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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목민관 열전] ‘40년 지방행정 전문가’ 고윤환 경북 문경시장 

혁신 아이디어로 코로나 넘고 ‘지방창생’ 이룬다 

시내 거점마다 대인소독기 설치하고 사각지대엔 ‘이동형 소독버스’까지
‘수요자(농업인) 중심’ 지원 정책 설계하고 농업-관광업 사이 벽 허물어


▎고윤환 문경시장이 시청 내 영상회의실에서 문경시의 재난안전 현황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신천지발(發) 코로나19 감염으로 홍역을 앓던 대구·경북은 지난 4월 30일 마침내 ‘신규 확진자 0명’에 안착했다. 2월 18일 지역 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73일 만이었다. 최근 무섭게 올라가는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생각하면, 결코 느리지 않은 속도로 집단감염 사태를 극복한 셈이다.

극복 의지가 절실해서였을까. 전국적으로 벤치마킹할 만큼 굵직한 방역 아이디어들이 이곳 경북도에서 처음 고안되거나 시행됐다. 대구 북구의 칠곡경북대병원은 빠른 검체 채취와 거리두기를 동시에 가능케 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처음 열었다. 무증상 또는 경증 환자를 돌보는 생활치료센터도 3월 2일 대구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또 경북 문경의 한 약사는 의약품 관리 시스템과 연동한 마스크 5부제를 최초로 제안하기도 했다.

마스크 5부제에 비하면 덜 알려졌지만, 문경시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시 소유 버스를 활용해 만든 ‘이동형 소독버스’가 대표 상품이다. 버스 안 좌석을 들어내고 소독기와 전자 출입명부 등을 내부에 설치했다. 그 덕분에 각종 행사장의 방역은 물론, 취약지역 지원에도 요긴하게 쓰인다고 한다. 또 코로나19 유증상자 출입 시 건물 전체에 경보가 자동으로 울리는 ‘스마트에어소독 시스템’도 문경시가 자랑하는 방역 아이디어 중 하나다.

이런 문경시의 아이디어는 지난 7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 국무총리)에서 전국 지자체의 주요 수범(垂範) 사례로 다뤄지기도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직접 문경시의 방역 아이디어를 홍보하고 나선 셈이다.

이동형 소독버스로 방역 사각지대 ‘제로’


▎문경시내 한 종합병원 앞에 설치된 컨테이너식 음압병실. 코로나19 의심환자는 병원 출입 전 이곳에서 진단을 받는다. / 사진:문경시청
지난 7월 24일 고윤환 문경시장을 만나고자 찾은 문경시청에도 곳곳에 방역 아이디어가 녹아 있었다. 시청 출입구부터 커다란 자외선 살균장치를 설치해두고 청사 방역의 1차 관문으로 삼았다. 또 장맛비가 한창 내리는 와중에도 시장실로 향하는 복도 창문은 모두 열려 있었다. 고윤환 시장은 “이렇게 하면 코로나19 전파율이 10%는 떨어진다고 한다”며 디테일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코로나19 방역 일선에 있는 고윤환 시장에게 문경만의 아이디어가 나오는 원천, 그리고 코로나19 이후를 바라보는 문경의 비전을 물었다.

문경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금까지 3명에 불과하다. 굳이 이런 아이디어들을 고안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을 때 문경시는 즉각 감염병 위기경보 최고 단계인 ‘심각’ 수준에 맞춰서 대응체제를 꾸렸다.”

중앙 방역당국은 2월 25일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600명을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대구에서 처음 확진자가 나왔을 땐(2월 18일) 무척 긴장했겠다.

“그날로 버스터미널·기차역·관광지·공공청사처럼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곳에는 대인(對人)소독기를 설치했다. 시청 입구에서 본 자외선 살균장치가 문경시내 곳곳에 설치돼 있다고 보면 된다. 행사장이나 청소년 시설 등에도 예방조치가 미흡하다고 생각돼서 이동형 소독버스를 고안했다. 내구연한이 지난 42인승 관용 버스를 활용했다.”

심각 단계를 발령할 당시 가장 시급했던 것이 음압병실 확보 문제였다. 병실이 부족해 집에서 대기하는 확진자도 있었다.

