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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분석] 코로나19 시대 복고 열풍의 심리학 

향수(鄕愁)는 고통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갑옷’ 

4050뿐 아니라 2030세대도 옛것(90년대 문화)에 열광
디지털로 채워지지 않는 결핍에 대한 갈망이기도


▎환불원정대’가 2020년 10월 29일 대전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대 KT의 경기에 앞서 공연하고 있다. 왼쪽부터 만옥(엄정화)·천옥(이효리)·실비(화사)·은비(제시). / 사진:연합뉴스
라떼는 말이야. 커피 메뉴 이야기가 아니다. 젊은 친구들이 ‘나 때는 말이야’라고 일장 연설하는 꼰대를 재치 있게 바꿔 부른 인터넷 상의 신조어다. 누리꾼들은 이 유행어의 ‘라떼’와 ‘말(馬)’을 영어로 번역해 ‘Latte is horse’라고 바꿔 말하기도 한다. 당신이 “나 때는 말이야. 장롱에서 금 모으기 동참하라고 해서 집 안 곳곳을 뒤졌어요”라고 말한다면, 젊은이들은 속으로 ‘Latte is horse’라고 생각하며 당신의 일장 연설을 참아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복고 열풍이 거세다. 90년대식 화장과 패션이 유행하고, 일부러 불편하고 오래된 디자인이 새로운 디지털 도구와 만나 날개를 단다. 편의점 CU는 꾀돌이·밭두렁·쫀드기·단짝캔디를 포함한 레트로 시리즈 8종을 출시했고, GS25는 추억의 옥수수 쫀드기, 월드컵 맛 기차콘, 추억의 논두렁 등 레트로 과자를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셜커머스 등을 포함한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레트로 과자 판매량이 20~30% 늘었다”고 한다. 두꺼비 소주라 불리는 오리지널 진로 소주는 두 달 만에 1000만 병이 팔렸다.

현재 대한민국에 불어 닥치고 있는 복고 열풍은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 1970~80년대 복고 문화보다 90년대를 다루는 2020년의 복고는 장기화되고 만연화되고 일반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2020년은 1년 내내 복고 열풍이 불었고, 4050세대뿐 아니라 2030세대도 복고를 즐겼다. ‘방탄소년단’조차 디스코 풍의 노래 ‘다이너마이트’로 세계를 제패했다.

이제 복고는 유행을 타지 않는 전 세계에 어필할 수 있는 문화 콘텐트로 자리 잡는 중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유행하는 복고 열풍은 세대 간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을까? 또한 이러한 열풍은 우리 사회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일까?

4050세대에 속한 중·장년층의 일부는 역사상 처음으로 자기 방을 가져본 경험을 누렸다. 또한 일부는 형제자매들과 기꺼이 방을 나눠 써야 했을 것이다. 전근대와 근대가 혼합된 격동의 시기를 살아낸 세대다. 이들은 공중전화와 삐삐로 시작해 휴대폰까지 이용하면서 연애했고, 전 세대보다 훨씬 사회적인 변혁을 이룬 자부심이 크고 진지하게 삶을 대한다. 이전 세대가 산업화의 역군으로 생존을 위해 살았다면, 이들은 취향이 생기기 시작한 세대이기도 하다.

4050세대-원조에 대한 열광과 회귀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이 출시한 추억의 과자와 놀이 세트가 구성된 ‘추억의 문방구 세트’ / 사진:롯데백화점
그러므로 4050 중·장년층에게는 복고 문화가 단지 복고만이 아니라 자신의 누려온 삶에서 만났던 과거의 친숙한 자신만의 문화를 소비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복고 문화는 촌스럽기보다는 그들이 경험한 문화이고, 그들이 거쳐온 알고 있는 문화일 뿐이다. 이 세대 중 상당수는 현재 집을 소유하고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해서 집을 사는 젊은이들을 바라봐도 되는 사람들이고 차 한 대쯤은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현재가 2030세대의 현재보다 상대적으로 윤택하다면, 반대로 이들이 먹고 마셨던 과거의 어떤 물품들은 지금의 눈으로 보자면 조악한 면도 있고 구식이기도 하다. 80년대나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은 학교 앞에서 팔던 떡만 들어 있는 떡볶이나 불량 주스를 마셨다. 또 팥과 연유가 듬뿍 들어간 위생 상태가 별로인 빙수를 길거리에서 사 먹은 경험을 공통으로 갖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하기도 하지만, 빽다방에서 ‘무탄산 불량 주스’나 커피 믹스 맛이 아는 ‘원조 냉커피’를 홀짝거리기도 한다. 화려하고 모든 감각을 동원한 인터넷 게임 대신 김영만 선생님이 TV에 나와서 종이접기를 하며 부모님의 귀가를 기다리던 이들은 방탄소년단 대신 HOT·솔리드·쿨의 노래에 열광했다. 이들은 인터넷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90년대 가요와 가수들을 소비하고, 오프라인에선 당시 사회자와 가수들이 나오는 ‘가요 톱 10’ 콘서트에 참여한다.

