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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트렌드] 누구나 쉽게 하는 부수입 열전 

경제 불황에 플랫폼 노동은 활황··· ‘투잡’은 선택 아닌 필수 

도보 배달, 킥보드 수거, 데이터 라벨링 등으로 수익 창출
‘긱 경제’ 커지면서 공유경제 일자리 유형도 다변화


▎GS25, CU 등 편의점 업계가 도보(徒步) 배달 시장에 뛰어들었다. / 사진:GS리테일, BGF리테일
#. 서울 은평구에 사는 물리치료사 양수현(31·여)씨는 9월 들어 밤낮없이 일한다. 낮에는 재활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저녁에는 ‘뚜벅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일을 마치고 퇴근해서는 집에서 쉬면서 스마트폰에 깔린 편의점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검색한다. 주문이 뜨면 편의점에서 물건을 받아 걸어서 인근의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아르바이트에 푹 빠져 있다. 부수입도 올리고 운동도 하는 이른바 ‘도보(徒步)알바’다. 양씨는 하루 2시간 동안 약 2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양씨처럼 스마트폰 앱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노동을 디지털 플랫폼 노동이라고 부른다. 그가 부업으로 하는 플랫폼 노동은 GS25에서 8월 업계 최초로 도입한 도보 배달 서비스인 ‘우리동네 딜리버리(이하 우딜)’다. 그는 “오랫동안 은평구에서 거주하고 있어 집 근처 지리에 빠삭하다”면서 “걷기 운동도 하고 돈도 벌고 일거양득”이라고 웃었다.

#. IT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김은산(28)씨는 퇴근 후 오후 8시부터 공유 전동킥보드 충전 아르바이트를 한다. 배터리가 부족한 전동킥보드를 직접 수거해 송파구 자택에서 충전을 하고 인파가 몰리는 지역에 재배치하는 일이다. 그가 소유한 트렁크가 넓은 SUV 차량에는 전동킥보드 4~5대를 실을 수 있다. 충전 시간은 보통 4시간 정도. 건당 4000원의 수익을 낸다고 김씨는 말한다.

김씨가 부업으로 하는 전동킥보드 충전 아르바이트는 미국 전동킥보드 공유기업 라임의 ‘쥬서(juicer)’라는 프로그램이다. 라임은 일반인이 저녁에 라임의 전동킥보드를 회수·충전·재배치하면 건당 4000원 정도 보상한다. 앱을 다운받은 뒤 플랫폼 노동을 신청하고 1시간 정도 교육을 받으면 바로 일할 자격이 주어진다.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가져온 경기 불황이 일자리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경제 위기의 장기화로 일자리는 줄고, 근로자들의 수입도 감소하는 추세다. 코로나19 경제 위기가 앞으로 장기화하리라는 예측마저 나돈다. 앞서 본 양씨나 김씨처럼 ‘비 오는 날(Rainy Day)’에 대비하려는 ‘투잡(Two Job)족’이 늘고 있다.

지난 6월 취업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코로나19 이후 아르바이트 구직 경험이 있는 응답자 15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 22.1%가 ‘이미 투잡을 뛰고 있다’고 응답했다. ‘투잡을 고려하고 있다’는 답변도 44.7%에 달했다. 이들이 투잡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 때문이다. 응답자 45.1%가 ‘코로나19 여파로 본업 소득이 줄어 투잡을 한다’고 했다. ‘부가 수익이 필요하다’는 이유도 35.4%로 그 뒤를 이었다.

때마침 온라인을 통해 단발적으로 자유롭게 단시간 일할 수 있는 ‘긱(Gig) 경제’가 확산하면서 일반인의 부수입 시장 접근성도 좋아졌다. 긱 경제는 플랫폼 노동과 동행한다. 요즘 웬만한 일자리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즉 플랫폼을 통해 접할 수 있다. 배달대행, 대리운전, 가사도우미 등 일상에서 플랫폼 노동은 각 분야로 확산하는 중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19년 기준 국내 플랫폼 노동자 수를 53만8000명으로 추산했다. 또한 세계 취업인구 5% 안팎이 플랫폼 노동에 종사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로 더 많은 인구가 플랫폼 노동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운동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뚜벅이’ 도보 배달


▎쥬서는 일반인이 전동킥보드를 회수·충전·재배치하면 건당 4000원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 노동이다. / 사진:LIME
ICT 발전과 함께 플랫폼 기반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서비스가 급증하면서 플랫폼 노동의 유형도 새로워진다. 주로 음식배달과 대리운전으로 치중돼 있던 플랫폼 노동 시장이 가사노동과 렌터카 탁송, 애완견 돌보미, 데이터 수집 등 다방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선 플랫폼 노동이 기존 노동 패턴을 대체하는 대세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플랫폼 노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디지털 플랫폼 중개를 받아 고객을 직접 만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 고객을 직접 접촉하지 않고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서비스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구분된다.

앞서 도보 배달 아르바이트나 전동킥보드 충전 아르바이트는 전자에 속한다. GS25가 제공하는 도보 배달 서비스 우딜은 편의점에서 1.5㎞ 거리에 있는 고객이 ‘요기요’ 모바일앱을 통해 상품을 주문하면 아르바이트생인 이른바 ‘우친(우리동네 딜리버리 친구)’이 주문 콜을 잡아 도보로 배달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배달 아르바이트처럼 오토바이나 원동기 운전면허와 같은 진입장벽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그래서 주부, 퇴근길 직장인, 노년층 등 누구나 배달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배달 1건당 2800~3200원의 수고료를 받기에 마음먹고 덤비면 괜찮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도보 배달은 기존 배달 서비스 시장의 틈새를 공략한 케이스로 해석된다. 비대면 시대를 맞아 가정의 배달 주문이 확 늘면서 주문 대기 시간도 덩달아 길어졌다. 기존의 오토바이 배달이 모두 감당할 수 없을 수준으로 주문이 폭증한 까닭이다. 운송수단이 필요치 않은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배달하는 아이디어를 GS25가 선보인 것이다. 게다가 도보 배달은 누구나 서비스에 쉽게 참여하고 배달 시간도 단축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GS25에 따르면 도보 배달원 모집 한 달 만에 1만8000여 명이 몰렸다고 한다.

