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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 심층분석] ‘추미애 사태’ 제2의 ‘조국 사태’로 비화하나 

與, ‘밀리면 끝장’ 위기감에 총력 엄호 

청와대의 국민 편가르기, 민주당 궤변에 여론도 싸늘
“코로나19 방역 자신감에 진보 진영 권위주의로 흘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월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1. 9월 14일 임시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국회 본회의장. 이날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은 단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었다. 그는 자기 아들(서모씨)의 군 특혜 의혹과 관련해 쏟아지는 질문을 해명하기에 바빴다.

추 장관은 아들의 카투사 복무 시절 ‘특혜 휴가’ 의혹과 관련해서 “제가 굳이 군대에서 빼내면 모르지만 군대에 집어넣은 엄마 입장에서 병가를 가지고 편법을 동원하지 않는다”면서 “상식적이지 않은 의혹 제기이기 때문에 뭔가 말을 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또 휴가 연장 과정에서 자신의 보좌관이 군부대로 전화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제가 보좌관에게 전화 걸라고 시킨 사실이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다시 말씀드린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하지만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제 질의는 ‘보좌관이 아들 부대에 전화한 게 사실이냐’는 것”이라고 되묻자 추 장관은 “그것은 제가 알지 못한다”고 얼버무렸다. 이에 박 의원이 재차 “당시 보좌관에게 물어보지 않았느냐”고 다그치자 추 장관은 “그것을 확인하고 싶지가 않다. (법무장관 신분으로) 수사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발을 뺐다. 결국 추 장관은 문제가 된 청탁 사실 여부를 보좌관에게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연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의 모습일 수 있을까”라며 추 장관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공박했다. 유 평론가는 “청탁과 관련된 핵심적 내용이고 자신의 보좌관과 관련돼 거짓 답변 논란까지 불거진 일인데도, ‘확인하고 싶지 않다’는 납득할 수 없는 태도를 보인다”며 추 장관 답변을 비판했다. 그는 나아가 “정말로 자신도 모르고 있던 진실을 찾으려는 사람이라면, 깜짝 놀라 보좌관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어 ‘네가 전화한 게 맞느냐’고 묻는 것이 상식일 텐데 도통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추 장관의 태도를 석연찮아 했다.

#2. 말 많고 탈도 많았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출신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윤 의원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용 모금액 등 공금에서 1억여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9월 14일 검찰(서울서부지검)에 불구속기소됐다. 혐의는 업무상 횡령과 사기 등 8개. 지난 5월 정의연과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부실 회계와 후원금 횡령 의혹 관련 수사에 착수한 지 4개월 만에 기소된 것이다.


▎윤미향 민주당 의원(왼쪽)이 9월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동료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오종택 기자
검찰에 따르면 윤 의원은 2012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5개 개인계좌를 이용해 피해자 할머니 해외여행 경비와 조의금 등의 명목으로 3억3000여만원을 모금한 뒤 이 가운데 5755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윤 의원은 정대협 법인계좌에서 개인계좌로 자금을 이체하거나 개인 지출 영수증을 업무 관련 지출 증빙자료로 제출해 공금으로 보전받는 방식으로 2098만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윤 의원은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를 속여 7900여만원을 기부·증여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중앙일보] 9월 16일 자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길 할머니가 기부한 시점에 의사 결정이 불가능한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의료 전문가로부터 길 할머니 의료기록과 정신감정 자문 결과를 받아 내린 결론이라는 것이다.

검찰 기소 직후 윤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수사 결과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오늘 발표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의 30년 역사와 대의를 무너뜨릴 수는 없다. 좌절감을 딛고 일어나 재판에서 결백을 증명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준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윤 의원은 “당시 할머니들은 ‘여성인권상’의 의미를 분명히 이해하셨고, 그 뜻을 함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상금을 기부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또 “중증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속였다는 주장은 해당 할머니의 정신적·육체적 주체성을 무시한 것으로, ‘위안부’ 피해자를 또 욕보인 주장에 검찰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의원 불구속 기소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강요미수(이모 전 채널A 기자)에도 청구되는 그 흔한 구속영장이 윤미향은 피해갔다”며 “대깨문(친문 강성 지지자)들이 그렇게 털어서 나온 혐의가 고작 8개다. 윤 의원이 얼마나 깨끗하게 살았는지 알 수 있다고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여권은 지난 4월 21대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했다. 굳이 국회선진화법에 얽매이지 않아도 원하는 의안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강력한 원내 거점을 확보했다. 자신감이 지나쳤던 걸까? 원내의 일방적 법안 처리와 별개로 원외에서 터지는 각종 의혹과 추문은 정권의 발목을 잡는 악재로 작용한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정권 맞냐”는 자조(自嘲)와 비판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궁색한 변명이 부른 국민적 공분(公憤)