4050세대의 복고적인 소비는 ‘원조에 대한 열광과 회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에 몰두하고 90년대 활동했던 그러나 그 시절 몰라봤던 가수 양준일, 오리지널을 찾아내고 지지하는 양태를 보인다. 그렇다면 왜 하필 IMF 외환위기로 나라가 가장 뒤숭숭하고 어려웠던 90년대가 이들의 복고를 자극하는가?

이들의 90년대 복고 문화 소비 행태는 심리학에서는 ‘회고 절정’이란 용어로 설명이 가능하다. 보통 사람들이 노년기에 이르러 자신의 삶을 되돌아봤을 때, 청소년기부터 ‘어린 성인기’ 사이의 기억이 가장 많이 회고하고 기억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 일컫는 말이다. 지금 4050세대에게 이 회고 절정을 적용해보면 이들은 10대 후반에서 30대까지 소비됐던 문화 콘텐트를 가장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도 정치에 관심이 있는 30대 이상 세대가 공유하는 가장 또렷한 ‘집단 기억’은 IMF에 대한 게 가장 많았다. 이들이 10대 후반에서 30대였던 시절이 바로 1990년인 것이다. 바꿔 말하면 지금 2020년의 젊은 세대가 나이가 들어 2050년쯤 되면 2020년의 문화 콘텐트를 소비하는 복고 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러한 90년대를 ‘회고’하고 90년대를 추억하는 복고 열풍은 4050세대에게 어떠한 심리적 기능을 하는가?

심리학적으로 보면 회고와 회고를 통한 향수 즉 노스탤지어의 감정은 정신 건강에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사우샘프턴대 사회심리학자들은 노스탤지어가 사회적 소속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능력, 자신의 감정을 타인과 공유하는 개방성, 친구를 정서적으로 지원하는 태도 등을 평가한 결과 노스탤지어 감정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이런 사회적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스탤지어가 사회적 접착제 기능을 가진 것으로 밝혀진 셈이다.

2010년 사우샘프턴대 사회심리학과 교수 콘스탄틴 세디키드스는 이 연구를 요약해서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마인드]에 기고한 글에서 “마음을 어두운 생각으로부터 지켜주는 갑옷처럼, 노스탤지어는 심리적 고통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준다”고 결론내렸다.

이러한 점으로 미뤄봤을 때 4050세대 장년층에게 90년대 복고 문화의 소비는 불황의 시기에 더욱더 많은 사회적 위로를 건넨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 시대에 자영업을 해서, 혹은 대면 접촉이 필요한 직업을 선택해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내야 하는 이들, 어른 세대의 현실에 대한 팍팍함을 이겨내는 원동력 말이다. 이들에게 귀에 착착 감기는 젊은 가수들의 트로트는 힙합이 유행하는 이 시대에, 가뭄에 단비 같은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러나 복고는 이들에게 위로 이상의 어떤 심리적 기능을 더 하는 것으로 보인다. 복고는 이들의 과거를 합리화하고 신화의 영역으로 이끈다. 젊은 시절 자신이 겪었던 경험의 한 축을 우상화함으로써, 그들이 살아왔던 삶, 어른으로 책임지고 살아왔던 힘겨운 삶을 ‘옳은 것’으로 합리화한다.

라떼는 말이야, 우리는 모두 잘나가는 사람이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위시해서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수많은 정치적 사건이 일어났다. 또 성희롱·성폭력 같은 폭압이 세상 밖으로 새어나갈 수도 없던 청춘 시절을 부정하기보다, 심은하와 소피 마르소 같은 자연산 미인이 등장했던 ‘TV물(物)’을 회상하며 자신이 살아온 시대가 플라스틱 성형 미인들이 판치는 시대보다 더 나았다고 위로하는 현상 말이다. 그래서 4050세대는 오리지널에 대한 향수로 과거가 좋았다는 어떤 고집과 확신을 가지고 복고를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

2030세대-새로운 복고 창조


▎‘방탄소년단’은 디스코풍 노래 ‘다이너마이트’로 세계를 제패했다. /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그렇다면 2030세대, 젊은이들의 복고 열풍은 4050세대의 복고 열풍과 무엇이 다른가? 아들은 TV 속 ‘싹쓰리’나 ‘환불원정대’ 같은 그룹을 방탄소년단만큼 좋아하고, 쫄쫄이 트레이닝복이나 후드티와 배꼽티를 멋들어지게 소화한다. 젊은이들의 복고 열풍은 최근에 복고(retro)가 아니라 옛것을 새롭게 즐긴다는 의미에서 ‘뉴트로(New Retro)’라고 불린다.

