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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이슈] 배민 ‘로봇 배달’의 명암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배달로봇 ‘딜리’등 완전 자율주행 사업 다각화 전략 펼쳐
배송 사업 효율성 극대화… 배달원과 일자리 상생이 관건


▎우아한형제들은 실외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를 투입해 배달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자 배달로봇 한 대가 곧장 음식점으로 향한다. 음식점주는 배달로봇 내부의 저장고에 조리한 음식을 담는다. 로봇은 내장된 네비게이션이 지시하는 경로를 따라 인도와 차도, 골목길을 시속 5~6㎞의 속도로 누빈다. 로봇이 목적지에 다다를 즈음 주문자의 스마트폰 앱에 도착 알림음이 울린다. 주문부터 수령까지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이나 먼 미래 얘기 같지만, 현재 경기도 수원에는 이런 일을 하는 로봇이 있다. 바로 배달로봇 ‘딜리’가 그 주인공. 딜리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기업 ‘우아한형제들’이 내놓은 자율주행 배달로봇이다. 위치 추정 센서, 장애물 감지 센서 등을 탑재한 딜리는 실내외를 자유롭게 이동한다.

딜리가 이런 서비스를 시작한 건 채 한 달이 안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규제 혁파 조치가 불씨를 잡아당겼다. 과기정통부는 9월 23일 ‘제12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 우아한형제들의 자율주행 배달로봇을 ‘ICT(정보통신기술)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로 승인했다. 규제샌드박스의 실증특례는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해주고 안전성을 시험·검증하는 제도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7월 배달로봇을 운용하고자 ‘실내외 배달로봇 실증을 위한 규제샌드박스 특례’를 대한상공회의소에 신청한 바 있다.

그동안 딜리는 규제에 가로막혀 자율주행 로봇의 주행본능을 억눌러야 했다. 현행 법규에 따르면 자율주행 배달로봇은 도로교통법상 보행자가 아닌 차에 해당한다. 보도·횡단보도 통행이 제한되며, 공원녹지법에 따라 공원 출입도 불가능하다. 또한 주행에 필요한 영상촬영도 개인정보보호법에 가로막혔고, 고층빌딩 출입에 요구되는 승강기 무선 제어와 모듈장치도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승강기 안전기준이 허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배민은 사유지 내 제한된 구역에서만 시범서비스를 진행해왔다. 배달로봇의 활동 범위가 좁아 로봇 배달의 시대는 요원해 보였다.

이번 정부의 실증특례 승인으로 본격 ‘로봇 배달’ 시대의 막이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민은 지정된 지역(건국대학교 캠퍼스, 광교 호수공원)에서 2년간 배달로봇 서비스를 하게 된다. 배민은 시범 운행 기간을 통해 대략 2022년도부터 서울 지역에도 미래 배달로봇 라이프를 구상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배민의 배달로봇이 이번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하면서 자율주행 배달로봇 기술 고도화와 배달 효율성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우아한형제들 김요섭 로봇사업실장은 “배달로봇을 통해 고객 편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사장님들의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이번 승인으로) 신규 기술 활용 및 배달로봇 운영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어 향후 배달로봇 서비스 고도화와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민이 로봇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배민은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라는 사업 비전을 가지고 있다. 매년 급증하는 배달주문 건수를 기존 배달원만으론 해결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 배달로봇 사업이 출발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라이더가 배달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곳에서 누구나 배달음식을 즐길 수 있게 하려고 로봇 서비스를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로봇서비스를 통해 음식점 업주의 경영을 더 수월하게 하고 배달원의 배달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덧붙였다. 배달에 필요한 요소들의 효율을 위해 배달로봇이 탄생했다는 주장이다.

직원 2명에서 구상한 미래 배달로봇 로드맵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2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 ‘실내외 자율주행 배달로봇’이 소개되고 있다. / 사진:뉴시스
2017년 직원 2명일 때 시작한 자율주행로봇 사업 구상은 2018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내에 로봇사업실을 꾸리고 배달로봇의 로드맵을 짰다. 배민은 2018년 사업 영상에서 가까운 미래인 2022년에 서울에서 배달로봇을 통해 행복한 일상을 그려내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현재 우아한형제들 로봇사업실은 직원 2명에서 3년 만에 30명이 넘는 인력이 근무할 정도로 커졌다. 커진 인원만큼 로봇 특성에 따라 크게 세 팀으로 나눠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로봇사업실은 자율주행 로봇의 소프트웨어 개발과정에 참여하며 LG전자 등 국내외 로봇 개발 업체들과 업무협약(MOU)을 맺어 독자적으로 로봇을 생산하고 있다.

배민 로봇사업실은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현장에 맞게 자율주행 로봇을 여러 분야로 다각화시키고 있다. 배민의 로봇 사업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서빙로봇과 배달로봇이다. 배민의 서빙로봇에는 ‘딜리플레이트’가 있고, 배달로봇에는 ‘딜리타워’(실내)·‘딜리드라이브’(실외)가 있다.

