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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이 쓰는 생명의 비밀] 제주 앞바다로 간 제돌이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서서 자는 동안에도 한쪽 뇌는 활동하는 남방큰돌고래
인간 다음으로 지능 높아… 초음파로 먹이 위치 파악


▎서울대공원에서 제주 앞바다로 돌아간 제돌이. 1번 표식을 달고 있어 100m 거리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
경영 자문교육회사인 ‘켄 블랜차드 컴퍼니’의 회장인 켄 블랜차드(Ken Blanchard)가 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Whale Done)]는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저술 동기는 이렇다. 저자는 플로리다의 ‘씨월드(Sea World)’에서 고래 쇼를 봤다. 머리는 둥그렇고, 짧고 몽탕한 지느러미발(flipper)과 꼬리로는 몸의 중심을 잡기도 힘든데 어떻게 그 고래가 춤추는지 물어봤더니, 조련사는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대답한다. 기대하는(원하는) 행동을 고래가 수행하면 실컷 칭찬해주고, 고등어 한 마리를 준단다. 칭찬이 행동을 변화시키는 위력(偉力)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학생을 춤추게 하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는 교사의 기대(바람/칭찬)에 따라 학생의 성적이 향상되는 것을 말하며, 사람의 믿음·기대·예측이 실제로 일어나는 경향이 있음을 말한다. 한편 교사가 기대하지 않는 학습자의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골렘 효과(Golem effect)’라 한다.

우리는 국내 동물원에서 바다로 돌려보낸 ‘제돌이’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기억한다.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 쇼(aquarium shows)를 하는 제돌이가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으로 포획됐다는 사실을 여러 동물보호단체가 알렸고, 야생으로 돌려보낼 것을 끈질기게 주장했다.

그러던 2012년 3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서울대공원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했다. 드디어 2013년 7월 18일, 제돌이는 제주 앞바다의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그물에 걸려 잡혀 온 지 4년 2개월여 만으로 누가 뭐래도 참 잘한 일이었다! 이렇게 불법으로 잡혀 온 삼팔이·태산이·복순이·제돌이 등 돌고래 7마리가 고향 제주 바다로 돌아갔다. 다행히 그들 모두 자연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돌이는 요즘 등지느러미에 1번을 달고, 쇼 대신에 돌고래 요트투어(dolphin tour)를 하는 제주 관광객을 바다에서 반기고 있다 한다. 정녕 들꽃은 야생 산들에서 꽃피울 때 더욱 아름답다!

남방큰돌고래(Tursiopsaduncus )는 고래목 참돌고래과의 바다 포유류다. 몸은 유선형이며 수컷이 암놈보다 크고 무겁다. 평균 몸길이는 2.6m, 몸무게 230㎏으로 중형 돌고래다.

가장 흔하면서 잘 알려진 돌고래는 바로 큰돌고래(Tursiopstruncatus )이다. 남방큰돌고래(Indo-Pacific bottlenose dolphin)는 큰돌고래(common bottlenose dolphin)보다 조금 작고, 주둥이가 긴 편이며, 배 아래와 옆에 검은 점이 있다.

남방큰돌고래의 몸은 18~20%가 비계(지방, blubber)로 이뤄져 있다. 그 때문에 물에 잘 뜰뿐더러 지방이 절연체 역할을 해 바다 추위를 이겨낸다. 눈이 매우 밝고, 망막 뒤에 특수 반사판(tapetumlucidum)이 있어 흐린 빛에서도 물체를 본다. 그러나 후각신경이 없어서 냄새에는 둔하다. 허파와 이어진 코가 분수 구멍(분수공, 噴水孔, blowhole)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 분수 구멍에서 내는 끽하는 소리나 비강(鼻腔)에서 내는 휘파람 소리, 또 꼬리로 내리치는 몸짓언어(body language) 등으로 의사소통한다.

먹이는 박쥐처럼 초 음파를 쏘 아 반향 위 치측정(echolocation)으로 찾는다. 혼자서도 먹이를 잡지만 여러 마리가 몰이를 해 사냥하기도 한다.

사람 다음으로 지능 높은 동물

돌고래의 위(胃)속 내용물을 분석했더니 50여 종의 어류(87%)와 두족류인 오징어 3종(13%)이 발견됐다고 한다. 사람을 제외한 천적은 상어·범고래(killer whale)·노랑가오리(sting ray)들이 있는데 주로 새끼고래가 희생된다.

남방큰돌고래는 물론이고 물새나 물고기 등 많은 동물이 몸체가 드러난 윗부분(등)은 거무스레한 어두운색이고, 그림자가 드리워진 아래(배)는 밝은색을 띤다. 이런 현상을 ‘방어피음(防禦被陰, countershading)’이라 한다. 이는 은폐, 위장이 목적으로, 이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흐린 등과 어두운 바다색이 뒤섞여 흡사하고, 아래서 올려다보면 배 바닥의 흰색과 하늘의 밝은 햇살이 서로 어울려 구분되지 않는다.

짝짓기는 봄여름에 하고, 임신 기간은 12개월이다. 해안에서 수컷의 도움을 받아서 1마리(쌍둥이를 낳기도 함)를 출산한다. 갓 태어난 새끼의 몸길이는 1~1.5m이며 몸무게는 9~21㎏ 정도다. 태어난 지 1년 반에 2년 사이에 젖을 떼지만 4~6년 가까이 어미와 함께 지낸다. 수명은 약 40년으로 어미의 보호를 받은 개체는 최장 61년을 살기도 했다. 사람처럼 암컷의 수명이 수놈보다 5~10년 길다.

보통 1분에 2~3번씩 물 위로 올라와 숨을 쉬지만, 물속에서 최장 20분을 머물 수 있다. 또한 잠자는 동안에 한쪽 뇌가 잠에 들면 다른 반쪽은 깨어있어 활동한다. 하루에 보통 8시간을 자고, 잘 때는 수면 가까이에 머리를 위로 두고 나무토막처럼 꼿꼿이 서서, 천천히 움직이면서 잔다.

돌고래의 뇌(brain)는 사람 뇌보다 더 크고, 지능도 매우 높다. 동물의 지능을 나타내는 척도에 ‘대뇌화 지수(Encephalization Quotient, EQ)’란 것이 있다. 체중에 비해 대뇌가 차지하는 크기(비율)를 나타내는 수치인데, 영리한 동물일수록 대뇌가 크므로 EQ 값이 높다. 사람 다음으로 돌고래·침팬지·까마귀·원숭이·코끼리·개·말 순이라 한다. 이것은 돌고래 무리가 얼마나 지능적인 동물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인도양과 서태평양의 열대 및 온대 해역에 가장 많이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는 수백 마리가 떼를 지우기도 하지만 보통 5~15마리씩 무리를 이룬다. 호주의 3000여 마리와 일본 규슈의 300여 마리보다 120여 마리인 제주의 남방큰돌고래는 세계에서 가장 적은 군집에 속한다. 그러나 본종은 일정한 연안 지역에 터를 잡고 텃새처럼 붙박이로 살아가는 포유동물이다.

※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

202010호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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