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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이슈] ‘비대면 시대 플랫폼 경제의 총아’ 배달앱 시장의 미래 

유니콘 기업 탄생, 우리 손에 달렸다 

지자체 공공배달앱 참여, 과다한 정부 개입보다는 시장의 선택 우선해야
배민·DH 합병 여부, ‘타다’ 논란에 이어 플랫폼 기업의 미래 가늠자 될 것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배달앱 시장은 급성장했다. 2020년 8월, 서울의 한 도로에서 배달 라이더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비현실적인 1년을 보냈다. 코로나19와 펜데믹이라는 낯선 용어가 일상용어가 될 줄 몰랐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서로 거리를 두어야만 살 수 있는 상황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모여서 음식을 즐기는 것이 부담이 되면서 집에서 시켜 먹는 배달시장이 급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2조7325억원이던 배달앱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019년 11월 처음으로 월 1조원을 돌파했다. 2020년 거래액은 10조원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지금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자영업자들에게 배달시장이 돌파구가 됐다. 매장 서비스만 하던 음식점들이 본격적으로 배달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필사의 노력이라 보인다.

플랫폼 경제는 오프라인 유통질서를 빠르게 대체해나가고 있다. 10여 년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라는 스타트업 기업이 나왔다. 매출액 4억원이던 규모가 7년 만에 1000억원이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성공한 스타트업 기업으로 칭송받던 배민은 푸드 테크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로봇을 상용화하는 등 혁신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해왔다. 10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배민이라는 아이콘은 스타트업을 꿈꾸는 많은 예비 창업가에게 영감을 줬다.

그런 배민이 공공의 적 신세로 전락한 것은 아이러니다. 배민과 요기요의 매출을 합치면 배달앱 시장 90% 이상을 점유하는 상황이 됐다. 독과점 논란의 출발이다.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라는 글로벌 배달앱 기업이 요기요를 인수하고 배민까지 인수하겠다고 나선 상황은 독점 논란과 함께 자영업자의 수수료를 올리고 소비자 서비스가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여론은 나빠졌고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급기야 서울시와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들이 공공배달앱을 만들어 자영업자를 돕겠다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DH의 배민 인수에 조건을 걸었다. 그러는 사이 쿠팡이츠는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배달앱 시장에서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거간(居間)의 현대 버전으로 등장한 배달앱


조선시대에는 효종갱(曉鍾羹)이라는 해장국이 있었다. 새벽종이 울리면 양반들이 시켜 먹던 음식이라고 한다. 상업 배달의 기원이라고 할까. 보부상(褓負商)이 전국을 돌며 온갖 물건을 실어 날랐던 것은 왕래가 불편하던 당시의 효율적인 유통수단이었다. 보부상은 전국 팔도를 돌며 물건뿐만 아니라 전국의 다양한 소식을 유통하는 정보전달의 역할도 수행했다. 조직화한 보부상은 임진왜란 때 나라를 위해 참전했다는 기록도 있다. 아무튼 보부상을 본격적인 상업 유통의 출발이자 배달의 원형이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본격적인 산업화를 이루던 1970년대,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경제에서 여유 있는 오찬은 그림의 떡. 자장면으로 한 끼를 때우는 것은 다반사였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중국집의 자장면 배달은 언제 어디서든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의 시간과 장소 효용을 충족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자장면을 주문하고 전화를 끊으면 바로 초인종이 울렸다는 번개배달은 배달음식업의 시초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인의 국민 간식이라고 할 수 있는 치킨은 배달을 통해 성장한 산업이기도 하다. 1980년대 후반 등장한 피자와 함께 대표적인 배달음식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30분 안에 배달이 안 되면 음식값을 돌려주는 이벤트까지 했으니 배달의 나라다웠다.

자장면이든 치킨이나 피자든 배달앱 등장 이전 배달은 음식점, 즉 제조자가 음식값에 포함해 부가적으로 수행하던 서비스였다. 제조와 유통의 미분리라고 봐야 할 것이다. 배달을 전문으로 하던 음식점은 직접 또는 배달원을 고용해서 배달 서비스를 했고, 소비자는 당연히 음식을 주문하면 배달을 해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배달시장이 커지고 스마트폰과 함께 배달앱이 등장한다. 외식업에서 제조와 유통이 분리된 것이다. 배달앱의 탄생은 음식점과 소비자를 연결해서 거래를 조성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분업화와 전문화를 이룬 것이다.

