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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공정위-네이버 267억 과징금 공방의 전말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vs 검색 신뢰도 제고 

1등 플랫폼 영향력 이용해 오픈마켓 시장서 우위
“일부 사례 확대해석했다” 네이버는 행정소송 예고


▎검색 알고리즘으로 논란 빚은 네이버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사옥. /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칼을 뽑았다. 상대는 국내 1위 검색 플랫폼 네이버다. 공정위는 10월 6일 기자회견을 열어 네이버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부당한 방법으로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네이버는 쇼핑·동영상 검색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했다. 자사 상품과 동영상을 검색결과 상단으로 올리고 경쟁사는 하단으로 내렸다. 상단에 위치할수록 소비자가 상품 정보를 확인할 확률이 높아지는 검색 플랫폼의 특성을 노린 것이다.

이번 과징금 부과의 배경에는 플랫폼 사업자면서 동시에 오픈마켓·동영상 서비스 사업자인 네이버의 이중적 지위가 존재한다. 네이버는 2003년부터 온라인 비교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쇼핑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네이버의 오픈마켓 ‘스마트스토어’의 상품뿐만 아니라 경쟁 오픈마켓의 상품도 함께 검색된다. 오픈마켓은 일종의 온라인 직거래 장터다. 11번가, G마켓 등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앞선 9월에도 네이버부동산이 경쟁사의 정보 수집을 방해했다며 10억3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그리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네이버쇼핑과 네이버TV에 각각 265억원과 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네이버는 6800자에 이르는 입장문을 내고 공정위 조사 결과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네이버는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며 “오히려 손해를 입은 사례도 있는데 그런 사례는 고려하지 않고 마냥 불공정 행위로 몰아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네이버는 이번 공정위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행정소송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조사는 오픈마켓 옥션과 G마켓을 운영 중인 이베이코리아의 신고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는 2018년 스마트스토어·네이버페이에 등록된 사업자의 상품을 검색결과 상단에 우선 노출하는 네이버쇼핑의 운영 방식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행위라며 네이버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김성근 공정거래위원회 서비스업감시과 과장은 “네이버의 이중적 지위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신고가 들어와 조사하던 도중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를 이용해 오픈마켓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한 불공정 행위 정황이 포착돼 그 부분에 대해서만 제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네이버나 다른 오픈마켓에 대한 추가 조사는 없다는 입장이다. 네이버를 신고했던 이베이코리아는 “공정위 결정을 존중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네이버도 다른 사업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10월 6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네이버에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했다. / 사진:연합뉴스
공정위가 문제 삼은 네이버의 쇼핑 분야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는 크게 셋이다.

①가중치 부여=네이버의 검색결과 노출 순위는 검색 적합도, 인기도 등을 점수화한 값을 계산해 결정된다. 네이버는 2012년 스마트스토어(당시 샵N) 출시를 앞두고 경쟁 오픈마켓 상품의 가중치를 1 미만으로 부여했다. 그로 인해 점수가 낮게 계산된 경쟁 오픈마켓 상품이 검색결과 하단으로 밀려났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네이버는 자사 오픈마켓의 판매지수에는 약 1.5배의 가중치를 부여해 노출 순위를 올리기도 했다.

②동일몰 로직=동일몰 로직은 동일한 오픈마켓의 상품이 연속해서 나타나지 않도록 상품 노출을 조정하는 시스템이다. 특정 오픈마켓 한 곳의 상품이 검색결과 대부분을 차지하는 걸 방지하고, 최대한 다양한 오픈마켓에게 상품을 노출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네이버가 경쟁 오픈마켓 상품은 오픈마켓 단위로, 스마트스토어 상품은 개별 입점업체 단위로 로직을 적용했다는 사실이 공정위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같은 상품을 두고 서로 다른 단위를 적용해 스마트스토어 상품이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③상품 노출 제한 개수=2015년 네이버페이 출시를 앞두고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의 상품 노출 제한 개수를 8개에서 10개로 완화했다. 당시 기대사업이었던 네이버페이를 활성화하려면 네이버페이와 연동된 스마트스토어 상품이 더 많이 노출될 필요가 있었다. 특히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시장의 반응을 살피며 상품 노출 비중을 점차 늘리자는 네이버의 내부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알고리즘 조정 결과 스마트스토어의 오픈마켓 시장점유율은 4.97%(2015)에서 21.08%(2018)로 네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경쟁 오픈마켓의 시장점유율은 대부분 하락했다. 네이버쇼핑 내 노출점유율 역시 12.68%(2015)에서 26.20%(2018)로 크게 늘었다.

공정위가 네이버의 독주에 제동을 걸자 업계에서는 일제히 환영했다. A 오픈마켓 관계자는 “네이버가 직접 오픈마켓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상, 다른 사업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해야 한다”며 “그동안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가 다른 분야까지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해왔는데 이제라도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B 오픈마켓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은 우리 회사를 포함한 오픈마켓 사업자들에게 불리한 측면도 있지만, 이번 일이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은 플랫폼과 입점업체, 입점업체와 소비자 사이의 온라인 거래를 다룬다는 점에서 네이버의 이중적·독점적 지위에 대한 견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논란은 서로 다른 분야의 플랫폼, 상위 플랫폼(네이버쇼핑)과 하위 플랫폼(스마트스토어)의 관계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현행법으로도 거대 플랫폼의 공정거래법 위반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며 추가적인 규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행정소송 예고했지만 패소 가능성 배제 못해


