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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특집] 7년 만에 되찾은 ‘서울의 봄' 

KBO 대권은 ‘사대문’을 벗어나지 않는다? 

서울 연고 두산·키움·LG 상위권 점령… 가을야구 눈독
팀 간 전적도 물고 물리는 등 각축전 벌어져


▎올시즌 프로야구 ‘서울 삼국지’를 주도하고 있는 김태형 두산 감독, 손혁 키움 감독, 류중일 LG 감독.(왼쪽부터) / 사진:연합뉴스
2013년 프로야구는 막판까지 치열했다. 삼성 라이온즈가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가운데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가 2위를 다퉜다. 서울을 연고로 한 세 팀이 나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도 처음이었다.

7년이 지난 2020년, 서울 ‘야구 삼국지’가 다시 쓰이고 있다. NC 다이노스가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키움·두산·LG가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 세 팀의 색깔 또한 각양각색이다.

지난해 챔피언 두산은 부상 선수가 속출했지만 ‘화수분’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키움은 지난 시즌 직후 감독이 교체됐음에도 국가대표 중심타선과 강력한 선발진 덕에 흔들림이 없다. 지난해 두 팀에 밀린 LG는 예년보다 강해진 선수층을 바탕으로 창단 30주년을 맞아 높은 곳을 바라본다.

2015년부터 두산을 이끈 김태형 감독은 포수 출신이다. 포수는 투수와 상대 타자 등 경기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팀 전체를 이끌어야 한다. 김 감독은 포수 출신답게 그런 부분에 능하다. 때로는 냉정해 보이기도 하지만 합리적으로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감독 부임 후 세 번이나 한국시리즈 정상(2015·2016·2019년)에 오른 비결이다. 야구계에선 김 감독을 ‘여우 같은 곰’이라고 한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두산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지난해까지 활약한 조쉬 린드블럼이 메이저리그로 복귀했다. 린드블럼은 2018년 15승, 지난해 20승을 거둔 에이스였다. 김 감독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KT 위즈에서 뛴 라울 알칸타라를 데려왔다. 알칸타라는 지난해 11승 11패 평균자책점 4.01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했다. 넓은 잠실구장을 쓰고, 뛰어난 두산 야수들이 수비로 도와주면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였다.

또 한 가지 두산이 주목한 건 알칸타라가 공격적인 투구를 한다는 부분이었다. 알칸타라는 투 스트라이크에서도 과감하게 승부한다. 때론 그게 독이 되지만 이닝당 투구 수가 적어 많은 이닝을 소화한다.

두산의 선택은 옳았다. 알칸타라는 경기당 평균 6.39이닝을 던졌다. 구원투수들이 무너져 고전했던 두산으로선 큰 힘이 됐다. KBO리그 선발투수 중 등판 시 팀 성적이 가장 좋은 투수도 알칸타라(10승 2패, 7월 13일 현재, 이하 기록 마찬가지)다.

여우 같은 곰 김태형, 그리고 우승 후보 두산


▎1. 올 시즌 두산 불펜의 주축 투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홍건희. / 2.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며 키움 뒷문을 지키는 조상우. / 사진:연합뉴스
두산은 올 시즌 베스트 전력을 거의 제대로 돌리지 못했다. 오재일·허경민·김재호·오재원 등 주전 야수들이 한두 차례씩 빠졌다. 국해성·이병휘·권민석·김인태·안권수·이유찬·서예일 등 예비 자원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했다. ‘화수분’이란 명성답게 두산은 4연패를 한 번 당하긴 했지만, 추락하지 않고 잘 버텨냈다. 어느새 부상 선수들도 모두 돌아왔다.

김태형 감독은 “간혹 처음 1군 올라온 선수를 보면 삼진을 당해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을 때가 있다. 이런 모습을 가장 싫어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래서는 발전할 수 없다. 힘들게 1군에 왔는데 절실한 모습이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런 감독의 마음을 아는 선수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언뜻 차가워 보이는 김 감독이지만 선수들에게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프로 8년 차 투수 박종기는 “프로 첫 선발 등판에서 감독님이 ‘잘했다’라고 하셨다. 그 한마디가 내게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박종기는 바로 다음 경기에서 데뷔 첫 승을 따냈다.

두산은 올 시즌 초반 마운드가 완전히 무너졌다. 알칸타라와 유희관이 제 몫을 했지만 기대했던 플렉센이 저조했다. 이용찬은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 아웃됐다. 지난해 17승을 거둔 이영하는 개막 11경기 선발 등판에서 2승을 따내는 데 그쳤다. 불펜투수들도 집단 부진에 빠졌다.