배달앱은 플랫폼 경제의 상징처럼 성장했다. 플랫폼 경제는 기존 전통방식의 오프라인 유통질서를 흔들어 놓았다. 온·오프라인의 충돌이다. ‘타다’ 논쟁은 대표적인 갈등사례다. 플랫폼 경제는 온라인상에서 거래를 조성하는 기능을 한다. 기존 배달이 소비자의 시간과 장소 효용을 제공했다면 배달앱은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정보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정보 효용을 창출한 것이다. 소비자는 비대면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맛집을 찾아 주문하고 결제하면 끝. 자영업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며 배달앱은 배달시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배달앱의 본질은 무엇일까. 거간(居間, broker)이다. 거간이란 제품을 소유하지 않으면서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사람을 말한다. 양측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거래를 조성하는 기능을 수행해 수수료를 받는 업체를 말한다. IT로 무장한 거간이 배달앱의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한다. 85%에 달하는 스마트폰 보급률, O2O(Online To Offline) 시장의 빠른 성장,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4년생)의 등장과 SNS를 통한 소통과 자기표현, 비대면 서비스의 일반화는 배달앱이 제공하는 주문과 결제의 편의성, 메뉴와 가격 비교 및 다양한 정보 제공이라는 소비자 경험 및 혜택과 맞물리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현대적 거간의 출현이며 배달앱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수수료 쟁점 핵심은 자영업자의 한계비용


▎2020년 10월,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은 기업과 배달라이더 노조 간 자율협약식을 열었다. / 사진:코리아스타트업포럼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2020년 9월 배달앱 월간 순 이용자 수가 배민이 약 1317만 명, 요기요는 661만 명으로 나타났다. 쿠팡이츠·위메프오·배달통은 각각 150만·50만·26만 명이라고 한다. 누적 이용자 수는 2200만 명에 달한다. 국민의 절반이 사용했다는 얘기다.

배달앱 시장이 커지면서 논란도 뜨겁다. 여러 가지 논란 중 수수료 문제가 핵심이다. 한창 코로나19가 퍼질 무렵 배민이 수수료를 인상해서 자영업자가 힘들어졌다는 것이 출발이다. 그동안 배민은 일명 ‘깃발’이라는 정액제 광고를 주요 수입원으로 해왔다. 대부분 배달앱은 점주에게 음식점 본 주소 외에 ‘가상의 주소’를 쓸 수 있게 한다. 가상의 주소 하나당 앞서 말한 정액제 광고를 내는데 이것이 깃발이다.

여기서 몇십 개씩 깃발을 꽂은 자영업자가 광고를 독점하다시피 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래서 영세 자영업자가 피해를 보았다. 그 대안으로 한 업체당 깃발을 3개로 제한하고 오픈리스트로 음식점이 고객과 가까운 순으로 노출되도록 했다. 수수료는 5.8% 정률제로 한다는 것이 변경된 정책의 골자였다. 그런데 과도한 수수료 횡포라는 사회적 논란으로 번졌다. 기존 정액제가 정률제로 바뀌면서 일부 자영업자는 오히려 수수료가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급기야 배민은 계획을 철회하고 기존 방식대로 다시 전환하기에 이른다.

그러는 사이 새롭게 등장한 쿠팡이츠는 빠르게 배달시장을 장악해나갔다. 건당 ‘1000원 수수료’ 프로모션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늘려갔다. 기존 ‘배민·요기요’ 양강 구도에서 3강 구도로 재편된 것이다. 게다가 쿠팡이츠는 소비자에게는 ‘1주문 1배달 정책’으로 빠른 배송을 약속했다. 라이더에게는 수수료 상한선을 1만5000원까지 올렸고, 최근에는 이마저도 폐지했다.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됨에 따라 신규 라이더 유치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처우가 개선되면서 월수입이 수백만 원에 달하는 라이더가 등장하고 세대를 불문한 라이더 투잡 현상까지 발생하게 됐다.

배달앱의 적정 수수료는 얼마일까? 배민 수수료가 부당한 독과점 기업의 횡포인가? 요기요의 12.5% 수수료는 과도한가. 쿠팡이츠는 1000원 수수료를 지속할 착한 플랫폼인가. 다양한 논란과 의문점이 발생한다.

