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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수장 공백 2개월… 서울시청 내부 기류 

“6층 정무 라인 문제로 직원 전체가 매도당하다니···” 

“최고위 선출직 지도자에 대한 성폭력·성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진상 규명, 재발방지책 등 서울시 자체 대응은 겉도는 분위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성추행 의혹이 한국 사회를 강타한 지 두 달째로 접어들었다. 모든 사건이 벌어진 서울시청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진상 규명과 유사 사건의 재발방지책 마련에 가장 목마른 쪽도 서울시청이다. 조직의 수장이 사라진 지난 40여 일 동안 서울시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서울시 인권 및 평등 촉구 공동행동 회원들이 7월 28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직권조사를 촉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성추행 관련 의혹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조사에서 자세한 내용을 밝힐 거라고 생각한다.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서울시는 손 놓고 있을 것인가가 큰 문제였는데 성차별적 업무나 관행 등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보고 인권위 조사와 별개로 대안을 만들기로 했다. 실효성 있는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을 9월까지 마련하겠다.”

지난 8월 3일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기자설명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이하 특위)’를 구성했다.

‘삼고초려’ 할 정도로 특위 공들였지만…

서울시는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행정1부시장)이 특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김경희 한국여성학회장, 장윤경 갈등경영연구소장,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나임윤경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등이 외부위원으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김은희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연구위원, 김태환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 이은의 이은의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이원희 한국노무사회성폭력고충심의위원회 위원장도 외부위원으로 위촉했다. 서울시는 일부 외부위원들을 ‘삼고초려’ 하는 등 이번 특위 구성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에 더해 서울시 공무원과 노조 관계자들도 특위에 합류케 했다. 송 실장은 8월 3일 기자설명회에서 “정확한 내부 문제 제기를 위해 저와 서울시 행정국장, 감사위원장이 내부위원을 맡았으며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서울시 공무원노동조합에서도 참여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특위는 피해 여성의 2차 가해 방지 및 보호, 재발방지책 마련 등 후속 대책을 만들 예정이다. 예컨대 ▷피해자 보호 방안 및 일상으로 복귀 지원 방안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방지 및 재발방지 대책 ▷조직 내 성차별 문화 개선 및 성평등 문화 확산 방안 ▷직원 성차별 인식 개선 및 성인지 감수성 향상 방안 ▷성희롱·성폭력 고충신고 및 사건처리 시스템 개선방안 ▷성차별적 직무 부여, 조직 운영방식 등 개선방안 ▷선출직 공무원 성범죄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제도개선 사항 등이 주로 논의된다.

지난 8월 7일 열린 첫 번째 회의에서는 피해자가 복귀해 잘 적응하면 해당 부서의 부서장 평가에서 가산점을 주는 방안 등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첫 번째 회의에서 외부위원들이 기간을 정해놓고 운영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며 “논의 결과가 언제쯤 나올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장의 급작스러운 유고라는 충격을 딛고 이처럼 나름의 수습책 마련과 조직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요란한 대외 발표와 달리 내실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정황도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을 9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서울시는 외부위원들에게 특위 참여를 제안할 때 9월까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시간표는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8월 1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특위 외부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9월’로 대책 마련 시기를 한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정대로 9월 안에 대책이 나올 수도 있고 더 늦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성희롱 근절 특별대책 가물가물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8월 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 마련 및 대책위 구성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서울시청
8월 3일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의 기자설명회 공지도 불과 한 시간 전에 갑작스레 이뤄졌다. 기자설명회에서는 이미 해온 제도들과 비슷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가 늑장 대응한다는 여론의 질책에 떠밀려 급조됐다는 인상을 남기는 대목이다.

사실 지난 7월 10일 박 전 시장이 실종신고 7시간여 만에 서울 북악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후 서울시의 대응은 핵심을 관통하지 못하고 겉돈다는 빈축을 샀다.

서정협 권한대행은 7월 10일 오전 박 전 시장 유고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표명했다. 서 권한대행은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갑작스러운 비보로 슬픔과 혼란에 빠지셨을 시민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지만, 전날 박 전 시장이 전직 비서 A씨에게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것에 관해서는 함구했다.

이어 질의·응답에 나선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은 ‘피해자가 시청 내부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하는데 추가 감찰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피해 관련 내용을 몰라 검토하지 못했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성범죄로 피소됐는데 서울특별시장(葬)을 치르는 것에 대해 이견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논의과정에 대해 일일이 설명 못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서울시는 이후 피해자가 비서실에 채용되고 근무하는 일정 기간 비서실장이었다는 것이 알려지는 등 책임론이 불거지자 “서 권한대행은 당시 해당 사안을 몰랐다”고 기자단에 문자를 돌리기도 했다. 이후에도 “피해자가 상담 신청 등 내부 공식 절차를 밟지 않아 피해를 알 수 없었다”는 해명을 반복하던 서울시는 박 전 시장 사망 6일째인 7월 15일에야 성추행 의혹에 관한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한국여성의전화·한국성폭력상담소 등 피해자 지원단체와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등은 이보다 앞선 7월 13일 1차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를 직격했다. 피해자 측은 “본 사건은 박 시장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으로 4년 동안 지속됐다”며 “서울시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시 간부들 “피해 내용 몰랐다” 일관


