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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G2 갈등의 또 다른 화약고, 대만해협 

美·中의 ‘열전(熱戰) 무대’ 될 것인가 

‘군사 밀월’ 넘어 30년 만의 미군 주둔 목소리도… 中 압박 가속화
‘하나의 중국’ 원칙 무시당하는 시진핑 올겨울 무력 도발설 모락모락


▎마스크를 착용한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장관(왼쪽)이 올 8월 10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쌍십절(雙十節)’은 대만(臺灣, Taiwan)으로 부르는 중화민국(中華民國, the Republic Of China)의 건국기념일인 10월 10일을 말한다. 10자가 두 번 나오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동시에 신해혁명(辛亥革命) 기념일이기도 하다. 쑨원(孫文)을 비롯한 혁명파는 1911년 10월 10일 청조(淸朝)를 타도하기 위해 봉기했고, 이후 1912년 1월 1일 난징(南京)에서 민주공화정을 지향하는 중화민국을 건국했다.

중화민국은 군벌의 난립과 쑨원의 후계자인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과 마오쩌둥(毛澤東)의 공산당의 정권 다툼으로 혼란을 겪었다. 국민당은 일본의 침략에 맞서 공산당과 힘을 합쳐 대항했다. 이후 항일 전쟁에서 승리한 국민당과 공산당은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내전을 벌였고, 패배한 국민당은 대만으로 피신했다. 중국 대륙을 차지한 마오쩌둥과 공산당은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을 건국했다. 반면 장제스와 국민당은 중국 대륙의 법통을 잇는다는 의미로 대만에서 중화민국을 세웠다.

하지만 대만이 사용하는 중화민국이라는 국호는 1971년 유엔에서 중국이 ‘정통 정부’로 승인된 이후, 국제사회에서 사라져 버렸다. 중국 정부가 그동안 ‘하나의 중국(One China)’ 원칙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각국이 중화민국이란 국호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만 정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사용할 새 여권을 만들면서 ‘CHINA’라는 단어를 안 보일 정도로 줄이고 ‘TAIWAN’이라는 단어를 크게 확대했다. 대만 여권 디자인이 크게 바뀐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으로 ‘China’라는 단어 때문에 외국에서 중국인으로 오해받는 사례가 많다는 대만 국민의 불만을 수용한 조치다. 대만에선 이처럼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는 중국의 주장에 동조하는 국민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간선 넘나들며 전쟁 위기감 고조


▎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쌍십절을 맞은 대만에선 그 어느 때보다 반중(反中)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 대만 정부는 수도 타이베이 총통부 건물에 국민의 반중 정서를 대변하는 ‘나는 대만인이다’라는 문구를 미디어 파사드 기법으로 투사하기도 했다. 민간 정책기관인 대만싱크탱크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만 국민 중 자신을 ‘중국인’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단 2%에 불과했다. 대만인과 중국인 가운데 하나만 선택하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6%가 대만인을 선택했다. 중국인이라는 응답자의 비율은 6.3%밖에 되지 않았다. 대만이 국제기구 참여 등 대외 활동을 위해 사용해야 할 명칭으로 ‘대만’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는 찬성이 80.5%, 반대가 12%였다. 대만 국민이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분명하게 대만인이라고 밝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 인민해방군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대만 해협의 중간선을 수시로 침범하는 등 무력 도발을 감행해오자 대만 국민의 중국에 대한 감정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대만 해협은 중국과 대만 사이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연결하는 바다다. 길이 400㎞, 폭 130∼200㎞, 수심 50m인 대만 해협은 대만 입장에서 중국의 위협을 막아주는 ‘천혜의 방파제’다. 중국으로선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방해하는 지리적 애물단지로 볼 수 있다. 양안이란 표현도 대만 해협을 두고 서안(중국)과 동안(대만)이 마주 보는 관계라는 데서 유래됐다.

