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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이 쓰는 생명의 비밀] 돈독한 사랑의 징표 ‘박대’ 

 

가자미목 물고기, 입 뭉툭하면 ‘서대’ 삐죽하면 ‘박대’
두 눈 한쪽으로 쏠려있어 외눈박이 뜻 ‘비목어’로 불리기도


▎가자미와 흡사한 박대는 최근 어획량이 크게 줄어 대부분 원양에서 포획한다.
요새 와서 부쩍, 예년에 없던 참 괴이한 일이 일어난다. 신문마다 여러 생선 광고가 전면도배를 하고 있다. 세계에서 생선을 제일 많이 먹기로 으뜸인 우리나라라지만 말이다. 반건조 민어·통 민어·보리굴비·참가자미·임연수어·참돔·바닷장어에다 간장 돌게까지 등장한다. 그런데 그중에는 이름도 생소한 ‘박대’라는 생선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 알고 보니 시골 집안 제사상에 꼭 올랐던 가자미와 흡사한 물고기로, 우리는 ‘서대’라 불렀다. 입이 뭉뚝한 것은 서대이고 입이 삐쭉하게 생긴 것이 박대다.

박대(Cynoglossussemilaevis )는 바다 생선의 일종으로 서대보다 몸이 긴 편이고, 비린내가 적어 회·탕·조림 등으로 쓴다. 또한 찜으로 요리하거나 껍질을 벗겨 말린 것을 양념구이를 하기도 한다. 몸이 얇은 탓에 껍질을 벗기고 말려서 포(脯)로도 만든다. 껍질을 물에 담가 불린 후 솥에 넣고 3~4시간 고와서 체로 걸러 굳히면 박대묵이 된다.

박대(tongue sole)는 가자미목 참서대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참서대과 중 가장 큰 어종으로 머리는 작은 편이고, 몸이 매우 납작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참서대와 함께 서해안에서 흔하게 잡혔다. 그러나 어린 새끼들까지 잡아들이는 불법 어업과 연안에서 이루어지는 개발사업 등으로 해마다 개체 수가 감소해 최근에는 어획량이 예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시중에서 파는 ‘군산 서대’는 대부분 난바다(원양, 遠洋)에서 잡은 것이란다.

박대는 몸길이가 최대 57㎝까지 성장하고, 몸은 옆으로 매우 납작하다. 옛 문헌에 따르면 서대를 한자어로는 설어(舌魚)로 썼고, 우리말로는 셔대라 하였다 한다. 서대와 박대는 몸이 사람의 혀(tongue) 모양 혹은 발바닥(sole) 모양으로 넓고 긴 타원형이다. 보통 물고기들은 몸통을 좌우로 흔드는데 비해 박대 등의 가자미류는 상하로 움직인다.

물고기가 물의 움직임과 진동 등을 감지하는 감각기관인 옆줄(측선, 側線)은 몸통의 양옆에 세 줄로 돼 있으며, 아가미뚜껑부터 꼬리 앞까지 이어진 가로 점선의 형태로 돼 있다. 눈이 있는 쪽은 흑갈색이고, 빗 모양의 비늘(즐린, 櫛麟)을 갖고 있다, 눈이 없는 쪽은 흰색을 띠고, 비늘은 작은 둥근 비늘(원린, 圓鱗)이다. 등지느러미는 머리 위에서 시작해 꼬리지느러미와 연결되며, 가슴지느러미는 없다.

박대는 생선치곤 비린내가 그다지 심하지 않은 편이라 생선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즐겨 먹는다. 프랑스 사람들이 박대 같은 가자미 무리를 즐겨 먹는 까닭도 비린내(fishy smell)가 적어서다.

근해(近海)의 진흙 바닥에 사는 박대는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기수역(汽水域)에 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바닥이 펄인 서해 연안(인천·군산·부안)에 많이 출현하며, 서해로부터 중국해까지 분포한다. 산란기는 9~10월로 갑각류, 패류 및 갯지렁이를 섭식한다.

가자미목에는 서대아목과 가자미아목이 있고, 가자미목에 해당하는 어류를 비목어(比目魚)라 한다. 서대속(Cynoglossus)은 세계적으로 67종이 있고, 열대와 아열대의 얕은 수역에서 발견되며, 세네갈서대·개서대·두줄개서대·용서대·참서대·큰서대·보섭서대 등이 있다.

눈은 매우 작고, 몸의 왼쪽으로 두 눈이 모여 있어 가자미목 어류의 전형적인 특징을 나타낸다. 눈알이 몸 한쪽으로 몰린 물고기를 ‘비목어(比目魚, 외눈박이 물고기)’라고 하고, 넙치(광어, 廣魚)·서대·박대나 도다리·가자미 등이 여기에 속한다.

‘좌광우도’다. 두 눈알이 몸통 왼쪽(左)으로 모여 버린 것이 광어(넙치)와 서대, 박대요, 오른쪽(右)으로 몰린 것이 도다리, 가자미이다. 아무튼 한쪽으로 두 눈이 쏠려 버렸으니 하나나 다름없다고 이들을 비목어라 부른다.

비익조·연리지처럼 늘 붙어있는 ‘사랑’ 상징

비목어는 문학작품에도 등장한다. 시인 류시화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라는 시가 그것이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사랑하고 싶다.”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녀야만 하는 물고기를 닮고 싶다는 시인의 애절한 영혼이 스며 있다.

한데, 세상에 눈이 하나뿐인 물고기가 어디 있겠는가? 벌써 억센 놈한테 잡혀먹히고 말았지. 물고기의 세상은 약육강식이 밑바닥을 깔고 있는 곳이니 말이다. 늙어 죽는 물고기를 봤나. 힘이 조금만 빠졌다 싶으면 어느 귀신이 잽싸게 잡아가 버린다.

앞에서 말했듯이 비목어는 다름 아닌 가자미목에 드는 바닷물고기를 이른다. 비목어들은 모두 몸이 상하로 납작하고, 한쪽으로 두 눈이 다 몰려 버린다. 그 원인은 수정란이 발생하면서 일정한 시기에 이르면 눈이 될 부위가 한곳(쪽)으로 이동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그렇다고 한다.

물속에는 비목어(比目魚), 하늘엔 비익조(比翼鳥), 땅에는 연리지(連理枝)가 있는데, 이것들은 애정·사랑·그리움·애틋함·우정의 대명사다. 비익조는 암컷과 수컷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아니하면 날지 못한다는 상상의 새다. 연리지는 서로 다른 나무의 가지가 맞닿아서 서로 엉겨 붙어 하나가 된 것이다. 이들은 비목어와 함께 모두 화목한 부부의 정이나 남녀의 돈독한 사랑의 징표(徵標)다.

※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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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호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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