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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의 ‘2020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개막’(5)] 코로나 이후를 지배할 ‘플랫폼 경제’ 

포노 사피엔스 시대, 권력은 손끝에서 나온다 

디지털 세계는 ‘스마트폰족’ 차지하려는 플랫폼의 전쟁터
기존 관념의 파괴를 수용해야 새 산업혁명 주도할 수 있어


▎스마트폰은 보급된 지 10년 만에 신체의 일부가 되다시피 했다. 음악·동영상·쇼핑·사교 등 모든 생활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진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코로나가 창궐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세계 경제의 변화는 가파르다. 많은 기업이 파산했고, 반대로 또 많은 기업이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 중이다. 불과 6개월 사이 많은 것이 부서져나갔고 새로운 살이 돋았다. 사피엔스, 슬기로운 인간은 또 생존의 길을 찾아낼 것이 분명하다.

세계 경제는 언택트 시대를 준비 중이다. 언택트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은 플랫폼 경제다. 세계 경제의 변화는 디지털 플랫폼을 생활공간으로 활용하는 포노 사피엔스시대의 급격한 도래를 증명하고 있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창조기업들인 세계 7대 플랫폼(애플·MS·아마존·구글·페이스북·알리바바·텐센트)의 약진은 눈부시다. 2018년 5월 10일 5080조원이었던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2020년 1월 1일 기준 6880조원이 됐다. 불과 1년 6개월 사이에 35% 성장률을 자랑한다.

우리나라 증시는 같은 기간 2.5%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유는 명확하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디지털 벤처 100개가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하면 절반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지연되면서 경제의 역동성도 떨어졌다. 코로나가 등장하자 언택트에 기반한 플랫폼 경제는 더욱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2020년 5월 6일 7개 기업 시가총액은 900조원이 늘어 7778조원에 달했고, 불과 두 달 뒤 또다시 900조원이 더해져 8604조원까지 치솟았다.

우리나라 플랫폼도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네이버의 시총은 48조원(4위), 카카오는 31조원(7위)까지 올라갔다. 우리 증시를 이끄는 새로운 축으로 등장한 동학개미의 선택은 모두 플랫폼 기업에 집중됐다. 상승세를 탄 모든 기업이 바로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창조기업이자 이들의 선택을 받아 성장한 기업들이다. 도대체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성공법칙은 무엇이기에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걸까. 오늘은 플랫폼 기업들의 성공 비결을 정리해보자.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스마트폰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7대 플랫폼(애플·MS ·아마존·구글·페이스북·알리바바· 텐센트) 기업의 시가총액은 2020년 7월 기준 8604조원에 달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10년이 지나자 이 도구는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작동하기 시작했다. 자크 아탈리가 언급했듯 음악 소비 행태가 가장 먼저 바뀌었다. 음악을 듣고 싶다는 욕망이 뇌에서 발생하면 인공 장기나 다름없는 스마트폰이 열리고 디지털 플랫폼에 접속해 원하는 음악을 선택한다. 이 프로세스는 뇌에서 손가락을 거쳐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그리고 스트리밍된 음악이 스마트폰에서 뇌로 전달돼 기쁨이라는 리액션을 제공한다. 이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소비 방식이다.

뇌는 이 경험을 기억하고 다른 소비 방식에도 적용하기 시작한다. 무언가 궁금한 것이 생기면 폰이 열리고 검색해서 그 답을 다시 뇌에 제공한다. 배가 고파지면 폰이 열리고 플랫폼에 접속해 식당을 찾거나 배달을 시켜 문제를 해결한다. 가장 효율적이고 편한 방법을 찾아 진화해온 호모 사피엔스에게 스마트폰은 최고의 도구가 되었고, 인류는 포노 사피엔스로 변화하며 디지털 플랫폼으로 생활공간을 옮겼다. 더구나 1500만 명을 감염시킨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들을 강제로 디지털 플랫폼으로 데려가며 이 신문명을 가속한다.