대만 해협의 가운데에는 ‘중간선’이라고 불리는 중국과 대만의 군사 분계선이 있다. 애초 이 중간선을 그은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1954년 대만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면서 자국 함정과 항공기가 중국 쪽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대만 해협의 가운데를 중간선으로 설정했다. 중국은 그동안 대만이 정한 중간선을 인정한 적은 없지만 군사 분계선으로 간주해 가능한 한 함정과 항공기가 넘지 않도록 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중국군 전투기들이 이 중간선을 넘어서면서 대만군 전투기들이 출격하는 사태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대만 정부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빈번한 중간선 진입으로 대만군과 의도치 않은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현재 상황이 1996년의 미사일 위기에 버금갈 정도로 위험한 상태라고 보고 있다. 중국은 대만의 첫 민선 총통 선거를 목전에 둔 1996년 3월 대만 남북부의 양대 항구인 가오슝과 지룽 앞바다를 겨냥해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당시 인민해방군은 육해공 3군 합동 훈련을 벌이면서 15만 병력을 동원해 대대적인 무력시위에 나섰다. 미국도 항공모함 두 척을 대만 인근 해역에 배치하면서 전쟁 위기감이 고조됐었다. 왕쿵이 대만국제전략연구회 회장은 “중국군 전투기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으면 불과 200초 만에 대만 신주에 닿을 수 있다”면서 “중국군 전투기가 중간선을 넘는 행위는 대만 공군에 대응 시간을 거의 주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대만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올 9월 중순부터 중간선을 넘은 중국군 전투기들은 수십대에 달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 카드로 대만과 외교·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대폭 확대하자,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이 중간선을 사실상 무력화하면서 대만에 대한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양안 위기가 국지적·우발적 충돌을 넘어 중국군이 대만을 무력 침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군사·정보 전문가들은 최근 잇달아 미국 대선일인 11월 3일과 대통령 취임날인 내년 1월 20일 등을 전후해 중국이 대만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올 11월 혹은 내년 1월, 中의 대만 공격 가능성


▎대만 공군의 F-16 A(위)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중국 공군의 H-6 전략폭격기에 대응하고 있다. / 사진:대만 공군
세스크롭시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의회 전문지[더 힐(the Hill)]에 기고한 ‘미국 선거일이 대만에는 위기가, 중국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제목의 글(9월 17일 자)에서 “미국의 당파적 적개심이 너무나 격렬해진 상태여서 11월 3일 대선의 어떤 결과도 이의 제기를 받게 될 것”이라며 “중국에는 11월 3일보다 더 좋은 대만 공격 순간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클 모렐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부국장과 제임스 윈펠드 전 해군 제독도 올 8월 해군대학 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는 내년 1월 20일을 전후해 중국이 대만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래리 다이아몬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대만에 무력을 사용해도 징벌이라는 결과를 피할 수 있다고 간주한다”면서 “중국 공산당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겠다고 허풍을 떤다고 여기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생각”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자매지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 언론매체들은 미국과 대만의 관계 강화는 중국에 대한 도전이라며 미국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내용의 논평 등을 연일 게재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비공식 대변인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장은 “대만이 법적으로 독립을 선언하거나 미국이 대만과 국가 간에만 가능한 실질적 관계를 맺으면, 중국군이 반드시 군사적 행동으로 대만을 해방시킬 거라 믿는다”고 경고했다. 진찬룽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대만의 기본 판세에 변화가 생겨 정권을 놓고 경쟁하는 국민당과 민진당 분할 구도가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 편향 구도로 바뀌었다”며 “우리는 이미 대만 문제를 물리적으로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미국과 전쟁 불사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중국이 인내할 수 있는 ‘레드 라인’을 미국 정부가 단계적으로 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급소(急所)를 대만이라고 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시하는 조치와 행동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했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기로 약속했었다.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시하고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려는 것은 중국의 분열을 노리려는 의도다.

