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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서울시장 선거에 정치생명 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야권 후보 단일화 실패는 대선 포기 선언” 

나라 구해야 한다는 충정… 출마 선언 전 김무성 전 의원에 알려
지지율 앞서도 뚜껑 열면 박빙 승부, 본선 경쟁력 갖춘 후보 뽑아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내년 대선도 없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재킷 깃을 여미고 있는 안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4월 7일) 출마를 선언한 건 지난해 12월 20일.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 대표는 대선 ‘직행’에 방점을 찍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 가능성을 물으면 손사래를 쳤다.

그랬던 안 대표가 대선을 포기한 채 서울시장 선거로 선회한 것이다.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지 못하면 다음 대선(2022년 3월)은 하나 마나 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는 많은 원로분의 충정 어린 말씀이 있었다”면서 “결자해지(結者解之),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말씀에 참으로 송구스러웠다”고 밝혔다.

출마 선언 이후 안 대표는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새해 첫날에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도시재생 사업 1호인 종로구 창신동을 찾았다. 이 사업에는 예산 868억원이 집행됐지만 줄곧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민생 현장 방문과 함께 안 대표는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무소속 의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등 각계 인사들과의 접촉면도 넓혀가고 있다. 김 명예교수를 만난 자리에서는 “썩은 나무를 벨 시간이 다가왔다”며 결연한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1월 14일에는 향후 5년간 주택 총 74만6000호 공급, 부동산 세금 인하, 규제 완화 등을 골자로 한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굳이 5년이라는 기간을 설정한 것에 대해 안 대표는 “다음 (서울시장) 선거(2022년)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는 2018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바른미래당 후보로 출마했던 안 대표는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52.79%),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23.34%)에 이어 3위(19.55%)에 그쳤다.

하지만 신년 벽두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여야 통틀어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1월 2∼3일 서울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야 양자 가상 대결에서 안 대표는 47.4%를 얻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37.0%)을 10%p가량 앞질렀다. 안 대표는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28.5%를 기록, 12.9%인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을 따돌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참조).

월간중앙이 “전체 야권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고 다짐하는 안철수 대표와 만나 선거 출마에 임하는 각오와 전략 등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1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진행됐다.

최근에 눈썹 문신을 했다고 들었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저는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정치인으로서는 ‘문제 해결 능력과 소통 능력, 이런 것들이 중요하지 포장이 뭐가 중요하겠나’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학생들을 가르칠 때 벤처기업들은 ‘제품만 좋으면 잘 팔릴 것’이라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고 가르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기업의 성적은 제품의 품질과 마케팅을 곱한 점수다. 품질이 100점일지라도 마케팅이 0점이면 0점이 되는 것이다. 마케팅이라는 건 고객과의 소통 능력인데 정작 그런 면에서 부족했다는 걸 깨달았다. 독일에서 귀국(지난해 1월 19일)한 지도 1년이 다 돼간다. (눈썹 문신도) 어떻게 보면 국민과 좀 더 원활하게 소통하는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가다간 나라 망하겠단 생각 들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오른쪽)와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1월 12일 서울 종로구 반기문재단에서 만난 뒤 함께 이동하고 있다. / 사진:공동사진취재
서울시장 선거 출사표에서 ‘정권교체 기틀 마련’을 강조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이 정부는 정말로 무능하다. 코로나19 관리도 제대로 안 되다 보니 백신을 (제때) 못 구하지 않았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 40여 나라가 백신 접종을 시작했는데, 세계에서 경제 규모 10위권 안에 있는 대한민국이 이게 뭔가. 어디 그뿐인가.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 문제도 제대로 해결 못하지 않나. 그렇다고 외교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사회는 이토록 분열된 적이 없었을 만큼 심각한 지경이다. 그러니 총체적으로 무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나라가 망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를 구하려면 정권교체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하고 대선에 집중했었다. 그래야 나라를 바꿀 수 있으니까. 시장이 바뀐다고 나라가 바뀌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런데 많은 분이 저를 찾아와서 ‘안 대표가 아무리 노력해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패하면 대선은 소용없다’며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다.”

사회 각계 원로들이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권유했다는 것인가?