▎지난해 10월 3일 서울 광화문광장~서울역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요구 집회. / 사진:연합뉴스
특히 사안 그 자체보다는 그에 대처하는 방식에 실망하는 이들이 증가한다. 일부 여당 정치인의 도를 넘은 ‘내로남불’ 감싸기는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인 사람들조차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의정부 내각에 참여했던 한 원로는 “한마디로 브레이크 없는 폭주(暴走)”라며 “이 폭주가 민생 파탄과 민주주의 파괴로 이어지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정권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만 옳다’는 식의 ‘선택적 정의’”라며 “이처럼 정의를 가장한 불법과 편법이 진짜 정의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탄식했다.

전여옥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박근혜 정권 때 느꼈던 짜증과 답답함이 문재인 정권 들어서는 공포감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한마디로 이 정권 사람들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식으로 나라를 운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출간 전부터 ‘조국 흑서’로 화제를 모았던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저자인 강양구·권경애·김경률·서민·진중권은 한때 진보 진영의 아이콘이자 ‘문팬’으로 불리는 사람들이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도 ‘이명박-박근혜 정권보다는 도덕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에서 이들은 지난해 ‘조국 사태’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야 할 언론과 지식인들이 정권의 ‘부역자’가 되는 길을 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책에서의 지적처럼 여권 내에는 어떤 일이 터지면 상식적이고 건전한 비판보다 막무가내 감싸기가 횡행한다. 실제로 선수(選數)를 불문하고 친문 눈치를 보는 듯한 민주당 의원들의 엄호사격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9월 1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서 일병은 군에 가기 전 무릎 수술을 해서 군에 안 갈 수 있는 조건인데도 어머니의 사회적 위치 때문에 ‘내가 안 가도 되지만 가야 되겠다’고 결정해 군에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군에 안 갈 수 있는 사람인데도 군에 갔다는 사실 자체가 상찬(賞讚)되진 못할망정”이라고도 했다.

설 의원의 ‘상찬’ 논란이 증폭됐음에도 이틀 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종민 최고위원은 “정치공세가 계속되는 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을 괴롭히는 것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군대에 (자녀를) 보낸 모든 어머니를 괴롭히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추미애 엄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인터넷 커뮤니티, 언론 보도 댓글 등에 비판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부는 되레 발언 수위를 높이기까지 했다.

정청래 의원은 9월 8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아들과 보좌관이 친하니까 엄마가 아니라 보좌관 형한테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봤다는 것”이라며 “식당 가서 김치찌개 시킨 것을 빨리 달라고 하면 이게 청탁이냐 민원이냐. 알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역시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은 9월 10일 YTN 라디오에 나와 “아예 연락을 두절하고,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단절하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추 장관 아들 서씨를 감쌌다.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이자 서씨 변호를 맡은 현근택 변호사는 9월 8일 “카투사는 주한 미 육군 규정이 우선 적용된다”며 “일부 언론이 육군 규정을 문제 삼고 있다. 잘못된 법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카투사 병사 역시) 육군 병사와 동일하게 육군 120 병영생활규정을 적용한다”며 이를 공개 반박했다. 변호인이 기본적인 사실 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서씨를 두둔한 것이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의 ‘편한 부대’ 발언도 역풍을 자초했다. 그는 9월 9일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라 논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전·현직 카투사가 모인 페이스북 페이지에 “카투사 명예를 훼손한 저열한 발언”이라는 비판 성명이 올라오자 우 의원은 공식 사과를 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한 게 병”


▎지난해 10월 14일 사의를 밝힌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종합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내로남불 감싸기의 화룡점정은 같은 당 황희 의원이었다. 그는 9월 12일 페이스북에 당직사병의 실명을 공개하며 “철부지의 불장난으로 온 산을 태워 먹었다. 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며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는 ‘국정 농간세력’을 밝혀내고 뿌리 뽑아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비판이 거세지자 황 의원은 이튿날 “페이스북 글로 본의 아니게 불편함을 끼쳐서 죄송하다”며 자세를 낮췄다.

추 장관을 비호하려다 되레 논란만 키운 민주당 의원들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은 대체로 싸늘하다. 같은 여권 내에서조차 “궤변도 정도껏 하라”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애초부터 겸손하고 솔직한 자세로 나갔다면 ‘제2의 조국사태’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추 장관 아들과 관련해서 더는 과도한 비호 발언이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입맛을 다셨다.