중국은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족을 제외한 소수민족들의 인구는 전체의 8.5%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사는 면적은 중국 전체 영토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소수민족들의 거주 지역은 천연자원이 풍부한 건 물론 이웃 국가들과 국경을 맞댄 곳이 많아 중국에 있어선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들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대만, 홍콩, 신장 위구르·티베트 자치구 등을 모두 ‘핵심이익’이라 부르고 있다. 핵심이익은 중국이 절대 타협하지 않고 물리력 사용을 불사해서라도 지켜야 할 곳을 말한다. 중국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이 바로 거대한 영토가 분할되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대만과의 통일을 최대의 과제로 상정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간파한 미국 정부는 대만과의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부 장관은 올 8월 9일부터 13일까지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총통을 직접 만나는 등 사실상 정부 대표로 활동을 벌인 것을 들 수 있다. 에이자 장관은 1979년 미국 정부가 대만과 단교한 이후 파견한 최고위급 인사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과 수교 이후 지난 41년간 대만과는 공식적으로 교류하는 것을 기피해왔다. 에이자 장관의 대만 방문은 코로나19 방역 협력을 위한 명목이었지만 중국 정부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파기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장야중 대만대 교수는 “미국 입장에선 무역전쟁·남중국해·홍콩·위구르·티베트·코로나19 등의 이슈 가운데 ‘대만 카드’가 중국을 견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며 “에이자 장관의 대만 방문은 미국 정부가 대만 문제와 코로나19 책임론 등 2가지 카드를 동시에 펼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中 스텔스 버금가는 F-16 V로 만반의 준비


▎미국의 대만주재 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가 올 8월 공개한 사진. 대만 F-16 전투기가 미 애리조나주 루크 공군기지에서 미 공군과 공중급유 훈련을 벌이고 있다. / 사진:뉴시스
그런가 하면 브렌트 크리스턴슨 미국재대만협회(American Institute in Taiwan, AIT) 대표는 올 8월 23일 진먼다오(金門島) 타이우산(太武山) 충렬사에서 열린 중국군 포격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행사에 사상 처음으로 참석했다. 진먼다오는 중국을 마주하고 있는 대만의 최전방 지역이다. 인구 5만 명에 면적 134㎢인 이 섬은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1.8㎞ 거리지만, 대만 본섬과는 200㎞나 떨어져 있다. 중국은 1958년 8월 23일부터 44일간 47만 발의 포탄을 이 섬에 퍼부었다. 당시 대만군 병사와 민간인 등 618명이 사망하고 2600여 명이 부상했다. AIT는 민간기구이지만 사실상 양국 단교 이후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 역할을 하고 있다. 대만 집권 여당인 민진당의 뤄즈정 입법위원(국회의원)은 크리스턴슨 대표의 추모행사 참석을 “역사·외교적 의미가 있다”며 “현재 대만과 미국의 공동방위조약은 없지만, 양국 관계는 동맹국과 같은 관계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미국은 올 8월 28일 대만 타이중에 F-16 전투기 정비센터를 설립해 중국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유일한 F-16 전투기 정비센터를 대만에 설립한 것은 미국과 대만의 ‘군사 밀월’을 상징한다. 양국의 군사장비 기술 이전 등 폭넓은 안보 협력의 핵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비센터는 지난해 12월 F-16 개발사인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대만 국영 방산업체 한샹(漢翔, AIDC)이 맺은 협약에 따른 것이다. 이곳에서는 F-16 계열의 모든 전투기를 정비·수리하고 업그레이드 등도 할 수 있다. 특히 이 정비센터에선 대만 공군이 보유한 기존 F-16 A/B를 모두 F-16 V로 업그레이드하는 성능 개량 사업인 ‘펑잔(鳳展)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된다. 대만 공군은 1990년대 초반 도입한 F-16 A/B 142대를 운용 중이다. 대만은 2022년까지 F-16 A/B의 성능 개선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올 8월 15일 대만에 최신형 F-16V 66대를 판매하는 계약을 최종 승인했다. F-16V는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대만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향후 대만이 운용할 F-16V는 총 208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주목할 점은 앞으로 대만 주력 전투기가 될 F-16V의 성능이다. F-16V는 눈(레이더)과 머리(컴퓨터)가 좋아진 최신예 모델이라는 것이다. 대만 군사전문가들은 “F-16V가 중국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殲, J)-20에 대적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젠-20을 제외한 중국의 모든 전투기보다 성능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대만군은 그동안 중국 인민해방군의 침공 계획에 대적할 무기가 없어 전전긍긍해왔지만, F-16V를 보유함으로써 한시름 놓게 됐다. 대만군은 초도 분량으로 도입한 F-16V 6대를 중국 본토와 가까운 지역에 전진 배치할 계획이다.