“원로분들도 그랬고, 당 내부에서도 사실 그랬다. 그래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12월 중순쯤, 엄청난 세 가지 일이 거의 동시에 벌어졌다. 첫 번째는 국회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포함한 여러 법을 야당과 토의나 협상 없이 (민주당이) 밀어붙여 통과시킨 것이다. 이는 국민을 속이는 일로, 전체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의회민주주의 파괴 행위다. 두 번째,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걸 보면서 말도 안 나왔다. 세 번째는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 구매에 대해서 정확하고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국민을 속이는 것이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바로 그 주 일요일이었던 지난해 12월 20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게 됐다.”

“대통령이 정권 안보 위해 국민 속여서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1월 11일 대구 팔공산 동화사에서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 사진:동화사
코로나19 백신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는데.

“얼마 전 대통령은 마치 4400만 명분을 계약한 것처럼 말했다. 국민을 속이는 일이었다. 대통령의 발언 당시 계약된 건 1000만 명분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계획일 뿐이었다. ‘지금은 1000만 명분밖에 확보 못했지만 노력하고 있으니 정부를 믿고 기다려달라’고 말했어야 했다. 그리고 접종 시기도 문제다. 2월부터 맞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2월에는 몇 명, 3월에는 몇 명, 4월에는 몇 명 이런 식으로 국민께 자세하게 알려야 한다. 백신 생산업체의 생산 능력과 계획을 보면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할 수 있다. 백신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일인데, 이 정권은 국민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권 안보를 위해 사실을 숨기는 것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9일 ‘코로나19 수도권 방역상황 긴급 점검 영상회의’에서 “드디어 백신과 치료제로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면서 “정부는 4400만 명분의 백신 물량을 확보했고, 내년 2~3월이면 초기 물량이 들어와 접종을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의 선회(대선→서울시장 선거)가 반문 야권 빅 텐트의 주춧돌이 될 거로 보는가?

“반문(反문재인)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가 집권하면, 또는 서울시를 맡으면 어떤 나라, 어떤 도시를 만들지 국민께 얘기해야 한다. 단순히 누구를 반대해 얻는 반사이익만으로는 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이 불행해진다. 그러니 반문을 넘어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단일화한다 하더라도 어려운 선거가 되지 않을까?

“물론이다. 서울의 경우 25개 구 구청장 중 24명, 서울시 의원 110명 중 101명, 국회의원 49명 중 41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이 정도로 조직을 갖춘 정당은 없었다. 평일에 치러지는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낮다. 조직 선거가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가 10% 정도 앞선다 해도 막상 뚜껑을 열면 박빙 승부일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이 정부는 선거를 앞둔 3월쯤 ‘백신 쇼’를 할 수도 있다. 또 ‘시진핑 쇼’를 할지도 모른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깜짝 방문하고, 그로 인해 우리 경제가 단박에 풀릴 것처럼 쇼를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수단이 많기에 안심할 수 없다. 그래서 국민의힘만으로는 안 되고 국민의당 그리고 중도, 합리적 진보, 무당층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해볼 만한 선거가 될 것이다. 그런데 모두 현 집권 세력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다 하더라도 자세히 살펴보면 각자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민주당이 싫지만 그렇다고 국민의힘에 표를 줄 생각도 없는 유권자들도 있다. 이런 분들까지 야권 단일 후보를 찍게 하려면 단일 후보 선출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후보 선출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면 결국 이런 분들은 떨어져나갈 것이다.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 선출은 반문 연대보다 훨씬 난도가 높다.”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는 우물 안에 갇혀 있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월 11일 부산을 방문, 지난해 9월 서해안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유족을 안아주고 있다. / 사진:안철수 대표 페이스북
서울시장 선거로 선회한 데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역할도 있었다는 말이 들리던데.

“(지난해 11월) 마포포럼(더 좋은 세상으로)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1시간 강연 후 2시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대부분의 질문이 서울시장 출마에 관한 것이었다. 또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할 수 있으니 당신이 좀 나서달라’는 요청도 많이 받았다. 고민 끝에 출마 선언을 하기 직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 마포포럼의 김무성·강석호 공동대표 등에게 (전화를 걸어) 결심을 알려 드렸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2011~2020년) 동안 서울 시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유럽의 도시들은 빛의 속도로 발전한다. 그리고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는데, 서울은 우물 안에 갇혀 고립되고 뒤처졌다. 총체적 문제의 책임은 전임 시장에게 있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이렇게 말하더라. ‘시장이 서울시민을 위한 의미 있는 일이 아닌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일이나 조직을 만드는 일에 치중했다’고. 공무원들도 과로사·자살 등 불행한 일이 그 전임 시장 때보다 훨씬 많았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교통방송(TBS)의 정치 편향 논란이 있다.