▎김주명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장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 왼쪽)이 8월 13일 피고발인 조사를 마친 뒤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을 나서고 있다. / 사진:뉴시스
서울시는 이에 7월 15일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줄곧 피해자를 ‘피해 호소 직원’이라고 지칭한 데다 2차 가해를 이유로 사건의 기본 경위도 밝히지 않는 등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조사단 구성의 진정성도 의심을 샀다. 서울시는 7개 기관에 합동조사단 참여를 요청했지만, 6곳에서 참여를 거부하거나 답하지 않아 끝내 조사단 구성은 불발에 그쳤다.

피해자 측은 서울시의 입장 발표 이튿날 보도자료를 내고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폭로하기에 이르렀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비서들의 업무는 시장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이른바 ‘심기보좌’에 가까웠다. 보도자료에는 “여성 비서가 함께 뛰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며 주말 새벽에 나오도록 요구받거나 서류 결재 시 ‘기쁨조’와 같은 역할을 요청받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시장이 샤워할 때 옷장에 있는 속옷을 비서가 근처에 가져다줘야 했으며, 침대가 딸린 내실에서 낮잠을 잘 때 깨우는 것도 여성 비서 일이었다”며 “시장의 혈압을 잴 때 ‘자기(피해자를 지칭)가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아’ 등의 성희롱적 발언도 있었다”고 한다.

피해자가 번번이 인사이동을 요청한 끝에 지난해 7월 근무지를 바꿨음에도 지난 2월 다시 비서실 업무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피해자는 인사담당자에게 “성적 스캔들 등의 시선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고사하겠다”고 말했지만, 담당자는 문제 상황을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고 피해자 측은 주장했다.

7월 22일 2차 기자회견에서는 서울시 내부의 석연찮은 동향도 공개됐다. 이날 피해자 측은 “동료 20여 명이 사건의 은폐·왜곡·축소에 가담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서울시 내부에 피해 사실을 알렸을 때 ‘남은 30년 공무원 생활 편하게 해줄 테니 다시 비서로 와 달라’, ‘몰라서 그랬겠지’, ‘예뻐서 그랬겠지’, ‘인사이동은 시장에게 직접 허락을 받아라’ 등의 대답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역대 비서실장이 4년 동안 문제를 몰랐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본 사건은 박 시장 개인적 문제를 넘어 권력에 의해 은폐·비호된 조직적 범죄”라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서울시가 이 사안을 책임질 주체이며, 조사의 주체일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등이 진상을 규명하면 서울시 관계자는 그 결과에 따라 징계를 받아야 하고, 서울시는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시는 같은 날 이에 대한 입장을 내고 “인권위 조사가 이뤄지면 적극 협조하겠으며 경찰·검찰 수사에도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가 비서실에서 일한 동안 비서실장 4명이 거쳐갔다. 성추행 방조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들 중 2017년 3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비서실장으로 근무한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을 8월 13일 조사했다. 김 원장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로부터 전·현직 서울 시장 비서실장 등과 함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당했다.김 원장은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오는 자리에서 “성추행 피해 호소를 들은 바 없고 인사이동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성추행을 조직적으로 방조하거나 묵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피해자 측은 김 원장의 이런 발언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청 내부에서 고개드는 진상 규명 여론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8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7월 15일에는 서울시장 공관에서 박 전 시장을 마지막으로 독대했다는 고한석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이, 7월 20일에는 실종 전날 박 전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적 있느냐”고 물어본 것으로 알려진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별보좌관이 서울 성북경찰서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박 전 시장 사망 경위 등과 관련한 조사를 받았다. 고 전 실장은 7월 10일 장훈 소통전략실장, 최병천 민생정책보좌관, 조경민 기획보좌관 등 별정직 공무원 26명과 함께 ‘당연퇴직’ 처리됐다. 임 보좌관은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대기발령 상태라고 알려졌지만 처음 쓴 사직서가 양식에 맞지 않아 반려된 이후 다시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기관의 조사 압박에 서울시청 분위기는 어수선하기 그지없다. 사건 발생 초기에는 많은 직원이 “시장님께서 그렇게(성추행)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신중론을 개진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직원들은 의혹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한 직원은 “어쨌든 빨리 조직이 안정되길 바란다”며 말끝을 흐렸다. 서울시 일반 직원 중에는 “6층 비서실에서 일어난 일인데 서울시 전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매도되는 것 같다. 자존심이 상한다”며 “하루빨리 진상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서울시 공무원 중에는 서울시의 특별대책 마련 계획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몇 년 전 직원 사망사고가 잇따랐을 때 시장이 재발 방지를 강조하며 강력한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그 뒤로도 경직된 조직문화는 그다지 개선된 것 같지 않았다. 이런 조직문화만큼이나 뿌리 깊은 성차별 의식과 문화를 바꾼다는 건데…. 강도를 놓고 보면 지금이 그때보다 더 강한 것 같지도 않고 전사적으로 움직인다는 느낌도 별로 주지 않는다.”