세계 7대 플랫폼 기업들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성장한 기업이다. 애플은 10억 명 가까이 추정되는 고정 고객이 매년 2억대 이상의 아이폰을 새롭게 구매하며 엄청난 이익을 거둔다.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으로만 2019년 한 해 약 14조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하니 비싸도 사고 만다는 애플 고객의 충성도는 놀라울 정도다. 인구 10억에 달하는 아이폰족이라는 새로운 부족이 지구에 탄생했다고 할 만하다.

MS는 윈도우즈라는 천하무적의 플랫폼을 갖고 있다(약 25억 개의 PC가 윈도우즈를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 Azure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세계 1위로 올려놓으며 다시 한번 도약 중이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표준 비즈니스 플랫폼을 차지한 셈이다. 아마존은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대표 유통 플랫폼인데 2020년이 되면서 연회비 119달러를 내는 프라임 고객 수가 1억5000만 명을 돌파했고 현재도 신규 가입이 폭주하고 있다. 인구 1억5000만 명을 거느린 아마존 부족이 아마존의 기업 가치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구글은 유튜브를 품고 있다. 무려 20억 명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영상을 보거나 업로드한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20억 명에 이르는 페북족을 거느리고 있을 뿐 아니라 인스타그램에 와츠앱까지 보유하고 있다.

유튜브족과 페북족은 지금까지 지구상에서는 가장 큰 포노 사피엔스 부족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수시로 이 플랫폼에 들러 다양한 정보와 생각을 공유하고 그 안에서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작은 커뮤니티를 구성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비즈니스는 플랫폼에 모여 사는 거대한 부족들이 움직이며 저절로 발생 중이다. 때로는 제품 판매로, 때로는 광고로, 때로는 서비스 사용료로 매출을 만들어내며 포노 사피엔스 신경제의 생태계를 창조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의 법칙도 만들어가고 있다. 이제 과거의 상식을 뒤로하고 이 플랫폼 기업들이 만드는 새로운 문명의 법칙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성공 비결을 배워야 한다. 문명 교체기를 살아가는 인류의 숙명이기도 하다.

디지털 세상은 신(新)부족 시대


▎구독자 2530만 명을 거느린 [보람튜브]는 아빠와 딸, 그리고 삼촌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지만, 시청자는 단순함 속에서 중독적인 재미를 느낀다. / 사진:[보람튜브] 캡처
플랫폼 기업의 성공 비결은 포노 사피엔스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든 힘이다. BTS의 성공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좋은 경험은 스스로 팬덤을 만들어낸다. 유튜브를 통해 멋진 군무와 음악을 경험한 팬들은 자발적으로 아미(ARMY)가 되어 전 세계에 BTS의 음악을 퍼뜨렸다. ‘21세기 비틀스’는 그렇게 아미 부족 팬덤을 통해 탄생했다. 핵심은 좋은 경험이다. 음악도, 영상도, 정보도 스스로 선택하는 데 익숙한 포노족은 대중매체의 지배에서 벗어나 오직 자기의 손끝을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팬덤을 창조한다. 아이폰의 놀라운 경험이 10억 명 팬덤을 만들어냈고, 아마존의 놀라운 경험이 1억5000만 유료 회원을 만들어냈으며,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놀라운 경험이 월사용자 20억 명을 창조해냈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 성공의 출발점은 고객의 좋은 경험이다. 그리고 팬덤 형성은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경험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성공한 유튜버들이 좋은 실마리를 제공한다. 친구들에게 퍼 나르고 싶은 욕망을 일으키는 킬러 콘텐트가 시작이다. 그리고 진정성이 지속하여야 한다. 많은 분량의 콘텐트가 필요하고 좋은 내용을 담아낼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콘텐트를 만들 때 고객 데이터 기반의 피드백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데이터는 오직 과거의 흔적이라는 점이다. 사람들이 열광할 새로운 것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한 해답은 ‘창조적 생각’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 그것이 진정한 실력이다. 그래서 포노 사피엔스라는 신인류에 대한 많은 지식과 깊은 생각이 필요하다. 물론 그 또한 데이터를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성공한 유튜버들은 ‘구독’과 ‘좋아요’를 먹고 성장한다. 소비자의 손끝이 그들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것이다.

