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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토로] ‘킹 메이커’ 자임하는 김무성(전 새누리당 대표)의 정권 탈환론(論) 

“보수 단결만으론 부족··· 중도까지 흡수해야 승산” 

■“국민의힘 울타리 없애고 완전국민경선제 도입하라”
■“서울시장 선거? 안철수 우리 당 후보로 나가면 이겨”
■“탄핵 논쟁 벗어나서 중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 품어야”
■“권력 나눈다는 약속 지킬 사람 우리 당 후보로 뽑아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현재 거론되는 국민의힘 대선후보들 모두 능력은 충분한데 커튼에 가려져 있다 보니 진면목을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와 만난 건 10월 15일 아침, 장소는 서울 은평성모장례식장이었다. 당초 김 전 대표와의 인터뷰는 그가 이끄는 마포포럼(‘더 좋은 세상으로’) 사무실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전날 오후 그의 큰형인 김창성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했다. 고민하던 김 전 대표는 “그래도 한번 한 약속이니 지켜야 하지 않겠냐”며 월간중앙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대신 장소만 마포포럼 사무실에서 장례식장으로 바꾸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YS(고 김영삼 전 대통령)를 도와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며 정계에 입문한 김무성 전 대표. 그는 6선(15~20대) 의원을 지낸 베테랑 정치인이다. 김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아 박근혜 후보 당선의 일등공신이 됐다. 그는 대선 승리 직후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말없이 사라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운명은 얄궂었다. 그는 4년 뒤인 2016년 자신의 손으로 만든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서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주도했다. 김 전 대표는 “내 손으로 세운 대통령의 탄핵에 나서게 된 순간, 개인적으로 대선과 총선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주요 선거 연패의 늪에서 헤매는 당(국민의힘)을 보면서 한없는 안타까움을 느꼈다”는 김 전 대표는 “정권을 되찾아 오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치 않을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왜 정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그는 “누가 한들 이보다 못하겠냐”고 반문했다.

“김종인은 내공·경륜 깊은 인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0월 8일 마포포럼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사진:오종택 기자
지난 5월 말 근 30년 만에 여의도 밖으로 나왔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대개 국회의원을 오래 하다 그만두면 여의도를 쳐다보는 것조차 싫어하더라. 해외로 나가서 머리를 식히는 사람들도 있고, 친구들과 골프를 치거나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밀려서 그만둔 게 아니고 스스로 불출마한 경우라 자유로운 입장이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나라가) 망가져도 너무 망가지는 것 같아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결국 정치인의 역할이라는 건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그래서 뜻을 함께하는 동료들과 포럼을 만들기로 했다. 전직(20대 국회의원) 의원들에게 이런 취지를 담아 문자 메시지를 보냈더니 41명이 함께하겠다고 하더라. 내가 (대표를) 한다고 하면 또 친박·비박 말이 나올 것 같기에 그런 데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인 강석호 전 의원을 모임의 대표로 추대했다. 이제는 계파 같은 건 다 없애고 미래를 보고 나아가야 할 때다.”

마포포럼은 무엇을 하는 단체인가?

“여의도에서 나온 뒤 마포역 근처에 작은 사무실을 하나 얻었다. 처음에는 나와 강 전 의원, 둘이 사무실을 열었고, 지금은 회원 1인당 월 15만원의 회비를 모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41명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19대 의원들까지 가입하면서 회원 수가 60여 명으로 늘었다. 가입을 희망하는 사람이 많아 운영위원회에서 좀 까다롭게 심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 달에 두 번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10월부터는 매주 하기로 했다. 대권주자라고 할 만한 사람들을 불러서 어떻게 집권할 것인지 그 생각을 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특별히 순서가 있는 건 아니고 시간이 되는 사람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원희룡·오세훈·유승민·안철수·홍준표 등의 차례가 될 것 같다. 대권주자들을 부르기 전에 우리 당 선장인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말씀을 들어보는 게 도리인 것 같아서 10월 8일 김 위원장을 초청했다.”

김종인 위원장에 이어 원희룡 제주지사가 10월 15일 강연자로 나선 가운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0월 22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1월 12일 강연을 맡는다. 김 전 대표는 “유승민 전 의원과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인 위원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김 위원장은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이다. 비대위원장 영입 때도 그러지 않았나. 하지만 김 위원장이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은 된다고 생각하기에 내 나름대로 후원해왔다. 최근 경제 3법, 노동개혁 등과 관련해서도 (당내에서) 김 위원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았나. 그런데 김 위원장의 1시간 10분짜리 강연을 듣고 나서 ‘아, 이분이 내공과 경륜이 깊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김종인 위원장은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던가?

