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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 직격 인터뷰] 김기식 前 금감원장이 본 사모펀드 비리 사태 

“경제 범죄 수사하는 검찰 조직 줄여선 안 돼” 

“문제 소지 인물 제대로 거르지 못한 청와대도 잘못”
“규제 강화하고, 모니터링 권한 금감원에 부여해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은 금융위에 있다”고 말했다.
김기식(54) 전 금융감독원장은 재벌·금융 개혁에 잔뼈가 굵은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그는 1998년부터 참여연대 정책실장으로 시작해 사무처장·정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했다. 임기 동안 금융당국을 관장하는 국회 정무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순환출자 금지, 산업은행 민영화 등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런 이력 때문에 그가 2018년 3월 금감원장에 내정됐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재벌·금융 개혁의 고삐를 죌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당시 민주당에서는 “문 대통령의 금융 개혁의지를 잘 뒷받침해줄 것으로 믿는다”는 환영 논평을 냈다. 시민운동가 출신 금감원장은 1999년 금감원 출범 이후 처음이었다.

현재 시민운동가로 돌아온 김 전 원장은 민간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에서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주목을 받는 라임 사모펀드 사태의 본격적인 포문을 연 것도 김 전 원장이다. 김 전 원장은 지난 1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라임자산운용 사건은 우리나라 금융 역사에 희대의 사건”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금융사기로 1조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한 경우는 전례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10월 14일 서울 여의도 더미래연구소 사무실에서 월간중앙과 만난 김 전 원장은 “언론과 정치권이 정관계 로비 의혹을 따지는 사이 정작 책임져야 할 금융위·금감원 관료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문제 소지가 있는 인물을 거르지 못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검찰의 금융범죄 수사 역량을 약화하는 법무부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미국도 자전거래 금지… 우리나라만 거꾸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10월 13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지난해 말에는 라임, 올해 6월에는 옵티머스가 환매를 중단했다. 사모펀드가 무엇이기에 잡음이 잇따르나?

“사모펀드는 쉽게 말하면 ‘규제를 풀어줄 테니 선수들끼리 자산운용을 해보라’는 것이다. 대신 선수만 들어오도록 투자자 자격 요건을 제한한다. 반면 공모펀드는 다수 일반 투자자가 들어오니 보호 규제를 강하게 한다. 사모펀드 자체를 나쁘게 볼 수는 없다. 자본시장에 자본이 많이 유입되도록 하려면 상품이 다양해야 한다. 특히 시중 유동자금을 부동산이 아니라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좋은 역할도 한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유별나다는 인상을 준다.

“2015년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할 때 생긴 제도적 허점이 지금 상황을 만들었다. 시장 진입을 풀어줬으면 사후적으로 금융당국이 감독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야 했다. 그런데 감독 시스템 정비는 소홀히 했다. 자산운용사나 판매사들이 잘못했을 때 어떻게 책임질지도 분명히 하지 않았다. 큰돈 벌고픈 욕망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있지 않나. 원인은 시스템과 제도에 있다.”

제도적 허점이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전(自轉)거래를 허용한 거다. 한 자산운용사 내 펀드 간의 거래를 말한다. 예를 들어 A·B·C·D펀드를 운용하는 회사가 있다고 치자. A펀드에서 100억원을 투자받으면, 회사는 여기서 90억원을 떼서 B펀드에 넣는다. 그리고 B펀드에서 80억원을 떼서 C펀드에 넣는다. 이렇게 내부에서 거래하면 회사는 1000억원대 자산운용사로 커진다.”

다른 한 가지는?

“옵티머스가 대표적인데, 여기서 원래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고 홍보하지 않았나. 은행이자보다 수익률이 두 배 이상 나니 일반 투자자가 많이 들어간 거다. 그런데 실제로는 엉뚱한 곳에 돈을 넣었다. 문서 위조다. 그런데 그걸 증빙하는 사무 처리를 맡은 예탁결제원은 확인도 안 하고 ‘이 펀드는 매출채권에 투자한 게 맞다’는 서류를 내줬다. 돈을 관리하는 수탁사인 하나은행은 그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확인해줬고, 판매사도 확인 안 하고 ‘수익률 좋은 상품 있다’며 일반 투자자에게 펀드를 팔았다. 수수료만 받고는 크레디트(credit)를 매기는 기본적인 역할을 안 했다.”

자전거래 방식의 가장 큰 위험은 뭔가?

