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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의 ‘2020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개막’(3)] 코로나19가 반복될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 

언택트 혁명 시작 됐는데 여전히 인터넷은 나쁘다고요? 

‘집콕 생활’ 늘면서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소비와 교육 일상화
한국적 콘텐트 세계가 주목하는 지금이 신문명 리더십 주도할 기회


▎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가 주도하는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기본 도구는 스마트폰이다. 영상 이론과 촬영 실습을 마친 소년중앙 학생기자단.
코로나19 확진자가 10명 이하로 떨어지며 진정되는가 싶더니 연휴를 맞아 이태원 유흥가를 중심으로 강력한 슈퍼 전파가 일어나면서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걸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올가을 코로나19가 다시 올 것이 분명한 만큼 여전히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급기야 WHO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불행하게도 말라리아나 뎅기열, HIV 바이러스처럼 우리가 조심하며 함께 살아야 하는 엔데믹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와 예방의 체계가 갖춰진다고 한들 여전히 조심해야 하는 것이 분명해졌다. 비포(before) 코로나 시대와 애프터(after) 코로나 시대가 문명이 달라지는 경계선이 되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뉴노멀 시대가 온다는 미래 연구자들의 예측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인류는 미증유의 팬데믹 쇼크를 겪으면서 가치관의 변화를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가장 발전된 문명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던 서구 선진국들의 무기력한 대응은 우리의 믿음을 산산조각 냈다. 통합과 상생을 외치던 유럽 사회는 국경을 단절하고 각자도생의 길로 나갔다. 국경 없는 무역으로 오직 이익만을 추구하던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은 생존이 먼저라는 인본주의 체계로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언제나 그렇듯 이 무서운 바이러스가 사회 취약계층에 더욱 잔혹하다는 것이다. 데이터는 명백하게 그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흑인 사망률은 백인의 2.5배에 달한다. 의료보험이 없고 하루 벌어 생활하는 사회 취약계층에게 미국 정부의 록다운(lockdown) 조치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반면 부유층에게는 오히려 부를 늘리는 투자 기회가 되고 있다.

노동 분야 전문가인 로버트 라이시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미국에 네 가지 계급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첫 계급은 비교적 충격에서 안전한 ‘원격 노동자(The Remotes)’다. 전문직·관리직·기술직 노동자인 이들은 재택근무와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에 능숙해서 감염 위험이 적고 업무 수행 능력도 뛰어나다. 그래서 수입이 안정적일 뿐 아니라 애프터 코로나 시대에도 큰 걱정이 없다. 둘째 계급은 사회 필수 노동자(The Essentials)로 의료진·경찰관·소방관·군인·택배원 등 꼭 필요한 직업군이라 직장은 보장되지만, 감염 위험이 커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계층이다. 셋째 계급은 실직했거나 무급 휴직 중인 수입이 없는 사람들(The Unpaid)이다. 현실도 어렵지만, 미래는 더욱 불안하다. 가장 취약한 계급은 요양원이나 교도소와 같이 열악한 집단시설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유리된 사람들(The Forgotten)이다. 실제로 열악한 시설의 요양원에 수용돼 있던 노인 감염률과 사망률은 참혹할 정도로 높았다. 셋째와 넷째 계급의 사람들에게 이번 팬데믹 쇼크는 심각한 생존 문제가 되고 있고 이들이 붕괴하면 첫째와 둘째 계급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라이시 교수의 지적이다.