“포럼 회원 중 누군가가 김 위원장에게 ‘(대선) 출마할 거냐’고 물었더니 김 위원장이 ‘안 한다. 내 나이 80(세)인데…. 그리고 출마할 거면 이렇게 (당 운영을) 안 한다’고 답하더라. 김 위원장의 단호한 답변에 믿음이 갔다. 세미나 끝 무렵에 내가 발언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 회원들은 다 마음을 비운 사람들이다. 이 공간의 브랜드는 비움이다. 애국심을 바탕으로 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세상을 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게 보이더라. 이제 정권 탈환을 위해 힘을 모으려 한다. 그래도 우리 스탠스(stance)는 2선이다. 1선은 당이다. 우리는 뒤에서 도울 뿐이다. 우리는 절대 선을 넘지 않을 거다. 당에서 하지 못하는 일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초청 세미나가 서로 가까워지고 신뢰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흡족하다.”

“이기고 싶다면 반문·비문 연대는 필수”


▎2018년 6월 15일 열린 당시 자유한국당 비상의원총회에서 김무성 의원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김 위원장에게 특별히 당부한 말은 없었나?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가이드라인 같은 거 만들지 말라고 했다. 솔직히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내후년 대통령선거 모두 녹록지 않다.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기기 위해서는 반문(反 문재인)과 비문(非 문재인)이 연대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우리 스스로 울타리를 없애는 게 필수다. 가장 중요한 건 자유 경쟁을 통해서 스타가 탄생한다는 점이다. 무명 상원의원이던 오바마도 명연설을 계기로 스타가 된 것 아닌가. 이제는 누가 손때 묻혀서 누구를 만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누구든지 (우리 당에) 들어와서 치열하고 자유롭게 경쟁하게 해야 한다. 그런 여건이 만들어진다면 안철수(국민의당 대표)도 들어올 것 아닌가. 선택은 국민이 하는 거다. 그게 〈미스터 트롯〉 방식이다. 얼마 전 김 위원장은 ‘〈미스터 트롯〉에는 전문가 심사위원이 있는데 우리 당에는 그게 없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국민이 최고 전문가이고 공정한 심사위원인데 무슨 걱정인가. 공정한 룰과 함께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해야 서울시장 선거든 대선이든 승산이 있다. 시간이 없다. 빨리 게임의 룰을 만들고 선수들을 불러야 한다.”

최근 국민의힘 보궐선거 경선준비위원장 인선 등과 관련해 당내 갈등 양상이 비쳤다. 그런 가운데 서울시장 후보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되는 김선동 사무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일련의 과정을 어떻게 보나?


▎2015년 4월 김태호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김무성 대표를 업어주고 있다.
“우리 당은 국민에게 탄핵당한 당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 절대다수의 힘에 의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리 당이 탄핵당한 것이다. 잘못했다고 사과했어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는 내부 총질이나 하지 않았나. 지난 총선에서 친박 핵심이라는 홍문종·조원진(전 의원)이 참패했다. 태극기부대가 광화문에 모이는 건 이 정권에 항의하려는 데 목적이 있지, 친박을 지지하려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친박을 골라내서 정리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이제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보궐선거)경선준비위원장이 유일호(전 경제부총리)에서 김상훈(의원)으로 바뀐 건 유일호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 그리고 박근혜 정부 경제부총리를 지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김선동(전 사무총장)의 경우 적절한 타이밍에 잘 그만뒀다고 본다. 룰을 만들어야 하는 심판이 선수로 뛸 수는 없지 않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 절차가 마무리되면 대국민 사과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9월 3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 이어 다시 한번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당이 공식 사과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김 위원장은 9월 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국민의힘이 앞으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당의 공식 사과가 필요하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며 “주변에서 ‘아직 법적인 문제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성급하지 않냐’고 해서 지금까지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인 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신경전을 펼치던데.

“안철수? 어서 (우리 당으로) 들어와야지. 자기 혼자서 서울 시장이나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안철수도 빨리 그걸 자각하고 반문 연대에 동참하길 바란다. 그런데 안철수가 들어오게 하려면 당 울타리를 없애고 룰을 공정하게 만들어야 한다. 내가 우리 포럼의 세미나에 안철수를 초청한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안철수 대표 측에서는 흡수 통합은 꺼리는 것 같다.

“그래서 울타리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지 않나. 완전국민경선제에 대해 우리 당원 중 반발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정안도 있다. 가령 당원이 뽑은 후보와 일반 국민이 뽑은 후보가 최종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쨌든 최종 결론은 국민이 내리게 해야 한다.”

안철수 대표가 들어올까?

“안철수가 안 들어오면 우리도 지고, 안철수도 진다. 안철수가 독자노선을 걷는다면 (전체 표의) 10~15%는 가져갈 것 아닌가. 둘 다 필패다. 고정관념에서 탈각(脫却)해야 한다. 그 운동을 내가 하려는 것이다.”

