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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트렌드] 혁신의 아이콘, 테슬라와 비트코인 

기대감이 덩치 키웠지만 근육 다지기는 지금부터 

실제보다 과장된 기대감으로 3년여 만에 수십 배 가치 폭등
버블 논란 벗어나려면 시장이 신뢰할 혁신의 실체 입증해야


▎테슬라와 비트코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현재 가치보다, 실체는 적지만 가능성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고평가 논란에 휩싸여 있기도 하다.
올해 내내 글로벌 증시를 주도했던 테슬라가 8월 31일(현지시각) 5분의 1 액면분할을 실시하면서 최고가 500달러를 달성했다. 지난해 테슬라의 부실한 재무구조를 지적하며 ‘10달러 폭락설’을 제기했던 월가 전망이 보기 좋게 어긋났다.

파산 이야기까지 나돌았던 테슬라의 분위기 반전은 2019년 4분기 들어 시작됐다. 먼저 2019년 11월에는 새로운 전기트럭 모델 ‘사이버 트럭’을 발표하며 대중의 열광을 이끌어냈다. 이어서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 수요가 폭증하며 실적 개선 흐름이 나타났다. 또한 4분기 테슬라와 파나소닉의 배터리 조인트벤처(JV, 합작법인)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본격적인 상승은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부터 시작됐다. 2020년 3월 테슬라 주가는 160달러에서 70달러까지 폭락했으나, 이후 ‘언택트’ 대장주 반열에 올라서며 폭발적 상승을 거듭했다. 2분기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많은 기업이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저 세상 주식’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이어서 3분기에는 글로벌 증시가 기술 대형주 위주로 쏠리는 현상까지 발생하며, 8월 한 달 동안에만 주가가 200달러에서 400달러 선으로 뛰어올랐다.

다만 테슬라의 주가 폭등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선도 많다. 테슬라의 8월 PER(주가수익비율)는 한때 1000배를 넘어섰다. PER는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이다. 곧 테슬라의 전체 주식가치가 지난 1년간 순이익보다 1000배 이상 크다는 의미다. 실적과 비교하면 정상적인 수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급등세가 액면분할로 정점을 찍자, 주식시장에서는 “테슬라의 실체 대비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9월 8일에는 그동안의 우려를 반영이라도 하듯, 가격이 300달러 중반 선으로 폭락하기도 했다.

테슬라 주가에서 2017년 비트코인을 떠올렸다


▎테슬라 주식 가격과 비트코인 가격 추이. 둘 다 최근 5년간 저점 대비 최대 수십 배까지 가격이 폭등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테슬라 주가 흐름과 인식 변화를 보면 비트코인과 유사한 점이 많다.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항상 기대를 불러모았으나, 실질적인 상용화 모델이 없다는 이유로 실체에 대한 의혹을 받아왔다. 비트코인 역시 2010년대 중반부터 외신에서 ‘새로운 디지털 자산’으로 소개됐지만, 해당 상품을 보증하는 실체가 없어 ‘쓸모없는 데이터 덩어리’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가격으로 무너뜨렸다는 것이 양자 간의 공통점이다. 테슬라의 인식 개선은 실적 개선도 한몫했겠지만, 그를 뛰어넘는 ‘가격 충격’에 있었다. 최저점인 30달러 선과 최고점 500달러를 비교하면 16배에 달하는 수치다. 2018~2019년만 하더라도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상장폐지 언급과 재무 구조 불건전성에 의한 파산설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는 것을 생각해봤을 때, 실로 놀라운 효과가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되레 가격이 지나치게 급등하는 바람에 ‘거품’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가격 자체가 가져다주는 무거운 충격을 무시할 순 없다.

비트코인 역시 본격적으로 이목을 끌게 된 시점은 2017년 이후였다. 이전에 1000달러를 넘지 못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2017년 12월 1만9800달러를 달성했다. 20배 가까운 폭등이었다. 당시 비트코인 광풍을 두고 많은 사람이 거품을 우려했다. 동시에 비트코인을 ‘디지털 골드’로 인식하며 제도권 편입을 서둘렀던 시기 역시 바로 이때였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JP모건·골드만 삭스를 비롯해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의 비트코인 투자 언급도 이 시기에 나왔다. 그동안 쌓아왔던 잠재력이 가격 급등에 의한 ‘시선 집중 효과’로 나타나며 폭발한 셈이다.

물론 비트코인의 사례를 보면 가격 거품에 대한 비평가들의 견해도 틀리지는 않는다. 최고점 당시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3242억 달러였다. 이는 8월 31일 액면분할 직후 최고점 500달러를 달성한 테슬라의 시가총액 4650억 달러보다 약 1400억 달러가 모자란 수준이다. 그러나 테슬라의 경우 처음부터 제도권 시장에 편입돼 자금을 흡수했다. 이를 고려했을 때 비트코인과 테슬라는 가격적으로 비슷한 상승세를 그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정점을 찍은 뒤 비트코인은 장기 하락으로 추세가 꺾였지만, 테슬라는 아직 방향성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다르다.