언택트 생활을 가능케 한 디지털 생태계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미국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경제 활동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 텅 비어있는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 사진:연합뉴스
이 혼돈의 시대에 우리나라는 코로나 확산을 잘 막아내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 대응 모범국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늘 이런 일이 생기면 해외 선진국을 본받아 대책을 마련했던 게 익숙했던 우리로선 당황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그런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이 있다. 불과 석 달 전 우리는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중국에 이어 코로나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쓰고 세계 각국에서 입국 금지를 당하던 신세였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상황이 언제 바뀔지 모를 일이다. 칭찬에 심취하면 오만해지고 방심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다시 찾아올 코로나 쇼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는 것뿐이다. 우선 우리가 어떤 이유로 코로나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는지를 정확히 읽어내 잘못된 점은 고치고 잘한 점은 더욱 보완하면서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애프터 코로나 시대에 인류 문명의 리더십을 선보일 기회가 온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확진자가 폭증하는데도 치료율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준비된 의료시스템의 역할이 컸다. 사스와 메르스를 겪으며 감염병의 대규모 확산에 대비해 음압병상과 인공호흡기 등을 충분히 확보해두었던 게 효과를 본 거다. 무엇보다 강력했던 방어막은 의료진의 희생과 봉사정신이었다. 늘 그렇듯 우리는 국가적 위기가 오면 단단하게 뭉친다. 어김없이 위기에는 영웅이 나오게 마련. 이번 주인공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다. 코로나 사태 발생 후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버린 그녀의 모습에 세계는 찬사를 보냈다. 코로나로 마비된 대구로 향한 의료진들도 영웅이다. 마스크를 못 구한 사람에게 양보한 시민들, 임대료를 낮춰준 건물주들, 방역을 위해 낮과 밤을 가리지 않은 공무원들. 영웅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우리의 문화, 우리의 공동체 의식, 위기에 더욱 강하게 단결하는 사회적 특성이 우리를 지켜준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 감염을 줄여준 또 다른 숨은 공로자가 있다. 바로 언택트 생활을 가능하게 해준 디지털 소비 생태계다.

코로나 확산에도 우리는 생필품 사재기가 없었다. 선진국 모두가 겪었던 현상인데 유독 우리만 없었다. 단기적으로 생필품 소비가 50%가량 늘었으나 유통망과 제조능력이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특히 온라인 소비로 다져온 택배 서비스는 환상적이었다. 치킨도, 반찬도, 떡볶이도 폰으로 주문하면 이내 현관문 손잡이에 매달려 있었다.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이 언택트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사람들은 안심하고 집콕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 무료하지도 않았다. 풍부한 콘텐트가 가득했고 그걸 즐길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인프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이시 교수의 네 가지 계급론에 따른 심각한 양극화가 우리 사회에서는 뚜렷이 좁아질 수 있었다. 비교적 많은 계층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언택트에 기반을 둔 집콕 생활을 할 수 있었기에 유럽이나 미국처럼 치명적인 록다운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결국 국민 모두 누릴 수 있는 보편적 의료서비스에 더해 잘 형성된 디지털 소비 생태계가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큰 역할을 한 것이다.

Z세대(1995년 이후 태생)가 주도하는 포노 사피엔스 문명은 자발적으로 슬기로운 대응책도 만들어냈다. 대학생들은 밤을 새워 코로나맵을 개발해 확진자 동선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마스크 구매를 편리하게 해주는 마스크맵도 등장했다. 재난지원금도 온라인으로 손쉽게 지급되었다. 탄탄한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생태계가 형성되었기에 모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디지털 문명을 잘 활용하면 감염 위험을 줄이면서 개인도 사회도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번 팬데믹 쇼크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생존을 위해서는 디지털 문명에서의 생활력이 필수라는 교훈을 남겼다. 바야흐로 스마트폰을 지혜롭게 잘 사용하는 인류, 포노 사피엔스 표준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금지와 압수로는 온라인 범죄 막는 데 한계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 택배가 수북이 쌓여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번에는 고쳐야 할 부분을 짚어보자. 지난 호에서 언급했듯 온라인 개학에 따라 드러난 기존 교육의 문제점은 반드시 고쳐야 할 과제다. 또 하나는 디지털 문명에 익숙하지 못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다. 단기적인 자금지원도 필요하지만, 코로나가 계속 반복된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 두 가지 문제의 해결책도 포노 사피엔스 문명으로의 전환이 훌륭한 답을 준다.