“코로나19의 특징이 뭔가 하면, 감기와 증세가 같다. 신천지 집단감염 사태가 터지니까 감기 환자도 병원에서 받아주질 않는다. 폐렴 증세면 오죽하겠나. 그래서 문경에 종합병원이 두 곳 있는데, 병원마다 컨테이너 음압시설을 두 개씩, 총 네 개 설치했다. 시에서 2억원에 사서 병원에 임대해줬다. 의심환자가 오면 거기 입원해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했다. 음성이면 일반 병실로 가고. 그러면 병원 내 감염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지 않나. 컨테이너를 개조했지만 에어 샤워기, 음압장비, 화장실, 냉난방 장치 및 산소공급 장치 등을 갖춰서 부족함이 없도록 했다.”

전국 요양병원 여러 곳에서도 집단감염이 크게 일어났었다.

“사회복지시설 내 코로나가 확산되던 때 우리는 먼저 복지시설 25곳에 코호트 격리를 2주 동안 실시했다. 예방적 차원에서 했다. 그런데 요양병원의 문제가 뭐냐면, 많게는 100명씩 입원해 있으니 격리를 해도 그 안에서 전파가 되면 손을 쓰기 어렵다는 거다. 그래서 긴급히 25개 복지시설에 총 1억8400만원을 들여 생활형 음압실 46실을 설치했다. 공기를 밖으로 빼내는 장치를 설치했다. 어르신이 아프다고 하면 바로 음압실로 빼고, 119를 불러서 호송하는 식이다. ”

입원한 환자들은 격리가 가능해도, 간호사들은 어렵지 않나?

“맞다. 출퇴근하는 간호사들이 사각지대였다. 그래서 복지 시설마다 생활형 음압실을 두 개씩 설치하도록 해서 하나는 종사자용으로 쓰도록 했다. 의심환자가 발생하면 안에 있으면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거다. 또 옷에 바이러스가 묻는 게 문제지 않나. 그래서 의류소독기까지 설치했다. 그런데 종사자 가운데 40%는 또 근무복이 없더라. 그래서 위생 근무복까지 다 공급했다.”

고윤환 시장은 2012년 4월 재·보궐 선거에서 민선 5기 문경시장에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시정(市政)을 이어오고 있다. 그 전에는 1980년 행정고시 합격 후 인천시에서 공직을 시작해 국무총리실, 청와대비서실 등을 두루 거쳤다. 행정안전부(행정자치부)에선 재난안전실 비상대비기획관을 거쳐 지방행정국장까지 역임했다. 임명직도 두 차례(인천시 남동구 부구청장, 부산시 행정부시장) 맡았다.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메르스 모두 경험


▎고윤환 문경시장(왼쪽 셋째)이 비닐하우스에서 귀농인들과 함께 미나리를 수확하고 있다. 봄·가을에 출하되는 미나리는 고부가가치 작물로 꼽힌다. / 사진:문경시청
고윤환 시장은 “중앙에서 정책을 만들어도 결국 집행은 지방에서 이뤄지기 마련”이라며 “중앙부처에 있을 때부터 ‘어떻게 하면 정책을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곤 했다”고 밝혔다. 고윤환 시장이 고향 문경으로 돌아와 선출직에 도전한 배경이다.

문경은 선제적으로 잘 대응했는데, 중앙행정에서의 경험이 반영된 것인가?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일 때 행정안전부에서 (지방행정)국장을 지냈다. 이번 사태 추이를 보면서, ‘내가 행정안전부 국장을 지금도 했으면 어땠을까’라고 내심 생각도 했다. 그래서 우리 문경시만큼은 처음에 세운 원칙대로 철저하게 방역을 실천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원칙 자체만큼이나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중요하다. 코로나19는 결국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신천지 집단감염 사태가 터졌을 때, 문경이었다면 저렇게 확산되지 않았을 거다.”

사람이 핵심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문경시 공무원 1000여 명이 소속된 네이버 밴드 공간을 보여주며) 문경시 공무원들이 일하는 방식을 보여주겠다. 지금 비가 많이 오지 않나. 예를 들어 도로변에 산사태 조짐이 보인다는 민원이 들어왔다. 그러면 담당 공무원이 바로 현장으로 가서 조치한 뒤에 사진을 찍어 밴드에 올린다. 또 교회로 코로나19 점검을 나갈 땐 시설을 소독한 뒤 목사님이 설교하는 장면까지 찍어서 올린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경쟁의식이 생길 법하다.

“맞다. 게시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니까 공무원들 간에 바람직한 경쟁이 일어난다. 나중에 인사 평가할 때도 반영한다. 공무원들이 수고로우면 혜택은 일반 주민에게 돌아간다.”

