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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 ‘국민’ 공통분모 위에 오른 범야권 통합 전망 

필요성은 공감, 명분·시점이 관건일 듯 

미래통합당, 국민의힘 당명 개정 후 국민의당과 스킨십 강화
정책·강령·노선 등 유사… 통합 시너지효과 극대화 노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오른쪽 위)이 9월 11일 온라인을 통해 ‘ON-Tact: 연결고리’ 비대면 청년정책 간담회를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축사하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 사진:국민의힘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 캡처
보수 대통합 기치를 내걸고 지난 2월 17일 출범한 미래통합당이 간판을 바꿔 달기로 한 건 8월 31일. 당내 일각의 반발이 없지 않았으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였다. 당은 이틀 뒤인 9월 2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국민의힘’을 새 당명으로 확정했다.

김수민 국민의힘 홍보본부장은 “국민의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모으는 힘 세 가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고, 21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으로 옮겨 지역구(청주 청원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김수민 본부장의 예에서 보듯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총선부터 사실상 호흡을 맞췄다. 국민의당은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공천을 모두 접었다. 소속 의원 상당수는 같은 야권인 미래통합당 간판을 달고 총선에 출마했다. 당시 안철수 대표는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해 비례대표 선거에만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사실상 미래통합당과의 연대를 공식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미래통합당이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꾸기로 한 8월 31일, 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국민의당과 유사한 당명 같지는 않다”고 선을 그은 뒤 “야권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최근 4년 새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를 당했다. 그러는 동안 당명도 새누리당(2016년 총선)→자유한국당(2017년 대선)→미래통합당(2020년 총선)으로 바뀌었으나 민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보수의 맏형 격인 미래통합당이 중도·진보가 선호하는 ‘국민’이란 단어를 당명에 넣은 걸 두고 내년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나아가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외연 확장을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왔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4월 21대 총선 전 보수 대통합에 나섰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 등 3개 원내 정당에 재야의 구 친이(친이명박)계 및 보수성향 시민사회단체, 구 안철수계 인사들, 일부 청년정당 등이 모여 미래통합당을 출범시켰다.

그럼에도 보수 대통합에는 ‘한 뼘’이 모자랐다. 국민의당은 지역구 공천 포기를 통해 미래통합당과 연대는 꾀하면서도 통합과는 거리를 뒀다. 안 대표는 “비례대표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해 거대 양당을 견제하겠다”면서 독자노선을 천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 ‘조국 사태’ 이후 국론이 진보·보수로 나뉘어 극한 대립으로 치달으면서 ‘안철수의 중도’는 상대적으로 설 자리가 좁아졌다. 20대 총선에서 호남을 기반으로 38석을 얻었던 국민의당은 21대 총선에서는 단 3석에 그치고 말았다.

오랫동안 ‘안철수의 입’으로 활약했던 김철근 국민의힘 서울 강서병 당협위원장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외연 확장을 위해 중도층에 어필할 수 있는 지명도 있는 인물이 필요하고, 안철수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이 뛸 수 있는 운동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양측이 서로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연말쯤에는 통합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안 대표의 측근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당명을 비롯해 정강·정책·노선 등에서 사실상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러면서도 이해관계에 따른 기계적 이합집산은 역풍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계했다. 양측의 통합에 최소한의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인사의 말이다.

“저쪽(민주당)이 세가 강하니 약한 쪽은 일단 합치고 봐야 한다는 건 지극히 단순한 셈법이다. 지난 총선에서도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이 연대해서 지역구 선거를 치렀음에도 결과는 대패 아니었나.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근차근 거리를 좁혀나가는 게 중요하다.”

거리 좁혀나가는 ‘국민’ 형제


▎2017년 11월 당시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만화로 보는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출판기념회에서 자리를 함께한 김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런 점을 의식해서일까. 최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스킨십이 잦아지고 있다. 안 대표는 9월 11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비대면 청년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21대 국회 개원 이후 국민의힘 의원 주최 행사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안 대표는 “청년들의 힘든 상황을 만든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문을 연 뒤 간담회 의제인 공공의대 정책에 관해 비판했다.