두산은 과감한 트레이드를 해법으로 꺼내 들었다. 전천후 내야수 류지혁을 KIA에 주고 홍건희를 데려왔다. KIA 시절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던 홍건희는 이적을 계기로 이를 악물었다. 그 사이 부진했던 함덕주도 기량을 되찾았다. 5월 7.58에 달했던 불펜 평균자책점이 6월에는 4.32로 크게 줄었다. 7월 역시 4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투타 밸런스가 맞아나가면서 서서히 NC와 격차를 줄이고 있다.

두산은 올 시즌이 끝나면 최대 9명이 FA 자격을 획득한다. 유희관·허경민·김재호·최주환·오재일·정수빈 등 대부분 주력 선수들이다. 그동안 양의지(NC)·민병헌(롯데)·김현수(LG) 등을 잡지 못했던 두산이기에 전력 유출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창단 이후 가장 큰 외풍을 맞았다. 모기업이 경영 악화를 겪으면서 야구단 매각설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두산 선수단 내부 결속은 단단하다. 김태형 감독의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확실히 붙잡고 있다. 아직은 2~3위권이지만 지난해를 잊어선 안 된다. 두산은 1위 SK에 9경기차까지 뒤지다가 역전 우승한 저력이 있다.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해 가을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거포 박병호를 중심으로 김하성, 이정후, 서건창, 제리 샌즈로 구성된 중심타선은 막강했다. 선발진은 다소 약했지만 왼손·오른손·사이드암 등 여러 유형의 불펜투수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하며 LG와 SK를 물리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결국 두산에 우승을 내줬지만 플레이오프까지 보여준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겨울 장정석 감독과 이별하고, 타점왕 샌즈가 일본으로 떠났지만, 전문가들은 올 시즌 키움증권을 새 네이밍 스폰서로 맞이한 히어로즈를 우승 후보로 꼽았다.

키움은 개막 이후 꾸준히 4위 이내를 지키며 두산과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순항한 것 같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부침이 심했다. 3년 연속 10승을 거둔 에이스 제이크 브리검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샌즈 대신 영입된 타자 테일러 모터의 아내가 자가격리 도중 소셜 미디어로 물의를 일으키는 해프닝도 있었다. 모터는 결국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먼저 퇴출당했다. 4번 타자 박병호도 부진으로 2군에 한 차례 다녀왔다.

하지만 몇 년 사이 젊은 선수들이 성장한 키움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가장 돋보인 선수는 이정후다. 교타자인 이정후는 지난해까지 주로 1번을 맡았다. 올해는 3번으로 나서고 있다. 손혁 키움 감독은 “이정후가 주자를 불러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손 감독의 기대는 맞아떨어졌다. 이정후는 지난해처럼 고타율을 유지하면서도 장타력을 향상했다. 개인 최다 홈런이 6개였던 이정후는 아직 시즌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9번 담장을 넘겼다. 7월 8일 고척 삼성전에선 박병호가 빠진 4번 자리에 들어가 결승 역전 홈런을 치기도 했다.

이정후의 입단 동기인 김혜성도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2루수, 유격수는 물론 최근엔 외야수로도 나서 뛰어난 수비를 선보였다. 아쉬웠던 공격력도 향상됐다. 5월 30일 KT 위즈와 경기에선 프로야구 역대 26번째로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올 시즌 뒤 미국 진출을 노리는 김하성도 공·수·주에서 여전히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젊고 힘 있는 타자들이 즐비한 덕분에 히어로즈 구단 인기도 올라갔다. 여전히 LG와 두산의 아성에는 못 미치지만 신규 유입된 팬 중에선 히어로즈 팬 비중이 작지 않다.

올해야말로 우승? 키움과 초보 감독 손혁


▎2013년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LG 선수단이 그라운드에서 관중석을 향해 큰절하고 있다. 당시 LG는 2002년 이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브리검의 공백은 지난해까지 2선발이었던 에릭 요키시가 메웠다. 요키시는 올 시즌 구속이 빨라지면서 외국인 투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6월 27일 KIA전에선 7회 2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벌이는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국가대표로 발탁됐던 선발투수 최원태·이승호, 그리고 안우진과 조상우가 버티는 뒷문까지 탄탄하다.

