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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이슈] ‘허수아비’가 된 홍남기 경제 부총리의 수난 

관두는 것마저 마음대로 못한다 

자신이 관여한 부동산정책 탓에 ‘곤욕’, 주식투자 증세하려다 동학개미 ‘원성’
잦은 ‘기재부 패싱’에 반발 사표 냈지만 하루 만에 반려, 정책 신뢰 남아 있긴 하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1월 3일 국회에서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마저 관철하지 못했다. 그의 임기 동안 기재부의 위상은 내리막길이다.
홍남기(60)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0년 7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2005년부터 쭉 살아온 의왕시 아파트 하나에 2017년 말 세종시에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권 하나가 당첨돼 1주택+1분양권자가 됐다. 2019년 공직자 다주택 지적으로 분양권을 해소하고자 했으나 ‘전매금지규정’으로 인해 입주시 바로 매각하겠다고 밝혀왔다. 최근 부동산시장 동향과 관련, 공직자 다주택 해소 문제가 제기되며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몸 둘 바 없이 송구했다. 이제 1주택자가 되기 위해 분양권 매각을 기다리지 않고, 가족같이 함께해 왔던 의왕아파트를 매각하려 한다. 오늘 매각 의뢰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예기치 않게도 홍 부총리의 의왕 아파트는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홍 부총리는 종전까지 의왕 아파트를 세주고, 마포구 염리동 마포자이 3차 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있었다. 의왕 아파트를 팔고, 마포 아파트에서 살다가 세종시 주상복합에 입주하겠다는 계획이었을 것이다.

그의 의왕 아파트에는 세입자 A씨가 있었다. 홍 부총리는 전세계약 기간이 끝나면 A씨가 이사 나갈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를 전제로 매매자 B씨에게 집을 팔았다. A씨가 이사 나가는 날에 맞춰 B씨는 홍 부총리에게 잔금을 치르고, 등기를 넘겨받은 뒤 실입주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7월 말 국회에서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이 통과됐다. 집주인이 실거주하지 않는 한, 세입자를 사실상 내보낼 수 없도록 강제한 법이다. A씨는 입장을 바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홍 부총리 측에 통보했다. 이러면 B씨의 실입주는 불가능하게 된다.

정부와 여당은 이토록 실생활에 직결되는 법을 도입하면서,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에 응대할 집주인의 자격은 어느 시점부터 발생하는지’에 관한 명확한 규정을 적시하지 않았다. 이 탓에 대혼란을 불러왔고, 정책 관여자인 홍 부총리가 여기에 휩쓸려 곤욕을 치르는 ‘웃픈(웃기지만 슬픈)’ 상황이 빚어졌다. 계약갱신청구권에서 집주인의 자격을 ‘계약금이 오고 간 시점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정했다면 세입자 A씨는 새 집주인 B씨를 상대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면 B씨가 실입주이기 때문에 A씨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다. 별문제 없이 홍 부총리는 집을 팔고, A씨는 이사를 나가고, B씨는 실입주하면 된다. 반면 ‘등기까지 완료된 시점부터 계약갱신청구권상 집주인의 자격이 발생’하는 것으로 정한다면, 세입자 A씨는 홍 부총리를 상대하면 된다. 홍부총리는 곧 집을 팔 사람이기 때문에 실입주할 수 없다. 이러면 A씨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B씨는 애써 집을 사놓고도 자기 집에 들어가 살 수 없다. 그러면 애당초 홍 부총리 집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도저도 아닌 애매모호한 상태로 계약갱신청구권이 서둘러 도입되는 바람에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A씨가 버티면 B씨는 실입주를 못하고, 홍 부총리는 집을 팔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A씨의 계약갱신청구권이 성립하는 것인지 아닌지부터 불분명했다. B씨와 홍 부총리 사이에 계약위반 책임 여부를 놓고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법보다 뒷돈이 빠르다’는 시그널 준 경제부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법 대신 뒷돈을 앞세운 행태에 국민은 해임 청원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엉성한 법에 갇혀서 사면초가에 처하자 홍 부총리는 더욱 큰 논란을 부를 방식으로 대처했다. 세입자 A씨에게 위로금 명목의 뒷돈을 지급하고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말고, 이사 나가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대한민국 경제수장이 준 위로금은 이제 집을 팔면 관례가 되고, 국민도 따라야 하나?”라며 비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홍 부총리가 준 퇴거위로금이 얼마인지를 밝히라”며 “경제담당 수장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뒷돈을 줘서 해결하는 놀라운 일이 2020년 한국에서 벌어졌다”며 해임을 요구했다.