팩트를 벗어나는 일방적 주장도 국민 역린(逆鱗)을 건드리고 있다. ‘조국 백서’의 필진으로 참여했던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이번 공격은 국민의힘 당에 군대를 안 다녀오신 분이 많아서 그런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앙선관리위원회와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21대 국회 남성 의원 중 병역 미이행자 비율은 민주당 23%, 국민의힘 14.3%다.

작금의 상황과 관련해 진보 원로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월간중앙에 다음과 같은 쓴소리를 전했다. “이 정권 사람들은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한 게 병이다. 자기 확신은 강한 반면 (야당 등) 외부로부터 압력은 약하니 자기 검증을 할 가능성이 작아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신속히 사과하고 문제점을 해결했으면 됐을 텐데, 자꾸 회피하다 보니 일이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다.”

그는 이어 “코로나 19와 관련해 이른바 K방역에 성공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진보 진영이 국가중심주의자들로 변모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방역을 완벽하게 하려면 사회를 권위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K방역은 지나치게 국가주의적인 면이 있다. 동아시아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시민 협력을 얻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추미애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조국 사태’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지만 정부여당의 ‘마이웨이’ 행보에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사회적 갈등 현안이 생기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보다는 지지층을 규합하는 편 가르기에 나서는 모습부터 보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의료 파업 이슈가 불거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파업 의사들 짐까지 떠맡은 간호사 헌신에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올리면서 ‘이간질’, ‘편 가르기’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헌신한 ‘의료진’ 그 짧은 세 음절마저 ‘의사와 간호사’ 분열의 언어로 가르는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수많은 편 가르기로 나라가 산산조각이 나버린 지금, 이젠 코로나 영웅들까지 은근슬쩍 이간질하려는 태도를 국민이 더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도 갈라치기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임대인과 임차인을 가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수의 선량한 임대인마저 적개심의 대상으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인다.

7월 31일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하면 기본 계약 기간 2년에서 1회(2년) 더 연장해서 총 4년 동안 임대차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계약갱신청구권제’), 다른 하나는 계약 갱신 시 임대료를 직전 계약 금액의 5% 이상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전·월세상한제’)이다.

“미래 세대 담보로 빚 내는 것 무책임”


이와 관련해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개정된 법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아니라 ‘주택임차보호법’”이라며 “임대인은 적이고 임차인은 내 친구라고 선언하고 있으니 정책을 실제 작동하게 하는 게 법안의 진정한 목적이 아니라는 뜻으로, 저열한 국민 갈라치기 정치 술책”이라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정부가 코로나 2차 재난지원금은 ‘피해 맞춤형’으로 선별 지급하겠다며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경 편성 계획 등을 발표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재정상 어려움을 이유로 “코로나 피해가 가장 큰 업종과 직종에 집중하는 맞춤형 재난 지원 성격의 추경”이라고 했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맞춤형’이 아니라 사실상 전 국민 현금 살포다. 폐업 자영업자 등 코로나 직접 피해자는 585만 명으로 집계되지만, 2차 지원금 지급 대상을 다 합하면 중복 지급 포함 5700만 명으로 전체 인구(5100만 명)보다 많다.

어떤 때는 정책의 목표·효율성을 의심케 하는 제안도 나온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책의 연장선상에서 13세 이상 국민 모두에게 통신비 2만원씩 주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반발에 직면했다. 나랏돈으로 국민에게 ‘용돈’을 주는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13세 이상이면 전체 인구의 90%인 4600만 명이 해당한다. 정부는 당초 만 35~49세는 빼기로 발표했으나, 민주당 요청으로 하루 만에 만 13세 이상은 모두 지급하는 것으로 바꿨다. 여기에만 9000억원이 넘게 든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일시적인 국가 채무 증가는 필요하다고 보지만, (통신비와 같은) 국민에게 다소나마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미래 세대를 담보로 빚을 내는 것은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출범 4년 차 후반기를 맞아 여러 악재가 돌출하고 있지만 현 정권은 힘에 기초한 정면 돌파 의지만 다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잇따른 ‘추미애 엄호’와 정세균 국무총리의 언론 인터뷰 등이 좋은 예다. 정 총리는 최근 [JTBC] 인터뷰에서 “국무위원의 자녀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민망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추 장관의 거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에 추 장관도 아들 문제와 관련해서는 고개를 숙이는듯했지만 사퇴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추 장관은 9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들의 군 복무 시절 문제로 걱정을 끼쳐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며 이 사태 이후 처음으로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추 장관은 아들의 휴가 미복귀 문제에 대해 “딱히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면서 “거짓과 왜곡이 한순간 진실을 가릴 수는 있겠지만 영원히 가릴 수는 없다. 기필코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사과는 하되 사퇴는 없다