편의점 CU도 도보 배달 서비스에 가세했다. CU는 10월 5일부터 한 달간 도보 배달 전문업체인 ‘엠지플레잉’과 협업해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요기요 앱을 통해 배달 주문이 접수되면 편의점 1km 내에 있는 배달원이 접수 받아 의뢰자에게 물품을 전달한다. 세븐일레븐 등 다른 편의점 업체도 도보 배달 서비스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편의점 업체 외에도 일반인에게 배달 콜을 분배하는 배달의민족의 배달 서비스 ‘배민커넥트’도 도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도보 배달 서비스는 물건을 신속하게 받으려는 소비자와 용돈을 벌고자 하는 공급자 모두 윈윈(win-win)하는 모델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전동킥보드를 충전하면 돈을 줍니다’


▎한 직장인이 국내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크라우드웍스의 ‘텍스트 태깅’이란 데이터 라벨링 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크라우드웍스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전동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어디서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곳에 손을 뻗으면 돈을 벌 수도 있다. 앞서 소개된 김은산씨는 “한번 나갈 때마다 여러 대 수거하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며 “나처럼 킥보드를 실을 수 있는 차량을 가지고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부업”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쥬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오후 8시 이후 배터리가 부족한 전동킥보드 수거에 나선다. QR 코드로 인증하면 전동킥보드를 이동시킬 수 있다. 전동킥보드 공유업체인 라임 관계자는 “대학생, 퇴직자 가리지 않고 도전해볼 만한 아르바이트”라고 소개했다.

라임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사업자들도 이런 부업을 제공한다. 싱가포르 전동킥보드 공유기업 빔은 ‘빔 레인저(Beam Ranger)’라는 전동킥보드 수거 아르바이트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인 누구나 빔 업체의 전동킥보드를 수거해 수거존이란 정해진 위치에 반납하면 건당 평균 2500원의 수고료를 받는다. 라임과 다르게 전동킥보드를 충전할 필요 없이 회수·반납만 하면 되기에 작업이 더 단순하다.

도심 이동 수단으로 공유 전동킥보드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업체들도 사업 확장에 더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따라서 일반인들도 전동킥보드 재충전 및 수거라는 이색 일자리에서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하겠다.

앞서 두 사례가 오프라인이라는 현장에서 이뤄진 플랫폼 노동이라면 가상공간에서 온라인을 통해서만 수행하는 방식도 존재한다.

가상공간 4차 산업혁명식 ‘인형 눈알 붙이기’ 단순 노무


▎9월 29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출범식’에서 참석자가 데이터 수집 및 가공 참여에 대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8, 11세 자녀를 둔 40대 초반 주부 김모씨는 요즘 틈틈이 집에 있는 노트북을 켠다.

온라인 사이트인 크라우드웍스에서 의뢰자가 제공한 사진에 맞는 라벨(이름표)을 붙이는 작업을 한다. 이른바 ‘데이터 라벨링’ 아르바이트다. 과거에 ‘인형 눈알 붙이기’라는 부업이 성행했듯 이와 비슷한 형태의 단순 노무가 온라인으로 진화했다고 보면 된다. 건당 20원에서 200원 상당의 포인트를 받을 수 있고, 포인트가 일정액(1000원) 이상이 되면 이를 현금화할 수 있다.

김씨가 참여하는 데이터 라벨링은 인공지능 기계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분류·가공하는 작업에 해당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고도화하자면 다양한 데이터를 주입해야 하는데, AI는 사람이 사용하는 문서나 사진 등의 데이터를 식별하지 못한다. 그 때문에 AI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데이터를 가공해야 하는데, 이 작업을 데이터 라벨링이라고 하고 김씨가 이 일을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데이터 라벨링을 ‘기술·산업적으로 유망하고 AI 응용개발에 공통으로 활용 가능한 이미지·영상 등 범용성 높은 인공지능(AI)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렇게 구축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학습하는 ‘교과서’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크라우드웍스의 데이터 라벨링은 보통 ‘텍스트 태깅’과 ‘이미지 바운딩’ 등 2가지로 나눠진다. 텍스트 태깅은 간단한 언어 능력 테스트와 유사하다. 예컨대 보고서의 일부 내용을 주고 이 중 질문에 맞는 답을 마우스로 선택(드래그 앤드롭)하는 작업이다. 이미지 바운딩은 사진에서 글자와 사물, 동물 등 원하는 대상이 있는 부분을 찾아 드래그를 통해 영역을 생성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데이터 라벨러는 AI가 학습할 데이터를 1차 가공한다.

데이터 라벨링은 단순 작업처럼 보이지만 인공지능 학습에 필요한 시간의 80~90%를 차지하는 중요한 업무다. 데이터 가공 작업의 80%가량을 사람이 직접 수행하며, 나머지는 반자동(사람+컴퓨터)과 AI 기반 자동가공으로 이뤄진다. 아직은 사람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주부 김씨는 “집에서 돈도 벌고 자녀 양육을 할 수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코로나19는 일자리 생태계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그에 비례해 플랫폼 노동을 통해 부수입을 버는 기회도 증가하리라는 전망이다.

- 심민규 월간중앙 인턴기자 smkyu49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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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호 (202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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