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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 한국 경제의 활로 뚫을 BBIG]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시대와 기업규제 3법의 기묘한 동거 

대한민국, 황금 포트폴리오 가질 수 있을까 

■ 반도체·BBIG 장착한 대기업들 성장 기업으로 진화
■ 코로나19 모멘텀 삼아 바이오·언택트 기업들 약진
■ 文 정부 뉴딜펀드도 디지털·친환경 기반 산업 투자
■ 3억원 대주주 중과세, 기업규제 3법 시장 반발 불러와


▎2020년 1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년합동인사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이 모였다.
프로야구 구단 변천사는 곧 대한민국 산업 흥망성쇠의 역사다. 1982년 출범한 이래 2020년까지 영속한 팀은 삼성과 롯데뿐이다. 1980년대 중반 무렵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400달러 수준이었다. 전체 제조업 생산에서 식음료, 의류 산업 비중이 역대 최고였다. 그 시절 해태·OB·삼미·청보·빙그레·쌍방울 등이 프로야구의 주류였다.

그러다가 1990년부터 2001년까지 시차를 두고 쌍방울은 SK(2000년)로, 해태는 KIA(2001년)로, MBC는 LG(1990년)로, 태평양은 현대(1996년)로 구단 주인이 바뀌었다. 2010년대 이후 가세한 9·10구단은 IT 기업이었다. 2013년 게임회사 NC소프트가 NC 다이노스를, 2015년 통신회사 KT가 KT 위즈를 창단했다. KT의 가세로 국내 통신 3사(SK·KT·LG)가 프로야구 신주류로 떠올랐다. 최근 두산 베어스 매각설이 돌았을 때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실현 가능성과 관계없이 인수 후보로 카카오가 거론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시대상을 바꾼 2020년부터 BBIG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BBIG는 전기차 배터리(2차전지), 바이오·인터넷·게임을 통칭한다. 기존 대기업은 미래 사업 모델의 중심을 BBIG로 전환하고 있다. 삼성은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SDI(2차전지), 삼성바이오로직스(바이오)가 급성장 중이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수소차·전기차 사업을 통해 ‘여전히 성장하는 회사’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통신 혹은 에너지 회사로 여겨졌던 SK도 SK하이닉스(반도체) 외에 SK이노베이션(2차전지), SK바이오팜(바이오)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가전과 생활용품 강자 LG는 핵심 계열사가 LG화학(2차전지)으로 바뀌는 추세다. 한화도 한화솔루션(태양광·수소 등 신재생에너지)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두 축, 반도체와 스마트폰


▎전기차 세계 1위 테슬라의 모델3.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델3에는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간다.
반면 BBIG에서 소외된 회사들은 성장 동력이 시험받고 있다. 유통·식료품·여행업 외에 석유화학 중심인 롯데는 2020년 상반기 그룹 전체 이익이 1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공업·건설이 주력인 두산은 아예 그룹의 존망이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2020년 현재 대한민국 산업의 확고한 ‘에이스’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10월 8일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 12조3000억원이라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2조원을 돌파한 것은 2018년 3분기(17조5000억원) 이후 처음이다. 그 당시에는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있었다. 이번에는 코로나19라는 충격과 맞닥뜨리고도 깜짝 실적을 냈기에 시장의 놀라움이 훨씬 더 컸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독보적 강점으로 꼽히는 ‘황금 포트폴리오’에서 이유를 찾는다. 삼성전자는 부품(반도체 등)과 완제품(스마트폰·가전 등)에 걸쳐 생산 능력을 겸비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포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5G 장비 관련 네트워크 사업부(IT)와 스마트폰을 다루는 무선사업부(mobile)를 총괄하는 IT·모바일(IM) 부문, 가전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를 관장하는 소비자가전(CE) 부문이 삼성전자의 삼각편대다.

이런 구조에서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는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의 아이폰, 중국의 화웨이 등과 경쟁한다. 가령 애플이나 화웨이 스마트폰이 갤럭시보다 잘 팔려도 그들 제품 속에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가 삽입돼 있다.

