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새 눈 내린 날 아침 시골집 감나무가 흰 솜옷을 입고 섰다. / 사진:박종근 비주얼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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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멍청하다바보다산비탈에 기대선 나무는 이 겨울, 삭풍이 온몸을 휘감는데도얻어터지기만 하는데 꼿꼿이 서서비굴함도 수줍음도 없이 장엄하도록 서서 칼바람에 제 살을 찢기는데채찍 맞는 구세주 같다삼계화택(三界火宅) 노인네 같다삭은 연통이 입김을 토해내는비닐 덧댄 창문 슬픔으로 환해지는식구 없는 저녁을 먹고 혼곤히 쓰러져 잠든 사람 지키고 섰던 나무는느닷없이 차고 부드럽고 날카로운 표정으로 꾸벅,인사한다나도 덩달아 인사하는이 아침
※ 심종록 - 1991년 [현대시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쾌락의 분신자살자들] [신몽유도원도] 등을 냈다. 2019년 천상병귀천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