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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포럼 명사 인터뷰] ‘행복의 차가운 진실’을 알리는 서은국 연세대 교수 

‘인싸(인사이더)’ 되기 위해 혈안이 되는 사회는 지옥 

행복은 DNA 속에 있어… 사람과 접촉 잦은 ‘외향성’ 행복지수 높아
성공은 목적 아닌 수단… 코로나19 시대, 인간관계 깊이 더할 기회


▎서은국 연세대 교수는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유전(DNA)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벼르던 물건을 살 때 혹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기분 좋은 감정을 느낀다. 원하는 학교에 합격했거나 승진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러한 만족감을 통칭해 ‘행복’이라 부른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일상의 삶에서 행복을 갈구한다. 이러한 생각에 서은국(54)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지극히 비과학적이고 인간 중심적 사고”라고 지적한다. 그는 “내가 산 자동차가 곧 행복이 아니다. 차는 단지 나의 행복감을 유발하는 스위치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행복’에 대해 논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들은 주로 ‘어떻게(how) 행복해질 것인가’를 얘기한다. 그러나 서 교수는 그간 직관적, 추상적으로 얘기해왔던 ‘행복’이란 주제를 과학적, 특히 생물학적으로 접근하는 학자다. 그는 ‘why’, 왜 인간은 행복이라는 경험을 하며 이 경험이 가진 본질적 역할은 무엇인지를 연구하고 있다.

서 교수의 연구는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가 쓴 논문의 피인용 수는 4만 번이 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행복측정보고서의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영향력 덕분에 그는 ‘세계 100인의 행복학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의 반응도 뜨겁다. 그가 2014년 펴낸 [행복의 기원]은 2020년 6월 기준 33쇄를 찍어냈다. 가히 심리학계의 대박 저서라 불릴 만하다.

30여 년간의 행복 연구를 통해 서 교수가 알아낸 것은 ‘외향적인 사람들이 행복지수가 높다’와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하다’이다. 그는 행복을 느끼게 하는 상황을 자꾸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고, 행복감을 전하는 가장 확고한 요소는 바로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외향적인 사람은 사람을 좋아한다? 자극 쫓아다니는 것일 뿐


▎외향성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은 타인과 활발한 접촉을 통해 행복을 얻는다는 점이다.
‘행복’이라는 주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학부 시절 어떤 공부를 할지 고민하다 우연히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접하게 됐다. 미국 일리노이대학 에드 디너(Ed Diener)교수가 쓴 논문이었다. 골자는 행복은 물질적 윤택함과 관련성이 적으며 놀라울 정도로 주관적이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그 내용이 마음에 확 와닿았다. 이후 운 좋게 디너 교수님 밑에서 공부를 하게 됐다. 1990년 유학하러 갈 시점에는 ‘행복’은 철학에서 다루는 영역이었다. 그렇다고 행복만 연구하는 곳도 없었다. 당시만 해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행복을 다루는 곳은 디너 교수님 연구실뿐이었다. 지금은 경제학, 뇌과학은 물론 OECD나 유엔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갖는 분야가 됐다. 디너 교수님조차 이 분야가 이렇게까지 주목받는 것이 놀랍다고 말씀하신다.”

어떤 연구를 진행했나?

“행복은 정의할 수 없다. 주관적이며 가치 판단의 문제로 과학의 영역을 넘어선다. 심리학에서 얘기하는 행복은 행복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공통분모가 무엇인지 찾는 것이다. 행복을 느끼는 정도를 1~10점이라 하면 어떤 사람은 늘 8점 이상의 행복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6점을 느낀다. 어떤 요소가 이런 차이를 가르는지 조사했던 것이 연구 초기의 가장 큰 질문이었다.”

어떤 차이점이 있었나?

“많은 사람은 직관적으로 부와 명예처럼 삶의 조건들이 윤택할수록 행복지수가 높다고 생각해왔다. 정작 수십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행복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유전(DNA)이었다. 선천적 기질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얘기다. ‘유전’ 요소의 비중은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몸 안의 DNA가 행복감을 느끼는 데 유리한 행동으로 이끄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타고나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평소에 다른 사람들보다 행복을 유발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특성 중 제일 중요한 것이 ‘외향성’이다. 외향성이 행복감을 경험하도록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다. 외향성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은 사회적 경험의 빈도가 높다. 다시 말해 사람과의 접촉 및 관계를 많이 맺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활동적인(active) 접근 성향도 갖고 있다. 뭔가에 대해 무서워하고, 피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이 아니라 뭔가 추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것이다.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사람들이 가장 잘하는 것이 ‘사람’을 만나는 것 아닌가.”

사람 만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어찌 보면 일종의 만성자극결핍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자극을 받아야 하는데 가장 예측 불가능하고 자극의 폭이 큰 대상이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을 계속 찾고 만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의도하든 안 하든 기분 좋은(pleasurable) 감정이 생긴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외향성’이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겠는데.