미국은 올 8월 27일 대만 공군 조종사들이 애리조나주 루크 공군기지 상공에서 F-16V 전투기로 공중 급유 훈련을 받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대만 공군 조종사들이 미국에서 훈련받는 모습을 미군 측이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은 그동안 정기적으로 영관급 장교나 퇴역 장성을 대만에 파견, 대만군의 연대 단위급 훈련에서부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워게임(War game), 피아식별 시스템 및 연락체계 구축, 미사일 발사 훈련에 이르기까지 자문단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왔다. 게다가 대만군의 지휘·관리·통신·정보 등의 시스템을 미군 모델과 호환되도록 변경해 전시 상황에서 미군과 대만군이 지휘·작전 체계를 일원화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단교한 대만과 FTA까지 체결하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병력 30만 명 감축을 선언했지만, 해병대만큼은 오히려 세 배 늘렸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또 올 8월 31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2년 대만의 안전보장을 위해 작성한 ‘6개 보장’ 문서에 대해 비밀해제 조치를 내렸다. 이 문서에는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미국이 종료 시점을 정하지 않았다는 것, 무기 판매에 앞서 중국과 이를 협의하기로 하지 않았다는 것, 대만 관계법을 개정하지 않는다는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미국의 의도는 대만과 군사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을 중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조만간 대만에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대전차미사일, 드론, 지뢰, 수중기뢰 등으로 구성된 최대 7종의 무기체계를 한꺼번에 판매할 계획이다. 이 중에서 눈에 띄는 무기 체계는 공대지 미사일(AGM-84H/K SLAM-ER)이다. 최대 사거리는 278㎞인 이 미사일은 F-16V 전투기에 장착할 수 있다. 이 경우 F-16V 전투기는 대만 상공에서 중국 본토의 중요 목표물이나 대만해협을 항해하는 중국 군함을 타격할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공격용 무기는 수출하지 않았었다. 미국과 대만은 올 10월 5일 화상 방위산업회의를 열고 대만에 필요한 최신 무기를 논의했다. 대만은 중국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나들며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 대응해 가장 시급한 무기 구매 리스트를 전달했다.