스마트폰·반도체 어느 쪽에서든 삼성전자는 이익을 실현할 수 있고, 그만큼 리스크 관리에 유리하다. 실제로 2020년 상반기 언택트 붐을 타고 DS 부문의 반도체 사업부가 실적을 떠받쳤다. 그 덕분에 삼성전자는 2020년 2분기에 8조1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10월 15일 ‘2020년 상반기 스마트폰용 D램 반도체와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전자가 각각 54%와 43%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 3분기에는 IM과 CE 사업부가 저력을 발휘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자 전 세계 소비자가 스마트폰과 TV 등 생활가전을 업그레이드한 효과였다. 3분기 삼성전자 IM 사업부는 4조2000억~4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직전 분기(2조원 이익)보다 두 배 이상 올라간 수치다. CE 부문 3분기 영업이익도 1조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시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여파를 만회해준 셈이다.

이런 흐름에서 9월 15일 미국은 중국 화웨이를 겨냥한 추가 제재를 발효했다. 미국 구글의 안드로이드 OS(운영체계)를 쓰지 못하게 된 화웨이의 스마트폰에 치명적 악재라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중국 내수기업으로 지배력이 축소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 2020년 7월 기준 화웨이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7%로 나타났지만, 중국 이외 지역 점유율은 6.6%에 불과했다. ‘애국 소비’가 발동한 중국 내 점유율(48%)을 제외하면 쇠락이 뚜렷하다.

10월 15일 [로이터]는 ‘화웨이가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의 매각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만으로 버텨보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2020년 7월 발표에 따르면 800달러 이상 하이엔드 레벨 스마트폰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은 4%(애플 46%, 삼성 41%)밖에 안 된다. 반면 600~799달러 가격대 스마트폰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은 20%(애플 50%, 삼성 21%)로 올라간다. 여기서 더 가격대가 내려갈수록 화웨이의 비중(300~599달러 18%, 200~299달러 24%, 100~199달러 19%)은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애플이 300달러 미만 스마트폰을 거의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화웨이의 중국 바깥 지역 스마트폰 판매는 5800만 대로 예상된다. 이 중 상당 부분을 삼성전자와 애플이 나눠 가질 수 있는 판세다. 특히 600~799달러 스마트폰이 최대 격전지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출하량을 2020년 2억6000만 대에서 2021년 3억 대로 늘릴 계획이다. 화웨이로 가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루트가 막힌데 따른 손실을 상쇄할 수 있는 활로다.

그린뉴딜과 통하는 2차전지와 수소차·전기차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내부. 한국 바이오산업의 심장과 같은 공간이다. /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2020년 상반기 D램 점유율 24%, 낸드플래시 점유율 17%)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했지만, 이 업종은 사이클을 탄다. 당장 화웨이라는 공급처가 사라진 2020년 4분기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 가격이 하락해 실적이 악화할 것이란 비관론이다. 호황·불황에 따라 출렁이지 않으려면 플랫폼 사업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클라우드)·애플(iOS)·구글(안드로이드)·아마존 등 ‘MAGA’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플랫폼 사업은 진입 장벽이 높다. 차선은 경기를 타는 업종을 늘리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이다. 이 지점에서 대안으로 BBIG가 지목됐다. 반도체와 더불어 BBIG는 대한민국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언택트 시대에 생존, 번영할 수 있는 주문처럼 여겨지고 있다.

화학전지의 일종인 2차전지는 방전 후 충전해서 계속 쓸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특히 소형 모바일 기기용으로 활용되는 리튬 이온 2차전지는 전기차 배터리로 각광받고 있다. 유럽 등 선진국일수록 연비 규제 등 친환경에 민감하다. 미국도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트렌드에 동참할 것이 유력하다. 테슬라를 바이든 수혜주로 지목하는 배경이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은 보고서에서 2018년 2.2%였던 글로벌 전기차 보급률이 2020년 5.3%를 찍고, 2023년에는 10.8%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비례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18년 15조1000억원에서 2020년 39조3000억원, 그리고 2023년 95조8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분야는 현대자동차가 한국의 대표선수격이고, 2차전지 분야는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의 트로이카 체제가 형성돼 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2차전지는 원통형·각형·파우치형 3가지로 나뉜다. 초기 전기차 모델에 해당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각형 배터리를 썼다. 일본에 친밀감을 보여온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2008년부터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 전량을 파나소닉에서 공급받았다. 파나소닉의 아성을 깬 기업이 LG화학이다.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테슬라 모델3에 들어가는 배터리로 LG화학의 파우치형이 선택된 것이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가벼운 무게, 긴 수명 등 장점이 확실하다. 생산 비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기술 개발로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 배터리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파우치형 배터리는 생산 비중과 시장 점유율에서 원통형·각형 배터리를 압도하는 추세다.