안 대표는 9월 23일에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참석한다.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야권 대선주자들이 이 포럼을 다녀갔다. 이날 안 대표가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럼에는 장제원·이명수·추경호·태영호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을 비롯해 홍준표·윤상현 등 무소속 의원에 김종민 민주당 의원까지 현역 의원 총 3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안 대표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의 유력 대권후보”라고 말한다. 그는 “외연 확장과 중도 확장을 외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포럼에서 중도층에 확고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안 대표께서 강연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안 대표의 강연 주제는 ‘야권의 혁신 과제’다.

최근 들어 양측이 이심전심 거리를 좁혀가는 가운데 9월 10일에는 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개최 30분 전에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대표는 “제1야당은 지난번 광복절 집회 때보다 더 분명하게 개천절 집회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화답하기라도 하듯 “개천절에 또다시 대규모 거리집회가 열린다고 한다”며 “부디 여러분의 집회를 미루고 이웃 국민과 함께해주길 두 손 모아 부탁드린다”고 확실하게 입장을 밝혔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교수는 “최근 양측이 주고받는 말이나 정치적 행보에서 서로의 자존심이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면서 “이런 모든 행위가 서로 가까워지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살림을 합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가 곧 대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의원들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채 교수의 분석처럼 양측은 서로의 필요 때문에 통합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도 실제로 통합까지 가는 길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역대로 한국 정당들의 통합은 대개 선거를 앞둔 전략적 합체(合體)였다”면서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이 어떤 형태로든 통합을 모색하겠지만 과정은 험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야당으로서는 최근 10년 동안 세 차례 선거에서 서울시장 직(職)을 모두 여권에 내줬다. 무상급식 투표와 관련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11년 8월 돌연 사퇴한 이후 치러진 세 차례 선거에서 현 여권이 내리 승리한 것이다. 2011년 10월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으로 선출된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은 2014년에 이어 2018년에도 경쟁자들을 누르고 당선됐다.

다시 채진원 교수의 분석이다. “한마디로 내년 서울시장 선거가 곧 대선이라 할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는 쪽은 2022년 대선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야 간 건곤일척의 승부가 펼쳐질 것이다. 야권의 통합 작업은 연말·연초쯤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통합 방식을 놓고 전망이 분분하다. 양당 주요 관계자들의 예상을 종합해보면 박원순 방식과 YS(김영삼 전 대통령) 방식 그리고 흡수 통합 등 크게 셋으로 나눠볼 수 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11년 당시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양보’를 받아 무소속 단일후보로 우뚝 섰다. 이어 당시 제1야당인 민주당의 박영선(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예비후보를 누르고(여론조사) 범야권 단일후보로 선정됐다. 박 전 시장은 본선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서울시청에 입성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민정당과 평민당에 이어 제3당으로 밀렸다. 절치부심하던 김 전 대통령은 1990년 1월 민정당·신민주공화당과의 3당 합당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의 통일민주당은 소수파였음에도 민자당 헤게모니를 거머쥐었고, 김 전 대통령은 1992년 제14대 대선에서 대통령에 선출됐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흡수 통합이 가장 바라는 방식일 수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최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 대표와 관련해 질문을 받자 “밖에 계신 분들이 관심이 있다면 우리 당에 흡수돼서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것으로 생각한다”며 흡수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김철근 위원장은 “현재 상황을 과거에 대입해서 같은 결과를 예상하는 건 다소 무리”라면서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박원순 방식과 YS 방식 그리고 흡수 통합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11년 당시 박원순 변호사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지원을 받은 뒤 50%가 넘는 지지율을 앞세워 박영선 후보를 제압했다. 그런데 2020년 현재 사실상 무소속이라 할 수 있는 안철수 대표가 당시 박원순 변호사의 드라마틱한 퍼포먼스를 재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는 이어 “여러 상황을 종합했을 때 현실적으로 안 대표가 그릴 수 있는 건 YS 방식일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중도 등 외연 확장 묘수가 마땅치 않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비록 소수파지만 안철수 대표만 한 카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987년 직선제 개헌을 통해 탄생한 ‘5년 단임 대통령제’는 30여 년이 지나면서 뚜렷한 명암을 남겼다. 제도적으로 장기독재를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권 말 레임덕만은 피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4년 차 징크스에 시달렸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4년 차이던 2016년 11월 4%까지 곤두박질쳤다. 4%는 역대 대통령 4년 차 최저였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에 갇혀 있었다. 박 전 대통령 이전 대통령들 가운데 4년 차 지지율 최저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6%였다. 다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12%, 이명박 전 대통령 21%, 김대중 전 대통령 24% 순이다.