[보람튜브]의 구독자 수는 2530만 명. 최고 조회 수는 5.5억 회, 제목은 놀랍게도 ‘보람이의 아빠 몰래 뽀로로 떡볶이 먹기 놀이’다. 동영상을 아무리 봐도 특별한 성공 비결을 찾기는 어렵다. 대한민국 보통 아빠와 보통 딸, 그리고 보통 삼촌이 그저 좀 빠른 템포로 짜장 라면을 끓여 먹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대부분 여기서 좌절한다. 보다 자극적이고 매력 있는 무언가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길을 잃어버린다. 내 상식과 다른 현상이 나타났을 때 우리는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배우려고 하기보다 무시하거나 비판하려고 한다.

새로운 룰을 배우려면 상식을 버리고 데이터가 주는 팩트를 읽어서 생각을 더 해야 한다. 평범함이 팬덤을 폭발시킨 사례는 아주 많다. 무려 59억 회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인 ‘baby shark(상어가족 영어 버전)’ 동영상이다. 특이하기는 하지만 동물 캐릭터로 만든 키즈 댄스 영상은 차고 넘친다. 그런데 59억이면 현재 유튜브 조회 수 기준 세계 2위 기록이다. 스마트스터디에 따르면 평범하지만 섬뜩하기도 한 이 영상은 소비자 데이터를 피드백해서 얻은 결과다. 많은 영상을 만들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아이들은 반복되는 리듬을 좋아하고 귀여운 동물보다 무서운 동물을 좋아하는 특성을 보였다. baby shark는 이를 잘 반영해 만든 영상이다. [보람튜브]도 묘한 리듬감과 속도감이 영상 전체에 담겨 있다. 일상의 평범함을 주제로 다루지만, 고객의 선택을 끌어내는 비범함이 숨어 있다. 그걸 읽어내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이 우선 열려야 한다.

플랫폼이 되면 무한한 가능성이 폭발하기 시작한다. 파워 유튜버는 인플루언서가 되어 상품 판매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세계 키즈 유튜버 양대 산맥인 라이언과 보람이는 나란히 장난감 리뷰 채널을 열었다. baby shark가 계약한 프랜차이즈 상품만 2500개에 이른다. 2019년 미국 월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시리얼도,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완구도 모두 baby shark 이름을 달았다. 성과가 폭발적이고 지속적이면 하나의 마켓으로 자리 잡는다. 그렇게 시작된 유통 채널이 미디어 커머스 시장이다. 미디어를 통해 자발적 팬덤을 키운 인플루언서들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한다. 과거에는 방송 광고를 보고 소비 욕구를 느꼈다면 이제는 인플루언서를 보며 소비 욕구를 느끼는 시대다.

아기 상어의 성공 비결은 ‘평범함’


▎2019년 8월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 글로벌 비즈니스 소싱 페어’에서 왕훙이 국내 중소기업 화장품 홍보 방송을 하고 있다.
여기서도 성공과 실패는 교차한다.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판매사업을 시작했지만, 반짝 실적으로 그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바뀐 룰에 익숙하지 못해서다.

팬덤은 좋은 경험 때문에 자발적으로 형성된다. 역설적으로 단 한 번의 실망으로도 무섭게 붕괴할 수 있는 게 팬덤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진정성이고 꾸준함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뷰티 왕훙(網紅, 온라인 방송인) 웨이야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저는 소비자에게 소개할 제품을 고를 때마다 제 인생을 겁니다.” 이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좋은 제품을 가장 싼 가격으로 제공하는 왕훙의 진정성은 좋은 경험을 만들고 팬덤이 되어 강력한 소비의 플랫폼이 된다. 중국 최강의 왕훙으로 성장한 웨이야는 라이브 방송에서 불과 7분 만에 둥펑자동차 1700대를 팔아치웠고, 장당 8700만원짜리 로켓 발사 과정 참여 티켓 800장을 단 몇 초 만에 완판했다. 화장품을 통해 쌓은 신뢰와 진정성이 이제 거의 모든 영역의 소비로 확산 중임을 입증한 것이다.