특히 미국 정부는 대만과의 경제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차관이 올 9월 17~19일 대만을 방문해 차이 대만 총통을 비롯해 주요 인사들을 만나고 올 7월 말 별세한 리덩후이 전 총통 추모 예배에 미국 정부 대표로 참석했다. 미국과 대만은 이번 크라크 경제차관의 방문을 계기로 ‘경제·상업 대화(economic and commercial dialogue)’를 정식 출범시켰다. 양국은 인도·태평양 전략, 공급망의 재구성 및 반도체와 5G, 의료,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미국과 대만의 경제·상업 대화 채널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하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여부도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차이 총통은 “대만의 주요 교역국이면서 무기 공급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며, 이를 위해 FTA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국교 관계가 없는 대만과 FTA를 체결할 경우 사실상 경제를 매개로 한 동맹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주장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이런 전략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대만을 관할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로켓군은 올 9월 24일 공식 웨이보 계정에 둥펑(東風·DF)-11A 단거리 탄도 미사일 10발을 동시에 발사해 모의 대만 공군기지 활주로와 격납고 등을 파괴하는 영상과 ‘전쟁이 일어나면, 이것이 우리의 대답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사거리가 300㎞인 둥펑-11을 개량한 둥펑-11A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700㎞로 대만 전체를 타격할 수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을 공격할 수 있는 1400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해 놓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또 해군 소해함을 대거 동원해 대만해협에 설치된 기뢰제거 훈련까지 했다. 기뢰는 선박이 지나갈 때 발생하는 소리나 자기장 변화를 감지하면 폭발하는데 대만군은 중국군의 침공에 대비해 대만 해협에 상당한 규모의 기뢰를 매설해 놓았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대만군이 대만해협에 기뢰를 설치해 중국군의 상륙을 저지하고 미군을 기다릴 시간을 벌려는 것 같다”면서 “중국군은 기뢰를 신속히 제거할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또 대만 상륙작전에 동원할 수 있는 최소 6개의 해군육전대(해병대) 상륙여단을 동부전구에 배치했다.

30년 만에 미군 재주둔? 中 “무력통일 불사”


▎중국은 대만 상륙에 대비한 해병대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사진:중국 신화망 캡처
게다가 중국 인민해방군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젠(殲, J)-20을 대만에서 500㎞ 떨어진 동부 저장성 취저우시 인근 공군기지에 실전 배치했다. 중국은 미국의 F-22와 F-35 등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에 맞서 젠-20을 개발해 왔다. 젠-20은 공중급유를 통해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며, 장거리 크루즈미사일 발사에 스텔스 기능까지 갖춰 중국에서 제5세대 전투기로 불린다. 젠-20은 취저우의 공군기지에서 이륙하면 대만의 작전 지역까지 불과 7~8분 만에 접근할 수 있다.

중국의 무력 통일 가능성이 제기되자 미국에선 지상 병력의 대만 주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 육군 저널 [밀리터리 리뷰]는 9·10월호에서 “동아시아 지역의 힘의 균형이 미국과 대만에서 중국으로 계속 기울고 있다”면서 “대만의 주권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다면 미국은 지상군 주둔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군 지상 병력의 대만 주둔 전략은 중국의 반(反) 접근·지역거부(A2/AD) 전략 때문에 유사시 인민해방군의 기습공격에 맞서 미군이 대만에 신속하게 도달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 오키나와의 가데나 미군 공군기지는 대만과 760㎞ 거리여서 중국이 보유한 각종 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있다. 중국 로켓군의 공격으로 대만과 가장 가까운 미군의 거점인 가데나 공군 기지가 무력화될 수도 있다. 미국은 1951년부터 대만에 연합방위사령부와 군사고문단을 두고 육·해·공군 병력을 주둔시켰다. 하지만 1979년 중국과의 수교로 대만과 단교하면서 모든 병력을 철수시킨 바 있다. 미군이 다시 대만에 주둔한다면 미·중 관계는 1979년 이전의 군사적 대치 상태로 회귀하는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미군이 대만에 다시 주둔한다면 무력 통일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대만에 간섭하는 외부세력에 대해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쑹중핑 중국 군사전문가는 “미국은 중국의 핵심이익에 도전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미국은 자신들의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대만을 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강경 반응에 대해 미국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단지 엄포를 놓거나 분노를 터뜨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군사적으로 대치할 경우 자칫하면 우발적으로도 무력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선딩리 중국 상하이 푸단대 교수는 “섬(대만)을 둘러싼 양국 간 무력 충돌의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더욱 노골적으로 대만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미국과 대만이 앞으로 군사·경제 동맹 관계를 맺을 경우 대만은 양국의 ‘열전(熱戰)의 무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2011호 (202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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