“라임에서도 일어난 일인데, 가령 A펀드가 미국에 투자했다. 그런데 투자했던 자산이 동결되면서 80~90% 손실이 났다. 환매를 원하는 투자자가 있어도 돌려줄 돈이 없다. 그렇다고 환매 중단하면 회사가 흔들린다. 그러니 A펀드에 들어오는 환매 요청을 B펀드 돈을 끌어다가 해준다. 그런데 B펀드에서도 환매 요청이 들어왔다? 그러면 C펀드의 돈을 끌어다가 해준다. 다단계가 그렇지 않나. 이렇게 돌려막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못하면 도미노로 무너진다.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와 같다.”

그래서 1997년 외환위기 때 자전거래를 금지한 것 아니었나?

“맞다. 과거 이걸 해오던 종합금융회사들이 외환위기가 닥치자 크게 문제가 됐었다. 그때는 자산운용 규제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외환위기를 수습하면서 금지했는데, 이걸 2015년에 다시 풀어버렸다. 또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때 미국에서 이런 방식으로 폰지 사기를 하다 적발된 사모펀드가 있었다. 무려 75조원 규모였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자전거래를 금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갔다.”

“단정적으로 말하면 책임은 금융위에”


▎2018년 4월 2일 당시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한 것은 19대 국회였다. 그때 국회 정무위원으로 일했는데.

“안타깝게 생각한다. 우리(19대 국회 정무위원회)가 법을 고친 건 자산운용사 설립 요건을 완화하고 투자 적격 부분에서 금융위원회가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풀어준 정도였다. 그러면 금융위가 제대로 하는지 감시해야 했는데 곧바로 20대 총선이 닥쳐서 제대로 못했다. 나도 라임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금융위가 이후 해온 일을 알게 됐다.”

2015~2016년이면 청와대 통제도 벗어났을 것 같은데.

“(시행령과 감독 규정에서) 규제를 완화한 건 박근혜 정부도 몰랐을 거다. 그냥 금융위 관료들한테 맡겼을 것이다. 이건 명백히 관료 문제다. 관료가 그렇게 하는 건 정책과 감독이 뭉쳐 있어서 그렇다. 언론과 정치권에서 ‘우리나라 금융 경쟁력이 케냐만 못하다’고 지적하니 고민스러웠을 거다. 그러면 자본시장을 키울 고민만 해야 하는데, 이 사람들이 사후 감독까지 무력화했다. 실제로 목표는 달성했다. 법 개정 4년 만에 사모펀드 규모가 공모펀드를 뛰어넘었으니까. 그러나 대가도 분명하다.”

애초 법률을 고칠 때 더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방법은 없었을까?

“그렇지 않다. 법은 포괄적인 근거조항을 만들어주고, 그때그때 필요한 규제는 대개 시행령과 감독 규정으로 한다. 세상에 수많은 금융상품이 있고 또 새롭게 만들어지는데 그때마다 법으로 손댈 수는 없지 않나. 그런데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감독 규정을 만들고 운용하는 당국은 금융위다.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이번 사태의 책임은 금융위에 있다.”

정책은 금융위가 만들지만, 감독은 금감원에서 하지 않나?

“금감원도 참 답답할 노릇인 게 사모펀드를 감시할 권한이 거의 없다. 예를 들어 LP[Limited Partner, 유한책임 투자자. 개인·기관 투자자를 뜻함. LP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펀드를 운용하는 사람은 무한책임투자자(GP, General Partner)라고 함]를 파악할 길이 없다. 사모펀드는 자기들끼리 하는 게임이니 누가 투자했는지 알 수 없게 했다.”

자전거래 자체가 가능하다면, 감독한들 처벌이 가능할까?

“금융위도 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개선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자전거래를 아예 금지하는 건 아니고 규모를 제한하겠다고 했다.”

금융위는 지난 7월 입법 예고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운용사의 자사 펀드 간 자전거래를 직전 3개월 평균수탁고의 20% 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담았다. 수탁고란, 운용사가 고객에게 위탁받은 재산 총량을 뜻한다.

폰지 사기는 지엽이고, 핵심은 무자본 인수·합병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건 한쪽 면에 집중해서 그런 것이고…. 자본시장을 놓고 보면 본질은 폰지 사기다. 옵티머스의 경우엔 엉뚱한데 투자하는데도 예탁결제원이나 판매사·수탁사 중 어느 곳도 확인하지 않은 문제도 더해진다. 이 과정에서 라임·옵티머스 관계자들이 불법적으로 얻은 돈을 가지고 무슨 짓을 했느냐, 무자본 인수·합병은 거기서 파생된 문제인 거다.”