“행복의 차이를 만드는 요인은 수십만 가지다. 가령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조금 더 행복하다는 통계가 있다. 그렇다고 반려견이 행복의 열쇠라 말하는 것은 난센스다. 따져볼 것은 반려견 양육 여부에 따라 나타나는 행복의 차이가 얼마나 되는가다. 통계적으로 그 차이는 고작 종이 한 장 차이 수준이다. 그래서 종이 한 장 차이의 요인이 아니라 700장 정도의 행복 차이를 만드는 변인을 찾아야 유의미한 분석을 내릴 수 있다.”

내향적인 사람도 혼자보단 함께 있는 것 좋아해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려는 부모의 욕망을 그린 드라마 [스카이캐슬]. / 사진:JTBC
다른 변인이란?

“외향성과 함께 확인한 행복 변인은 ‘신경증’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일에 만사태평인 사람이 있는 반면,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끝없이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이들이 신경증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마음을 고쳐먹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충고는 인간의 신체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하는 조언이다. 당장의 위로가 필요한 대중들을 농락하는 것일 뿐이다. 물론 외향성·신경증과 같은 특성이 환경과 경험에 의해 달라지기는 한다. 하지만 제일 큰 비중(chunk)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기질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내향적인 사람은 행복할 수 없는가?

“그런 의미는 아니다. 호모사피엔스 중에 만성적으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다. 수년 전 대학생들의 행복감을 2년 동안 추적해봤다. 일상에서 겪은 좋은 일들과 나쁜 일들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이 사건들이 행복감에 미치는 기간은 약 3개월이었다. 내향적인 사람이 항상 불행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가령 행복지수를 0부터 10이라고 치자. 약 95%의 사람들은 5 이상이다. 내향적인 사람도 행복하다는 의미다. 단지 외향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상위권에 많이 분포하고 있더라는 얘기다.”

내향적인 사람은 보통 사람 만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이 하고 있는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내향적인 사람은 혼자가 더 편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런 편견을 깨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내향적인 사람들도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더 높은 행복감을 느낀다.”

구체적인 연구 결과를 말해 달라.

“예를 들어 라면을 혼자 먹는 즐거움이 6이라면 같이 먹으면 8로 올라간다. 놀랍게도 내향적인 사람이 친한 사람과 라면 먹는 것과 같은 사회 활동을 했을 때 즐거움의 상승 폭이 외향적인 사람보다 훨씬 크다고 나온다. 내향적인 사람도 사람을 좋아한다는 의미다. 다만 어색함, 스트레스, 두려움과 같은 사회적 불안을 갖고 있기에 사람을 마주하는 것에 대해 지레 겁먹고 회피하고 경계하는 등 두려움을 과대평가한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그런 신호가 없다. 정작 실제 사람을 만나면 즐겁지만 두려움 때문에 즐거움의 기회를 스스로 줄이는 것이다.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다. 회식 3차로 노래방에 갈 때, 배려한다는 마음으로 평소 조용한 사람을 먼저 보내지 말라. 노래방에서 그 사람은 속으로 웃으며 좋아할 수 있다.”

개인의 영역이라 치부됐던 행복에 대한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2012년부터 해마다 [세계행복보고서]를 내놓으며, 행복지수(10점 만점)를 통해 행복한 나라의 순위를 매기고 있다. SDSN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사회적 지원, 건강 기대수명,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 관용, 부정부패, 미래에 대한 불안감 모두 7가지 지표를 측정해 행복지수를 산출한다.

올 3월 공개된 [2020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핀란드가 10점 만점에 7.809점을 받아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덴마크(7.646점), 스위스(7.560점), 아이슬란드(7.504점), 노르웨이(7.488점) 순이었다. 상위 10개국으로 넓히면 뉴질랜드(8위, 7.300점)를 제외하고 모두 유럽 국가다. 대부분 GDP가 상위권에 드는 국가들이다. 한국은 5.872점을 받아 61위에 올랐다.

이는 서 교수가 앞서 말한 “경제적 윤택함과 행복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말과는 다른 결과다. 이른바 ‘부자나라’를 행복한 나라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에 대해 서 교수는 “행복지수가 높은 북유럽 국가들이 경제력 혹은 사회보장제도의 수준이 높아 행복한 나라인 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북유럽 국가의 국민이 행복한 이유가 따로 있나.

“개인의 행복 수준은 외향성 같은 성격 특성과 깊은 관련이 있지만 살고 있는 사회, 문화도 추가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자유도’다. 몇 해 전 연구를 위해 덴마크에 방문했을 때 덴마크 사람에게 ‘너희 나라에서 가장 상종하기 싫은 유형의 사람은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남의 인생에 참견하는 사람.’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한국은 일상이 그런 사람들밖에 없는데, 덴마크에서는 타인의 인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가하고 지적하는 사람들을 ‘인간쓰레기’라고 얘기한다는 것이다. 그들 사회는 돈이나 지위 같은 삶의 외형보다 자신에게 중요한 일상의 즐거움과 의미에 더 관심을 두고 사는 곳이다.”

한 사회를 구성하는 데 규범이나 행동방식은 필요하지 않는가?

“법적인 자유와 같은 거창한 내용이 아니라 ‘심리적 자유’가 보장된 사회를 의미한다. 핵심은 자유도다.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개인이 어떤 행동을 하든 ‘지적질’하지 않는 사회여야 한다는 의미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였던 알베르 카뮈는 이런 말을 남겼다. ‘행복해지려면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마라(To be happy, we must not be too concerned of others).’”