젊은이들은 과거 세대와 달리 복고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통로도 다양해졌다. 유튜브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OTT)을 통해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대거 접할 수 있고 손가락 하나만 터치하면 휴대폰에서 90년대에 탄생한 각종 발라드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90년대의 문화를 재수선하고 재해석하는 새로운 복고를 창조하고 있다.

예를 들면 ‘환불원정대’라는 걸그룹은 다양한 색깔의 여성 가수들을 모은 한시적인 4인조 여성 그룹으로 젊은 층을 포함한 전 연령대에서 고른 인기를 끌었다. 그들은 큰 귀걸이, 진한 화장, 눈에 띄는 빅 로고와 반짝이는 옷들 같은 90년대 패션 아이템을 차용한다. 또한 화사·제시 같은 젊은 층 가수와 이효리·엄정화 같은 90년대부터 건재하는 여성 스타들을 끌어모아 다양한 서브 캐릭터로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이들의 내면과 상처도 언뜻언뜻 드러나지만, 무엇보다도 ‘환불원정대’는 여성주의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을 선보인다. 센 언니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세상 사람들아 내 길을 가는 것을 방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선보이면서도 남성들도 매혹될 수밖에 없는 여성성과 섹시함을 빼먹지 않는다. 이는 여성이 자신의 길을 개척하더라도 얼마든지 섹시해져도 좋다는 새로운 여성주의에 대한 ‘허가증’이나 재해석 같은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2030세대들에게 90년대의 문화 콘텐트는 그들이 경험한 것이 아니기에 촌스러워 보이지만, 이 촌스러움은 또 다른 놀 거리, 창조적인 방식으로 수선해 재활용 가능한 보물창고 같은 것이 된다. 이들을 타깃으로 삼은 마케팅에는 4050세대와 다른 ‘익숙하지만 낯선 새로움’과 맥락 자체를 바꾸는 ‘창의성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겠다.

예를 들면 4050세대는 와플에 뭔가를 얹어 먹을까 궁리하지만 젊은이들은 와플 기계에 크루아상 생지를 구워낸 새로운 먹거리에 ‘크로플‘이라 이름 붙이고 갤러리아 백화점 매대에 줄을 선다. 젊은이들은 이 뉴트로의 감성을 그냥 감성이라 부르지 않고 ‘갬성’이라고 부른다. 기성세대의 감성이 가식적이라고 느끼는 풍자가 ‘갬성’에는 함께한다. 젊은이들은 이러한 뉴트로의 복고를 통해 현실과 기성세대를 풍자하고 유희한다.

뉴트로 통해 현실과 기성세대 풍자


▎빈폴액세서리가 출시한 2020년 가을 컬렉션, 전체적으로 복고적인 느낌이 강하다. /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이들 젊은이는 집을 사거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 같은 기성세대가 기꺼이 해냈던 사회적 역할에 매우 회의적이다. 집·차, 넓은 공간을 살 수 없거나 가질 수 없고 결혼과 육아가 인풋(input)과 비교하면 아웃풋(output)이 적은, 가성비가 낮은 비효율적인 생활 방식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성세대가 지닌 회고 조의 진지함 대신 젊은이들의 복고에는 유희와 발랄함이 더 중요해진다.

여기에 어떤 ‘이즘’이나 ‘개념’이 함께하면, 어떤 ‘과시와 과장’이 덧붙여지면, 뉴트로는 더 세련되게 젊은이들에게 있어 보이는 어떤 것, 즉 ‘잇 it’ 또는 ‘핫 hot’ ‘플렉스 flex’로 어필된다. 예를 들면 일본에 대한 반기를 든 노 재팬T셔츠나 가죽이지만 재활용 타이어로 만든 가방이나 친환경 이미지의 에코백이 불티나게 팔린다.