키움이 올 시즌 꾸준한 레이스를 펼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손혁 감독에게 달려 있다. 손혁 감독은 염경엽 감독이 히어로즈를 이끌던 시절 투수코치였다. 이후 SK에서 투수코치를 지낸 손 감독은 지난해 장 감독의 뒤를 이어 사령탑에 올랐다. 손 감독은 SK 시절 타격에 비해 약했던 SK 마운드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시즌 초반 손혁 감독은 고전했다. 본인 자신도 서툴다는 것을 인정하기도 했다. 손 감독은 “투수코치 시절엔 감독에게 제안하고 선택을 기다려야 했는데, 지금은 직접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다른 일이고, 어려운 일이다. 내가 잘못 결정한 부분들이 분명 있었다”고 했다. 대신 빠르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수정해나갔다. 특히 투수 출신답게 철저하게 투수들의 투구 수를 관리했다. 투수들의 피로도가 낮아 시즌 후반 키움이 반격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든든한 지원군도 있다. 7월 8일 2군에서 처음 등판한 브리검은 조만간 1군 출격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새 외국인 타자 영입도 완료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 애디슨 러셀이다. 러셀은 2016년 시카고 컵스가 월드시리즈 우승할 때 주전 유격수였다. 지난해 FA가 됐으나 팀을 찾지 못했던 러셀은 코로나19로 계약이 어려워지자 한국행을 택했다. 26세란 젊은 나이에 직전까지 MLB에서 뛴 선수라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럭키금성그룹은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LG 트윈스를 창단했다. 럭키의 L과 금성의 G를 합친 이름이 그룹 내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게 바로 트윈스였다. LG는 창단과 함께 정상에 올랐다. 4년 뒤 또 사이 정상에 오른 LG는 ‘신바람 야구’란 팀 컬러와 함께 인기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LG는 암흑기를 걸었다. 2002년 준우승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창단 30주년을 맞는 올해 구단 내부에선 한국시리즈 진출을 목표로 세웠다.

지난해 정규시즌 4위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던 LG는 지난해보다 전력이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나란히 14승씩을 올린 타일러 윌슨, 케이시 켈리와 재계약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5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둔 왼손 투수 차우찬까지 버티는 ‘윌켈차’ 원투스리 펀치는 10개 구단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전체적인 팀 구성도 나쁘지 않았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2루수 정근우를 영입했고, 지난해 신인왕에 오른 정우영, 마무리 첫해에도 세이브 2위에 오른 고우석이 있다. 김현수-이형종-채은성-박용택의 외야진은 지난해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1위에 오를 정도로 공격력이 뛰어나다. FA로 풀린 주전 유격수 오지환도 붙잡았다. 2018년 LG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도 계약 마지막 해를 맞아 “올 시즌엔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겠다”고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시작부터 악재가 이어졌다. 마무리 고우석이 개막 2주 만에 왼쪽 무릎 연골 수술을 받았다. 이형종은 개막 전 연습경기에서 손등에 투구를 맞아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럼에도 LG는 시즌 초반 순항했다. 천적 두산을 맞아서는 고전했지만 착실하게 승수를 쌓아 2위를 달렸다.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가 홈런 1위를 질주하며 타선을 이끌었다. 윌슨과 켈리가 자가격리 후유증으로 부진했지만 선발투수 정찬헌과 임찬규가 기대 이상의 투구를 하면서 선전했다.

류중일 감독은 코치와 선수들에게 세세한 지시를 내리기보단 중요한 순간에만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혹자들은 관중처럼 경기를 지켜보기만 한다며 ‘관중일’이라고 비판했지만, 류 감독은 삼성의 통합 4연패(2011~14년)를 이끌었다. LG에 온 뒤에도 류 감독은 바뀌지 않았다. 최대한 선수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뛸 수 있게 한다. KBO리그 최고령 감독(57세)이지만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대세가 된 ‘뉴스쿨’ 감독 유형에 가깝다.

전자기기를 사용한 데이터 수집, 활용 역시 적극적이다. 류중일 감독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트랙맨’을 접목한 지도자다. 트랙맨은 레이더를 통해 미사일 궤적을 추적하는 기술로 최근 스포츠에 도입됐다. 류 감독은 “2012년 대구대 교수가 골프에서 사용하는 트랙맨을 설명해줬다. 골프공의 회전을 분석했는데, 야구에 적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삼성은 가장 먼저 트랙맨을 구장에 설치했다. LG는 트랙맨을 통해 확인되는 공의 회전수 등을 투수교체, 전력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창단 30주년, 대권에 도전하는 LG와 류중일


▎국내 유일의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포스트시즌 대부분의 경기가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 사진:연합뉴스
그렇지만 6월 말부터 LG는 위기를 맞았다. 주력 선수들이 잇달아 부상으로 이탈했다. 주전 3루수 김민성은 6월 14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뛰다가 허벅지 근육 손상을 입었다. 팀내 타점 3위였던 채은성은 발목을 다쳐 열흘 정도 빠졌다. 팀내 타율 3위(0.317) 박용택도 전력 질주하다 햄스트링을 다쳐 전치 4주 판단을 받았다. 4번 타자 라모스도 허리 통증 때문에 한동안 홈런을 생산하지 못하고, 수비 실수를 연이어 저질렀다. 그 사이 순위도 떨어져 6위까지 내려갔었다.