▎2016년 8월 당시 추미애 신임 민주당 대표가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른쪽은 원조 친노로 불리는 전해철 민주당 의원.
이에 대해 전여옥 전 의원은 “올해 신년기자회견 때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을 가리켜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경우가 전혀 다르다”면서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오히려 추 장관을 채무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야박하지 않게 보이면서도 손절매(損切賣)할 타이밍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월간중앙과 만난 국민의정부 고위 관료 출신 인사는 ‘추미애 사태’ 추이를 이렇게 진단했다. 이 인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과도 접촉면이 있다. “친노·친문은 노무현 정권이 실력이 부족해서 정권을 빼앗긴 게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 그들은 자신들이 너무 물렁물렁했기 때문에 (2007년) 대선에서 패한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추미애 사태와 관련해서도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폭주정권에 의해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걸 보면 나 자신까지 무너지는 것 같다”고 개탄한 이 인사는 기자에게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의 공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2018)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구절을 소개했다.

“선출된 독재자는 사법부를 비롯한 중립 기관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바꾸거나 ‘무기로 활용하고’, 언론과 민간 영역을 매수하고, 정치 게임의 규칙을 바꿔서 경쟁자에게 불리하게 운동장을 기울인다.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독재자의 시나리오에서 가장 비극적인 역설은 그가 민주주의 제도를 미묘하고 점진적으로, 그리고 심지어 합법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죽인다는 사실이다.”

[박스기사] 추미애 장관 아들 관련 4大 의혹 - “압박 들어오니 일단 구두로 승인했을 것”(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도읍 국민의힘 간사(왼쪽) 등이 9월 10일 국회에서 ‘추미애 장관 아들 병가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씨 측 “정상 절차 따른 만큼 문제 될 게 없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27)씨는 2016년 11월 의정부 미2사단 카투사 부대에 배치돼 근무하다 2018년 8월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 서씨는 입대 1년 6개월 전인 2015년 4월 삼성서울병원에서 왼 무릎 수술을 받았다. 추 장관 측의 설명에 따르면 서씨는 일병이던 2017년 6월 오른 무릎까지 통증이 악화하는 바람에 치료가 필요했다. 서씨는 10일(6월 5~14일)짜리 병가를 내고 무릎 수술 등 치료를 받았다.

이후 치료·회복 기간이 더 필요해 9일간의 2차 병가를 받았다(6월 15~23일). 그리고 다시 개인 연가(6월 24~27일)를 신청해 사용했다. 병가와 개인 연가 기간은 총 23일. 추 장관 측은 정상 절차를 따른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국민의당 등 의혹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청탁·특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서씨는 9월 13일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해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서씨는 ‘위법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간중앙이 서씨 관련 쟁점을 사안별로 정리해봤다.

1. 병·휴가 연장은 청탁·특혜 결과물?

서씨 측이 공개한 의료기록은 ▷2015년 4월 7일 삼성서울병원 왼 무릎 수술 관련 진료기록 ▷2017년 4월 5일 ‘오른 무릎 수술 필요하다’는 삼성서울병원 주치의 소견서 ▷2017년 6월 21일 ‘수술 후 3개월간 휴식 요한다’는 삼성서울병원 진단서 등 3가지다.

서씨 측 변호인단은 “서씨가 2017년 4월 12일 삼성서울병원 주치의의 소견서를 지참하고 부대 지원반장과 동행해 국군양주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이 진단 결과를 근거로 1차 병가를 냈다”고 밝혔다. 당시 국군양주병원 군의관 A씨는 “청탁이나 부탁을 받고 서류를 발급한 적은 없었으며, (서씨가) 추 장관 아들인지도 몰랐다”고 했다.

