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심층취재

Home>월간중앙>특종.심층취재

[특별기획 | 총력분석] 비어가는 나라 곳간 채우려는 정부의 꼼수? 

‘영혼까지 끌어모아’ 증세 나섰다! 

文 정부 출범 후 재정 적자 가파르게 올라 1000억원 돌파 코앞
퇴로 막힌 부동산 증세 3법과 금융 과세 확대에 중산층 직격탄


▎정부가 그동안 국민에게 풀었던 돈을 걷어들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세금 청구서’다. 경제 위기와 코로나19 극복이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에 괴는 조삼모사식 처방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종부세를 올리면 공급이 늘고, 양도소득세를 올리면 공급이 줄어듭니다. 정부의 정책 목표는 주택 공급을 늘리는 건가요, 줄이는 건가요?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세금을 늘리는 건가요?”

지난 8월 4일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선 박수영 미래통합당 의원이 격앙된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소득세법·법인세법·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본회의에 출석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항의의 표시로 표결에 불참했다. 표결 전 반대토론에 나선 박 의원은 “국민의 내 집 마련이 아니라 정부의 세금 마련이 정책 목표였느냐”고 소리쳤다. 더불어민주당과 친여 성향 야당 의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부동산 증세 3법 개정안은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했다.

법안은 통과됐지만, 반발 여론은 여전히 거세다. 집을 갖고 있을 때와 사고팔 때 내야 할 세금이 모두 올라 사실상 퇴로가 차단됐기 때문이다. 가격이 폭등하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다주택자에게는 탈출구를 만들어주고, 실수요자에게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증세 3법 개정안은 오히려 퇴로와 기회를 모두 차단한 셈이 됐다. “오로지 증세가 목적이었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 정부가 23회에 걸쳐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화룡점정은 결국 증세다. 부동산 증세는 종합부동산세·양도세·취득세 등 보유와 거래에 모두 적용된다. 개인이 가진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은 과세표준구간별로 0.1~0.3%p 인상된다. 3주택 이상 보유자나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 보유자는 0.6~2.8%p씩 인상해 최고 세율이 3.2%에서 6%로 오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두 배가 약간 넘는 수준”이라고 했다.

양도세 부담도 크다. 내년 6월 1일부터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팔 때는 기본세율에 20~30%를 중과한다. 주택을 2년 미만 보유했다가 팔 때는 최고 70%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1년 미만은 40%에서 70%로 오른다. 보유세와 거래세를 모두 올리다 보니 탈출구가 없다는 반발이 나온다.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다주택자의 ‘꼼수 증여’를 차단하기 위해 증여 취득세율도 최대 12%까지 올리기로 했다. 지방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1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구매해 2주택자가 될 경우 취득세율이 8%로 높아진다. 3주택자는 12%를 적용한다. 증여할 경우에도 취득세율을 12%까지 높였다.

정책 실패를 세금으로 메우려는 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7월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법개정안 당정협의회에서 개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다주택자를 잡겠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1주택 보유자도 세금 부담이 커지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2018년부터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겠다며 큰 폭으로 올리는 바람에 보유세가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부동산값이 폭등한 터여서 앞으로도 공시가격이 상당한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내년에 시세의 95%, 2022년에 100%로 높일 방침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에 전용면적 120㎡인 아파트를 한 채 가졌을 경우(5년 미만 보유)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 17억4800만원인 공시가격이 내년에 10% 오를 경우로 계산하면 이렇다. 지난해분 재산세와 종부세는 각각 424만3680원, 136만3248원에서 올해는 551만6784원, 266만7816원으로 올랐다. 내년에는 639만6816원과 529만3764원으로 껑충 뛴다. 보유세 부담이 2년 만에 560만6928원에서 1169만580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만약 별다른 소득 없이 집 한 채를 가진 은퇴자일 경우 주거지에서 퇴출당하는, 새로운 형태인 ‘세금발 젠트리피케이션’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1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가 집중된 강남 3구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값을 억제하는 정책의 풍선효과가 서울과 수도권 각지에서 산발적인 급등 도미노를 연출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료를 산정할 때 제외했던 연 2000만원 이하의 금융소득도 부과 대상에 포함할지를 이달 중 결정할 예정이다. 지역가입자의 건보료가 재산 규모에 비례해 오르기 때문에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산층 전체로 확산할 공산이 커진 것이다.