2차전지와 전기차·수소차 분야는 문재인 정부가 띄우는 한국형 그린뉴딜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7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경기도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정 회장은 “2025년에는 전기차를 100만 대 판매하고, 시장점유율을 10% 이상 기록해 이 부문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정 회장은 “넥쏘는 2019년 전 세계 수소전기차 중 가장 많은 5000대를 판매했다. 수소전기트럭은 2025년까지 1600대가 유럽으로 수출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수소차 제조사인 니콜라가 아직 1대의 수소트럭도 출시하지 못한 것과 대비된다. 전기차 분야에서도 아이오닉5(현대차), JW(제네시스), CV(기아차) 등의 모델이 출시 준비 중이다. 자회사인 현대모비스·현대위아, 현대로템의 전기차·수소차 부품 공급 비중도 올라가고 있다.

바이오의 시대가 다시 오다


▎2020년 1월 엔씨소프트가 공개한 신작 게임 리니지2M은 서프라이즈 실적을 이끌었다. / 사진:엔씨소프트
바이오산업은 코로나19 시대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코로나 치료제·백신을 향한 기대감과 저금리 정책에서 쏟아져 나온 유동성이 결합하자 실적보다 심리적 요인에 의해 바이오 주가가 폭등했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같은 기간(2020년 1월~8월) 코스피 의약품 지수는 코스피 전체 지수보다 67%p, 코스닥 제약 지수는 코스닥 지수보다 39%p 더 올랐다. 2015년 바이오붐을 떠올리는 퍼포먼스다. 마스크(웰크론·조아제약 등), 진단키트(씨젠·수젠텍 등), 치료제(신풍제약·녹십자·엔지켐생명과학·셀트리온 등), 백신(SK케미칼·신풍제약·진원생명과학·제넥신 등) 관련주가 순차적으로 상승했다.

2019년만 해도 코오롱 인보사의 식약처 판매 중지가 터졌고, 신라젠·헬릭스미스·메지온 등에서 스캔들이 쏟아지며 바이오 시장은 얼어붙었다. 그러나 2020년 1월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바이오산업의 귀환을 불러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셀트리온·한미약품·알테오젠 등이 주도했다.

그리고 SK바이오팜이 2020년 7월 2일 코스닥 상장됐다. SK바이오팜은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스위스 아벨테라퓨틱스(6000억원)와 일본 오노약품(5788억원)에 기술 수출했다. 이 약은 5월 11일 미국에도 출시됐다. 한국과 일본·중국에서도 임상 3상 시험이 예정돼 있다. SK팜테코는 바이오시밀러와 더불어 한국 바이오산업의 양대 축인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을 담당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사업이라는 장기 프로젝트를 담당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0년 삼성이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바이오를 선택하면서 성장했다. CMO에 집중한 결과 2020년 매출 1조 클럽 가입이 확실시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8월 11일 인천 송도에 세계 최대 규모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2022년까지 1조74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20년 수주액은 9월 시점(1조8000억원)에 이미 전년(3100억원) 대비 6배에 달했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2019년 매출(7659억원)도 전년 대비 2배 증가했고, 창립 8년 만에 첫 흑자(영업이익 1228억원)를 기록했다.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의 유럽 점유율이 출시 4년 만에 오리지널 의약품인 암젠의 엔브렐을 추월한 덕분이었다.

셀트리온의 글로벌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2020년 상반기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10.62%였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흑자였다.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혈액암 치료용)의 글로벌 판매량이 올라간 효과였다. 이어 램시마SC(류머티즘성관절염 치료약)로 유럽과 미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셀트리온은 6월 11일 일본계 다국적 제약회사 다케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합성의약품 사업부문을 3324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9월 25일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의 합병 계획이 확정됐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빅파마(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겠다는 포부다.