미디어 커머스의 대표 영역인 라이브 커머스(인터넷 생방송 상품판매)도 중국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6년 시작된 이 유통채널은 이미 2020년 매출 6000억 위안(한화 약 103조원)을 기록하며 전체 전자상거래의 6%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자료: SF익스프레스 코리아). 최근에는 왕훙 외에 고위관료(심지어 시진핑까지)가 등장해 지역특산품을 소개하거나 대기업 회장이 직접 출연해 신상품을 소개하는 등 콘텐트가 다양해지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의 고객은 80년대생이 50%, 90년대생이 33%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바로 MZ 세대다.

포노 사피엔스 시장은 좋은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팬덤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소비한다. 그래서 팬덤을 만들 킬러 콘텐트가 필요하고 세심한 소통 채널이 요구된다. 그 바탕에는 오로지 고객을 위한다는 진정성이 깊이 깔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표준이 포노 사피엔스의 기준에 맞춰져야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디자인, 판매 경로, 광고 방식 등 모든 것이 새롭게 정리돼야 한다. 대부분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여기서 실패를 맛보게 된다. 기존의 프로세스를 단순히 디지털화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TV 광고에 익숙한 사람들은 유튜브 인기 채널에도 광고를 올리지만, 그 효과는 기대 이하다. 포노사피엔스들은 광고가 나오는 동안을 기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고를 아예 콘텐트화하거나 아니면 라이브 커머스 형태로 진화한다. 어느 것이 정답일지는 알 수 없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며 변화할 뿐이다.

사용자의 경험이 시장을 창조한다


▎디지털 경제의 핵심 키워드는 ‘사용자 경험’이다. 2018년 3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문을 연 쉐이크쉑 4호점에 방문객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만화의 종주국인 일본은 만화를 스캔해 디지털 플랫폼에 올려두고 고객을 모았지만, 그들은 열광하지 않았다. 반면 우리의 네이버나 카카오는 포노족들이 과연 어떤 형식의 만화를 즐기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이를 반영해 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할 수 있었다. 그것이 세계 최고의 웹툰 플랫폼으로 성장한 비결이다. 인터넷 뱅킹을 함께 시작한 K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차이도 사실은 종이 한 장 차이다. KT라는 대기업을 대주주로 한 K뱅크는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기존의 은행 앱과 유사한 형태로 서비스를 구축했다. 그래서 2년간 모은 고객이 110만 명이다. 카뱅은 시작부터 오로지 포노 사피엔스 고객만을 생각했다. 복잡한 인증 프로세스를 최소화했다. 거기에 포노족들이 좋아하는 이모티콘 캐릭터들을 등장시켰다. 전무로 불리는 라이언은 카카오의 대표적 인플루언서다. 이 미묘한 디테일의 차이가 같은 기간에 고객 1100만 명을 모으게 해줬고 카뱅은 불과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자본력의 차이가 아니라 ‘생각의 표준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은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이렇게 문명의 차이를 잘 이해하고 포노사피엔스 문명의 특징을 잘 살려 적용할 때 성공의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포노 사피엔스 문명에 등장한 새로운 소비 트렌드 중 하나가 ‘플렉스’다. 원래 플렉스는 래퍼들이 돈이나 명품을 과시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이게 유행이 되어 지금은 젊은 세대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래퍼 염따가 현찰로 값비싼 시계를 사거나 차를 사서 ‘플렉스하는’ 모습에 많은 사람이 ‘좋아요’를 누르며 열광하는 것은 이미 익숙해졌다. 스타벅스의 레디백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사람들, 미국 유명 빵집 브랜드인 ‘에그슬럿’이 오픈하자 길게 줄을 선 사람들, 대구에서 쉐이크쉑이 오픈하자 길게 줄을 선 사람들, 이들은 모두 새로운 소비문화에 동참하면서 ‘좋아요’를 얻는 재미에 줄서기의 고통을 마다치 않는 새로운 종족이다. 이들에게 ‘좋아요’의 파워는 그만큼 강력하다. 어떠한 제품을 어떻게 사고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나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시대다.

