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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현장취재] ‘이사 없는 이사철’이 불러온 나비효과 

부동산 생태계가 얼어붙는 계절 

임대차보호법 시행 후 파리만 날리는 중개업소… 거리에 내몰린 임대·임차인
전세 급감으로 집 구하기 단절된 신혼부부, 이삿짐 센터도 ‘개점휴업’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상가 부동산 중개업소의 아파트 매물 정보가 비어 있다. / 사진:뉴시스
9~10월은 전통적으로 계절 이사 수요와 학기 시작 이사 수요가 맞물리는 시기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이색적 풍경이 연출됐다.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췄고, 집값은 수직상승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손 없는 날’에도 이삿짐 센터의 전화기는 울리지 않는다. 정부의 주택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된 후 달라진 부동산 시장의 한 단면이다.

월간중앙은 임대차보호법 시행일인 7월 31일에서 약 한 달이 지난 9월 초 현장의 여론을 듣고자 서울 도심 일대의 부동산 시장을 둘러봤다. 이곳에서 각기 다른 처지에 놓인 당사자들, 즉 공인중개사와 임대·임차인 그리고 이삿짐센터 직원들을 만났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동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쪽은 일선에서 뛰는 공인중개사들이다. 매매든 전세든 거래가 거의 ‘멈춤’ 상태로 접어들면 가장 큰 타격을 보는 쪽이기도 하다.

보통 한국 아파트값을 좌지우지하는 요소는 학군이다. 좋은 학군, 학교, 학원가를 끼고 있는 지역의 부동산은 불패의 신화를 자랑한다. 서울 종로구 ‘경희궁자이’는 이런 교육적 여건과 무관하게 탄력을 받는 아파트로 불린다. 2014년 분양 당시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7억8500만원이었지만 9월 현재 매매 평균값은 18억원을 기록했다. 조합원들이 입주하기 시작한 3년 6개월 전보다 약 10억원이 오른 셈이다.

일부 주상복합방식으로 지어진 경희궁자이 1층에는 공인중개사사무소 약 10곳이 몰려 있다. 매물을 문의하는 사람들로 북적여야 할 점심시간에 공인중개사사무소는 한산했다.

분양권 P가 입주 가능한 전세 매물에 P로 붙어


▎서울 종로구 돈의문1구역에 위치한 ‘경희궁자이’ 전경. / 사진:GS건설
경희궁자이가 건축되기 전부터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에 종사했던 함모씨는 기자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희궁자이 입구에서 A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함씨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하루에 한 명 손님 오는 것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라며 “오늘은 하루 종일 파리만 날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이맘때는 이러지 않았다”면서 “가을 이사철에는 쏟아지는 전세 매물과 밀려드는 임차인들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고 돌이켰다.

“평소보다 전세 매물이 절반 이상 줄었다. 지금 전세가 2~3건 정도 있지만, 집주인들이 가격을 1억원 이상 올려놔서 손님들이 찾지 않는다. 그리고 전세 매물을 내놓겠다는 문의도 거의 없다. 앞으로도 당분간 전세 매물이 없을 것 같다. 월 250만원 사무실 임대료를 어떻게 메워야 할지 고민이다. ”

바로 옆 B공인중개사사무소도 함씨와 비슷한 처지였다. 그는 “막막하고, 고달프다”고 했다.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김모씨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너도나도 대출받고 융자받고 이곳저곳 돈을 ‘영끌’하는 통에 그나마 중개인들은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부동산 중개시장이 와해되는 느낌”이라고 그는 말했다.

기자가 방문한 서울 다른 지역의 공인중개사사무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중구에 위치한 C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최모(53)씨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에 없던 특이한 경험을 했다. 보통 재건축 매물 분양권에 붙던 P(프리미엄)가 이제는 입주 가능한 전세 매물에까지 붙는다는 것이다. 최씨는 “전세 매물이 품귀현상을 보이자 ‘설마 이 가격(평소보다 1억원 높은 가격)에 팔릴까’라고 생각했던 매물도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시장은 임대차 3법 이후 공통으로 전세 매물의 품귀현상과 가격상승에 시달렸다.