이 같은 증세 계획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을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돌린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집값이 올라간 것만으로도 세금이 오르는데 여기에 종부세 인상까지 더해져 이중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증세 방안은 정책의 부작용을 재정으로 해결하려는 ‘재정만능주의’에서 비롯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그 의도가 다분히 징벌적이다. 부동산값 폭등의 실마리를 제공한 땜질식 정책의 부작용에 관해선 모른 체하면서 부동산 문제를 국민의 도덕적 문제로 돌리는 책임 회피가 엿보여서다. 국민 전체를 ‘부동산 적폐’로 모는 인식이 바탕이 돼 징벌적 세금 대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에 재학 중인 한 현직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내놓은 조치는 ‘세금폭탄을 맞기 전에 집을 팔라’고 윽박지르는 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그동안 내놓은 대책들 덕분에 조만간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할 거라고 장담하지만, 오히려 부동산 민심은 반대로 가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해 양도세 세수가 16조1011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9200억원 줄었다고 분석했다. 2017년 8·2 부동산 대책 이후 양도세 부담을 늘렸는데도 오히려 양도세 세수는 줄어든 거다. 지나친 세금 부담 때문에 집을 팔기보다 움켜쥐려는 심리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역추세는 과거에도 있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2000년 양도세 부담을 낮춘 적이 있다. 그러자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져 오히려 세수가 30% 이상 늘었다.

정부는 부동산 증세 3법이 세수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게 아니라고 하지만, 3법의 시스템은 증세에 정교하게 맞춰져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종부세 인상만으로 2021~2025년 5년간 개인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세금이 9조3087억~10조1882억원이라고 추산했다. 여기에 법인 부담분을 더하면 최대 15조원가량 세금이 늘어난다. 정부도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을 조정하면 9868억원의 세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주택을 처분해 종부세 수입이 줄어들면 거래에 따른 양도세가 늘어나기 때문에 세수 효과가 없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부유한 극히 일부에게만 부담이 간다는 말도 현실과 거리가 멀다. 실제 세금 부담이 가장 늘어나는 계층은 부유층이 아니라 중산층이다. 지난해 종부세 납세자는 2018년보다 12만 명 늘어 51만 명이었다. 과표 구간별로는 3억원 이하가 34만7733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세액은 1317억원 수준이었다. 중산층이 포진한 13억~50억원 이하 구간은 1만7142명으로, 세액(2733억원)과 인원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51억~94억원 이하는 395명에 세액은 374억원이었고, 94억원 초과는 189명에 세액은 1431억원이었다. 종부세 부담 비중이 가장 큰 중산층을 겨냥함으로써 세수 증대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돈 쓸 곳은 많아지는데, 수입은 갈수록 줄어


▎기업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올해 법인세 수입은 정부 예상치를 크게 밑돌 전망이다. 지난해 충남 천안 백석농공단지의 한 공장이 폐업해 분양광고 현수막을 걸어두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경기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세금 수입은 갈수록 줄고 있다. 기재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8월 호’에 따르면 1~6월 정부 총수입은 226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조1000억원 감소했다. 그중 국세 수입이 23조3000억원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인한 법인세 수입 감소분도 타격이 크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올해 법인세수 전망치는 56조5000억원으로 정부 예산액인 64조4000억원을 크게 밑돌 것으로 보인다. 올해 법인세 예산은 지난해보다 18.8% 낮춘 수치인데도 12%가량 미달하는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기업의 실적 저하와 코로나19 충격이 반영되면 실제 법인세수는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경연은 분석했다.