어쨌든 라임과 옵티머스 공히 무자본 인수·합병을 즐겨 했다. 무자본 인수·합병이라는 자금흐름에 집중했다면 피해가 커지기 전에 당국에서 이들을 단속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사모펀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으면 무의미하다. (라임과 옵티머스의 업태 중에 무자본 인수·합병도 있지만) 부분이다. 전체를 들여다볼 수 없다. 주가조작 감시는 한국거래소에서 하는데, 그나마 비상장기업이면 알 수 없다. 금감원에서는 예전부터 사모펀드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감독 규정을 만들어 달라고 금융위에 요구했다. 그런데 금융위에서는 ‘너희가 왜 거기 끼어드느냐, 금감원이 끼어들면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돼서 안 된다’고 막아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한국전력·농어촌공사 등 최소 5개 공기업이 828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었다고 한다. 내부감사든 국정감사든 문제가 생기기 전에 위험을 감지할 방법은 없었을까?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게 무슨 문제가 있나. 공기업이 자산 대부분을 쏟아부었다면 문제가 됐을 거다. 그러나 보통은 분산 투자를 한다. 게다가 굴지의 금융사들이 판매하는 데다 예탁결제원에서 증빙서류까지 내주는데, 금융에 정통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겠나.”

“검찰수사나 전수조사보다 중요한 건 제도 개혁”


▎2016년 6월 당시 열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비상점검회의에서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왼쪽 첫째)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 둘째부터 김용범 사무처장, 김태현 자본시장국장, 이형주 자본시장과장.
관련 공기업에 대한 비판이 과도한 면이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그건 거꾸로 된 거다. 자본시장이 발전하려면 일반인들이 회계법인을, 신용평가사를, (예탁결제원 같은) 사무관리 회사를, 펀드 판매사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단적으로 2013년 동양증권 사태 한 달 전까지도 우리나라 신용평가사 세 곳 모두 (동양증권에) 투자 적격 등급을 주지 않았나. 외국 같으면 징벌적 손해배상 걸려서 문 닫았다. 아무도 책임 안 진다.”

금융위에선 앞으로 3년 동안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시장 불신이 있으니 전수조사 자체가 무의미하지는 않다. 문제는 전수조사로 인력이 빨려들어가면 지금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그러면 당장 해야 할 일은 뭔가?

“제도 개혁 논의를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 지금 언론의 관심이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몰려 있지만, 그거야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해서 법대로 처리하면 될 일이다. (검찰수사나 전수조사보다) 중요한 건 제도 개혁이다. 제도 개혁 자체의 효과도 있지만, 개혁하겠다는 움직임 자체가 시장에 신호를 줄 수 있다. ‘이거 곧 문제가 될 수 있겠구나’ 하며 조심할 수 있고,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도 해결을 서두를 것이다.”

제도 개혁이라면 자전거래를 다시 금지하자는 건가?

“두 가지다. 자산운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사후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감독 권한을 금감원에 부여하는 거다. 법률 개정 없이 금융위가 나서서 시행령과 감독 규정을 개정하면 바로 할 수 있다. 여기에 모호한 점이 있다면 연말까지 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면 될 것 같다.”

과거 규제로 돌아간다면 자본시장은 다시 쪼그라들 거다. 다른 길은 없나?

“모든 걸 사전 규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규제 완화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전 규제를 완화하면,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 여기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민정수석실은 뭐 했나”


야당에서는 사모펀드 사태를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제도를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설득력이 있을까?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비화돼서 금융위·금감원 사람들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정치적 의혹이 아니었다면 지금 국감에서 뭘 따졌겠나. 2015년에 도대체 누가 시행령과 감독 규정을 그렇게 고쳐서 규제를 풀어버렸느냐, 당시 금융위원장 했던 사람부터 줄줄이 문책당했을 거다. 그런데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금융위 인물들은 다 뒤로 빠지고 정치적인 사안만 불거지고 있다.”

금융위는 2015년 3월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감독 규정의 개정안을 공고했다. 법안은 그해 7월 국회 본회의를, 시행령안은 같은 해 10월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위를 이끌 때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 당시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에 이어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그리고 사무처장을 맡았다. 법 개정 실무를 맡았던 자본시장국에선 김학수 자본시장과장(현 금융결제원장)과 안창국 자산운용과장(현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장)이 이름을 올렸다.

지금 그 사람들은 뭐 하고 있나?

“잘나가고 있다. 차관도 하고 위원장도 하고…. 문제를 만든 사람들이 아무런 책임도 안 지고 계속 영전한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2014년에 신용정보 1억 건이 유출된 대형 사건이 있었다. 그것도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규제를 풀어주는 바람에 사고가 난 거다. 우리는 금융산업 육성한다고 규제 풀었다가 대형사고 내고. 또 몇 년 지나면 규제 풀었다가 대형 사고 내고. 이걸 악순환처럼 반복하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에 왜 정부여당 관련 인사들만 집중적으로 거론될까?