우선 교육의 표준을 바꿔보자. 포노 사피엔스들은 어려서부터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봐왔던 세대이고 그래서 공부도 인터넷 강의가 더 익숙한 세대들이다. 좋은 성적을 올리려면 일타강사 강의를 수강하는 게 더 유익하다는 걸 일찍이 경험하고 공유한 세대다. 그래서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학교가 오직 수능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라면 인터넷 강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이 세대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인생에 대한 좌표, 사회에 대한 시각, 가족과 친구의 가치, 도덕의 기준 등 혼란스러운 문명교체 시기에 바르게 세워야 할 가치관이 너무나도 많다. 이 모든 걸 공부만 잘하면 해결된다는 식으로 몰아간다면 우리는 이번 n번방과 같은 비극을 계속 맞이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인성교육은 포노 사피엔스 문명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악플러가 되고 온라인 범죄자가 되는 것은 신문명을 제대로 가르치기보다 금지와 압수로 일관하는 어른들의 교육방식이 그 원인일 수 있다.

온라인 개학 이후 부쩍 학부모들의 상담 문의가 많아졌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할 수 없이 사줘야 하는데 그 부작용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다. 그때마다 나는 학부모들에게 되묻는다. 유튜브를 통한 학습이나 SNS 활동은 얼마나 하시느냐고. 대부분 그런 것은 인생의 낭비라 생각해 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그 신념이 아이들에게 강요된다. 이제 다시 생각해야 한다. 디지털 문명에 익숙하지 못한 아이들은 애프터 코로나 시대에서 생존력이 떨어진다는 게 자명해졌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슬기롭게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 때 웹서비스를 개발한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 교육이 아니라 SNS 기반의 학습 커뮤니티를 통해 코딩을 배우고 누군가가 개발해놓은 오픈소스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짰다. 지식을 공유하는 문화를 기반으로 실력을 익혔으니 자발적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다. 악플로 인터넷 문명을 배우면 악플러로 자라고, 성범죄 동영상으로 인터넷 문명을 배우면 성범죄에 대한 죄책감이 무뎌진다. 그래서 부작용의 반대 문을 열어 인터넷을 기반으로 좋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MIT 강의도 무료인데 한국의 대학은 안 된다?


▎유튜브에 접속하면 미국 명문대학의 유명 강의를 언제 어디서나 공짜로 접할 수 있다. 유튜브로 중계되는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의 강의 장면. / 사진:유튜브 캡처
최근 선진국에서는 아이들이 저마다의 능력을 살려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팀 단위 협업 수업이 크게 늘고 있다. 이것을 IT분야 전문 교육으로 확대한 형태가 프랑스의 대표적 혁신 교육과정인 에꼴 42라고 할 수 있다. 에꼴 42는 수업도 없고 교사도 없다. 학생들은 팀을 짜서 과제로 주어진 프로그램을 완성하며 계속 레벨을 높여간다. 이렇게 3년 교육과정이 끝나면 최고의 IT기업으로 스카우트 된다. 코딩하는 능력보다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과 협업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필요한 전문지식은 구글링을 통해 학습한다.

유튜브를 이용해 자기 주도 학습을 하고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포노 사피엔스 인재는 요즘 우리나라에도 차고 넘친다. 비단 코딩뿐이 아니다. 셰프가 되고 싶은 사람, 유튜버가 되고 싶은 사람, 농사를 짓고 싶은 사람,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은 사람, 로봇 개발자가 되고 싶은 사람 등 누구나 자기 꿈을 키우고 싶다면 스스로 찾아보고 학습할 영상 콘텐트도 풍부하고 그런 사람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도 다양하다. 이 문명은 비용도 들지 않아 교육 기회의 평등도 실현돼 있다. 자본이나 돈 많은 부모가 있다는 것이 절대 유리하지도 않다. 그런데 정규 교육과정과 병행할 수 없다. 아무리 특정 분야에서 출중한 실력을 갖춰도 대학은 수능점수로 결정한다.

대학도 혁신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온라인 개학 이후 학생들은 같은 과목에 대한 강의 수준 비교가 가능해졌다. 온라인 수업 방식이 표준이라면 더 좋은 수업을 듣고 싶은 게 당연하다. 이미 MIT, 스탠퍼드대학 교수들의 강의가 유튜브에 즐비하다.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거라면 무료로 세계 최고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은 알고 있는데 언제까지 안 된다고 우길 수는 없다. 어차피 강의를 온라인에 탑재할 거면 우리나라 학생 모두에게 강의를 들을 기회를 주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MIT가 하는 걸 안 된다고 우기는 것도 옹색하다.