홍 부총리가 자승자박 부동산 정책으로 체면을 구긴 건 이게 처음이 아니다. 자신이 나서 추진한 임대차 3법 탓에 마포 아파트에서도 쫓겨나게 된 것이다. 그는 2019년 1월 6억1000만원에 전세를 얻었는데 2020년 10월 전세가 9억원까지 올랐다. 집주인은 실입주를 이유로 집을 비워 달라고 요구했고, 홍 부총리는 졸지에 ‘전세난민’이 됐다. 이를 두고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나라의 경제 정책을 주관하는 수장이 경제적 약자를 위해 (임대차 3법을) 만들었는데 그 정책이 오히려 어려운 사람을 더 어렵게 하고 부메랑이 부총리에게 곧장 갔다”고 혹평했다.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서는 홍 부총리 부부 사진을 올려놓고 ‘마포구 집주인 여러분, 홍남기 부부 얼굴 봐두세요. 전세 계약하러 오면 잘 좀 해주세요’라는 조롱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런 굴욕을 당한 뒤에도 홍 부총리는 10월 14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더 지켜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겠으나 임대차 3법 제도가 정착될 경우 기존 임차인의 주거 안정 효과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1월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는 “특출난 대책이 있으면 정부가 벌써 했을 것”이라고 한계를 내비쳤다. 이로써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다짐한 문재인 대통령의 비장함마저 무색해졌다.

부동산 정책 실패 이상으로 홍 부총리가 국민적 원성을 자초했던 분야가 주식 관련 세금 부과 사안이었다. 기재부는 2020년 6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발표했다. 그동안 국내주식 투자는 거래세만 있었을 뿐 양도세가 없었다. 이에 대해 기재부가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명분을 들어 2023년부터 세금을 매기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양도세를 도입하면서 거래세는 폐지하지 않았고, 양도차익에 관한 공제금액(비과세 인정 한도)을 2000만원으로 설정한 기재부 안은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지지율 이반 조짐마저 드러나자 문 대통령이 나서서 진화했다. “개인 투자자의 의욕을 꺾지 말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비과세 인정 한도는 5000만원으로 올라갔다. 일단 여론은 진정됐지만 홍 부총리를 향한 ‘동학개미’들의 불신은 극심하다. 이런 반감이 가시지 않은 분위기에서 홍 부총리는 ‘동학개미’와 정면충돌을 불사하는 정책을 다시 내놓았다. 소위 ‘3억 대주주 논란’이 그것이다.

일상다반사가 된 기재부 패싱


▎김현미 국토부 장관(왼쪽)은 부동산정책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보다 발언권이 세다는 견해가 시장의 정설이다.
2020년 4월 이후 국내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은 ‘종목별 10억원 또는 지분 1% 이상 보유한 대주주’로 한정돼 있었다. 그런데 홍 부총리의 기재부는 대주주 기준을 2021년부터 ‘종목별 3억원’으로 낮추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2017년 세제개편안에서 이미 확정된 내용’이라는 근거를 달았다. 이렇게 되면 수익의 22~23%에 달하는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대폭 증가한다. 정부로서는 훨씬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겠지만, 주식시장에는 대형 악재다. 왜냐하면 개별종목 3억 이상 주식보유자들이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연말까지 물량 폭탄을 던질 게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고 이는 다수 개미투자자의 손실로 전가될 것이 자명했다.

실제 ‘3억 대주주’가 불거진 이후 조정장이 발생하자 증권 시장에서는 배당락에 빗대 ‘남기락(落)’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배당일 직후 법칙처럼 주식이 떨어지듯, 증세에 혈안인 홍남기가 입만 열면 주식이 떨어진다’는 냉소였다. 그래도 홍 부총리는 굽히지 않았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까지 기준 완화를 요구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이번에도 마지막 단계에서 문 대통령이 나섰다. 11월 1일 고위당정청 회의를 열고, ‘현행 10억원으로 대주주 기준 유지’를 결정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해임을 강력히 요청한다’는 내용이 올라가 있었고, 무려 24만 명 이상이 동의를 표시했다.