서울시에서 ‘6층’은 고유명사처럼 쓰인다. 모든 정무적 판단을 하고 정책을 평가하는 시장실과 정무라인이 6층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이명박·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는 집무실이 구청사 3층에 있었는데 특별히 ‘3층’이라고 부르진 않았다”며 “박 시장 임기가 시작되면서 보좌진 규모가 커지고 ‘6층’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전했다.

올해 4월 27일 기준 시장단 좌석배치도에 나오는 보좌 라인은 시장 비서실·기획보좌관실·정책보좌관실·소통전략실·수행비서관실 등 52명이다. 이들은 주로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라고 불리는 별정직 직원들이다. 오세훈 전 시장 시절 보좌 직원은 대략 20여 명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서울시 안팎에서는 “박 전 시장이 시민단체 등에서 사람을 많이 영입해 조직이 커졌다”, “‘6층 사람들’은 시민이 아닌, 오로지 박 시장을 위해 일하는 사람같이 느껴졌다”는 등의 반응을 내놓기도 한다.

피해자 측도 시장 비서실 등 보좌 라인에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피해자 측은 “시장실과 비서실 업무 환경은 성희롱·성추행 등 성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라며 “비서실 직원은 성희롱 예방 교육에도 참석하지 않거나 참석할 수 없었다. 비서실 근무자가 서울시청 내 ‘공식창구’로 문제를 제기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송다영 실장은 지난 8월 3일 기자설명회에서 “제도는 있는데 비서실의 긴박함 등 때문에 시간이 맞지 않거나 해서 성폭력 예방 교육에 못 오는 경우가 있다”며 “앞으로 방안을 마련해 실효성 있는 교육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시는 8월 13일 5급 여성 직원, 6급 이하 일반직 여성 직원, 6급 이하 임기제 여성 직원, 5급 이하 남성 직원 등으로 구성된 성평등문화 혁신위원회를 조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서 업무 경험이 있는 직원도 포함했다고 밝혔다.

내부 직원의 성추행 방조 규명은 어려워

아울러 8월 12일부터 19일까지 서울시 본청과 사업소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차별·성희롱에 대한 온라인 인식조사를 했다. 여성가족부가 7월 28~29일 서울시 현장점검을 한 뒤 지적한 개선 요청사항도 특별대책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7월 30일 여가부는 “최근 사건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 보호·지원 방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며 “사건 처리 과정의 관련자(부서)가 많아 처리 과정에서 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현장점검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조사는 직접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조사권이 여가부에 없어서다.

같은 날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자 측 요구에 따라 제26차 상임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이 조사에서는 성추행 의혹과 더불어 서울시의 묵인·방조 의혹, A씨의 고소장 유출 경위 등이 종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인권위는 지난 5일 9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꾸리고 조사에 착수했다.

반면, 서울시의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가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선출직 수장과 그를 수행하는 인사들이 어떤 잘못을 했을 때 내부 시스템으로 이를 극복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실효적인 성희롱 방지책을 마련하자면 중앙부처나 이번 사건에 서울시와 책임을 공유하는 민주당 등 외부 기관이 특위에 참여하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고 말했다. 권수정 서울시의원(정의당)은 이와 관련해 “실효성 있는 성차별·성폭력 방지 대책이 나오려면 이번 사건을 서울시 시스템, 여성의 문제로 한정하지 말고 위계에 대한 사회구조 전반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역시 한계를 자인하기도 했다.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기자설명회에서 “최고위 선출직 지도자에 대한 성폭력, 성예방과 관련한 대책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7월 31일 여성가족부 회의에서 전국 여성정책실장들과 함께 선출직 고위 지도자에 대한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박 전 시장 변사 사건,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 의혹,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 박 전 시장과 관련해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8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피해자 고소사건(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수사는 법 규정이 있어 더 이상 수사할 수 없다”며 “변사 사건의 경우 포렌식을 시작했으나 유족 측 준항고와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중지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조 의혹에 관해서는 “관련자 20여 명을 조사했으며 필요한 자료나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8월 11일에는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피해자와 서울시 비서실 소속 직원의 대질조사가 이뤄졌다. 피해자의 인사이동 요청을 참고인이 들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다.

경찰은 향후에도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추가 대질조사 등을 적극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서울시 내부 직원들의 성추행 방조 여부를 규명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성추행이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방조를 입증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차원의 실효성 있는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을 마련도 차일피일 미뤄지거나 수박 겉핥기식으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 최은경 중앙일보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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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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