동을 하고 있지만 “예능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상은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tvN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나 올리브 [한식대첩], JTBC와 라이프타임이 공동제작한 [양식의 양식]에 이르기까지 그가 등장하면서 최근 몇 년간 음식 프로그램의 세계는 보다 넓고 한층 깊어졌다.

그렇다면 여성 예능인은 어떨까. 2018년 MBC [전지적 참견 시점]과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로 여성 예능인 최초로 2관왕에 오른 이영자(53)가 남성 중심 예능판을 흔들고, 지난해 MBC [나 혼자 산다]로 데뷔 14년 만에 대상을 탄 박나래(35)가 세대교체의 싹을 틔웠지만 이들 만큼의 명성을 누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송은이(47)와 김숙(45)을 주축으로 여성 예능인의 연대가 강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프로그램 맞춤형 변신을 꾀한다기보다는 올리브 [밥블레스유]처럼 이들의 정체성을 살린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예능 프로와 함께 나이 들면서 그것을 통해 시대를 반추한다는 것은 이제 아득한 추억이 될지도 모르겠다.

- 민경원 중앙일보 기자 storymin@joongang.co.kr

202005호 (20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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