명분도 실리도 챙기지 못한 홍 부총리는 11월 3일 사표를 던졌다. 국회의원들이 모인 상임위원회에 출석해서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기재부와 그의 위상은 더 초라해졌다. 사표를 관철하지 못한 채, 하루 만에 “인사권자의 뜻에 맞춰서 직무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투항’했기 때문이다. ‘사표 쇼’라는 야당의 냉소를 감수해야 했다.

2018년 11월 9일 홍 부총리의 취임이래 ‘기재부 패싱’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총선을 앞둔 2020년 3월 1차 추가경정 예산안을 논의했을 때에도 기재부는 국가채무비율 악화를 근거로 우려를 표시했다가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의 역성을 들었다. 이어 2차 추경 당시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을 놓고 홍 부총리는 “소득 하위 70%만 주자”는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이때에도 이해찬 대표는 홍 부총리 해임을 압박했고, 결국 전 국민 지급으로 결정됐다.

청와대나 민주당에서 홀대받는 차원을 넘어 부처 장관들과의 역학관계에서도 홍 부총리의 장악력은 미미하다. 단적인 사례가 2020년 7월 그린벨트 개발 이슈를 두고 빚어졌던 국토부와의 ‘신경전’이었다. 당시 주택 공급대책을 준비 중이었던 홍 부총리는 7월 14일 “검토가 끝나고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인 7월 15일 박선호 국토부 차관은 “집을 짓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그린벨트를 활용하는 것은 좀 더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혼선이 거듭되다가 7월 20일에 가서야 문 대통령이 그린벨트 보전으로 결론을 내렸다.

2019년 10월 시행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 시점을 놓고도 홍 부총리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밀렸다. 홍 부총리는 “분양가 상한제 관련 주택법 시행령이 발효된 후 적용할지 여부에 대해선 관계부처의 별도 판단이 필요하다”며 유보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 장관은 “강남에서 평당 분양가 시세가 1억원이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최종적으로 관철했다. 사실상 청와대가 김 장관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언젠가부터 부동산시장은 “홍 부총리와 김 장관 말이 다르면 김 장관 말대로 될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표면적으로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에게 신뢰를 보내는 듯하다. 11월 5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큰 성과를 냈고, 향후 경제회복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해 사표를 반려하고 재신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신임’은 역설적으로 결정적 고비마다 홍 부총리가 ‘예스맨’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기재부의 수장인 홍 부총리는 필연적으로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다.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서 홍 부총리가 ‘총알받이’처럼 나서서 여론을 타진해봤다가 지지율에 악영향이 미칠 것 같으면 문 대통령이 결정적 순간에 등장해 갈등을 봉합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지금껏 이런 경제부총리는 없었다’

이런 일이 누적되며 기재부의 위상은 있으나 마나 한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기재부는 의견을 관철하지도 못하면서 표에 민감한 민주당에게 눈총만 사고 있다. 반복되는 입장 번복으로 정책의 연속성은 신뢰를 잃었고, 시장에서는 ‘다수가 반발하면 바뀐다’는 인식이 각인됐다. ‘이 정부는 세수 확보에만 열을 올릴 뿐, 계층 간 부의 사다리를 끊어놓고 있다’는 프레임에 기재부 스스로 갇혔다.

어떤 여론조사를 봐도 문 정부에서 가장 아쉬운 분야로 ‘경제’를 꼽는 응답이 가장 많다. 특히 부동산 정책 관련해 한국갤럽의 11월 첫째 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8%가 ‘잘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잘하고 있다’는 15%에 불과했다. 문 정부 출범 후 최악의 수치다. 이런 분위기인데도 홍 부총리는 “전세 시장 통계에 신규와 갱신 계약을 포괄할 수 있도록 통계조사 보완 방안을 신속히 검토할 예정”, “8·4 주택 공급 대책 이후 나름의 성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평가된다. 상당 지역에서 가격이 하락한 거래도 나타나는 등 시장에서 쏠림 현상이 많이 완화됐다” 같은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을 내놓고 있다. 10월 27일에는 2020년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1.9% 늘어난 것을 두고 “회복 궤도에 진입했다”고 자평했다. 한국형 재정준칙에 관해 유튜브 강사로 나서거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도 한다. 이런 홍 부총리를 두고 [중앙일보]는 10월 28일 자에서 영화 [극한직업]을 패러디해 이렇게 촌평했다. ‘지금껏 이런 경제부총리는 없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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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호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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