국가 재정적자비율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3년 안에 나랏빚이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29일 한경연이 내놓은 ‘재정적자가 국가채무에 미치는 영향 분석 및 향후 전망’ 보고서의 분석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채무비율은 올해 40%대에 진입한 뒤 내년에 46.2%, 2022년 49.9%, 2023년엔 51.7%로 사상 처음 5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6월 말을 기준으로 중앙정부 채무는 764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704조5000억원)보다 60조원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2018년 11월에 651조7000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 1년간 늘어난 빚(52조8000억원)보다 최근 반년 동안 늘어난 빚이 더 많은 것이다. 기재부는 국회에 제출한 재정 총량 변화 전망치 보고서에서 국가 채무가 2022년이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승세가 현 정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파르다는 점이다. 한경연의 분석 결과, 국가 채무비율이 10%에서 20%로, 20%에서 30%로 늘어나는 데에는 각각 7년이 걸렸다. 또 30%대에서 40%대로 상승하기까지는 9년이 걸렸다. 그러나 40%대에서 50%대로 상승하는 데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은 불과 3년이다.

정부 재정 상황은 10년 만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국가 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90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이 지난해보다 51조5000억원 커졌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하고 정부의 순 재정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같은 기간에 110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1조원이 늘었다. 정부가 지표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대 규모다.

“사기”라던 가상자산 시장 커지자 ‘과세 카드’


세수 부족 상황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가 대대적인 세수 확보 방안 마련에 나선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부동산 증세 3법을 개정하면서 세수 확보 기대감을 반영했으리라고 유추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실제로 정부는 대대적인 세수 확보에 나섰다. 시쳇말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해서 텅 빈 곳간을 메우려는 듯 세수 확보에 전방위 작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7월 22일 기재부가 발표한 ‘2020세법 개정안’에는 정부의 이런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개정안에 따르면 세금을 걷을 수 있는 곳이라면, 정부의 기존 입장과 배치되더라도 마다치 않는다.

대표적인 게 ‘가상자산’에 대한 소득세 부과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일컫는 가상자산은 당초 정부가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2017년 12월 암호화폐 열풍이 불었을 때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은 “비트코인 거래를 금융거래로 보지 않는다”면서 이를 “다단계 금융 사기”라고 단정했다. 법무부는 한술 더 떠 비트코인 거래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했고, 최흥식 당시 금융감독원장은 “형태가 없는 비트코인은 버블이 확 빠질 것이다. 내기해도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 정부 핵심 관계자들이 암호화폐를 버블, 사기라고 규정한 지 2년 만에 기재부가 내놓은 과세 대책은 사실상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재부는 2021년 10월 1일 양도분부터 연간 소득 금액이 250만원을 초과하면 초과 수익금의 20%를 세금으로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분리 과세 대상인 기타소득과 주식양도소득의 기본 세율이 20%인 점을 고려해 결정했다. 이는 불법 도박으로 얻은 이익을 소득으로 인정해주고 세금을 떼어가는 꼴이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라고 지적한다. 암호화폐 가격이 시시각각 변하고, 거래소마다 시세 차이가 있어서 과세표준으로 삼을 기준 가격을 정하는 것부터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또 비대면 시장이 급속히 커지면서 온라인 결제용으로 쓰이는 암호화폐가 늘어나는 추세다. 원화로 바꾸지 않고 직접 사용할 경우 이를 통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과세를 피할 구멍이 여기저기 뚫려 있는데 이를 차단할 대책을 세우지 않고 과세부터 하겠다고 하는 건 성급한 조치”라며 “암호화폐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기보다 우선 세금부터 걷고 보자는 의도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담뱃세도 이번 증세 대책에 포함돼 있다. 그동안 궐련형 담배보다 세금이 적었던 액상형 전자담배가 타깃이다. 니코틴 용액 1㎖당 개별소비세를 370원에서 740원으로 100% 인상한다. 개별소비세 과세 대상 담배의 범위도 현행 담배 사업법상 ‘연초의 잎’이 원료인 담배에서 ‘연초의 뿌리, 줄기 추출 니코틴 등을 원료로 제조한 담배’로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아직까진 액상형 전자담배 점유율이 올해 1분기 기준 0.9%에 불과해 세수 증대 효과는 그리 높지 않다.