고윤환 시장은 집무실에서 자리를 옮겨 최근 확장한 영상회의실로 이동했다. 영상회의실 전면에는 문경시의 코로나19 현황부터 시내 하천이나 유원지 등의 홍수 위험을 실시간 감시하는 CCTV 화면, 그리고 실시간 지진계측도까지, 문경시의 재난안전상황을 총망라한 정보들이 게시돼 있었다.

고윤환 시장은 시내 한복판을 관통하는 지하차도 영상을 가리켰다.

“이번에 타 지역에서 차를 타고 시내 지하차도를 지나가던 한 시민이 폭우에 휩쓸려 안타까운 일을 당하지 않았나. 그런 일이 없도록 이렇게 취약 지역 중심으로 실시간 점검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그리고 취임하고 나서 이곳 지하차도를 살폈는데, 침수되면 터널 전기배선까지 고스란히 잠기게 돼 있더라. 그래서 전기배선을 물이 닿지 않는 지상 2m 높이로 올려서 다시 설치하도록 했다.”

그런 디테일한 부분이 어떻게 눈에 들어오나?

“중앙부처에 있을 때 안전사고 사례들을 많이 접한 덕분인 것 같다.”

“농촌 보조금 지원, 변화 필요해”


▎고윤환 문경시장이 시청 내 집무실에서 문경의 ‘포스트 코로나’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지방 입장에선 코로나19 만큼이나 무서운 것이 인구 감소일 것 같다. 지역경제의 부가가치를 키울 복안이 있나?

“농촌의 부가가치를 키우는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보조금 지급 방식에서 시범단지 방식으로 바꿨다. 기존에는 시에서 농민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면, 농민은 그 돈으로 알아서 농사를 짓는다. 그러나 진도도 늦고 성공확률도 낮다. 그 대신 공무원은 편하다. 돈만 주면 되고, 책임질 것이 없다.”

시범단지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

“예를 들어 비닐하우스에서 열대과일 경작을 시도한다고 하자. 시범단지 방식으로 하면 첫해에는 시에서 직접 작목한다. 그리고 열대과일 작목에 도전하는 농민에게는 수확 철에 바로 수확을 맛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농민이 직접 씨를 뿌리고 수확까지 해본다. 이렇게 2년 동안 나온 수확물은 팔아서 농민의 소득으로 돌렸다. 이렇게 한 뒤 대상 귀농인들에게 ‘앞으로 더 할 것이냐, 말 것이냐 ’물었더니 10명 중 9명이 더 하겠다고 하더라.”

시범단지 방식의 성공률이 높은 비결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열대과일 같은 작목은 부가가치는 높지만 시설비가 많이 들어간다. 개인이 시작하질 못한다. 3억~4억원씩 들어가는데 실패하면 그야말로 낭패다. 그러니 시에서 열대과일 작목에 도전해볼 시설(비닐하우스)과 자본, 그리고 소득이 없는 기간도 버틸 수 있도록 월급을 주면 리스크가 확 내려간다.”

성공 사례를 보고 많은 사람이 도전하면 또 해당 작목의 부가가치가 낮아지는 것 아닌가?

“농민들이 가장 고통받는 것이 매년 널뛰는 농산물 가격이다. 노지(露地)에 그냥 경작해서 그렇다. 냉해나 풍수에 약하다. 우리는 비닐하우스에서 경작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는 많이 들지만 생산량은 안정적이다. 또 시에서 지원하지 않으면 경작하기가 어렵다. 생산량 조절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향후 10년간 가격과 판로 걱정 없는 경작이 가능하다.”

이 방식을 두고 ‘랜드마크 조성사업’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나?

“시범단지 조성은 랜드마크 조성사업의 일부다. 동시에 체험시설과 자생식물원, 미나리 및 산채작물 고기구이터, 영강 보행교 조성, 산책로 조성 등으로 점촌 시내에서 영강 주변으로 힐링 코스를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관광객들이 생소한 작물을 직접 만져보고, 또 요리로 만들어 먹어보는 식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희귀 작물을 경작할 때보다 부가가치가 커진다. 이렇게 농업과 관광업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영남대 졸업에 행정고시 출신, 그리고 3선 기초자치단체장까지. 고윤환 시장은 29~31대(2006~2018년) 경북도백을 역임했던 김관용 전 지사와 행로가 겹친다. 문경을 넘어 경북 전체의 미래를 고민해봄 직한 위치다. 고윤환 시장은 말을 아꼈다. “문경을 꼭 성공시켜야 한다. 문경의 성공이 가장 큰 목마름이다.”

- 글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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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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