먼저 최근 실증특례를 받은 실외 자율주행로봇은 딜리드라이브다. 이번 ICT 규제샌드박스 통과로 배민은 딜리드라이브를 실외뿐 아니라 실내에도 운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 배달로봇으로 만들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에 차세대 ‘딜리드라이브(개발명 딜리Z)’를 통해 실외 식당에서 아파트 단지로 스스로 이동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문 앞까지 음식을 배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사업 다각화는 ‘완전’ 자율주행 배달로봇의 기반


▎배민은 2018년 6월 사업 영상에서 자율주행 배달로봇 구상이 담긴 로드맵을 공개했다. / 사진:배달의민족 배달로봇 라이프 영상 캡처
서빙 로봇인 ‘딜리플레이트’는 실내 음식점에서 자율주행을 이용해 테이블에 음식을 서빙한다. 지난 2019년 11월 국내 최초로 민간 식당에 공급됐다. 현재 전국 68개 식당에 로봇 85대가 공급되며 렌털 서비스로 운용되고 있다. 딜리플레이트는 총 4개 트레이(선반)가 설치돼 있어 한 번에 4인 기준의 식사를 서빙할 수 있다. 점원이 딜리플레이트의 선반에 음식을 올려놓고 테이블 번호를 누르면, 주문자의 테이블까지 최적의 경로로 음식을 싣고 간다. 고도의 센서 설계로 속도 조절 및 장애물 회피 기능을 갖추고 있다. 배민은 신규 로봇을 지속해서 추가할 예정이며 연말까지 300대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내 배달로봇인 ‘딜리타워’는 실내에서 사전에 입력된 여러 이동 경로를 활용해 주문자가 있는 곳까지 음식이나 물품을 배달한다. 층간 이동이 필요할 경우 엘리베이터를 호출해 혼자서 타고 내릴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로봇에 부착된 무선통신 모듈장치가 내리는 층을 지정하는 기능을 행한다. 도착 시 주문자에게 문자와 전화를 걸어 도착 사실을 알린다. 내부 보안이 필요하거나 배달원 진입이 어려웠던 건물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현재까지 호텔과 건설사 등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결국 배민의 사업 다각화는 실내외를 통합하는 완전한 자율주행 배달로봇을 만드는 최종적인 구상으로 수렴된다. 배민은 과기정통부의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신청하고 시험서비스를 꾸준히 진행했다. 2018년 공개한 미래 가상의 영상을 시행 직전 단계까지 끌어냈다. 배민 로봇사업실장은 ‘내부적으로 서비스 상용화 시점을 2022년 말 정도로 보고 있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완전’ 자율주행 배달로봇이 서울에서 상용화하려면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직 많다. 로봇의 주행속도 설정과 배달원 간의 일자리 다툼, 도로교통법 관련 규제, 법률문제 등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화두는 기존 배달원과의 상생 여부다. 기술 진보로 인한 혁신 서비스의 이면에서는 이해가 충돌하게 된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게 되는 현실 말이다. 로봇 시장의 확장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늘 양 갈래로 나뉜다.

배민의 배달로봇 사업 목적은 배달 효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빙로봇인 딜리플레이트와 실내 배달로봇 딜리타워는 효율성을 높이는 데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문제는 배민이 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실내외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의 기능이 배달원들의 업무와 별반 다르지 않아 그들을 대체할 여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배달원들은 로봇 상용화가 일자리를 가져갈까 봐 우려한다. 로봇 상용화가 가속화된다면 당장 도보·자전거·전동킥보드 등을 통해 근거리에서 배달하는 ‘배민커넥터’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 배민커넥터로 부수입을 벌고 있는 이상현(27)씨는 “아직 로봇이 와닿지는 않지만 만약 상용화가 된다면 배달콜을 잡기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달로봇 vs 배달원, 일자리 다툼 여지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는 지난해 11월 렌털 서비스 시작 이후 서울을 비롯해 경기, 인천, 속초, 창원 등 전국 각지에서 음식을 실어 나르고 있다. / 사진:우아한형제들
배달 라이더 측에서도 경계심을 곧추세운다.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기획팀장은 “배달로봇에 대해 배민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이 없기 때문에 일자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단언하기 이르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배민의 최종적인 목적지는 당연히 라이더들의 일을 대체하는 것이고 상생하는 정책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민은 이런 우려에 손사래를 친다. 배달원과 로봇이 얼마든지 상생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배민 로봇사업실은 초기 로봇 개발 단계에서 자체 배달대행서비스 ‘배민라이더스’의 배달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몇몇 라이더들은 “배달 총 시간을 30분이라고 가정할 때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아파트 동별 이동 시간이 보통 8~10분 걸린다”면서 “배달로봇이 이런 노동을 대신한다면 배달원들의 노동력과 노동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의 답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로봇이 상용화된다면 배달비 단가도 낮출 수 있는 여지도 생겨 소비자, 음식점주, 배달원 모두에게 많은 혜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로봇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먼 미래의 일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래서 ‘일단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허재준 선임연구위원은 2016년 공동체자유주의 세미나에서 인공지능 발달과 로봇의 자동화로 단순 반복 노동은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기술 진보가 반드시 일자리를 줄어들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허 연구위원은 일자리의 증감은 사회조직과 제도, 일간의 학습능력에 달려있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과 로봇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자율주행 배달로봇이라는 신(新)시장에 뛰어든 배민의 로봇 딜리는 이미 부분적으로 상용화가 시작했다. 덩달아 관련 분야의 기술 개발도 촉진된다. 미래 로봇 시장이 사람 중심의 배달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지 귀추가 주목된다.

- 심민규 월간중앙 인턴기자 smkyu49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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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호 (202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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