이러한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수급 동향(9월 7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17.5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란 전세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국민은행이 공인중개사들을 대상으로 매달 조사하는 지표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넘친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공급이 우위란 뜻이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의 오름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8월 다섯째 주(31일 기준) 주간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수도권의 주간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와 같이 0.16% 상승했다. 인천은 0.13% 올라 전주(0.06%) 대비 2배 이상의 상승 폭을 나타냈다. 또 경기(0.21%)는 전주(0.22%)와 비슷한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셋값 상승과 품귀현상은 여러 요인이 맞물려 만든 결과다. 우선 지난해부터 이어진 집값 대세 상승장의 영향을 받아 전셋값도 덩달아 올랐다. 여기에 3기 신도시 청약 대기와 주택담보대출(LTV) 규제 강화로 집을 당장 사기보단 전세로 돌아서는 수요가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에 전세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만성적 흐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현장의 중개업자들은 말한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 격”


결국 피해는 거래 당사자인 임대인과 임차인의 몫으로 돌아갔다. 꽉 막힌 전세 시장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오픈 채팅방이 부동산 정책을 성토하고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로 장식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오픈채팅방 검색창에서 ‘부동산 대책’, ‘임대차 3법’ 등 검색어를 입력하면 ‘피해자 모임’, ‘반대 모임’과 같은 채팅방이 수십 건씩 나온다.

9월 15일 기준 1500명이 참여한 ‘임대차 3법 피해자 모임방’에서 피해를 입은 임차인과 임대인 두 명의 사례를 들여다보자.

#임차인 사례.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로 거주 중인 40대 김모씨는 한 달 뒤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새 집을 알아보고 있다. 김모씨는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언급하며 2년 더 살겠다고 했지만,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2년 전 112㎡(34평) 아파트를 5억6000만원에 전세 얻은 김씨는 이제는 같은 가격으로 같은 지역에서 전세를 구할 수 없어 멀리 경기도 부천시에서 집을 알아보고 있다.

#임대인 사례. 서울 신림동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11월 현재 거주 중인 오피스텔의 전세 계약이 종료돼 실거주를 목적으로 지난주 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당초 매도인에게 집을 비워주기로 약속했던 임차인이 나중에 계약갱신 청구권을 들이밀며 버티기 시작했다. A씨는 이런 바뀐 사정을 모르고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결국 오피스텔은 비워줘야 하고 새집에는 입주하지 못하게 된 A씨는 비자발적 임대인이 돼 ‘전세 난민’으로 거리에 내몰렸다.

‘피해자 모임방’에는 다수의 사례가 있었지만, 이 두 사례가 현 부동산 시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반영하고 있다. 전세계약갱신 제도가 임대인, 임차인 양쪽에 예기치 않은 불이익을 안기고 있다. 채팅방에 오른 “집값이라는 빈대를 잡으려고 전세라는 초가삼간을 태운 격에 왜 내가 피해를 봐야 하냐”는 게시물에 많은 이가 공감을 표하는 것도 이런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새롭게 전셋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고통이 가중된다. 기존 세입자들처럼 계약갱신도 청구할 수 없다. 결혼이 코앞인 신혼부부들은 당장 살 집을 찾아 이곳저곳 떠돌아다닌다. 결혼 정보 커뮤니티에서 한 신혼부부는 “결혼이 가을(10월)인데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진행될지도 몰라 전셋집을 구하는 것도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세로 들어갈 곳 자체도 없고, 그나마 한두 개 나온 매물은 가격이 말도 안 되게 비싸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지금 사는 월셋집에서 계속 지내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거래 급감으로 이삿짐 센터까지 불똥


▎부동산 거래 절벽 영향으로 이사를 돕는 이삿짐센터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 사진:뉴시스
부동산 거래가 줄면 이사 건수도 동반 하락하게 마련이다. 9월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는 총 3992건으로, 전달(1만647건)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서울의 전세 거래량은 6078건으로 지난 7월(1만1600건) 대비 47.6% 감소했다. 전세기간이 기본 2년에서 4년으로 늘면서 이삿짐 센터도 울상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15년째 이삿짐 센터를 운영하는 이모(42)씨는 “최근 들어 포장이사 문의 전화가 울리지 않는다”며 “평소보다 이사 건수가 30~40%가량은 떨어진 거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원가 수준으로 일을 맡는 우리 같은 영세 업체들은 일감이 조금만 줄어도 직격탄을 맞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민법으로 개인 간 계약관계를 규정하는 법이다. 누가 옳고 그르다가 아니라, 개인 간 신뢰를 바탕으로 원활히 거래하려고 원칙을 정해둔 법이다. 그런데 새 법이 시행되니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다툼과 주변 당사자들의 피해만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대한 불신만 증폭되는 요즘이다.

앞서 서울 송파에서 경기 부천시로 주거지를 옮길 생각인 임차인 김씨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현실에 임대차 3법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이냐고 반문했다. 공인중개사들은 “가을이 오면 전셋값 상승세가 더 커져 임차인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정부는 이런 정체와 혼동을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하는 임시진통이라고 하겠지만 임대차 3법의 나비효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생태계가 활력을 잃어가는 것은 눈앞의 현실이다.

- 심민규 월간중앙 인턴기자 smkyu49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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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호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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