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의 전황이 연합국에 유리해지면서 중경에 근거지를 둔 임시정부의 움직임도 활기를 띠었다. 임시정부는 정예 광복군을 미군의 한반도 침투 작전에 참여할 요원으로 양성했다. 이들은 훗날 되찾을 조국을 재건할 주역이 될 청년들이었다. 다만, 임시정부 내에 존재하는 좌우 정파 간 갈등의 골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었다.
"좁은 데서 복닥거리다가 널찍한 곳에 자리 잡으니, 일단 좋네.” 김구는 웃음 띤 얼굴로 옆에 선 민필호(閔弼鎬)를 돌아보았다. “민 실장, 수고 많았소.”
“저야 뭐… 새해 단배식을 새 청사에서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맑아지는 것 같습니다.” 민필호가 흐뭇한 얼굴로 대답했다. 민필호는 일찍이 중국으로 유학한 뒤 신규식을 따르면서 독립운동을 했고 그의 사위가 되었다. 그래서 상해임시정부를 지킨 이동녕, 박찬익, 이시영, 김구와 같은 민족주의 지도자들을 충실히 보좌해왔다. 지금은 김구 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판공처장을 맡아서 임시정부의 안살림을 꾸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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