▎네이버쇼핑의 검색결과 화면. 네이버는 적합도·인기도 신뢰도를 종합해 상품 노출 순위를 결정하고 있다. / 사진:네이버쇼핑 캡처
네이버는 공정위가 일부 사례를 과도하게 확대해석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네이버는 검색결과를 다양하게 구성하기 위해 2010년부터 2017년 사이에 검색 알고리즘을 50차례 개선했다. 공정위가 그중에서 네이버가 이득을 취한 것처럼 보이는 5건만을 골라 섣부른 판단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네이버는 자사 오픈마켓에 가중치를 부여하긴 했으나 우대하기 위한 조치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검색결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정확한 판매실적정보를 제공하는 쇼핑몰에게 가중치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또 “경쟁 오픈마켓이 네이버쇼핑의 30~35%를 차지하는 중요 파트너인데 이들을 배제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정말 특혜를 주고 싶었다면 스마트스토어를 제외한 모든 사업자의 가중치를 낮췄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일몰 로직과 관련해서는 오픈마켓뿐만 아니라 소셜커머스, 중소 쇼핑몰 등 네이버쇼핑과 계약한 상대방 모두에게 똑같이 로직을 적용했다고 항변했다. 공정위 판단대로 경쟁 오픈마켓의 입점업체를 개별 쇼핑몰로 취급하면 오히려 스마트스토어 내 소상공인 판매자가 불리해진다는 게 네이버의 설명이다.

이어서 네이버는 상품 노출 제한을 완화한 조치가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2013년 9월 검색결과에서 스마트스토어 상품이 너무 많이 노출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한 화면에 노출되는 스마트스토어 상품 개수를 최대 8개로 제한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판매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자 상품 노출 개수를 다시 10개로 되돌렸다. 네이버는 자사 오픈마켓에만 적용했던 불리한 조건을 완화한 게 어떻게 우대일 수 있냐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가 낮은 수수료와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오픈마켓이라고 강조했다. 검색 알고리즘 조정 역시 최대한 다양한 소상공인 판매자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소개하기 위한 조치였는데, 공정위가 이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이에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논란이 커지며 법원에서 진실이 가려지기 전까지는 조작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그렇다면 네이버가 행정소송을 통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법무법인 로고스의 관계자는 네이버의 패소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논란의 쟁점은 두 가지다. 검색 알고리즘 조정이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기 위해서였는지, 정상적인 업무였는지가 첫 번째다. 이때 네이버의 시장점유율·노출점유율이 증가하는 동안 경쟁사들은 대부분 하락했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네이버의 시장 지배력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의 배경을 비교 쇼핑 서비스시장으로 한정했다. 그런데 관련 시장을 소셜커머스, 기타 쇼핑몰까지 아우르는 온라인 쇼핑 시장으로 확대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네이버가 온라인 쇼핑시장에서도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인정된다면 패소 확률은 더 높아진다.

결국 네이버가 행정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공정위에서 문제 삼고 있는 행위가 정상적인 업무 범위 안에 있고, 시장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윈윈(win-win) 전략으로 자발적인 변화 필요


▎10월 8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이윤숙 네이버쇼핑 사장(왼쪽)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오른쪽)을 지나치고 있다.
공정위와 네이버 신경전은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특히 네이버의 검색 알고리즘 조정이 쇼핑·동영상 분야뿐 만 아니라 뉴스 등 다른 분야에서도 가능하다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의 답변이 눈길을 끌었다. 조 위원장은 10월 8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네이버 쇼핑과 동영상에서 알고리즘 조작이 있었는데 다른 분야에서도 가능한가”라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네이버의 검색 알고리즘 논란이 포털의 뉴스 편집권 문제 등 다른 분야로 넘어갈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검색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라는 오픈마켓과 상품검색 서비스를 같이 하는 것은 고양이가 생선 가게 지키는 격”이라며 “(네이버의) 알고리즘을 공개해야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쇼핑을 담당하는 이윤숙 포레스트 CIC 대표는 어뷰징을 이유로 자세한 알고리즘 공개에 난색을 보였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서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거듭되는 질의에 ‘알고리즘 공정성 가이드라인’ 제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알고리즘을 두고 쏟아진 각종 제안에 대해 김학용 순천향대 교수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선을 그었다. 알고리즘은 기업의 영업 비밀이자 핵심 자산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고, 가이드라인은 실제 알고리즘의 동작·결과와 동떨어져서 현실적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나 구글 등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글래스 스티걸법이나 셔먼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업무 범위를 엄격하게 분리(글래스 스티걸법)하고, 플랫폼을 운영사와 참여자로 나누자(셔먼법)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 하원 반독점소위는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플랫폼 기업을 강제로 분할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모회사와 자회사의 출자 관계까지 분리하기는 어려워 법안 통과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김 교수는 “결국 해법은 플랫폼 사업자의 자발적인 변화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플랫폼 환경은 네이버쇼핑이라는 상위 플랫폼 아래에 스마트스토어라는 오픈마켓 서비스 플랫폼, 쿠팡·옥션 등 경쟁사의 서비스 플랫폼이 공존하는 ‘플랫폼의 플랫폼’(Platform over Platform)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하위 플랫폼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상위 플랫폼의 가치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자사 서비스를 우대해서 얻는 이익보다 전체 시장의 크기를 키우는 편이 모두에게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취지다. 실제로 미국 플랫폼 아마존은 자사 쇼핑몰을 우대하지 않는다. 자사와 경쟁사를 가리지 않고 소비자에게 최적의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이에 검색이 활발해지면서 더 많은 거래가 발생하고, 이것이 아마존과 경쟁사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 김재현 월간중앙 인턴기자 hyun2805@naver.com

202011호 (202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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