그렇지만 의혹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병가 연장 과정 자체가 비정상적이었다고 지적한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군의관이 군 병원에서 진료가 가능하다고 했음에도 굳이 외부 민간병원 진료를 원해 10일간의 병가를 받은 후 비정상적인 절차로 추가로 9일 병가를 연장받았다”며 “이후에도 비정상적인 절차로 4일간의 개인 연가를 재차 부여받아 총 23일간 휴가를 다녀온 것은 청탁과 특혜의 결과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부대에 복귀하지 않은 채 병가나 휴가 연장을 구두(전화)로 요청해 승인받는 게 가능한지를 두고도 시비가 일고 있다. 국방부 훈령과 육군의 병영생활규정 등에는 ‘특별한 사유’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는 전화 등 구두로 소속부대에 연락해 연장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근거로 서씨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측은 “서씨의 경우는 특별하거나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병가 연장을 위해서는 군 병원의 요양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며 “서씨 측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씨 변호인 측은 “요양심사위 심의는 민간요양기관에 입원 중인 현역병이 군 병원에서 다시 치료받아야 하는지를 심의하는 것”이라며 “서씨는 요양 심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2. 秋 보좌관이 부대에 전화?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실의 한 보좌관이 부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병가 연장 가능 여부를 문의했는지를 두고도 양측의 주장은 엇갈린다. 신원식 의원은 부대 지역대장 B중령(예비역)과 부대 지원 장교였던 C대위와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B씨와 C씨는 추 대표실 보좌관이 서씨 병가 연장과 관련해 문의 전화를 했다고 증언했다. 전화한 시점은 2차 병가가 끝나기 이틀 전인 6월 21일로 전해졌다.

반면 추 장관은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그런 사실이 있지 않다”(9월 1일), “그것을 확인하고 싶지가 않다”(9월 14일) 등의 취지로 답변했다. 보좌관의 전화 여부, 압력 내지 청탁성 내용의 포함 여부 등은 추후 검찰 수사를 통해 가려져야 할 부분이다.

3. 휴가 연장 지시한 대위는 누구?

서씨의 2차 병가 종료일은 2017년 6월 23일 금요일이었다. 카투사는 병사들의 외출·외박이 잦은 금요일과 토요일은 통상적으로 점호를 걸렀다고 한다. 당직 사병 D씨는 6월 25일 일요일 저녁 점호 때 서씨의 미복귀 사실을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D씨는 “서씨에게 전화했더니 집이라고 하길래 빨리 복귀하라고 했다”며 “이후 어떤 대위가 당직실로 찾아와 자신이 서씨 휴가를 연장했으니 휴가자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씨 측은 D씨의 주장이 허위라는 입장이다. D씨가 전화를 걸었다는 6월 25일은 이미 서씨가 부대 관계자로부터 구두 승인을 받아 개인 연가를 사용한 시점이며, D씨 주장과 같은 내용으로 통화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해당 대위는 당시 부대 지원장교로 복무 중이던 E씨인 것으로 파악됐다. E씨가 상급자인 중령(예비역)에게 상황을 보고했고, “개인 연가로 처리하라”는 구두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E씨는 당직사병인 D씨에게 서씨를 휴가자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반면 의혹을 제기하는 쪽은 휴가명령서가 별도로 작성되지 않은 만큼 구두 명령만으로 이 같은 일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4.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한 사람은 누구?

국방부는 9월 10일 내부 문건 내용을 공개했다. 국방부가 공개한 내용은 서씨가 근무하던 부대 지원반장(상사)의 서씨 병가에 관한 면담 기록이다. 이 면담 기록은 연대 통합행정업무시스템에 남아 있다는 것으로서 서씨의 1차 휴가가 끝나가는 시점인 6월 15일 작성됐다. 당시 지원반장은 “(서씨의) 병가가 종료됐지만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아 좀 더 연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문의함”이라고 적었다. 이어 “병가 출발 전 병가는 한 달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인지시켜줬음에도 본인으로서는 지원반장에게 묻는 것이 미안한 마음도 있고, 부모님과 상의했는데 부모님께서 민원을 넣으신 것으로 확인”이라며 “지원반장이 직접 병가 연장 사항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했고, 미안할 필요 없으니 다음부터는 지원반장에게 직접 물어봐주고 의문점을 해결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함”이라고 기록했다.

이어 “병원 주치의가 출장을 간 관계로 필요한 서류를 차주 중 발송하겠다고 했으며, 병가 심의 전까지 개인 휴가를 사용하고 병가 연장 승인 후 병가로 대체시킴을 인지시킴”이라고 적었다. 국방부가 공개한 해당 기록을 보면 추 장관 부부 중 한 명이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국방부는 실제로 전화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확인이 제한된다고 했다.

1·2차 병가를 허용한 상관의 휴가명령서가 없는 대목도 의문으로 남는다. 국방부는 “연대 통합시스템에 병가 면담 기록은 남아 있지만, 휴가명령서는 발부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역대장이 구두로 휴가를 승인한 후 단순히 기록을 누락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원식 의원은 “부대에서 추 장관 측 압박이 들어오니 일단 구두로 승인하고 사후 휴가 명령을 내려 했겠지만, 요건이 되지 않아 승인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씨 측 변호인단은 “병가 당시 관련 의무 기록 등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면서 “부대에 관련 명령서가 남아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군 측이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2010호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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