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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다이사쿠 칼럼] 글로벌 위기에 맞선 연대 확대 

“곤란에 빠진 사람 누구도 소외시키지 말아야” 

코로나19 극복 위해 국가 간 협력체제 강화 필요
미증유 위기가 시대 조류 바꿀 기회 제공할 수도


▎2018년 9월 도다기념국제평화연구소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태평양 지역의 기후변화와 분쟁’을 주제로 연구회의를 개최했다. / 사진:SGI
최근 세계 각지에서는 기상이변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유럽과 인도에 기록적인 폭염이 덮치는 등 각지에서 맹렬한 태풍과 집중호우에 따른 수해가 발생하고, 호주에서는 대규모 삼림 화재가 일어났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특히 염려되는 점은 유엔이 유의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처럼, 그 영향이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이나 사회적으로 약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비롯해 여성·어린이·고령자에게 더욱 강하게 미친다는 점입니다.

이대로 온난화가 진행되면 더욱 피해가 확대될 것이라는 염려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유엔이 ‘기후행동정상회의’를 열었습니다. 유엔 가맹국 3분의 1에 해당하는 65개국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자는 방침을 표명했는데 그러한 도전을 전 지구적인 규모로 넓히는 일이 급선무가 됐습니다.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심각한 비극은 오랫동안 살아온 정든 곳을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중에서도 태평양 도서국 사람들이 맞닥뜨린 위기는 심각합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땅이 수몰되기 때문에 일시적인 피난에 그치지 않고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창립한 도다기념국제평화연구소는 태평양 도서국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의 영향에 초점을 맞춰 2년 전부터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여기서는 특히 도서국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토지와의 관계성’은 각별한 의미가 있고, 그런 토지의 상실은 자신의 근원적인 정체성을 잃는 것과 같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다른 섬 등으로 이주해 ‘물리적 안전성’을 확보해도 자신이 이전에 살던 섬에서 얻은 ‘존재론적 안전감’을 상실한 채로 살게 됩니다.

따라서 기후변화 문제를 생각할 때는 이렇듯 치유하기 힘든 아픔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헤아려야 한다는 점이 연구 프로젝트의 중요한 메시지였습니다. ‘토지와의 관계성’을 상실한 슬픔은 지진이나 해일과 같이 피하기 어려운 거대한 재해로서 자주 발생하는 일입니다.

그 슬픔은 가족이나 지인을 갑자기 떠나 보낸 괴로움이고 견디기 힘든 아픔입니다. 저도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이듬해(2012년)에 발표한 제언에서 그 깊은 슬픔을 사회가 함께 나누는 정이 결여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떡갈나무를 심었다고 해서 바로 그 나무 그늘에서 쉴 수는 없다’는 작가 생텍쥐페리의 함축적인 말을 인용해 자신이 살아온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나 생활의 숨결이 담긴 집을 잃는 가슴 아픈 심정은 헤아릴 수 없이 크다고 했습니다.

기후변화에 맞서는 연대를 넓히려면 기상이변이나 해수면 상승에 따른 피해를 데이터로 나타내는 경제적 타격의 크기에만 주목하기 쉬운데, 그 이면에 가려진 ‘수많은 사람이 떠안은 고통’에 눈길을 돌리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마키구치 사상엔 세계가 ‘공동생활’ 터전이란 인식 깔려


▎1903년에 발간한 마키구치 SGI 초대 회장의 [인생지리학]. 군사적·정치적·경제적 경쟁에서 인도적 경쟁으로 전환을 주장하는 내용은 현대의 지구적인 과제를 생각할 때 중요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 사진:SGI
이러한 관점의 중요성은 다른 수많은 글로벌 과제에도 해당됩니다. 지난해에 개최한 유엔총회에서 구테흐스 사무총장도 심각한 위협에 맞닥뜨린 곳을 방문해 거기서 만난 사람들 즉 남태평양에서 해수면 상승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가족이나, 학교와 집에 돌아가고 싶어 하는 중동의 젊은 난민, 아프리카에서 생활 재건에 힘쓰는 에볼라 출혈열 생존자들의 모습을 예로 들어 다음과 같이 경고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짓밟히고 앞길이 막혀 내 버려지지 않을까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저도 같은 심정입니다. 지금 세계에서는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심각한 타격이 사회 모든 분야에 퍼져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이 초래하는 미증유의 세계적 위기를 이겨내려면 각국이 차이를 뛰어넘어 ‘감염 방지 대책’과 ‘의료체제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 그리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을 둘러싼 협력체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후변화에 관한 대책과 마찬가지로 문제 해결을 위한 글로벌 연대를 구축하려면 ‘곤란한 상황에 빠진 사람들을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겠다’는 점을 연대의 기축으로 삼는 일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이렇듯 ‘곤란한 상황에 빠진 사람들을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겠다’는 전망의 중요성을 고찰할 때는 우리 창가학회의 마키구치 쓰네사부로(牧口常三郞) 초대 회장이 20세기 초에 쓴 [인생지리학]에서 제시한 관점이 떠오릅니다.

