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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칠기(漆器) 장인의 홍대 앞 가족 작업실 

“50년 피나는 노력, 물려줄 수 있어 보람” 

1500년 전통 채화칠기 기술 전수자 최종관 씨
배우자와 아들딸이 한 작업실에서 동고동락


▎최종관 채화칠기 기술 전수자가 옻칠을 마친 큰 붉은 접시 위에 쪽빛 오얏꽃을 그리고 있다. 장인의 섬세한 손길에 하나둘 피어난 꽃이 화려한 꽃밭을 만든다.
채화칠기는 옻칠한 나무 위에 색이 있는 광물 안료를 이용해 문양이나 그림을 그리는 전통 공예다. 신라 시대 이전부터 이어져온 문화지만, 나전칠기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반대로 일본에선 채화칠기가 나전칠기보다 인기가 좋아 일본 문화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런 악조건에도 묵묵히 전통을 지키며 채화칠기의 부흥을 꿈꾸는 가족이 있다. 50년째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채화칠기 전수자 최종관(69) 씨 가족이다.

아들은 20년 가까이 수련 중


▎최종관 씨 가족은 구성원 모두가 채화칠기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종관 전수자, 아들 민우씨, 아내 김경자씨, 딸 다영씨.
서울 홍익대 입구 인근에 있는 최 전수자의 작업실은 입구에서부터 옻칠 냄새가 그득했다. 최 전수자의 가족 네 명이 작업하는 데 여념이 없다.

딸 다영(32) 씨는 찹쌀풀과 옻 진액을 1대1로 섞어 만든 ‘호칠’을 이용해 나무에 삼베를 입히고 있다. 아들 민우(39)씨는 옻 진액과 광물 안료를 섞어 물감을 만든다. 방망이 모양 밀대를 앞뒤로 밀며 농도와 색을 조절한다. 민우 씨는 20년 가까이 아버지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오고 있다.

단아한 모양의 그릇에 사포질하는 아내 김경자(61) 씨는 오는 4월에 딸과 함께하는 전시를 준비하는 데 한창이다.

아들을 설득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딸 다영 씨도 한국전통문화학교를 졸업한 뒤 채화칠기 작가의 길을 택했다. 최 전수자는 “평생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은 아들과 딸에게 전통을 물려주고 있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전통을 계승 발전시켜 우리의 채화칠기가 전 세계에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 자택 지하에 마련된 최 전수자 가족의 공방.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작업에 몰두한다.



▎최민우 씨가 방망이 모양 밀대를 앞뒤로 밀며 농도와 색을 조절하고 있다.



▎채화칠기 물감은 옻 원액과 광물 가루를 교반해 만든다. 알갱이가 나오지 않도록 고르게 섞는 게 중요하다.



▎최종관 채화칠기 기술 전수자 가족의 작품들은 닮은 듯하면서도 각자의 개성을 드러낸다. 왼쪽부터 최 전수자, 아내 김경자 씨, 아들 민우 씨, 딸 다영 씨의 작품.
- 사진·글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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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호 (202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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