“대선후보 첫째 자질은 민주적 사고방식”


▎2013년 4·24 재·보궐 선거 당선 동기인 당시 새누리당 이완구·김무성, 무소속 안철수 의원(오른쪽부터)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국민의힘에 대선후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당에 후보가 없다고들 하던데…. 누가 한들 문재인보다 못하겠나? 완전히 나라를 망치고 있지 않나? 원희룡·오세훈·유승민·홍준표·안철수·김태호 등등을 다 (경선에) 집어넣은 뒤 치열하게 토론하게 하면서 1차 컷오프, 2차 컷오프 하는 과정에서 스타는 나오게 된다. 지금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는 상태다. 우리 후보군의 진면목을 보기 어렵다.”

대선후보에겐 어떤 자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민주적 사고방식이다. 이 정권 들어 추진하는 탈원전을 보자. 한마디로 상식을 벗어난 행위다. 원전은 과학기술인데 무지한 정권은 탈원전을 추진한다. 더 가관인 건 여당에서 대통령한테 제대로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송영길 의원 혼자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던데 훌륭하다고 본다. 이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2명이 (차례로) 날 찾아온 적이 있다. 그래서 ‘탈원전은 안 된다고 김무성이 강조하더라는 말을 대통령에게 전할 수 있겠냐’고 했더니 답을 못하더라. 향후 대세인 전기차만 봐도 탈원전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알 수 있다. 전기차는 말 그대로 전기가 필요한 차다. 석탄을 때가면서 전기를 만들 것인가. 일본 원전 주변 마을에 가봤더니 ‘지진 나면 원자력발전소로 피하라’는 매뉴얼이 있더라. 그만큼 원전에 철저하게 방진(防震) 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을 정리하면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 굉장히 난관이 많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려면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그게 독선일 수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 대통령제는 매우 제왕적이다. 또 지금 거론되는 우리 쪽 후보들도 대체로 독선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사람이 바뀔 수 있다. 권력을 독식하면 독선이 된다. 권력을 나누겠다는 약속을 지킬 사람을 우리 당 후보로 뽑아야 한다.”

이 대목에서 김 전 대표는 3년 전 문재인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시간은 2017년 2월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2월 말이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회 탄핵결의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認容)되기 10일 전쯤이다. 한 지인의 상가에서 조우한 김 전 대표와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예비후보는 이런 얘기를 나눴다. 두 사람은 경남중 선후배(김 전 대표가 1년 선배)다.

“문 후보, 이대로 가면 당신이 대통령 되겠네요. 그런데 꼭 할 일이 있어요. 제왕적 대통령제가 나라를 망칩니다. 대통령이 되면 권력 분산형 개헌을 추진하면 좋겠어요. 이 시스템에서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습니다.” 김 전 대표의 회고가 이어진다. “그런데 문 후보는 ‘선배님,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사람이 문제입니다. 제가 되면 절대로 그렇게 안 합니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세상일은 모르는 겁니다. 문 후보가 아무리 잘하려 해도 (정권 출범) 3년 내로 대형 사고가 터져서 레임덕에 빠질 수 있으니 잘 생각해보세요’라는 말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서울시장 후보로 가장 적합한 인물은 누구일까?

“서울시장과 가장 인연이 있는 사람은 안철수 아닐까 싶다. 안철수는 박원순을 당선시켰을 뿐 아니라 선거에도 나가 봤으니까. 물론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안철수든 다른 사람이든 추대는 안 된다. 공정한 룰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시장의 자격 조건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공정을 외치는 시위(월가를 점령하라: Occupy Wall Street)가 벌어졌다. 많은 서민이 일자리를 잃은 와중에도 고위급 금융인들은 고액 연봉, 퇴직금, 스톡옵션 등을 챙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조국-추미애 사태에 이어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 국민도 공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실 우리 당은 그동안 시대정신에 둔감했다. 다시 말하지만 누군가가 손때 묻혀서 누군가를 후보로 세운다는 생각은 제발 버려야 한다. 후보들끼리 치열하게 토론하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이 선택하는 과정에서 스타가 탄생한다. 공정이 곧 시대정신이고 그게 서울시장 후보의 첫째 조건이다.”

“공정이 곧 시대정신”


▎2012년 10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와 김무성 선대본부장이 선거대책위원회 워크숍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왜 완전국민경선제를 고집하나?