그러면 합리적인 수수료는 얼마인가? 한계비용이다. 즉 자영업자가 음식을 팔고 다양한 비용을 지출하는 데 배달앱 수수료가 한계비용을 초과하면 배달앱을 통한 주문을 받지 않을 것이다. 한계비용 아래서 수수료가 결정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배달앱 수수료가 자영업자의 한계비용을 초과했는지를 따져보면 된다. 배달앱을 통해 음식 주문을 받고 수수료를 지급한 전체 자영업자가 지불한 비용이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섰는지 따져보면 될 일이다. 그래서 수수료가 과도하다면 자영업자와 배달앱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수용 가능하고 합리적인 수수료를 사회적으로 합의하면 된다.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수수료 내고 배달앱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자영업자의 현실적인 문제도 결국 한계비용 아래서 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배달앱의 적정 수수료를 ‘0000원’이라고 특정하기는 어렵다.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들어가는 노력과 음식점 홍보를 위한 기여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음식점 알리기와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홍보의 질적 차이도 존재한다. 지금처럼 늘어나는 배달앱 수요와 배달앱 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도 수수료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맞물리며 합리적으로 수수료가 결정돼야 한다. 그렇게 유도해나가는 게 자영업자와 배달앱 업체 모두에게 유리하다. 시장의 중요성을 새길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자영업자·라이더의 ‘배달앱 트라이앵글'


▎서울시는 2020년 9월 공공배달조합 플랫폼 ‘제로배달 유니온’ 서비스를 출시했다. / 사진:서울시
배달앱 수수료 논란은 정치권까지 번졌다. 서울시와 경기도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가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수수료가 무료이거나 1% 최저액인 공공앱을 만들어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기존 배달앱의 독과점을 견제하고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취지다. 전국 지자체 중 전북 군산시가 ‘배달의 명수’라는 서비스를 도입했고 인천 서구의 ‘배달서구’, 충북의 ‘충북먹깨비’, 경기도의 ‘배달특급’ 등 다수 지자체에서 속속 공공배달앱을 출시했다. 서울시는 ‘제로배달 유니온’이라는 민간 참여형 배달앱을 선보였다. 지자체들은 착한 소비를 앞세워 다양한 지역 상품권 연계와 할인 혜택으로 시장을 늘려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성공적인 배달앱은 소비자로부터 출발한다. 소비자의 욕구와 필요를 발견하고 합리적인 소비자 혜택이 무엇인지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의 출발점이다. 소비자의 강력한 지지가 있어야 한다. 둘째는 자영업자의 필요성이다. 자영업자의 매출 증가에 도움이 돼야 한다. 자영업자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인 고객과의 연결 및 매장 홍보에 기여를 해야 한다. 셋째는 새로운 직업으로 분화된 배달원, 즉 라이더에게도 안정적인 일자리와 적절한 수입이 보장돼야 한다. 배달앱의 성공은 이렇게 ‘배달앱 트라이앵글’이 효율적으로 잘 맞물려 돌아가야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다.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착한 소비를 강조하고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배달앱은 그 출발부터 신선하지 못하다.

기술적으로 배달앱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만든 이후다. 민간 배달앱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고객 서비스 노력, 지속적인 문화 콘텐트 개발을 통한 고객 만족 등 무형의 마케팅 노력을 해왔다. 배달앱 만들기가 아니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마케팅을 이해하지 못한 단순한 기술로서의 플랫폼은 의미 없다.

배달앱이 핵심적인 국가 기간산업은 아닌데 지자체가 민간의 영역에 뛰어들어 ‘선수(player)’로 참여해야 하느냐는 것도 문제다. 국가 기관이 부득이하게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시장 실패를 전제로 한다. 코로나19 초기 상황에서 마스크가 그랬다. 그런데 배달앱 시장이 시장 실패 상황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도저히 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졌든가, 민간 배달앱의 독점적 횡포가 극에 달해 자영업자의 피해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까지 이르렀는지 따져볼 문제다.

지자체 지원 없이 공공배달앱 지속 가능할까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공공배달앱 개발 추진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 사진:경기도
지금까지 정부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외부에서 찾았다. 카드 수수료 때문에 자영업자가 어려우니 제로페이를 만들고, 임대료가 문제니 착한 임대료를 받으라고 건물주를 압박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힘드니 가맹본부에 원가공개를 강요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돼 자영업자가 인건비를 줄 여력이 없으니 세금으로 보전해주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배달앱 수수료 때문에 자영업자가 고통스러우니 공공배달앱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비용 지원이 궁극적으로 건강한 자영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크게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다. 핵심은 비용이 아니라 매출이다. 게다가 자영업자를 살리자고 공공의 적을 만들고 그 적만 없애면 자영업자가 살아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전형적인 프로파간다(propaganda)다. 서울시의 ‘제로배달 유니온’은 ‘배달독립만세’라는 TV 광고까지 내보냈다. 민간 배달앱을 졸지에 자영업자의 착취자로 만들었다.

올해 우리는 배급경제를 경험했다. 재난지원금이다.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한 사례는 처음이다. 심각한 위기를 맞은 자영업자에게는 재난지원금이 별도로 지급됐고 추가 지원이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곤란에 빠진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것과 국가가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배달앱 같은 민간 주도 영역에 국가 기관이 공공연히 발을 들여놓는 것은 자영업자 보호라는 훌륭한 취지를 무색케 할 수 있다. 배달앱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공공배달앱을 만들어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것은 일견 타당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 취지보다 시장 왜곡 비용이 크다면 자칫 정부 실패로 갈 위험이 있다.

