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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클럽챔피언십 열여덟 번 우승” 허풍 트윗 

트럼프는 골프 ‘속임수 대왕’ 

점수 조작은 기본, 공 발로 차고 셀프 기브
30년 알고 지낸 스포츠 기자가 ‘만행’ 폭로


18 홀을 4시간 이상 라운딩하는 골프만큼 한 사람의 인격을 제대로 드러내는 스포츠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업가들은 중요한 계약을 하기 전에 상대방과 골프라운딩을 해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떤 골퍼일까. 그는 널리 알려진 골프광이다. 핸디캡이 7~10 정도(본인은 2.8이라고 주장)인 아마추어 고수다. 장타자인 데다 아이언 샷과 퍼팅도 꽤 잘한다고 한다. 2018년 말 기준으로 그는 미국과 스코틀랜드·아일랜드·아랍에미리트(UAE) 등에 약 20곳의 골프장을 소유하거나 운영 중인 골프계의 큰손이기도 하다.

하지만 트럼프의 골프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의 베테랑 스포츠전문기자인 릭 라일리는 [커맨더 인 치트(사기 사령관)]에서 한마디로 트럼프는 골프사기꾼이라고 낙인 찍는다. “30년 가까이 트럼프를 알고 지내 왔지만 그가 한 어떤 말도 믿은 적이 없다.” 이 책에서 라일리는 트럼프의 골프 만행을 사사건건 정밀 취재해 만천하에 드러내 놓았다. 맨 앞 장엔 “이 책을 진실에 바친다. 진실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문패가 달려 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클럽챔피언십에서 열여덟 번 우승했다”고 포스팅했지만 라일리의 조사에 따르면 터무니없는 소리다. 열여섯 번은 거짓말, 두 번은 불확실, 우승이 확인된 사실은 0번이라는 결론이다. 이쯤 되면 트럼프의 코는 피노키오처럼 길어져서 코로 퍼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비꼬았다. ‘골프에서 정직은 작고 하얀 딤플보다 더 소중하다’는 말은 박물관에나 가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트럼프는 골프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기는 하지만 골프장에서 쫓겨나야 마땅할 0순위다.

스코어 조작은 기본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공을 움직여선 안 되지만 그는 펠레처럼 골프공을 발로 차고 다니며 좋은 곳에 두고 샷을 한다. 동반자가 컨시드를 하지 않아도 셀프 기브를 주는 대가다. 트럼프와 라운딩한 많은 동반자의 실제 목격담들이다. 그들이 볼 때 트럼프는 오로지 이기는 것만을 목표로 삼는 골퍼다. 자기애적 성격 장애인이거나 과대망상증 환자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골프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규칙을 정확하게 준수하는 일반 골퍼는 매우 드물다. 일단 프로들처럼 룰을 잘 모르는 데다 남몰래 자신에게 유리한 속임수를 쓰고 싶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했다. 과연 트럼프에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비난을 퍼부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골퍼가 이 지구상에 있을까. 멀리건을 좋아해 빌리건이란 별명이 붙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완전히 정직한 골퍼라고는 할 수 없다. 은행에서 펜을 훔치느냐, 금을 훔치느냐의 차이라고 볼 수 있는 데 트럼프의 경우는 레드라인을 한참 넘었다.

그린 위로 골프 카트를 몰고 다니는 별종 중의 별종인 트럼프는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이다. 그의 만행기록사인 이 책을 읽다 보면 화가 치밀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열 받는데 건강 조심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가을 재선에 도전한다. 코로나19가 변수이긴 하지만 일단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판세 분석이다. 당선 후 골프장 운영은 물론 라운딩도 자제하겠다는 약속은 이미 헌신짝처럼 버렸다. 재선에 성공한다면 트럼프의 ‘대통령 골프’ 만행도 4년 더 이어질 것이다. 이 책에 드러난 그의 민낯으로도 이미 충분한 듯한데.

-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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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호 (20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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