언택트 시대의 대장주들


▎BTS의 전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코스피 상장에 성공했다. /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언택트 시대의 ‘3대장’으로 카카오·네이버·엔씨소프트가 꼽힌다. 비대면 세상에서 사람들이 ‘집콕’에 몰입할수록 IT·콘텐트 등 ‘관심경제’ 분야로 돈이 쏠린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막강한 플랫폼 흡인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쇼핑, 모바일 금융, 전자결제 등으로 진격하고 있다. 이들 사업모델은 아무리 코로나19가 심해져도, 경기가 악화해도 상대적으로 덜 영향받는다. 9월 10일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게임즈가 코스닥 상장됐다. 당시 이 회사 주식을 사기 위한 청약 증거금은 역대 최고(58조5543억원)를 찍었다. 경쟁률은 1524대 1에 달했다. 향후 카카오뱅크의 상장도 예정돼 있다.

인터넷 산업의 인프라에 해당하는 5G 서비스와 통신장비 분야에서도 성장세가 예상된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중국 화웨이의 통신장비 수출을 차단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유럽·일본과 인도 등 아시아권에서도 중화권 통신장비는 배제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5G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에서 나온 중국 제재는 한국에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 안테나 모듈 같은 국내 이동통신 기지국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 케이엠더블유가 한국거래소 인터넷 K-뉴딜지수에 포함된 배경이다. 국내 통신 3사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5G 서비스 이외에 네트워크를 기반 삼아 클라우드 게임과 미디어사업, e커머스와 B2B(기업 간 전자상거래) 등에서 가능성을 탐색 중이다.

국내 게임업체의 시가총액은 코로나19를 모멘텀 삼아 30조원 안팎에서 45조원 수준으로 급등했다. 엔씨소프트·넷마블·펄어비스·컴투스·NHN·더블유게임즈 등 주요 게임회사들은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 신작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020년 상반기 매출액 약 4500억원을 벌어들인 히트작 리니지2M을 대만에서 출시한다. 이 밖에 블레이드 앤드 소울2 등 신작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넷마블은 방탄소년단(BTS)과 협업한 BTS 유니버스 스토리를 비롯해 국내 게임업체 중 가장 많은 해외 출시작을 준비 중이다.

‘21세기 비틀스’ BTS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는 2020년 가장 핫한 회사로 떠올랐다. 방시혁 대표는 2005년 2월 JYP에서 독립하며 빅히트를 설립했다. 2013년 6월 BTS를 데뷔시켰다. BTS는 2015년 12월 미국 빌보드 200 차트에 처음 진입했다. 2018년 5월 이 차트 1위에 올랐다. BTS는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MTV 유럽 뮤직 어워드에서 수상하며 K팝 아이콘의 위상을 굳혔다. 2020년 8월 UN이 선정한 글로벌 지속 가능 미래 리더 톱10으로 뽑혔다. 그리고 2020년 9월 신곡 ‘Dynamite’로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100에서 1위를 정복했다.

여세를 몰아 방 대표는 2020년 10월 15일 빅히트의 코스피 상장을 이뤘다. 공모가를 13만5000원으로 책정했고, 10월 5~6일 공모주 청약을 받았다. 증거금 58조4237억원이 몰렸고, 경쟁률은 606.97:1을 기록했다. 빅히트는 거래 첫날 25만8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기대에 못 미쳤지만, 그래도 시가총액 33위로 출발했다. 이날 집계된 빅히트의 시가총액(8조7323억원)은 SM(7469억원)·YG(8256억원)·JYP(1조2087억원)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6조원가량 높다. 주식 고평가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16일 빅히트 주식은 일시적으로 20만원이 깨지기도 했다. 빅히트 매출의 80% 이상이 BTS로 편중돼 있고, 멤버들이 입대를 앞둔 연령대라는 점은 불안요소다.