“TBS는 서울시 조례에 의해 생긴 기구다. 조례를 찾아보니 교통방송은 서울시민을 위해 교통·생활 정보를 제공해주는 방송이라고 설립 목적이 나와 있더라. 요즘은 코로나19가 가장 큰 문제이니 코로나19 대응 수칙이나 관련 정보 그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것들도 다뤄야 할 것이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국가적인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재난 방송으로 전환되듯 교통방송도 그래야 한다. TBS가 설립 목적대로 본연의 일을 하는 게 서울시민을 돕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TBS가 여당의 선거기호를 연상케 하는 ‘일(1)합시다’ 캠페인을 벌인 것을 두고 사전 선거운동 논란이 불거졌다. 또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TBS 이사장을 임명한 것에 대해서도 직권남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김근식·이혜훈·오신환·금태섭 등 범야권 예비후보들은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안 대표의 대안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부동산 국가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정부가 팔을 비틀면 자기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머리를 짜내 정책을 만들어도 이렇게까지 부동산 가격을 올리지는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다. 서울시 주택 가운데 대략 민간 주택이 90%, 공공 주택이 10%다. 이 정부 사람들은 민간 주택은 꽁꽁 묶어둔 채 공공주택 10%로 시장을 흔들려 했다. 이게 가능한 얘기겠나?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시스템은 콤플렉스 시스템, 즉 복합계다. 한 가지 변수만 생겨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게 복합계의 특성이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너무 단순히 생각해서 집 많이 가진 사람들이 집을 팔 수밖에 없게 만들면 부동산 가격은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안은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이 지원하는 형태로 부동산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고 공공은 아무 일도 안 하고 민간에 전적으로 맡기는 신자유주의적인 접근도 곤란하다. 민간은 민간의 일을 하고, 정부는 정부의 일을 해야 한다.”

“단일화 방법? 서울시민에게 맡겨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운데)가 지난해 11월 12일 마포포럼(더 좋은 세상으로) 강연에 앞서 김무성(오른쪽)·강석호 공동대표와 환담하고 있다. / 사진:공동사진취재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건의(정부와 국회)했다. 재난지원금에 대한 안 대표의 입장을 듣고 싶다.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게 위험하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 우리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다. 미국·EU·일본처럼 국가 간에 통용 가능한 화폐를 발행하는 나라와는 처지가 다르다. 그런 나라들은 부채 비율이 좀 높아도 되지만 우리는 아니다.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외국에서 빌려온 돈에 대한 이자가 증가한다. 그게 곧 외환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빚을 늘려도 문제없다는 건 경제학을 전혀 모르는 주장이다. 재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모든 사람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건 안 된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만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설령 재원이 여유 있다 하더라도 지금 다 써버리면 나중에 장마·홍수·산불·가뭄 같은 재난 때는 어떻게 할 건가. 한 푼이라도 아껴서 물에 빠진 사람 건지는 데 써야 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런저런 야권 후보 단일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당과 개개인의 유불리를 따져서 단일화 방안을 정하면 단일화에는 성공할지 몰라도 본선에서는 패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국민의당 지지자, 무당층, 합리적 진보, 중도 다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서울시민이 동의한다면 어떤 (후보 단일화) 방법도 좋다고 한 거다. 현재 국민의당은 지지율 10% 정도 나오는 공당이다. 그런데 당대표 혼자(선거에 이기겠다고) 탈당해서 경선에 참여한다?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원이나 지지자들이 당을 버리고 나간 사람을 지지하겠나. 그렇게 하면 누가 야권 단일 후보가 돼도 본선에서 진다. 그러니 비상식적인 요구라는 거다.”

야권 단일 후보를 선출하는 데 서울시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건가?

“서울시민에게 맡겨야 한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야권 단일 후보를 지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본선에서 필승 경쟁력을 가진 후보를 뽑아야 한다.”

최근 들어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그리고 홍준표 무소속 의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등을 잇달아 만나고 있다. 어떤 의미인가?

“여러 원로를 만나 대한민국 걱정, 서울시장 선거에 임하는 자세 등에 대해 경청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 가르지 않고 다양한 분을 만나고 있다. 이분들은 현 정권에 대해 문제의식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가능할까?