‘지적질’하지 않는 사회가 돼야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정부는 역학조사 지원을 위한 전자출입명부 (QR코드)를 도입했다.
한국의 상황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얘기다.

“사실 행복은 개인적인 문제다. 한국 사람들은 이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래서 어떤 일이 터지면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수십만 명씩 동의한다. 초딩(초등학생)과 같은 행동이다. 한국 사람들은 다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고 테두리 밖에 있는 사람을 고치려 든다. 횡포다. 이런 횡포를 당하지 않기 위해 ‘인싸(인사이더)’가 되려고 하는 것 아닌가. 인싸가 되기 위해 혈안이 되는 사회는 지옥이다.

또 하나, 사회와 개인을 분리해야 한다. 국가가 개인의 행복을 실현해줄 수 있다는 생각은 그 자체가 매우 권위주의적인 착상이다. 초등학교 자녀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다고 가정해보자. 좋은 의도로 ‘아빠가 어떻게 재밌게 해줄까’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 자체가 심각한 모순이다. 본질적으로 행복이 뭔지 모르고 하는 행동이다. 아이들이 재밌기 위한 시작은 아빠가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순간이다. 국가가 바로 ‘아빠’ 노릇을 하려는 사회는 좋지 못한 사회다. 정 반대의 사회가 바로 덴마크다. 덴마크 사람들은 자기 지역의 국회의원이 누군지도 모른다.”

[2020 세계행복보고서] 평가 항목에는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Freedom to make life choices)’가 있다. 서 교수가 언급한 덴마크를 비롯해 북유럽 국가들(노르웨이·핀란드)은 이 항목에서 나란히 3, 4, 5위를 기록했다. 1, 2위는 각각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가 선정됐다. 한국은 140위였다.

많은 한국인은 스스로 행복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사회구조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싱가포르와 같은 국가의 공통점은 유교적이고 수직적이며 권위적인 사회다. 이런 사회의 장점은 위기가 닥쳤을 때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가 코로나19에 잘 대처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단점은 주변의 기대와 평가 속에 만성적인 긴장과 피로를 안고 산다는 것이다. 부모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기 싫은 공부를 하고, 상사에게 인정받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는 모습은 일견 효자나 좋은 직원으로 보인다. 하지만 거기에 개인의 인생은 없다. 인생의 갑(甲)이 타인이며 익명의 대중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들의 기대에 부응해 사회적으로 성공하면 행복한 것 아닌가.

“많은 현대인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가치를 유지하고 달성하기 위해 추구하는 수단을 삶의 목적으로 생각한다.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행복해지려고 노력한다고 하지만 어쩌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업적(학교·직장·연봉 등)을 쌓기 위해 평생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인생의 가치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는가가 더 중요해지기 시작하면 사회병리적인 문제들이 생겨난다. 우리는 형식에 얽매여서,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행복의 과녁을 벗어나는 화살을 매일 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성공≠행복’ 공식을 깨닫기 전에는 개인도 사회도 행복해지기 어렵다.”

가뜩이나 행복감을 느끼기 힘든 한국 사회에서 특히 올해는 ‘심리적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이다.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자유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사회적 고립에 따른 불안감과 우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개인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서 교수는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까.

사생활 침해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행동 반경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공익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개인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의 경계선이 야금야금 밀려들어온다는 기분도 든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개인의 자유를 전보다 더 체계적으로 침해할 확률도 있다고 본다.”

유명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교수도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올 3월, [파이낸셜타임즈(FT)] 기고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상황은 그동안 감시 기술 사용을 거부해온 국가에서도 대량 감시 도구를 일상적으로 쓸 수 있다는 우려를 낳을 뿐만 아니라 ‘근접(over the skin) 감시’가 ‘밀착(under the skin) 감시’로 급속히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손가락의 온도와 피부 아래의 혈압도 알고 싶어 할 것이다.”

방역활동의 일환이지만 행적 등 개인 정보가 드러나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생활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어느 선까지 우리가 양도해야 하는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행복과는 대치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부지불식간의 동의를 통해 내 정보가 계속 유출된다 했을 때 개인이 얼마나 민감하게(sensitive) 위협을 느끼느냐가 중요하다.”

코로나19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모든 동물의 생존확률은 다른 개체와 함께 있을 때 높아진다. 현 상황은 정반대다. 가장 크게 정신적 혼란에 빠진 사람은 폭넓은 관계를 맺고 있었던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느라 소홀했던 관계에 재미를 느껴보는 기회라 생각하면 어떨까. 이런 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도 코로나19 때문에 아버지와 평소에 안 하던 얘기를 하게 되면서 아버지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하기도 했다. 기존 인간관계의 너비(breadth)는 줄어들었지만, 깊이(depth)를 더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시간이라 생각하면 어떨까 싶다.”

그가 쓴 [행복의 기원]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친구가 무조건 많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몇 명의 ‘진짜 친구’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만남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자유감의 중요성이 또다시 등장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들보다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 글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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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호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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