“수십 년 정치를 해보니 여야,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불공정하더라. 권력자에게 빌붙어야 공천을 받는 게 현실이다. 이걸 없애기 전에는 우리나라 정치 발전은 절대 없다. 내가 집권여당 당대표가 된 뒤 수십 년 악행을 근절하기 위해 상향식 공천제도 도입을 추진했다. 당시(2015년) 문재인 민주당 대표에게도 ‘상향식 공천제도를 같이 만들어보자’고 제의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를 바꾸려면 여야 합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 대표가 ‘우리 당에 정리할 사람이 30% 정도 된다’며 거절하더라. 그래서 우리 당만 상향식 공천을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당내 반발이 컸다.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람을 심어야 하기도 했고, 또 박 전 대통령의 눈밖에 벗어난 사람을 잘라야 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당대표(2014년 7월~2016년 4월)였을 때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모두 대승을 거뒀다. 보궐선거는 ‘여당의 무덤’인데 말이다. 공천 시스템이 상향식, 즉 민심이 제대로 반영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민이 직접 후보를 뽑았으니 선거 결과가 좋을 수밖에 없지 않았겠나. 2016년 총선 즈음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파동을 기억할 것이다. 그때 이미 우리는 진 것이다. 그런데도 모든 걸 내 책임으로 뒤집어씌우는 사람들이 있더라.”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은 현직 공무원이다. 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직(職)에서 물러난 지 오래되지 않았다. 왜 이들이 야권 블루칩으로 꼽힐까?

“국민이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소신껏 하기 때문이다. 저런 사람들이 (대통령을) 하면 얼마나 잘할까 기대하는 거다. 그러나 아무리 잘난 사람도 혼자서는 못한다. 주변에서 밀어주고 끌어줘야 한다. 과거 ‘행정의 달인’ 고건, ‘대쪽’ 이회창, ‘유엔 대통령’ 반기문도 실패하지 않았나. 정치는 절대로 혼자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정치를 제대로 알고 또 국민이 원하는 시대정신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 곁에서 ‘선수’들이 도와야 하는 건 기본이고.”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재기할 수 있을까?

“글쎄…. 내가 거론하기 어려운 문제 아닐까?”

국민의힘은 헌정 사상 최초로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에 빠졌다. 원인과 해법은 뭘까?

“우리 사회는 좌우 진영 논리에 빠져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우리 당이 먼저 이걸 깨고 나와야 한다. 또 좌파는 똘똘 뭉쳐 있는 반면 우파는 분열돼 있다. 이기려면 단순히 보수끼리 뭉치는 거로는 부족하다. 중도까지 흡수해야 한다. 그래야 승산이 있다. 그 일을 내가 하려는 것이다. 또 하나, 우리 당이 이제는 탄핵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탄핵은 정치 재판이지 형사 재판이 아니다. 정치 재판은 역사적으로 이미 끝났다. 국민 절대다수가 지지한, 오래전에 끝난 걸 자꾸 다시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스스로 발목을 잡는 거와 다를 바 없다. 우리 당은 세상 바뀐 걸 모른다.”

직접 선수로 뛸 생각은 진짜 없나?

“내가 대통령으로 만든 박근혜를 내 손으로 탄핵했다. (2016년 당시) 내가 탄핵을 주장했을 때 문재인·안철수·유승민 등은 반대 입장이었다. 그러다 내가 앞장서니까 나중에 따라왔다. 탄핵을 주도하면서 대권은 절대 도전 안 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대통령이 탄핵에 이르기까지) 집권여당 대표로서 내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우파 지식인뿐 아니라 중도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모두 규합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부산시장 선거에는 생각이 없다.”

“지지율 답보, 김종인만의 책임 아냐”


▎2001년 당시 한나라당 의원총회 도중 대화하고 있는 이회창 총재(오른쪽)와 김무성 원내 부총무.
당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두의 책임이지 김종인 위원장만의 책임은 아니다. 그래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타 탄생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스타가 당 지지율을 끌고 가도록 해야 한다. 지난 총선에 패인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공천 실패고, 둘째는 황교안 전 대표의 차기 대통령 가능성이 작았던 데 있다고 본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황 전 대표의 종로 지역구 당선 가능성마저 작다는 게 확인되지 않았나.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미래 권력 가능성을 바탕으로 당 지지율을 이끌어갔다. 유승민·원희룡·오세훈·안철수·홍준표 모두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종인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특유의 ‘마이너스의 손’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당 운영 방식을 확 바꿔야 한다”고 김 위원장을 직격했다. 그는 10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지지율이 김 위원장 취임 당시의 27.5%에 근접할 정도로 하향 국면에 있다”면서 “모든 정치 일정과 인사를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비대위의 문제가 다시 한번 외부로 드러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다시 선거 정국이 열린다. 어떤 역할을 할 건가?

“(우리 포럼의)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은 시너지 효과를 내서 문재인 정권이 망친 나라를 구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물론 당도 옳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정권 탈환에 온몸을 바칠 생각이다. 다시 말하지만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202011호 (202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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