교육부가 진정 학생을 위한 교육 개혁을 원한다면 지금의 규제 방향은 이율배반이다. 오프라인 교육을 필수로 하고 그걸 위해 교원을 늘리지 않는 대학은 제재하겠다고 한다. 오히려 대학 간 콘텐트 공유를 확대하고 절감한 예산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실무적인 프로젝트 기반 교육을 확대하는 게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지 않을까? 반복되는 팬데믹 시대에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어디서나 함께 일하고 서로 소통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새로운 생활방식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어느 대학을 나왔다는 학벌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력만이 학생들의 미래 일자리를 약속할 수 있다. 그것이 포노 사피엔스 표준 문명의 새로운 룰이다. 교육의 혁신은 정시냐 수시냐의 지엽적 문제가 아니라 문명의 표준을 바꿔야 비로소 시작할 수 있다.

아마존을 위협하는 온라인 스토어 플랫폼


▎코로나 시대 세계는 한국의 디지털 콘텐트에 열광하고 있다. 유튜브 조회수 37억 건을 기록한 아기 상어 동영상. / 사진:유튜브 캡처
가장 심각한 것은 디지털 문명을 배우기 어려워하는 사회 취약계층을 어떻게 스스로 생존할 힘을 키워주느냐 하는 문제다. 현금 지원이나 보호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사회의 일원으로 일하고 또 성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올해 3, 4월 경기도 조사에 따르면 식당이나 영세 소상공인 중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곳이 44%에 달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이들은 여지없이 몰락하는 계층이 된다. 상황이 풀리면 나아지겠지만, 코로나가 또 오면 여전히 대책이 없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 표준으로 전환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포노 사피엔스가 반찬가게를 창업하면 당연히 디지털 스토어, 즉 자기만의 쇼핑몰―예를 들어 jipbanchan. co.kr―을 가게로 생각한다. 물론 배달 서비스가 메인이다. 음식을 준비하는 주방은 공유주방을 선택한다. 배달에 용이하고 주변에 소비자가 많이 거주하지만 사람의 왕래가 많을 필요는 없다. 그래서 임대료도 싸다. 인테리어도 필요 없고 오프닝 행사도 필요 없다. 마케팅은 SNS가 기본이다. 먹방 유튜버를 만나 광고방안도 협의하고 만드는 과정을 직접 찍어 올린다. 개업 기념 이벤트도 준비한다. 배달 서비스도 계약한다. 적은 돈으로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이 과정이 20~30대에게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창업 표준이지만 은퇴한 50~60대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일단 쇼핑몰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 자체가 엄두가 안 난다. SNS는커녕 페북이니 인스타니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해서 해본 적도 없다.

만약 올해 1월에 목 좋은 상가에 1억원을 들여 인테리어하고 반찬가게를 차린 사람과 온라인 반찬가게를 연 사람의 생존 가능성은 어느 쪽이 높았을까? 또 가을에 한 번 더 이 위기가 온다면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안 그래도 영세 상인의 창업 후 5년 생존율은 20%가 채 안 된다. 결국 우리 사회가 지원해야 할 것은 디지털 문명에 대한 깊은 지식과 전문성이 없더라도 이런 온라인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할 수 있는 인프라와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미 미국은 shopify라는 회사가 거대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 가면 몇 시간 만에 간단히 자기 이름을 가진 온라인 스토어를 만들 수 있고 즉시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자기 가게를 차린 소시민이 100만 명을 넘었다. shopify의 실적은 놀라울 정도다. 2019년 온라인 거래금액으로 아마존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아마존을 꺾을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으로 지목될 정도다. 팬데믹 쇼크 이후 가입자는 더욱 증가해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110조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사회의 표준에 대한 인식이다. 보람튜브 사태에서 보듯 우리는 이질적인 것에 대한 비판은 쏟아내면서도 신문명의 성공 비결에는 관심이 없다. 보람이는 전 세계 2400만 명 아이들을 열혈 구독자로 만들었고, 그 덕에 조회 수 5억 회를 넘긴 영상도 수두룩하다. 전 세계 5억 명 아이들이 한국의 아이가 노는 문화에 감탄하고 공감하며 부러워하게 했는데 그 가치에 대해서는 단 한 건도 기사가 없다. 플랫폼에 대한 인식도 ‘그깟 앱 하나’ 정도다. 배달의민족이건 유튜브건 그깟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어떻게 그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이래서는 디지털 신문명으로 옮겨갈 수 없다.