뉴딜펀드로 날개 단 BBIG


▎10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9월 3일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을 떠나 새로운 투자처로 이동할 수 있도록, 뉴딜펀드가 매력적인 투자 대안이 되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뉴딜 종합 계획’을 구체화한 프로젝트가 등장한 것이다. 국민참여형 뉴딜펀드는 ▷정책형 뉴딜펀드 ▷뉴딜 인프라펀드 ▷민간 뉴딜펀드로 분류된다. 이 중 핵심은 5년간 190조원 조성을 목표로 잡은 정책형 뉴딜펀드다. 이 가운데 170조원은 뉴딜금융이고, 나머지 20조원이 뉴딜펀드로 조성된다. 국민은 이 뉴딜펀드의 자(子)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구조다.

언택트, 친환경 에너지 등 BBIG 산업이 더 주목받을 환경인 형성된 셈이다. 이를 두고 홍콩계 증권사 CLSA가 9월 7일 “BBIG 지수에 있는 모든 기업은 수혜를 보겠지만, 뉴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나머지 기업은 패자가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미 주가가 고공비행 중인 반도체와 BBIG에 더 힘이 실리면 버블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시선이다. 그러나 시장의 쏠림현상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BBIG 관련주를 담고 있는 민간펀드(K-뉴딜 상장지수펀드 등)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이렇게만 보면 정부는 부동산값 폭등 억제와 새로운 먹거리 사업의 발전을 위해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흐름 유입을 원하는 듯하다. 그러나 같은 정부에서 대주주 양도차익 과세(종목당 3억원 이상 보유 시)라는 전혀 결이 다른 정책도 내놓고 있다. 대주주로 편입되면, 주식을 팔았을 때 번 돈에 대해 최고 33%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현재 대주주 기준은 10억원 이상이지만, 2021년부터 이 기준을 3억원 이상으로 내리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현재 0.25%의 양도세만 내던 투자자는 대주주가 되는 순간, 줄지에 세금폭탄을 맞게 된다.

여론이 악화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0월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주주 요건을 세대 합산(직계 가족과 배우자 포함)에서 인별(개인) 기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지지율 하락 트리거가 될 것을 우려한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세대 합산은 편법 증여나 차명 보유로 세금을 안 내면서 지배력을 높이려는 재벌에게 들이대는 잣대”라며 “이걸 주식 투자자에게도 적용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에도 정부는 2023년부터 시행 예정인 주식 양도차익 비과세 기준을 2000만원 이하로 발표했다가 국민의 반발에 직면했다. 여론이 들끓자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금융세제 개편안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의 의욕을 꺾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그런 다음에야 비과세 기준이 5000만원 이하로 완화된 바 있다.

3억원 대주주 룰이 바로 일반 국민 피부에 와닿는 사안이라면, 이보다 근본적인 규제가 시장에 엄습하고 있다. 기업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이 그것이다. 정부는 기업 3법을 통해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대기업 갑질 논란 해소 등 긍정적 측면을 부각한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연합회(이하 경총),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를 망라한 재계는 기업 경영권이 위협받는다고 호소한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10월 6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게 기업 3법 연기를 제안했지만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기업 3법 중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건 상법 개정안에 담긴 ‘3%룰(감사 및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이다. 대주주의 의사 결정에 제약이 발생하고, 외국 투기자본에 의해 우리 기업의 핵심 정보가 유출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3%룰만은 안 된다”는 재계

기업인들의 위기감은 10월 7일 ‘경제단체 공동협의체’ 결성 합의에서 묻어난다. 손경식 경총 회장 외에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 그룹 핵심 인사들이 참석했다. 3%룰은 지배구조가 확립된 대기업보다 중견·중소기업에 더 치명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왜냐하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탓에 (의결권 제약을 받는 대주주가) 우호 지분을 모으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 3법에 관해선 174석의 민주당뿐 아니라 야당인 국민의힘도 소수인 기업 편에 서지 않으려는 스탠스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업 3법에 대해 “거부할 입장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기업 3법 도입과 동시에 노동시장 유연화를 담은 노동법 개정을 병행하자고 주장했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일축했다.

이번 정기 국회 회기 안에 기업 3법은 통과될 확률이 높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10월 14일 민주당 공정경제TF 소속 의원들을 만나 “병든 닭 몇 마리 골라내기 위해 투망을 던지면 되겠나”라고 말했지만 유동수 민주당 공정경제TF 위원장은 “무조건 ‘안 된다’보다는 합리적 대안을 달라”며 평행선을 달렸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011호 (202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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