비트코인의 경우 2017년 말 고점 달성 이후 약 두 달 만에 가격이 7000달러로 폭락했다. 3년이 다 돼가는 시점인 2020년 9월에도 1만 달러 선을 시원하게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전고점인 1만9800달러의 절반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블록체인 기술로 중앙기관 개입 없이 개인이 가치를 만들어 나간다는 혁신적 아이디어로 시장을 이끌었던 비트코인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다소 지지부진해 보인다. 또한 가격 폭등 당시에는 이 아이디어가 혁신으로 비춰졌지만, 가격이 폭락하자 한동안 신기루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테슬라 역시 추후 상황에 따라 논란이 생겨날 수 있다. 실제로 8월 PER 등의 지표를 보면 테슬라 주가 폭등은 실적 개선과 신모델 개발을 감안해도 과열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에도 불구하고 많은 투자자가 매수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도 비트코인과 유사하다. 저점 대비 고점 상승 폭과 시가총액 증가율 역시 2017년 비트코인과 흡사한 지점이 많다. 물론 최근 테슬라 폭락이 단순 조정으로 끝날지, 장기 하락의 초입이 될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실질적인 기업 밸류에이션 대비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추상적 요소에 의해 기대감이 크게 반영됐다는 점이다.

무대 위의 머스크와 베일 속의 사토시


▎테슬라가 일으키는 혁신의 중심에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있다.
공통점만큼이나 차이점도 있다. 비트코인과 비교했을 때 테슬라는 이미 제도권에 편입돼 있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혁신의 상징인 일론 머스크라는 인물에 의한 파급력이 있다. 현재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CEO뿐만 아니라 스페이스X CEO·솔라시티 회장·OPENAI 공동회장·뉴럴링크 회장을 맡고 있다. 이 가운데 IPO(기업공개)를 통해 정식으로 상장된 회사는 테슬라뿐이다. 그렇다 보니 전기차 바깥 영역에서 일론 머스크의 사업 성과가 드러나도 테슬라로 시선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예컨대 지난 2020년 5월, 스페이스X가 세계 최초로 첫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했을 때 테슬라의 주가가 덩달아 상승했다. 2020년 7월 뉴럴링크의 FDA 허가와 OPENAI의 언어 인공지능 ‘GPT-3’ 공개 소식도 테슬라 가격 상승에 한몫했다는 견해가 있다. 곧 테슬라가 개별 회사 가치를 넘어 일론 머스크의 상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달리 비트코인은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실질적 인물이 없다.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의 정체 모를 인물이 만들어냈다. 그의 향후 행적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2008년 비트코인 발명 당시 백서(White Paper) 제작과 초창기 코인 발행에 잠시 기여했다는 걸 빼면 사토시가 이뤄낸 업적은 전무하다. 그는 2011년 4월 이후로 행적을 감췄다.

이후 비트코인의 실체는 오히려 제3자들이 만들어나갔다. 원래 나카모토 사토시의 비트코인 백서에는 P2P(개인 대 개인) 금융거래를 지향하는 내용이 있었으나, 창립자 공백으로 인해 단순 P2P를 넘어서는 철학이 등장했다. 바로 탈중앙화 사상이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에 관심이 있는 오픈소스 진영 개발자들과 암호화폐 시장 참여자들이 비트코인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들 구성원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비트코인을 업데이트하면 그게 곧 가격 상승의 명분이 됐다. 반면 이들의 대립으로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또 하나의 특징은 2017년 비트코인 불장(Bull Market. 상승장) 이후에 나타났다. 단순 개인이 아닌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진입한 것이다. 2019년에는 제도권이 주도한 백트(Bakkt)가 론칭됐다. 백트는 세계 최대증권거래소인 뉴욕 증권거래소의 모회사 인터콘티넨탈 익스체인지가 마이크로소프트·스타벅스·보스턴컨설팅그룹과 합작해 만든 암호화폐 거래소다. 2020년 8월에는 자산운용 규모 8조3000억 달러에 이르는 금융 공룡 피델리티가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비트코인 지수펀드를 등록하기도 했다. 그레이스케일(Grayscale)과 같은 신탁펀드 투자 회사가 49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운용하는 흐름도 이전과는 다른 부분들이다. 이처럼 비트코인은 외부 주체들의 움직임에 따라 그 실체가 형성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테슬라에게 던지는 메시지


▎일론 머스크가 창립한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의 화성 탐사용 유인우주선 ‘스타십’ 시제품. 비상장 관계사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테슬라 주가를 떠받친다. / 사진:테슬라
많은 사람이 2017년 이후 비트코인의 폭락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가격 상승기에 성행한 투기 심리가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불장 시기 비트코인 투기 수요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암호화폐 투자 사기 사건도 많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이후 유례없는 유동성 장세 속에서 아직까지 전고점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만 봐도 이때의 후유증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가치 없이 투기만 가득했던 암호화폐 시장이었다면 기관 투자자가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혼란만큼이나 인프라 개선이 있었던 지난 3년이다.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는 전 세계로 지사를 확장하며 영향력을 강화해나갔다. 수요 측면에서는 경제가 무너진 제3국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사용량이 증가했다. 이렇게 기대감이 실제로 반영되는 모습을 보고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최근에는 탈중앙금융과 각국 디지털 화폐 발행 이슈까지 겹치면서 그 실체가 더욱 뚜렷해지는 추세다. 이러한 성과가 시가총액 증가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결국 시장 기대감과 실제 밸류에이션과의 이격을 최대한 좁히려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실체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엄청난 유동성 장세에서 최대 수혜주가 된 테슬라의 단기 조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다만 이후의 상황이 장기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테슬라 자체 밸류에이션을 지속적으로 증명해야 할 것이다. 비트코인은 이미 한발 앞서 그 메시지를 테슬라에게 던져줬다.

- 박상혁 중앙일보 조인디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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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호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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