“단일화 실패는 대선 포기와 동의어다. 한마디로 대선 포기 선언이다.”

단일화를 위해 국민의힘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며, 국민의당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양쪽 모두 마음을 열어야 한다. 우리 경쟁 상대는 여당이다. 서로 욕하고 깎아내리면 단일 후보가 나온들 무슨 경쟁력이 있겠나. 서로 상처 주는 건 야권 전체의 경쟁력을 깎아 먹는 일이다. 요즘 일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과연 그럴까.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에서는 그럴지도 모르겠으나 면접원 조사는 다르다. ARS 조사의 경우 양당 적극 지지층이 아니면 대부분 전화를 끊어버리기 때문에 양당 지지층의 의사가 과표집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ARS 여론조사의 경우 지지율 그 자체보다 추이가 더 중요하다. 그런가 하면 면접원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대략 35% 안팎으로 나온다. 중요한 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층이 모여 있는 열린우리당 지지율이다. 여론조사에서 이 당 지지율은 5% 정도 나오는데, 선거에서는 결국 민주당으로 몰리게 돼 있다. 그렇게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40%쯤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20~25%에 갇혀 있다. 그런데도 일부 ARS 조사에서 조금 더 지지율이 나왔다고 좋아할 수 있는 건가. 이런 국민의힘에서 (서울시장) 후보 내겠다고 고집 피우는 건 정권 교체 포기 선언과 다를 바 없다.”

“단일화 과정 매끄럽지 못하면 본선에서 필패”

단일화 여부는 언제쯤 결판날 것으로 보나?

“시점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단일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본선에서 질 수밖에 없다.”

왜 서울시장이 되려 하는가?

“서울을 바꿔야 대한민국이 바뀌니까.”

안 대표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된다면 여권에서 누가 나와도 이길 자신이 있나?

“당연하다. 나는 의사, IT(정보통신) 전문가, 벤처기업가 출신이다. 서울이 가장 고통받는 부분은 코로나19 방역, 심각한 민생 문제다. 저는 둘 다 현장 경험을 갖고 있는 유일한 후보다. 그뿐만 아니라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에 몸담으면서 유럽의 사회 시스템을 공부했고, 그를 통해 글로벌 시각도 갖추게 됐다. 그리고 일자리를 직접 만들어본 경험, 그리고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3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대선에서 20%대(21.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런 것들에 대해 적어도 부끄럽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여권에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차출설이 나온다.

“여야 모두 많은 분이 참여할수록 국민 관심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의 경선 참여도 환영한다. 국민 관심이 높아져야 단일후보가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또 개인의 유불리를 떠나 제대로 된 사람들이 나와야 본선이 비전·정책 경쟁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어떤 시장이 되고 싶은가?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다. 코로나19도 결국 안전 문제다. 예를 들어 겨울 도로에 블랙아이스라는 빙판이 생기면 교통사고가 난다. 블랙아이스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어느 지점에 생길 확률이 높은지 미리 알 수 있다. 서울시가 그 도로 밑에 열선을 설치하면 사고가 줄어든다. 안전하고 편리한 글로벌 스마트시티를 만들겠다는 게 제 생각이다. 안철수는 그 영역에서 전문가다.”

정계 입문 10년이 다 돼간다. 가장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을 꼽는다면.

“솔직히 시행착오를 겪었다. 대신 저는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는 사람이다. 지난 9년간은 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고, 또 누가 어떤 방법으로 방해하며, 그 과정에서 내 뜻을 관철해서 성과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정계 입문 4년 만인 2016년에는 거의 혼자서 당을 만들어서 총선에서 38석 정당을 세웠다. 그 자체가 안철수의 정치력과 돌파력이 아닐까. 반면 정치인으로서 ‘설명 책임’에 부족했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처음에는 누군가 흑색선전을 하면 ‘묵묵히 내가 맡은 일 열심히 하면 오해가 풀리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는 게 정치권이더라. 그 이유는 끊임없이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학계·재계 등과 가장 다른 점이 바로 그거다. 네거티브 공세가 펼쳐졌을 때 적극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어야 했다. 이제는 적극 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실 요즘처럼 나라 걱정했던 적이 없었다. 이 정권은 무능한 데다 위선적이며 국민을 이간질하기까지 한다. 현재와 과거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도 국민통합이 가장 중요한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서 그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 글 최경호·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eon.minkyu@joongang.co.kr

202102호 (202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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