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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코로나19發 ‘나 홀로 호황’ 골드바 생산 공장을 가다 

금붙이 속 제각기 사연, 녹여내는 1200℃ 불꽃 

한국금거래소 “금 매입 건수 작년 동기 대비 36배 늘어나”
정련 과정 거쳐 개당 1.875g(반 돈)~1㎏ 골드바로 재탄생


▎섭씨 1200도가 넘는 초고온에서 녹인 금물이 주조 틀에서 순도 99.99%의 골드바로 재탄생하는 모습. 이 골드바는 소비자 수요에 맞춰 미니 골드바로 다시 만들어져 판매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가 올해 -3.0%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각국의 국경 봉쇄조치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지는 경우를 가정한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에도 마이너스 폭은 -0.1%에 불과했다.

이보단 덜하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도 어둡긴 매한가지다. IMF는 지난달 발간한 ‘주요 20개국(G20)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2%로 예상했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도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마이너스 성장(-0.1%)을 전망했다.

경제위기는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을 장롱 속에서 끄집어낸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서 그랬고,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는 지금은 치솟는 금값을 좇아서다. 황금열쇠·돌 반지·기념주화 등 오랜 잠에서 깨어난 고금(古金)이 골드바로 다시 태어나는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소액 투자 목적 ‘미니 골드바’도 인기


▎어버이날을 앞두고 황금 카네이션을 만들고 있는 작업장. 세공사들이 분주하게 금 줄기에 달린 꽃송이를 분리하고 있다. 카네이션은 주조 틀에 금물을 부어 만든다. 한 송이의 무게는 1돈(3.75g)이다.
“금을 팔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지난 4월 23일 서울 종로의 한국금거래소 직원이 고금을 정리하며 말했다. 이날 금 3.75g(1돈)의 매입 가격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지난해 12월보다 20% 이상 오른 24만3500원이었다. 치솟는 가격에 어려운 경제 상황까지 겹치자 돌 반지와 황금 열쇠 등 오래된 예물을 현금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이 업체의 올해 1~4월까지 금 매입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배 늘어 3만1211건을 기록했다.

고금은 이곳에서 골드바로 재탄생한다. 1200℃가 넘는 초 고온의 불에 금을 녹여 준비된 주조 틀에 부은 뒤 식히면 1㎏짜리 순도 99.99% 골드바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1㎏짜리 골드바를 다시 커다란 롤러로 길고 납작하게 편 뒤 프레스 기계로 자르면 미니 골드바가 만들어진다. 미니 골드바는 1.875g(반 돈)~100g짜리로 크기가 줄면서 가격 부담도 적어진다.

한국금거래소 송종길 전무는 “유동성이 확대되면 금의 가치는 오를 수밖에 없다”며 “금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금값이 오르면서 차익을 노려 매물로 나온 고금(古金)이 크게 늘었다. 돌 반지, 황금 골프공, 황금 열쇠 등 그 종류도 제각각이다.



▎직원이 고온에서 가공된 골드바를 차가운 물에 넣어 식히고 있다.



▎1㎏ 골드바를 커다란 롤러 사이로 넣어 얇게 만든 뒤 프레스로 잘라 미니 골드바를 만든다.



▎한국금거래소 금고에 보관된 골드바. 1kg 골드바는 최근 7500만원 전후에 거래된다.



▎투자용으로 인기가 많은 100g 미니 골드바. 이 업체에서만 지난 한 달 동안 1500개가 판매됐다.



▎고금을 팔기 위해 한국금거래소를 찾은 사람들.
- 사진·글 전민규 기자

202006호 (2020.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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