복고라는 콘텐트에 현대적인 기술과 새로운 스타일이 덧붙여져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반자동 커피 머신이 빈티지란 이름으로 출시되면 중·장년층은 수고스러운 기계의 반자동이란 속성에 덤덤하지만 젊은이들은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자신의 공간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연장 선장에 놓인 ‘디지로그’도 이들의 흥미를 끌기는 마찬가지다. 디지털 기계이지만 아나로그적인 감수성을 지닌 어떤 물품들, 예를 들면 구식 타자기 위에 아이패드가 올라가고, 진공관 앰프에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한다. 젊은 세대들은 진공관 앰프를 구식 타자기를 삐삐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들 물건이 젊은 세대에게 향수가 아닌 과거의 골동품을 대하는 것 같은 전위적인 수집 취미를 불러일으킨다. 편안하고, 기분 좋고, 짜릿하고 특히 디자인이 예쁘고 튄다면 이들 복고적인 물품이 주는 조금의 수고가 오히려 더 특별한 이벤트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2030세대의 젊은이들에게 코로나 시대의 불황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시적인 미래가 될 수 있다. 기성세대는 이들 젊은이에게 비좁은 호텔이나 고시원, 10편 남짓의 공간을 제공하면서 ‘아늑하다’고 ‘호젓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구상의 한 뼘의 땅도 얻기 힘든 젊은이들에게 중·장년층에게는 극복 가능한 미래가 이들에게는 견디고 버텨낼 좁은 입지의 현재일 뿐이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소유보다는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누는 ‘경험’이나 일상에서 부딪힐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을 ‘행복’으로 여기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들에게 세련되고 예쁜 복고적인 물품과 패션은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같은 매체를 통해 이들이 일시적으로 과시하고 경험할 수 있는 찰나의 행복을 선사한다. 디자인이 예쁜 반자동 커피 머신은 이들이 고시원에 있다는 현실을 때론 잊게 하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상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좋아요’를 누르게 만든다.

현실도피의 또 다른 수단이기도


▎2020년 대한민국은 온 나라가 트로트 열풍에 휩싸였다. 트로트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젊은 남자 가수들의 공연. / 사진:쇼플레이
그러나 어찌 보면 젊은이들의 복고주의는 또 다른 현실도피라 할 수 있겠다. 알코올중독이나 룸살롱, 술에 취해 폭력을 행사하는 과격한 행동화가 과거 세대의 위태로운 도피 수단이었다면, 젊은이들은 이러한 무거운 방식 대신 주변인들에게 덜 상처를 주고 덜 파괴적인 소소한 행복으로 도피를 감행한다. 이들은 적당히 가족을 수용하면서도 동시에 개인주의를 추구한다.

또한 2030세대는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에 대한 취향이 있으면서도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데도 능숙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과 여가의 균형을 중요시한다. 사실 코로나 시대 이전 젊은이들이 가장 열광했던 것은 복고주의보다 SNS에 인증할 수 있는 전 세계 여행 사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코로나의 시대가 도래했고, 심지어 지구 상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발에 족쇄가 드리워졌다. 복고는 집은 없지만 대신 비싼 명품을 사고 싶은 젊은 세대들에게는 일종의 해방구, 과시적인 자기만족의 기능을 함께한다.

복고는 말 그대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복고 열풍은 인류의 역사에서 늘 함께 있어 왔다. 신석기 시대에는 구석기 시대를 그리워했을 일이고, 근대의 사람들은 중세의 건축물에 경외감을 표현했다. 그러나 작금 코로나 시대에 불어 닥치고 있는 복고 바람은 주기적으로 복고 열풍이 불어 닥쳤던 과거와 달리 전 세대를 아우르고, 전 매체를 아우르고, 전 생활의 영역을 아우를 정도로 본격적이고 광범위하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디지털 전환기의 코로나 시대 현실은 너무나 팍팍하다. 너무나 장기적이다. 너무나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무한 반복하는 경쟁이 우선시되고, 자본의 집적이 전부인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안정된 직장을 얻을 수 있고, 살 만한 집을 몇 년 만에 소유할 수 있다면 그때도 이러한 복고 바람이 불 것인가? 또한 대면 접촉이 풍성한 환경에서 누구에게나 자신의 힘든 심정을 털어놓고 나눌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다양할 때도 복고 바람이 불었을 것인가?

이제는 세대가 함께 소통하고, 사람 간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고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복고를 고민할 때다. 소비에 대한 안목과 취향은 더 세분되고 더 다양화됐지만, 우리의 현실은 왜 이토록 사람들을 국민을 복고로 빠져들게 하는지에 대한 통찰이 가능한 복고 말이다.

가요만이 역주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역주행해 되돌아볼 수 있다면 복고도 그냥 복고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언택트(untact) 시대. 접촉 불량의 대인관계는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에 복고라는 그리움의 풍향계를 더 세차게 돌리고 있다. 디지털로도 채워주지 못하는 그 뭔가의 결핍, 코로나로도 막을 수 없는 그 무언가에 대한 기대. 복고라는 키워드로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사람이, 미래가 보인다.

-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chinablue9@hanmail.net

202101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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