“그건 실체를 들여다봐야 알 것 같다. 실제로 (제기되는 의혹에) 근거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조심스럽지만 옵티머스 같은 경우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전·현직 관료들의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금감원 전 국장이나 전직 금융위원장이 거론되지 않나. 그러니까 모피아(기획재정부 출신 인사들)들의 그들만의 리그, 이 부분이 심각한 것 같고, 나머지는 글쎄….”

야당은 검찰이 관련 문건을 입수하고도 윤석열 총장한테 보고 안 했다고 문제를 제기하는데.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 보고할 가치를 못 느꼈을 수도 있고, 오히려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58·구속수감 중)가 배달사고를 내놓고 그러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을 수도 있었겠지. 설마 (검문 검색할 때 뻔히 보이도록) 쇼핑백에 5000만원을 넣어서 청와대에 갔다고 어느 검사가 쉽사리 믿겠나. 청와대 출입 시스템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말도 안 된다는 걸 안다. 그런 주장을 하니까 그 사람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 연루 등으로 봐서 권력형 비리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던데.

“역시 잘은 모르지만, 99.9%는 아닐 거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이모 전 행정관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라고 생각한다.”

민정수석실이 사실상 기능 부전(不全)에 빠진 것 아닌가?

“도대체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에 있는 사람들은 뭐 했나. (이모 전 행정관은) 공공기관에서 추천해서 파견된 직원도 아니고, 민정수석실에서 직접 뽑은 것 아닌가. 공직기강을 감찰하는 민정수석실에서 사람을 뽑았는데, 문제가 될 때까지 그냥 뒀다는 점이 청와대로선 뼈아플 거다.”

“秋, 경제 범죄 관련 검찰 조직 축소는 잘못”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증권업종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7월 기자회견을 열고 사모펀드 사태 해결에 청와대가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 사진:연합뉴스
평소 정부여당 인사들과 만나면 조언하나?

“참 어려운 문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그들 마음을 어떻게 알겠나. 허점 없는 시스템이란 건 없는데, 그렇다고 넘어가면 안 된다. 집권한 쪽은 언제나 무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만일 스크린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잘못을 인정해야 하고.”

민정수석실에서 인사 검증에 실패하는 일이 반복되는데.

“아예 여야가 합의해서 민정수석실 아래 공식 공직 감찰조직을 만드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경찰청 정보과에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 작업을 시키는데, 그것도 웃긴다. 그러니까 없어져야 할 정보경찰이 남아 있는 것 아닌가. 지금 민정수석실 아래 특별감찰반 규모가 20~30명 된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어렵다.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과 합치고 검찰·경찰·국세청까지 다 인력을 파견받아서 제대로 감찰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게 낫다고 본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없어지면서 영향을 끼친 게 있을까?

“부분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 나는 다른 수사권은 좁혀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경제 범죄에 관련해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좁히고 조직을 축소하는 것에 대해선 비판적이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섣불렀던 건가?

“경제 범죄와 관련해서 축소한 건 잘못됐다고 본다.”

김 전 원장이 생각하는 검찰개혁 방향은 있나?

“궁극적으로 금융위·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에 검찰권을 부여하는 미국식 시스템으로 가는 게 맞다.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라는 곳에서 검사 기능을 맡는다. 파견받는 게 아니라 아예 경제 범죄 전담 검사를 뽑는 형태다. 그게 어렵다면 경제 범죄 전담 조직을 유지해야 한다. 확대하면 확대했지 줄여선 안 된다.”

경찰이 역할을 분담하는 방법도 있지 않겠나?

“경찰이 그 정도 수사 능력을 갖는 건 요원하다. 특수부 검사라도 10년 이상 들여다봐야 제대로 수사한다. 예를 들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이복현 부장검사의 경우 회계사 출신에 분식회계 사건을 다뤄봤으니 그 어려운 사건(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도 수사한 거다. 특수부 검사만 20년 가까이 한 검사도 1년 반 동안 수사해야 하는 게 이쪽 사건들이다. 그런데 전담 조직을 없애버리고 그때그때 필요한 사람을 파견받아서 쓴다? 난센스다.”

지금은 검찰 수사력이 많이 약해졌다고 봐야 하나?

“그렇다. 라임·옵티머스 관계자들이 대형 로펌을 등에 업고 법정에서 다투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586그룹의 도덕성 문제와 결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586과 무슨 상관이 있겠나. 생물학적 나이가 겹치는 것일 뿐이겠지.”

- 글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202011호 (202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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