공공배달앱이 우후죽순으로 출시돼 예산 낭비라는 지적과 자영업자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문제는 공공배달앱의 지속가능성이다. 지역화폐 연계 등 지자체의 계속된 지원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소비자 혜택은 줄어들고 결국 소비자는 떠나게 된다. 고객이 외면하는 배달앱은 시장에서 사라진다. 얼마나 실효성 있는 정책인가가 중요하다.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면 애초에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게 낫다.

자영업자를 위한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면 그 방법은 거시적이고 근본적이어야 한다. 자영업자 어려움의 근본적 문제는 자영업 과잉에 있다. 국내총생산은 국내총소비와 같다. 총소비는 비탄력적이다. 제한적인 소비에 자영업자 공급이 많게 되면 과당경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영업자의 수익성 악화는 당연한 결과다. 따라서 자영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 자영업자 수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경쟁력을 높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단지 비용을 줄여주는 정책은 단기적이고, 문제의 올바른 처방이 아니다.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과 배달앱 수수료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하는 것이 국가 기관의 할 일이다. 기왕 출시된 공공배달앱이 시장에서 자생력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민 인수와 관련한 이슈도 관심거리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배민을 인수하게 되면 기존 요기요와 합쳐서 90% 이상의 시장을 장악하는 독점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그런데 배민이 독과점 기업인가의 문제 또한 제기할 수 있다. 독점이나 과점은 한 개 또는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는 막대한 규모의 자본이 들어가는 설비투자 사업이나 특허 등을 통해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을 때 발생한다. 배달앱은 국가 기간산업이나 전략산업이 아니다. 누구든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다. 배민은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와 마케팅 노력으로 독점적 지위를 구축해왔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배민 이상의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면 강력하게 경쟁할 수 있다. 쿠팡이츠가 시장에 진입해서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즉, 배달앱은 마케팅 노력으로 좌우되는 독점적 경쟁 시장에 가깝다. 소비자의 선택이 결정적 존립 기반인 시장이라는 것이다.

배달앱 유니콘 기업 육성 기로


▎2020년 1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등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의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 인수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DH의 배민 인수와 관련해 공정위는 요기요 매각이라는 조건부 승인을 던졌다. 조건부 불승인일 수도, 여론을 의식한 조치라고도 볼 수도 있다. 2020년 말까지 결론지을 예정이라고 한다.

DH 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도 발목을 잡을 듯하다. 공정위의 딜레마가 엿보인다. 여론과 정부의 태도와 시장의 자율성 사이의 고민이다. 배민이라는 독과점 기업이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과 소비자 서비스 혜택 축소 같은 반시장적 정책으로 자신의 배를 불릴 것인가가 핵심이다. 그러나 설령 인수 합병이 되더라도 독점적 경쟁 상황에서 배민이 일방적으로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요구를 묵살하고 수수료를 올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 순간 소비자는 배민을 버릴 것이고 배민이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배민은 합병을 추진할까. 단순히 국내 시장 장악력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논리만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플랫폼 경제는 승자독식 구조가 강하다. 그것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은 치열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몸집이 필요하다. 그래서 플랫폼 기업의 인수 합병은 활발하게 이뤄진다. 단지 국내 시장만을 보고 인수합병을 한다면 그 득보다 실이 크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이 없다. 제한된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한 고만고만한 플랫폼만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와 미국의 아마존 같은 세계적인 기업의 탄생은 요원하다.

비대면 사회의 장기화와 IT 환경의 발전은 유통과 물류 분야에 혁신적인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배달앱 시장도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배달앱은 말 그대로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거간(브로커)이다. 출발은 소비자이고 소비자의 시간·장소·정보 효용을 창출하는 기업만이 선택받는다. 더 창의적인 배달앱이 시장을 석권할 것이다. 정부 견제와 규제 속에서 도토리 키재기식 배달앱 기업으로는 미래가 없다. 세계적인 배달앱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시장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이제 공정위가 판단할 시간이다. 공정위가 DH의 배민 인수를 승인할지는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을 육성하느냐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정위의 판단은 ‘타다’ 이후 플랫폼 기업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략적 제휴와 인수 합병은 다반사다. 국적 논란은 구시대적이다. 독과점 횡포는 시장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시장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착한 소비라는 전 근대적인 요구와 시장개입으로 시장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아름답지 못하다. 중요한 것은 배달앱을 비롯한 혁신적인 스타트업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다.

-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202101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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