구찌는 플렉스에 어울리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동시에 온라인 온리 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포노 사피엔스의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소통의 폭을 넓혀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성공 비결은 조직의 의사결정에 젊은 세대를 대거 참여시킨 것이다. 팬덤을 만들어내려면 조직에 포노 사피엔스 문명을 정확히 이해하는 DNA를 심어야 한다는 뜻이다. 배달의민족이 젊은 고객의 취향을 반영해 B급 문화를 기본 코드로 활용하며 팬덤을 창조하고 최고의 음식배달 플랫폼으로 성공한 것이나, 당근마켓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통해 소비자가 가장 열광할 서비스를 만들어낸 것도 모두 기업의 DNA를 포노 사피엔스 문명과 일치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엄청난 수입을 올리는 유튜버의 등장은 나비가 일으킨 바람에 불과했다. 나비 바람은 먼저 광고 시장으로 불어와 큰 돌풍이 되었다. 모바일 광고비는 이미 TV 광고비의 3배 가까이 늘었다. 광고를 휩쓴 돌풍은 다시 유통으로 번지며 태풍으로 등급이 격상 중이다. 중국의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100조원을 돌파했고 한국에서도 스타일난다, JM솔루션, 무신사 등 미디어 커머스를 기반으로 성공한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언택트를 필요로 하는 팬데믹 쇼크라는 거대한 폭풍까지 더해졌다. 그야말로 두 개의 핵을 가진 태풍이 겹치는 퍼펙트 스톰이 현실이 된 것이다.

플랫폼에서 시작되는 ‘퍼펙트 스톰’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8일 강원도 춘천의 빅데이터 플랫폼 운영 기업 더존비즈온을 방문해 디지털 뉴딜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최근 유튜브가 브랜드 커넥트라는 서비스를 론칭한다고 발표했다. 구독자 2만5000명을 확보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자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서비스다. 유튜브 내 전문 팀이 크리에이터와 광고주를 매칭해주고 프로젝트 기획부터 론칭까지 모든 서비스를 지원한다. 팬덤을 얻을 수만 있다면 유튜브가 누구나 가장 적합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활용 서비스까지 제공된다고 한다. 말하자면 ‘깡’으로 뜬 ‘비’는 ‘새우깡’ 선전만 하는 게 아니라 식품업체와 손잡고 ‘정지훈깡’을 만들 수 있는 생태계가 열리는 것이다. 염따도 티셔츠와 슬리퍼만 파는 것이 아니라 제조기업과 연결해 ‘플렉스’ 브랜드를 창업하고 그 경영을 유튜브가 인공지능으로 지원하는 시대가 열린다는 뜻이다. 이것은 유튜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마존·인스타그램·페이스북·텐센트·알리바바·틱톡·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이 된 기업들에 모두 열린 기회다. 플랫폼이 되었다면 이제 어떤 영역이든 점령할 수 있는 무한 창조의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플랫폼 기업들의 성공 비결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생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대한민국 동행세일, 가치 삽시다’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국산제품에 대한 라이브 커머스 채널을 소개하며 대한민국이 이 분야에서 새로운 리더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신산업을 키우겠다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변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데이터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이를 활용한 원격 헬스케어, 핀테크 금융서비스, 라이브 커머스 등 비대면 서비스 산업을 크게 확대하는 동시에 인공지능 산업에 투자를 확대해 미래 산업을 일으키겠다는 코리아 뉴딜 정책도 매우 훌륭한 정책이다. 새로운 산업의 등장은 기존 산업의 파괴를 의미한다. 과연 우리는 아이들의 미래 일자리를 위해 지금의 안락함을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을 둔 포노 사피엔스 문명에 대한 저항과 규제는 여전히 강력하다. 안정된 일자리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권력은 소비자의 손끝에서 나온다. 그 손끝의 선택은 바로 마음의 표현이다. 내 마음이 새로운 문명시대를 표준으로 받아들여야 기업도, 사회도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 명심하자. 대한민국 청년들의 미래는 오늘 나의 마음, 나의 손끝에 달려 있다.

※ 최재붕 -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워털루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와 서비스융합디자인대학원 학과장을 겸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시작이라고 정의하면서 융합을 기반으로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 알려져있다. 저서로는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엔짱] 등이 있다.

202008호 (202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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