검찰 흔들기는 4년 차 징크스 예방용?


▎6월 9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21대 국회 개원 기념 특별강연에서 당시 홍준표 무소속 의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장제원 통합당 의원, 이종배 정책위의장(왼쪽부터)이 나란히 앉아 있다. / 사진:연합뉴스
측근 비리는 역대 정권 4년 차의 단골 메뉴다. 노태우 정부 때는 4년 차인 1991년 서울 수서·대치 지구 불법개발 사건인 ‘수서 비리’ 사건이 터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4년 차 때 차남 현철씨 등 가신과 측근들이 무더기로 비리에 연루되자 대국민담화를 통해 고개를 숙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 전 대통령은 4년 차이던 2001년 각종 권력형 비리 게이트로 홍역을 치렀다. 세 아들이 모두 비리에 연루되는 이른바 ‘홍삼 트리오’ 파문에 김 전 대통령은 직격탄을 맞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경제 실정이 4년 차 때 집중 거론됐다. 노 전 대통령은 집권 4주년을 즈음한 2007년 초 원포인트 개헌 승부수를 던졌지만 되레 역풍만 거셌다. 이명박 정부 때는 ‘만사형통(萬事兄通)’이란 신조어를 낳았을 만큼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민준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은 “5년 단임 대통령제 시행 이후 그 누구도 4년 차 징크스를 피하지 못했다”면서 “이 정권 들어서 4년 차 징크스를 피한 것처럼 보이는 건 21대 총선의 대승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들어 검찰개혁이라는 슬로건하에 진행되는 검찰 흔들기 그리고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출범 작업 등도 4년 차 징크스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8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1주기 사진전’을 관람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대한민국 정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하는 축구 경기와 비슷하다”며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보수 세력은 위쪽에, 진보 세력은 아래쪽에서 뛴다. 진보 세력은 죽을힘을 다해도 골을 넣기 힘들다. 보수 세력은 뻥 축구를 해도 쉽게 골을 넣는다. 나는 20년 정치 인생에서 이런 현실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않으면 앞으로 진보 세력이 승리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적었다.

‘文 밖’으로 나온 표심 잡아라


노 전 대통령의 지적처럼 과거 한국의 정치 지형은 보수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실제로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9차례 총선만 보더라도 보수 진영이 총 6차례 승리했다(1988·1992·1996·2000·2008·2012년). 반면 진보 진영의 승리는 3차례(2004·2016·2020년)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 4년 차이자 20대 총선 두 달 전인 2016년 2월 한국갤럽 정례 조사에서 자신의 이념 성향이 보수라고 답한 사람은 30%, 중도라고 응답한 사람은 32%, 진보라고 대답한 사람은 21%였다. 보수가 진보와 비교해 9%p 많았다(소수점 이하 수치 제외).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2016년 12월에는 보수 27%, 중도 28%, 진보 31%로 전세가 역전됐다. 운동장이 반대편으로 기운 것이다. 이후 진보의 강세는 계속됐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에는 보수 23%, 중도 27%, 진보 37%로 보수와 진보의 격차는 14%p로 벌어졌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14%p는 보수·진보 간 최대 격차다.