세외 수입으로 잡히는 교통위반 과태료와 범칙금도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이 김예지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809만 건이던 속도위반 단속 건수가 2017년 1184만 건으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19년에는 1240만 건으로 뛰었다. 도로에 설치한 무인 단속 카메라도 2017년 7016대에서 2019년 8892대로 매년 10%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교통 과태료와 범칙금 부과액도 크게 늘어, 2016년 7915억원에서 2019년에는 8862억원으로 뛰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4469억원이 걷혀 이 추세가 계속되면 연말까지 9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증시 떠받친 ‘동학 개미’에게도 과세 칼날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세금 부과 범위도 넓어진다. 2023년부터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의 투자로 발생하는 모든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합산해 20% 세율을 물린다.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도 지난해 15억원에서 올해 4월부터 10억원으로 줄더니, 내년 4월에는 3억원으로 축소된다.

2023년부터 주식으로 연 5000만원 이상 번 개인투자자들은 5000만원을 초과한 양도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연간 1억원 차익을 봤다면, 5000만원의 20%, 즉 1000만원에 지방소득세(2%)까지 포함해 1100만원은 세금이 된다. 지금까지는 대주주가 아닌 개미 투자자는 주식 양도세 부과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그나마 이 대책은 처음에 정부가 추진하려던 것보다 대상을 상당히 좁힌 축에 속한다. 당초 정부는 지난 6월 금융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을 연간 2000만원까지 낮출 생각이었다. 게다가 현행 증권거래세는 계속 유지하거나 점차 비율을 낮춰 당분간 병행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자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주식 양도세 범위를 넓힐 때는 외국 사례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외국에 없는 거래세를 유지하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같은 소득에 두 가지 세금을 부과하는 건 이중과세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민주당 내에서도 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정부는 거래세 폐지에 난색을 보였다.

청와대 청원이 등장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진화에 나섰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7월 17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금융세제 개편안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 투자자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제야 정부는 비과세 한도를 5000만원으로 슬그머니 상향 조정했다.

그런데도 증세 외에 현 상황을 극복할 뚜렷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국책 연구기관들이 한목소리로 증세를 주문한 것도 재정 악화를 막을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하리라는 쪽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데다 7~8월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홍수 피해가 돌발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4차 추경 필요성까지 거론된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은 “현재 남아 있는 예비비로 응급복구가 어렵다면, 국회가 선제적으로 추경을 검토하고 정부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차 추경이 편성되면 1961년 이후 59년 만이다.

증세 강요보다 사회적 동의 끌어내는 노력 필요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10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민간 활력이 높아져야 경제가 힘을 낼 수 있다며”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지출 확대를 주문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다만 정부는 신중한 모습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재난지원금 등 정부 재정을 소진하다시피 했는데 또다시 추경을 편성한다면 재정적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다다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4차 추경 논의를 당장 시작하기보다 가용한 자원을 동원해 재난 복구를 서두르는 게 우선이란 판단이다.

4차 추경 여부를 떠나 결국 정부 발등에 떨어진 불은 어떻게 부족한 재정을 메울 것인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 재정 지출을 늘리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기업 파산과 노동자의 실직 등 코로나 충격을 완화할 방법은 재정 지출을 늘려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게 가장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가 부채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추세다.

세금 인상은 부족한 재정을 채울 가장 확실한 방법일 수 있다. 다만 얼마나 올릴 것이며, 누가 부담할 것이냐를 정하는 데 있어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이념 논쟁과 진영 논리로 변질되지 않는다. 증세 외에 부수적 방법이 있는지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이는 조세 형평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다.

전문가들은 증세와 더불어 면세자 비율을 줄이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경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면세자 비율은 38.9%다. 국민 10명 중 4명은 세금을 내지 않는 셈이다. 미국(30.8%)이나 캐나다(17.8%), 일본(15.5%)과 비교하면 꽤 높은 수치다. 항목도 다양하다.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 지방 이전 공장·본사 법인세 감면, 아파트 관리비 부가가치세 면제 등이 있다. 정부는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이런 면세 항목을 대부분 연장했다. 김상봉 한성대(경제학과) 교수는 “조세정책의 기본원칙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다. 면세 기준을 그대로 두고 세수를 더 확보하려면 부자 증세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증세 부담이 특정 계층에 편중될 경우 거센 저항에 부닥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빤히 보이는 속셈을 그럴듯한 명분으로 가린다고 해서 수단이 정당화되진 않는다. 위기 앞에서 고통을 분담하자는 사회적 동의는 강요로 얻어지지 않는 법이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images/sph164x220.jpg
202009호 (2020.08.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