비대면 서비스를 육성한다는 한국판 뉴딜은 사회 취약계층이 디지털 문명으로 쉽게 들어올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그들을 지원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신문명의 도래로 피해를 보게 되는 사람들이 디지털 기술을 배우지 않아도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해 일하고 생활하고 사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몇몇 인공지능 기업이 기술을 개발시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표준을 바꾸고 뿌리를 탄탄히 내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유 없는 고집’ 버리고 신문명 키워야 생존


▎언택트 시대에는 비싼 임대료를 내고 넓은 점포를 구할 필요가 없다. 공유주방과 배달 시스템만 갖추면 된다. 배달전문 공유주방 ‘고스트키친’ 직원이 음식을 만들고 있다. / 사진:고스트키친
애프터 코로나 시대를 살려면 디지털 문명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 문제가 됐다. 그렇다면 그 방법을 찾고 길을 열어야 한다. 성공한 사례에서 답을 얻어야 한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은 메마른 개인주의 문화가 아니라 오히려 공유하고 상생하는 따뜻한 모델이다. 게다가 오로지 공평한 실력으로 경쟁한다. 자본이 지배하던 시장을 소비자의 선택이 지배하는 시장으로 룰을 바꿨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금 전 세계의 포노 사피엔스들은 우리나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음악에는 BTS가 있고 수억 명 아이들이 보람이를 보는가 하면, 우리가 만든 베이비샤크(상어가족송) 동영상은 53억 뷰를 넘어 유튜브 랭킹 2위가 됐다. 미국 유아들이 이제 미키마우스는 몰라도 베이비샤크는 아는 시대라고 한다. 이 높은 관심은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으로 번졌고,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이제는 스포츠까지 관심 대상이 됐다. 미국 ESPN은 연일 우리나라 프로야구 NC다이노스의 경기를 중계하는데, 심지어 노스캐롤라이나 주민들은 NC가 자기네 주 약자라며 팬클럽에 가입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축구 K리그는 36개국과 중계권 협약을 했다.

세계 시민들이 이렇게 좋은 이미지로 우리나라에 관심을 보인 때가 있었던가. 역사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문명의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가 우리에게 왔다고 데이터가 이야기하고 있다. 애프터 코로나 시대에도 건강하고 활기차게 사회를 운영할 뿐 아니라 힘든 시기에 세계가 즐길 수 있는 콘텐트를 만들어내는 힘이 이 작은 나라에 가득하다고 뽐낼 엄청난 기회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기준이다. 미국도 아이들의 유튜브 방송에 대해 비판하며 날을 세웠지만, 최고의 키즈 유튜버 라이언을 죽이지는 않았다. 그들은 안다. 잘못된 것은 고쳐가더라도 한번 잡은 문명의 리더십은 소중하게 키워야 한다는 것을. 오랜 리더 자리에서 깨달은 노하우다.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이다.

잘못된 것은 고치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신문명의 성장을 소중하게 돌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의 표준을 바꿔야 하고 우선 내 생각의 표준부터 바꿔야 한다. 무엇을 애써 배워야 하고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오늘의 나를 돌아보자. 당신은 포노 사피엔스 문명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창밖으로 세차게 단비가 내린다. 메마른 땅에 봄비가 스며들면 더욱 푸른 산하가 드러날 것이다. 나는 소망한다. 저 빗줄기 따라 못된 바이러스도 씻겨 가고 그로 인해 겪고 있는 아픔도 씻겨 가고 우리 사회 이유 없는 고집들도 씻겨 가기를.

※ 최재붕 -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워털루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와 서비스융합디자인대학원 학과장을 겸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시작이라고 정의하면서 융합을 기반으로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 알려져있다. 저서로는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엔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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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호 (2020.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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