▎7월 25일 서울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소급적용 남발하는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 전 국민 조세 저항운동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후 다소 굴곡이 있긴 했지만 계속해서 진보가 보수를 앞서는 양상을 보였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었던 2018년 6월에도 보수와 진보의 격차는 14%p였다(보수 21%, 중도 28%, 진보 35%). ‘조국 사태’는 이런 구도의 변곡점으로 기록될 만하다. 조국 사태로 나라가 시끄럽던 지난해 9~10월 보수와 진보의 격차는 3%p까지 좁혀졌고, 총선 직전이던 올 3월에는 마침내 보수·중도·진보가 각각 28%로 균형을 이뤘지만, 총선 당월(當月)인 4월 들어서면서 진보가 보수를 7%p 차로 다시 앞섰다.

하지만 이후 ‘윤미향 사태’, ‘추미애 사태’ 등을 겪으면서 보수와 진보의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한국갤럽의 7월 조사에서는 보수 24%, 중도 30%, 진보 29%로 진보와 보수 격차는 5%p로 좁혀졌고, 8월 조사에서는 보수 25%, 중도 29%, 진보 28%로 격차가 더 줄었다.

한정훈 교수는 “역대 한국 정치에서 정당 간 통합이라는 건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뤄진 전략적 통합이었다”면서 “다시 말해 소수파가 다수파를 이기기 위한 물리적 결합 성격이 강했다”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범보수 입장에서 보면 단순히 머릿수 싸움을 위한 기계적 연대나 통합만으로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며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중도층 가운데 상당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나 교육 정책 실패에 실망해 등을 돌린 것으로 파악된다. 문재인 정부 지지를 철회한 중도층과 중도우파를 어떻게 흡수하느냐가 범보수 진영 성패의 관건이다.”

이상동몽과 동상이몽의 사이


▎국민의힘 관계자가 9월 3일 국회 대회의실 배경 현수막을 교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월간중앙 취재를 종합해보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당명을 비롯해 정강·정책·노선 등에서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반문(反文)이라는 공통분모도 안고 있다. 차기 대선이 범진보와 범보수 일대일 싸움으로 전개될 거라는 전제하에서 보면 양측은 선거 연대를 넘어 통합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실제로 통합을 이루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을 거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정훈 교수는 이상동몽(異床同夢)과 동상이몽이란 말로 양측이 처한 상황을 진단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안철수라는 유명 정치인 영입을 통해 대중성을 제고하려 하는 것 같다. 당장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안철수를 영입해서 컨벤션효과 극대화를 꾀하고 싶을 것이다. 반면 안철수를 중심으로 하는 국민의당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보다 내후년 대선에 방점을 찍고 있다. 양측의 노림수가 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선거공학적인 접근법은 무리일 수 있다. 당장 내년 서울시장 선거는 통합이 아닌 연대로 치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2012년 안 대표 정계 입문 때부터 그와 함께하고 있는 김철근 위원장은 다수파인 국민의힘이 아닌 소수파인 안 대표가 오히려 열쇠를 쥐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 대표의 요구대로 국민의힘도 나름의 혁신을 통해 미래통합당에서 변신했다”면서 “외연 확대를 시도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범보수 진영의 대통합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여러 여건상 안 대표의 결단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보수의 맏형 격인 국민의힘이 지금보다 더 강도 높은 혁신을 통해 중도로 좌클릭해야 차기 대선에서 여권과 대등한 위치에서 대결을 벌일 수 있을 거란 주장도 있다. 채진원 교수는 “국민의힘은 영남 위주 그리고 극우보수 이미지를 벗고 평균적인 국민 정서를 대변하는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야 다음 대선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잭슨-루스벨트로 이어지는 민주당 대통령들의 포퓰리즘과 국가 개입이 극에 달했을 때 공화당이 나서 이를 제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코로나19 극복이나 남북관계 개선을 명분으로 국가주의 정책을 펴는 민주당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때 국민 선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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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호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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