당시 세계에는 제국주의 등 폭풍우가 휘몰아쳐 타국을 희생시켜 자국의 번영을 이루려는 풍조가 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풍조를 당연하게 여기면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라거나, ‘일부가 피해를 봐도 우리와는 관계없다’는 사고방식이 사회에 뿌리내릴지도 모릅니다.

그 결과 약육강식이 끊임없이 진행될 우려가 있다고 경종을 울렸는데, 당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국제화가 진행된 21세기 세계에서 그 위험성은 훨씬 더 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키구치 회장이 주장한 사상의 기반에는 세계가 ‘공동생활’의 터전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세계는 본디 많은 사람의 활동이 서로 어우러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성립되는데도 불구하고 그 실상이 방향성을 잃고 경쟁하는 모습으로 이어지면, 심각한 위협이나 사회에서 발생하는 모순 속에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경쟁 방식 전환해야


▎2006년 8월 당시 안와룰 초두리 유엔사무차장과 이케다 다이사쿠 SGI 회장(왼쪽)이 도쿄 마키구치 기념회관에서 만나 ‘인류의 의회’로서 유엔의 사명을 이야기했다. / 사진:SGI
따라서 의식적으로 ‘공동생활’을 해야 하고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활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자세를 사회의 기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마키구치 회장의 안목이었습니다. 마키구치 회장이 말한 ‘공동생활’에 의식적으로 동참하기 위한 기반은 ‘곤란한 상황에 빠진 사람들을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겠다’는 마음을 나라의 차이를 뛰어넘어 공유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찍이 2008년에 금융위기가 세계를 크게 뒤흔들었을 때, 유엔 사무차장 등을 역임한 안와룰 초두리 박사와 나눈 대담에서 주목한 점도 경제적으로 힘든 국가나 사회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가장 먼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초두리 박사는 “기후변화를 비롯해 극단적인 금융 핍박이나 가격 변동과 같은 외적 충격을 완화할 국제적 안전망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도 전적으로 동감했습니다. 21세기의 유엔이 강력히 해야 할 역할은 ‘약자편에 서는’ 데 있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20세기 초에 마키구치 회장이 염려하고 두려워한, 많은 사람의 희생 위에 자신의 안전과 번영을 추구하는 ‘군사적 경쟁’이나 ‘정치적 경쟁’ 그리고 ‘경제적 경쟁’은 유감스럽지만 아직도 세계에서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세계가 직면한 미증유의 위기에 협력해 맞서는 가운데 지금까지의 경쟁 방식을 전환하는 접근법을 만들 수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기후변화나 코로나19 문제는 누구와도 무관하지 않기에 문제를 해결하려는 도전이 지금까지 없던 국제적인 행동의 연대를 만들어내는 촉매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도전의 주선율(主旋律)은 ‘곤란한 상황에 빠진 사람들을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겠다’는 생각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주선율을 모든 장소에서 힘차게 울릴 때 비로소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미증유의 위기도 시대 조류를 바꿀 기회로 반드시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이케다 다이사쿠 - 1928년 1월 2일 도쿄 출생. 창가학회인터내셔널 회장. 소카대학교·소카학원·민주음악협회·도쿄후지미술관·동양철학연구소 등 설립. 유엔평화상·한국화관문화훈장 등 24개국으로부터 29개 훈장, 세계계관시인 등 수상 다수. 전 세계 대학으로부터 396개의 명예박사·명예교수 칭호 수여. 토인비 박사와 대담집 [21세기를 여는 대화]를 비롯한 저서 다수.

202009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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