LG도 두산처럼 버텨내야 한다는 과제를 받아들였다. 다행히 희망은 보인다. 신인 이민호와 김윤식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정우영도 힘든 가운데 꿋꿋이 뒷문을 지켰다. 홍창기, 김호은 등 야수진에서도 새 얼굴이 등장했다. 지난해만 해도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가장 큰 팀 중 하나가 LG였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채은성과 이형종, 라모스도 돌아왔다.

KB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개막이 한 달 이상 늦어지면서 페넌트레이스 일정을 조정했다. 정규시즌 경기수(팀당 144경기)를 유지하기 위해 올스타전을 열지 않고, 휴식기를 제외했다. 더블헤더 및 월요일 경기(혹서기 제외)도 부활시켰다.

가장 큰 변화는 포스트시즌 방식이다. 정규시즌 4위와 5위의 와일드카드 결정전(WC, 2선승제)은 그대로 유지된다. 4위 팀 홈구장에서 열리며 4위가 1승 어드밴티지를 얻는다. WC 승자와 3위의 준플레이오프는 5전3승제에서 3전2승제로 축소된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는 그대로 5전3승제, 7전4승제다. 대신 경기장소가 바뀐다. KBO는 11월 15일 이후 열리는 경기는 모두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 추운 날씨 때문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를 고척돔에서 치르게 된다.

선두 NC가 2위 이내로 시즌을 마치고, 두산·LG·키움이 4위 이내에 들면 포스트시즌 전 경기가 잠실구장과 고척돔에서 치러진다. 사상 최초로 가을 야구가 서울에서만 열리는 것이다.

사상 최초로 서울에서만 포스트시즌 열릴 수도

사실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구단은 키움이다.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쓰는 키움 히어로즈가 플레이오프 혹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전 경기를 홈에서 치를 수 있다. 일각에선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지만 유일한 돔구장이기 때문에 모든 구단이 합의했다. 고척돔의 경우 지붕이 하얀색이고 인조잔디라 원정팀 선수들이 타구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곧잘 발생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는 두산의 4연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경기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두산이 쉽게 이기진 못했다. 사실 정규시즌엔 9승 7패로 오히려 키움이 앞섰다. 2018년에도 키움은 두산 상대로 8승 8패로 선전했다. 올 시즌도 첫 3연전에서 키움이 2승 1패로 앞섰다.

두산이 2연패를 하기 위해선 NC도 NC지만 키움을 제쳐야 한다. 고척돔에서 열린 첫 대결도 뜨거운 취재 열기 속에 치러졌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오늘 왜 이렇게 많이 오셨나요? (실내구장인 고척돔이) 시원해서 많이 오셨느냐”고 농담을 할 정도였다.

두산 입장에서 제일 좋은 그림은 1위를 차지한 뒤 키움이나 NC 대신 LG를 만나는 것이다. LG는 최근 몇 년 동안 두산만 만나면 힘을 못 썼다. 2018년엔 15연패를 당하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간신히 이겼다. 지난해도 6승 10패로 밀렸다. 올 시즌 역시 개막전에서 이긴 뒤 6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7승 2패로 두산의 우세.

류중일 LG 감독은 “두산을 넘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면서 “선수들이 부담을 가진 것도 같다”고 했다. 두산과 LG는 포스트시즌에선 4번밖에 만나지 않았다. 2승 2패. 가장 최근 대결은 2013년 플레이오프로 두산이 3승1패를 거둬 한국시리즈에 올라갔다.

LG로선 키움과 대결은 자신이 있다. 최근 3년간 21승 20패로 호각세다. 두 팀은 2010년대 들어 명승부를 자주 펼쳤다. 덕분에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대결인 ‘엘클라시코’에 빗댄 ‘엘넥라시코’란 이름이 붙기도 했다. 2016년 준플레이오프에선 LG가, 2019년 플레이오프에선 히어로즈가 승리했다. 손혁 감독 입장에선 친정팀과 대결이기도 하다. 손 감독은 1996년 LG에 입단해 2년 연속 10승(1998, 99년)을 올리며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다.

- 김효경 중앙일보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008호 (202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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